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60)
260. 남우조연상
3월 초.
시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 아카데미 어워즈가 열리는 LA 돌비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극장 입구에서는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와아아~!!”
레드카펫 위로 한 여배우가 등장하자 팬들의 반응이 더욱 열광적으로 변했다.
여배우는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붉은 드레스에 명품 R사의 쥬얼리를 걸친 채,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시우는 리무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 스태프들의 신호를 받고 리무진 문을 열었다.
마지막까지 옆에서 시우의 옷매무새를 점검해 주던 태우가 어깨를 두드리며 시우를 응원해 주었다.
차량 밖으로 나온 시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팬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많은 영화인들이 경쟁적으로 멋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뽐내고 있는 가운데, 시우의 선택은 프랑수아 울리엘이 디자인한 올 블랙 턱시도였다.
실크 소재의 숄 칼라와 보타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블랙 드레스 셔츠.
그리고 얇은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시계와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구두로 스타일링을 완성한 시우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레드카펫을 걸었다.
시상식에 어울리는 과하지 않은 포마드 헤어스타일의 시우가 앞을 지나칠 때마다 팬들은 기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시우!!”
“꺅~!”
“여기 봐 줘요!!”
찰칵! 찰칵! 찰칵!
시우가 오스카 트로피가 새겨진 포토 월 앞에 서자 여러 나라에서 찾아온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하이~”
앞의 여배우와 인터뷰를 마친 레드카펫 진행자가 시우에게 다가왔다.
“시우! 할리와트와 마녀의 아이 때 이후 처음이죠?”
“네. 2년 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시상식에 오는 배우들을 계속 맞이해주고 있는 진행자를 향해 시우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하, 저는 잘 지냈어요. 멋진 여자를 만나 결혼도 했고. 아주 귀여운 딸아이도 태어났죠.”
“와~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자, 시우! 오늘 턱시도가 굉장히 멋진데요. 음…… 이건 정말 멋지네요. 시우와 아주 잘 어울려요.”
시우는 진행자와 옷에 대한 이야기, 영화 딥 러닝에 대한 이야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로건 호크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하며 카메라 앞에서 짧게 인터뷰를 마쳤다.
돌비 극장 안으로 들어간 시우는 밝은 빛에 휩싸인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제목들이 적힌 기둥이 보였다.
시우는 그 영화 제목들을 훑어보며 스태프를 따라 안쪽으로 이동했다.
시우가 노미네이트된 부문은 남우조연상.
거기에 더해 정말 예상치 못한 음악상 부문이었다.
음악상은 딥 러닝의 음악 감독인 폴 론슨과 공동으로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에도 딥 러닝이 이름을 올렸고, 남우주연상에는 로건이 올라갔고. 설마…… 전부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겠지?’
오스카의 전초전이라고도 불리는 다른 몇몇 시상식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였다.
시우는 아마 긴장해서 덜덜 떨고 있을 로건과 맥과이어 감독을 찾아 웃는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의 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모두 즐거운 밤을 보내고 계신가요? 저기 제 친구 시우 윤이 보이는데요. 사실 오늘 무대를 함께 꾸미고 싶었는데…… 후우…… 후우…… 잠시만요. 물 좀 마실게요. 춤추느라 힘들어서. 하하~”
“하하하!”
캐나다가 낳은 슈퍼 스타 겸 시우의 게임 친구 루카스가 너스레를 떨자 배우들은 크게 웃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루카스는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향해 멘트를 몇 마디 더 던진 뒤, 축하 공연을 이어 갔다.
루카스의 화려한 무대로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진 가운데 드디어 남우조연상 발표의 순간이 왔다.
“국제 장편영화상 수상작에 이어 이번에는 남우조연상 부문 후보들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돌비 극장에 설치된 3D 초대형 스크린 속에서 후보들의 연기 영상이 흘러나왔다.
시상식에 참석한 니콜라스와 루시는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시우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니콜라스는 왠지 자신의 일보다 더 긴장이 됐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 전부 연기 잘하지만…… 그래도 연기력은 시우가 최고지. 솔직히 골든 글로브나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시우가 못 받은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래도 SAG는 시우가 받았으니까…….’
미국 배우 노조에서 주최하는 SAG 어워드의 투표자들 대부분이 오스카에서도 투표를 한다.
그렇기에 수상 가능성이 꽤 높지 않을까 하고 니콜라스는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한편 루시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스크린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후보 소개 영상의 마지막에 드디어 시우가 등장했다.
‘와~ 시우다. 이 영화 엔딩 정말 슬펐는데…….’
자칫 밋밋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안드로이드 연기에 섬세한 호흡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안드로이드 다니엘이 감정을 깨우쳐 가는 과정에 관객들이 함께하게끔 만들었다.
루시는 무의식중에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고 시우의 연기 영상에 집중했다.
쓰레기 트럭에 숨어 아레나를 극적으로 탈출한 다니엘이 안드로이드 폐기장에서 눈을 뜨는 씬-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시체가 산처럼 쌓인 그곳에서 시우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마치 인간에게 배운 모든 감정들을 시뮬레이팅 하듯, 절망과 분노, 살아남은 것에 대한 안도감과 인간들의 잔혹함에 대한 혼란.
이것이 과연 가능한 연기인가 싶을 정도로 시우의 눈빛과 표정이 인간의 여러 감정을 순식간에 표출해 내고, 마스터해 간다.
짧게 짧게 끊어서 촬영한 뒤 이어 붙인 씬도 아니었다.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하던 시우가 조그맣게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색하던 울음소리가 점점 인간을 닮아 가는 그 과정을 보며-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시우의 살아 있는 연기에 새삼 소름이 돋았다.
