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66)
266. 하트
시우가 화살을 피한 순간-
지켜보던 크리에이터 성훈과 함정을 디자인한 스태프들은 깜짝 놀랐다.
아이템 박스를 건드린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직격하도록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속도와 각도를 조절했다.
물론 그 화살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화살이었기에 맞는다고 다칠 염려는 없었다.
‘그런데 피했어?! 저걸?!’
윤시우는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반사 신경으로 가볍게 피해 버렸다.
성훈이 허탈함에 빠지려는 찰나, 생각지도 못하게 뒤쪽에 있던 영민이 그대로 화살에 얻어맞는 광경이 보였다.
화살에 달린 빨간 공이 빠악-!! 터지면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마로 날아온 화살 영상에 놀란 영민은 엉덩방아를 찧은 뒤, 바닥을 나뒹굴었다.
루아는 가요계 조상님이나 다름없는 대선배 영민이 땅바닥에서 허우적대는 광경을 당황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으하, 으하하하!”
운전기사는 느닷없이 차 뒷좌석에서 터진 웃음소리에 흠칫 놀랐다.
문경수 대표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이, 이 놀라서 뒹구는 거 봐! 무슨 애벌레도 아니고 왜 이렇게 기어? 으하하하! 아니, 이 방송 이렇게 재밌는 방송이었어?”
뒷좌석 모니터에서는 배틀 플래닛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화살에 맞은 영민은 혼비백산해 혹시 또 다른 화살이 날아올까 봐, 낮은 포복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시우는 “괜찮으니까 일어나세요~!”라고 외치며 기어 다니는 영민을 졸졸 쫓아다니는 중이었다.
문 대표는 오랜만에 스트레스가 풀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무슨 자기 신체 나이가 아직 서른이래? 그냥 너나 나나 다 늙은 노인네다, 인마! 춤으로 단련이 되긴 뭘~ 개뿔~ 크크크! 젊을 때나 신영민이지 네가 지금도 잘난 신영민이냐? 아주 시작부터 몸 개그를…….”
문 대표는 이게 뭐라고 이렇게 속이 뚫리나 생각하며 혼자 계속 웃어 젖혔다.
문 대표처럼 시청자들도 실시간 댓글 창을 통해 뜨거운 반응을 보여 주고 있었다.
– 시우 피하는 거 슬로우 모션으로 보시면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도 불구하고 시우의 시선이 정확히 화살에 고정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죠? 그리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고개만 옆으로 꺾어 피합니다. 대박이죠?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뭘까요? 아마 시우가 연예인 중에 싸움 1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 왜 결론이 싸움으로 가냐…… 근데 확실히 괜히 센 척하는 양아치 연예인들보다 시우가 싸움 더 잘할지도…… 저 반사 신경은 진짜 소름…….
– 시우 화살 피할 때 앞머리 흔들리는 거 ㅠㅠ 이거슨 소장각 움짤 ㅠㅠ
– 저 화살 어떻게 피한 거야??
– 어릴 때 신영민이 시우 돌봐 준 것처럼 오늘은 시우가 신영민 많이 돌봐 줘야 할 듯…… 아재요…… 바닥 찰 텐데 그만 기어 다녀요 ㅜㅜ
– ㅋㅋㅋㅋ 시우가 강제로 허리 붙잡아서 일으켜 세우네
– 역대급 난이도 함정 VS 역대급 운동 능력 연예인
– 가자! 슈슈야! 함정이고 뭐고 다 때려 부숴 버려랏~!
* * *
영민을 일으켜 세운 시우는 영민의 옷을 털어 주며 말했다.
“아저씨~ 당황하지 말고,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시우의 말에 영민은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내, 내가 너희를 지켜 줘야지. 내가 어른인데. 방금은 이제 어디서 또 화살이 날아올지 모르니까. 그럴 때는 은엄폐가 필수거든. 그런데 여기는 은엄폐가 마땅치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아저씨!”
탁.
시우가 두 손으로 영민의 어깨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영민의 시선이 시우의 얼굴로 향했다.
“괜찮으니까 침착하게. 제가 먼저 길을 뚫으면 아저씨는 루아 챙기면서 쫓아오세요. 아셨죠?”
“그…… 그래.”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인 영민은 돌아서서 떠나는 시우의 뒷모습이 어쩐지 크게 느껴졌다.
기분이 묘했다.
이것은 마치, 훌쩍 자라 이제는 아빠를 지켜 주는 아들을 보는 기분이랄까.
영민은 그 감정이 낯설었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괜찮으세요, 선배님?”
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루아에게 대답했다.
“그럼~ 괜찮고말고. 시작부터 웬 화살이 날아오고 난리네. 시대가 진짜 많이 변했어. 나 때는 말이야~ 서바이벌 게임장 같은데서 돈 내고 서로 물감 총 들고 쏴 대고 그랬거든. 이야~ 진짜 실감 난다. 너무 재밌다.”
침착함을 되찾은 영민과 루아를 데리고 시우는 빠르게 전진했다.
많은 공을 들여 마치 사극 세트장을 만들 듯, 중세풍 건물을 중심으로 마을 하나를 조성해 놓은 크리에이터 성훈은 건물 사이를 신속하게 전진하는 시우를 보며 옆의 스태프에게 물었다.
