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62)
262. Travel Light
[윤시우, 로이 여동생 솔로 데뷔곡 프로듀싱> [익스트림과 슈팅스타의 히트곡 만든 윤시우, 이번에는 여성 솔로곡에 도전> [MGS 문경수 ‘시우는 타고난 영리함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빠른 흡수와 응용으로 천재성 드러내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 극찬> [윤시우가 작곡한 ‘Travel Light’ 선물받은 MGS 신인 루아 MV 티저 곧 공개!> [2010년대 후반과 2020년대 초반의 복고풍 감성이 담긴 ‘Travel Light’ 팬들의 향수 자극할까?> [21살 밖에 안 된 윤시우가 복고를 선택한 이유 ‘유치원생 때부터 레인드롭 음악 좋아해’>팬들은 계속해서 들려오는 시우의 활동 소식에 무척 기뻐했다.
특히 뛰어난 음악성으로 2~30대 연령층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 레인드롭의 음악을 좋아했다는 ‘유치원생 시우’ 이야기에 귀엽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아니…… 그렇게…… 귀여울 일인가?”
자신의 SNS에 ‘귀여워’, ‘좋아요’, ‘♡♡♡’가 가득했다.
모처럼 픽시 향수 광고로 어른스러움을 뽐냈는데, SNS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 유치원생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팬들은 시우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주고받으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언제 적 사진이야.”
시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SNS를 떠났다.
그리고 루아의 티저 영상을 찾아 재생시켰다.
시우가 만든 곡은 MGS 내부 회의를 거쳐 루아의 데뷔곡으로 결정이 됐다.
문 대표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찬성표를 던졌는데, 그중에는 정말로 곡이 좋아 소신 있게 찬성을 한 사람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이건 시장에 안 먹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질투심에 시우가 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성한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예상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오자 문 대표는 고심 끝에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회의 끄트머리에 ‘망하면 전부 네 탓’이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문 대표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연히 망하면 내 탓이지. 그럼 누구 탓이겠어?’
반대로 잘되면 전부 내 덕인가?
자신만만하던 시우는 막상 티저 공개일이 되자 조금 긴장이 됐다.
자신이 음악을 분석해 내는 절대적인 스킬을 보유하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반응을 100% 미리 내다볼 자신은 없었다.
‘귀에 쉽게 들리도록,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는데…… 옛날 감성을 괜히 집어넣은 건 아니겠지? 아냐아냐. 그래서 특별한 거잖아~’
신구(新舊) 트렌드의 조화.
그것이 이번 작곡의 핵심이었다.
신(新)보다 구(舊) 쪽에 무게 중심이 많이 치우쳐진 게……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서 문 대표는 이번 티저 영상에 ‘Travel Light’의 핵심 사운드를 압축해 집어넣고, 대중의 반응을 한번 보자고 제의를 했다.
만약 반응이 아니다 싶으면, 좀 더 신(新) 트렌드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편곡을 진행한 뒤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 정도는 합리적인 요구라 여겨져 시우도 동의했다.
‘사실 첫 반응은 무조건 좋을 거야. 팬분들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 주실 테니까. 진짜 반응은 며칠 뒤야.’
만약 편곡하게 되면 기껏 촬영한 MV도 부분부분 재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일이 많아진다.
‘제발……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며칠 뒤.
문 대표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꼭 감긴 눈이 뜨일 줄을 몰랐다.
MGS 회장실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두 팔꿈치를 책상 위에 댄 채, 미동도 없이 머리를 푹 숙이고 있는 문 대표를 본 김 이사는 걱정스레 물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혹시 두통약이 필요하시다면…….”
벌떡!
문 대표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던 손으로 이번에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쥔 문 대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연예계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아?”
김 이사는 머리를 굴렸다.
……깡패 같이 굴어서?
아니지.
사업가의 탈만 쓴 깡패 같은 놈들이 어디 한둘인가.
다른 하이에나들을 물리치고 문 대표는 어떻게 MGS를 일궈 냈는가.
김 이사의 입이 열렸다.
“뛰어난 사업적 수완과 감각으로 여러 가지 역경들을 헤쳐 나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정답을 유추해 낸 김 이사는 답변의 점수를 파악하기 위해 문 대표의 분위기를 살폈다.
문 대표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이 내려가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눈빛이 드러났다.
왠지…….
오늘따라 문 대표가 늙어 보인다.
“……그래. 사업적 수완과! 음악적 감각!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것들이지! 그런데!”
“네, 네.”
“비참하군. 내가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된 모양이야. 올드한 건…… 윤시우의 곡이 아니라…… 내 감각이었어…….”
대박이다.
MV 티저만으로 천만 뷰를 돌파했다.
그것도 겨우 며칠 만에.
그것도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이.
이 기세대로라면 정식 데뷔 전에 티저가 3천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
쏟아지는 평도 매우 좋았다.
너무 그리운 느낌이라거나-
오랜만에 옛날 생각 나서 너무 좋다거나-
최근 너무 빠르기만한 노래들에 지쳤는데 티저 음악만 들어도 힐링이 된다거나-
특히 나이 어린 루아가 반응했던 것처럼, 복고에 관심이 없는 젊은 학생들까지도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이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복고풍 사운드가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얼터너티브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 문 대표는 너무나도 낯설었다.
어쨌거나.
초반 반응은 대폭발이었다.
당황스럽게도 TWX의 데뷔 때 티저 반응보다 더 뜨겁다.
문 대표는 알고 있었다.
윤시우의 곡은 티저 음악보다, 나중에 공개될 완곡이 구성적으로 훨씬 완벽하다.
게다가 윤시우의 의도대로 노래와 딱 맞는 루아의 통통 튀는 음색과 창법까지 더해지면…….