니콜라스도 닭살이 돋은 팔을 손으로 훑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야, 이번에 나온 입체 스크린 효과 죽이네~ 역시 TV는 한국산이야……! 나도 하나 사야지.’
몸을 부르르 떤 니콜라스는 언젠가 자신도 시우를 소름 돋게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하며 다른 배우들과 같이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영상이 끝나고, 드디어 수상자 발표만이 남았다.
시상을 하러 나온 할리우드의 존경받는 원로 배우 그렉 뉴먼이 봉투를 열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부문 수상자는…….”
꿀꺼억.
니콜라스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다 약간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기침이 나오려 했지만, 니콜라스는 참았다.
‘시우야. 시우가 분명해. 제발. 제발. 제발.’
루시도 두 손을 가슴 언저리에 모으고 숨을 참고 있었다.
‘그렉! 제발. 제발. 제발. 시우 윤이라고 해 주세요~’
시우는 멀뚱히 앉아 있었다.
덤덤하게-
하지만…….
‘아니, 내가 전생에 경험이 얼만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두근거리는 거야~’
두근두근-
니콜라스와 루시, 시우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원로 배우 그렉 뉴먼은 미소 띤 얼굴로 발표에 뜸을 들였다.
1초가 1분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렉 뉴먼이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딥 러닝의…… 시우 윤!”
* * *
같은 시각, 한국.
시우네 집에 모여 앉아 있던 시우 가족과 지호 가족은 일제히 환호했다.
TV에는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배우상 수상>이라는 자막이 큼지막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처음으로 손에 쥐는 순간이었다.
시우는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 중이었다.
로건이 시우의 몸을 힘껏 끌어안고 흔드는 모습을 보던 지호가 입을 반쯤 벌린 채 외쳤다.
“와~ 대박! 오스카를 받았어! 아직 스물하나…… 아니지, 미국은 만으로 계산하니까…… 아직 19세밖에 안 됐는데!”
지호의 옆에서 시윤이 말했다.
“우리 형이지만 지금은 되게 멀리 있는 존재 같다. 남우조연상…… 음, 주연상이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하핫~”
지연이 시윤의 팔을 가볍게 쳤다.
“얘는, 뭐든지 다 단계가 있는 거지~ 이번에 한국 최초 남우조연상 받고, 다음에는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도 받고. 그럼 양쪽 부문 다 시우가 최초 기록을 쓰는 거잖아~”
“아, 그러네. 형 나중에 남우주연상도 받을 수 있는 거야?”
“시우라면 가능해!”
지연은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의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에 양쪽 집안의 가족들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가 웃고 있는 와중에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시아가 문득 엄마 얼굴을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
“엄마~ 엄마 왜 울어?!”
현주는 혼자 조용히 눈물을 훔치다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자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내가 왜 이럴까~ 어휴!”
지호 엄마가 옆으로 다가와 현주의 어깨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울어도 돼. 진짜 우리 시우…… 잘 컸다~ 엄마 손잡고 촬영장 다니던 쬐끄만 꼬맹이가 한국 최초의 오스카 배우가 됐어. 네가 잘 키워서 그런 거야. 시우 인성도 그렇고…… 너 진짜 아들 열심히 키웠어.”
지호 엄마에게 안긴 채 현주가 눈물을 뚝뚝 흘리자, 그 모습을 본 지연도 눈시울이 빨개졌다.
“훌쩍…… 맞아요, 이모. 정말 이모 덕분에 시우가 이렇게 잘 큰 거예요. 엄마의 힘은 위대한 거예요~”
지호 엄마와 현주, 지연이 같이 눈물을 글썽이는 광경을 보며 도진은 혼자 팔짱을 끼고 천장을 보고 있었다.
엄마만 눈물이 나나, 아빠도 눈물이 난다.
하지만 창피하니까 참을 뿐이다.
도진은 괜히 한숨을 내쉬며 딴청을 부렸다.
옆에 있는 지호 아빠와 눈이 마주친 도진이 몇 차례 입을 달싹이다 말을 꺼냈다.
“하하하. 어이구. 우리 시우가 참 많이 컸어요. 안 그래요, 형님?”
“그럼~ 많이 컸지. 난 이렇게 시우가 잘될 줄 알았어. 눈썰매장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감이 왔다니까~”
“그럼요~ 제 아들이지만 진짜…… 진짜…… 크흐흑……! 세, 세계에 나가서 저런…… 큰상도 받고…… 으흑흑……!”
시윤은 깜짝 놀랐다.
태어나서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본 시윤이었다.
시윤은 조용히 지호에게 말했다.
“나중에 형이 남우주연상 받게 되면…… 아주 큰일 나겠어.”
“그, 그러게.”
잠시 당황한 얼굴로 소파에 붙어 앉아 있던 시윤과 지호는 다시 TV로 얼굴을 돌렸다.
수많은 세계적인 배우들 앞에서, 시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준비하고 있었다.
곧이어 TV속에서 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한국에서 지켜보고 계실 사랑하는 아빠~ 엄마~ 낳아 주시고 이렇게 키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시윤이랑 시아도 많이 사랑하고. 아, 제 동생들이에요. 굉장히 귀여워요. 하하.]시우의 눈웃음에 시상식장의 배우들도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따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팬 여러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영화와 드라마 많이 사랑해 주시고, 또 제가 SNS에 제 일상 이야기 올릴 때마다 항상 읽어 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댓글로 응원도 많이 해 주시고…… 정말 어린, 진짜 어린, 아기 때부터 연기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팬분들을 통해 힘을 얻어 제가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수상 소감을 이어 가던 시우는 한동안 손에 들린 트로피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까지 여러 인생들을 살았는데요. 저한테는 그 인생들을 통해 만든 인연과 추억들이 정말 소중했던 거 같아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