정식 데뷔날이 기다려진다.
“……김 이사. 윤시우한테 전화 좀, 아니 내가 직접 하지.”
문 대표는 휴대폰을 들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허허허, 시우야! 뭐 하고 있었어? 바쁘니?”
[짐낀 외국 다녀올 일이 있어서 짐 싸고 있었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혹시 편곡 문제 결정 났나요?]“허허허허~ 결정은 무슨~ 우리 시우! 누가 우리 시우를 의심해! 어? 그냥 마음 편하게~”
[…….]“우리 시우~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아저씨는 언제나 네 편이란다~”
[……아, 네.]“갓 엔터 사람들이랑만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고, 이제 MGS도 그냥 내 회사구나~ 하고 아무 때나 놀러 오고 그래~ 갓 엔터만 놀러 다니면 이 아저씨가…… 너무너무 서운해~ 허허허!”
김 이사는 오소소 올라오는 닭살과 소름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시우는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트래블 라이트라는 곡의 제목처럼 가벼운 여행을 떠나게 된 시우였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시우는 그곳에서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아빠, 엄마. 다녀올게요~”
현주는 언제나처럼 걱정하는 얼굴로 시우에게 말했다.
“잘 다녀오고. 동생들 잘 챙기고. 이런 경험도 필요한 것 같아서 허락은 했는데…… 애들만 보내려니까 많이 걱정된다.”
“엄마, 저는 스물한 살이에요. 다 컸어요.”
“시윤이가 자기 열일곱이라고 이제 다 컸다고 할 때 네 마음이 어떻든?”
“…….”
“그 마음이 딱 엄마 마음인 거야. 너는 그냥 엄마 눈에는 평생 애야. 꼭 몸조심해라. 함부로 아무 데나 다니고 그러지 말고.”
“네에.”
아이 취급 당하고 있는 시우를 보며 시윤이 통쾌한 듯이 웃었다.
“크크크~ 엄마! 걱정 마세요! 시우는 제가 형으로서 잘 돌볼게요~”
탁!
도진이 시윤의 등짝을 때렸다.
“까분다~ 가서 형 말 잘 들어! 알았어?!”
“……네, 네에. 아빠는 맨날 나한테만 뭐라 그래~”
“가면 헨리 형네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집에서처럼 냉장고 문 열고 아무거나 집어 먹고 그러면 안 돼~ 예의 없는 거야. 알았지?”
“……마지막 말은 시아한테 하시는 거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마친 시우, 시윤, 시아는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원래는 혈혈단신으로 시우 혼자 다녀오려던 여행이 시아의 간절한 부탁으로 남매가 함께 가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숙소는 헨리의 집.
루시네도 잠시 들를 예정이었다.
사실 미국을 방문하는 목적은 따로 있지만…….
그건 아직 누구에게도 비밀이었다.
매니저인 케빈만 여행의 목적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비행기는 열 시간여를 비행해 이제는 시우의 두 번째 고향이나 다름없는 LA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헨리가 보낸 경호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주차장으로 간 시우, 시윤, 시아 3남매는 라디에이터 그릴 위로 작은 자유의 여신상이 빛나고 있는 은색의 최고급 자동차를 발견했다.
“우와~”
시윤이 입을 벌리고 감탄하는 그때, 차 문이 스르륵 자동으로 열리면서 헨리가 등장했다.
요즘은 연기 활동보다 대학에서 연출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헨리가 3남매를 맞아 주었다.
“어서 와. 슈슌샤.”
“……슈슌샤는 뭐야.”
시우의 말에 헨리가 어릴 때처럼 환하게 웃었다.
“니콜라스가 그렇게 부르래서. 근데 은근히 발음하기가 되게 어렵더라. 연습이 필요했어.”
시우와 헨리는 한차례 꽉 안고 서로의 등을 두드린 다음 차에 올랐다.
“오늘 그 작가 만나러 가는 날이지?”
“네. 대표님.”
“음…… 그래.”
“왜 그러세요?”
LA의 한 출판사 사무실.
편집장은 대표의 미심쩍은 반응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출판사 대표는 자신의 어깨 위로 흘러내린 긴 갈색 머리를 뒤로 넘긴 다음,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로버트에게 들었는데 로버트네 회사도 그 소설 원고를 투고받았다고 하더라고. 마음에 들어서 컨택을 했는데 거절을 당했대.”
“아~ 정말요?”
“그리고 다른 메이저 회사들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하던데…….”
“……저희 출판사랑 미팅 기회가 온 게 기적이네요. 저희 회사는 메이저가 아니라 제시할 수 있는 조건에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거 알면서도 그쪽에서 괜찮다고 한 거지?”
“네. 제가 읽고 너무 흥분해서 거의 책 1/3권 분량의 감상문을 써서 보냈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이 아닐지…….”
“잘했어.”
“네?”
“잘했다고.”
“감사합니다.”
대표는 그 작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백팩을 메고 있는 편집장의 모습을 빤히 응시하다,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가서…… 조건 올려 준다고 해.”
“정말요? 그래도 돼요?”
“근데 당장은 못 주고…… 혹시 괜찮으면, 책 팔리거나 그 작가 바람대로 진짜 나중에 영화화되거나 하면 옵션으로 많이 챙겨 주는 방식…… 일단 나가 봐. 자세한 비율은 내가 고민해 보고 문자로 넣어 줄게.”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 작품은 꼭 잡아야 해요! 이거 영화화되면 진짜 멋있을 거예요. 감이 온다니까요.”
“……감은 나도 와. 당장 실탄이 없어서 문제지.”
“제가 열정으로 꼭 설득하겠습니다.”
“이따 연락할게.”
“네!”
대표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남자는 각오를 다지며 사무실을 떠났다.
윤시우가 나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