“윤시우 아직 군대 안 갔잖아?”
“네. 이번 여름에 입대한다고 들었습니다.”
“……군 미필인데 움직임이 게릴라전 수도 없이 겪어 본 프로 같아.”
“그러네요.”
“윤시우 중심으로 함정 아낌없이 발동시켜.”
원래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에게 함정이 집중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대신 연예인 팀에게는 일반인 참가자들보다 많은 체력 하트가 주어진다.
성훈은 씩 웃었다.
‘아까 그 반사 신경이 우연인지 실력인지는 곧 드러나겠지. 오늘 기대되는군.’
화르르륵!!
“으아악!!”
파란 불길이 치솟고 있는 건물 입구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제작진이 준비한 여러 함정들을 통과하며 달려온 시우 일행도 건물 앞에 도착했다.
“오빠! 저기 불났어요!”
루아가 시우를 불렀다.
시우는 가만히 건물을 올려다봤다.
“저기 맞아?”
시우가 묻자 루아가 아까 함정 클리어 보상으로 획득한 쥬얼리 레이더를 확인했다.
레이더가 가리키는 곳은 분명히 불길에 휩싸인 건물이었다.
“네. 오빠. 어떡해요? 다들 못 들어가고 있어요.”
– 안돼. 시우야. 절대 들어가면 안돼~ ㅠㅠ 빨간 불꽃은 몰라도 파란 불꽃은 닿으면 체력 하트 순삭이야~ ㅠㅠ
– 일단 다른 곳에 있는 보석부터 찾아보는 게 좋을 듯
– 혹시 저 창틈 사이로 들어갈 수 있지 않나? 저긴 불 안 붙은 거 아닌가?
시우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그때, 한 일반인 참가자가 용감하게 나섰다.
“어차피 세트장 하얀 건물에 불꽃 영상만 덧씌운 거잖아! 진짜로 뜨겁거나 아픈 것도 아닌데 왜 다들 겁을 먹고 서 있어?”
“아니, 겁을 먹은 게 아니고 체력 하트가 줄어든다니까?”
“아주 빨리 뛰어 들어가면 되지! 나 체력 하트 10개나 있어!”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참가자는 다짜고짜 불꽃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의 머리 위로 보이던 10개의 귀여운 핑크빛 하트가 순식간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9, 8, 7, 6…… 3, 2, 1, 0.
– 뭐야, 저거 완전 바ㅂ…… 할 말은 많지만 클린봇 때문에 말을 줄인다.
– ㅋㅋㅋㅋㅋㅋ 탈락
– 시우야. 저런 거 따라하지 마라. 너의 하트는 소중하니까.
– 시우가 얼마나 똑똑한 앤데 저런 짓을 따라 하겠어요. ㅠㅠ
– 잠깐만. 근데 이거 의외로 가능성 보이지 않았음?? 체력 하트 많으면 그냥 버티면서 들어가는 거 가능할지도??
시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지? 생각보다 체력이 순식간에 깎이진 않네? 같은 팀끼린 체력 주고받기가 가능하니까 한 명에게 몰아주면…… 아니야, 다른 팀원의 체력을 바닥까지 깎으면 나중에 위험해져. 그렇다면 다른 팀의 하트를 뺏는 방법이 있긴 한데…….’
골똘히 생각에 잠긴 시우의 옆얼굴을 루아는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신계 클래스다. 우리 오빠 외모는 진짜 실물이 더 최고야. 우와, 넘넘 행복하다아~! 내 이름이 이루아 말고 윤루아면 얼마나 좋을까~ 친오빠면 친구들한테 매일매일 자랑하고 다닐 텐데!’
친오빠가 보이그룹 리빅의 리더로 화려한 외모를 자랑했지만, 딱 잘라 말해 뭐가 잘생긴지 모르겠다.
‘울 오빠는 좀 느끼하지. 버터형 미남. 시우 오빠랑은 차원이 달라~’
카메라가 찍고 있는 줄도 모르고 루아가 입을 반쯤 벌린 채 시우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 커플 참가자가 루아의 뒤로 다가왔다.
커플 중 여성이 자연스럽게 루아의 등에 손을 올렸다.
“루아 씨~ 데뷔한 거 정말 축하드려요. 춤 너무 잘 추시더라고요. 보자마자 팬 됐어요~”
루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앗,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커플 중 남자가 자연스럽게 영민의 등에 손을 올렸다.
“신영민 대표님! 저희 부모님께서 정말 팬이셨어요. 예전에 미국에서 우연히 만나서 대표님께 사인 받은 적도 있으시다고~”
“오, 그래요? 하하. 반가워요.”
시우는 자신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영민과 루아가 웬 남녀 커플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영민과 루아의 등을 툭툭 칠 때마다, 영민과 루아는 머리 위에 있는 하트를 1/2 조각씩 상대에게 뺏기고 있었다.
“……!!!”
시우의 눈이 커졌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님 ㅋㅋㅋㅋ 눈 뜨고 하트 뺏김 ㅋㅋㅋㅋㅋ
– ㅠㅠ 시우야 빨리 뒤돌아봐라
– ㅋㅋㅋ 시우가 눈치채기 전에 두 사람 나란히 탈락할 듯
– 시우 드뎌 눈치챘다 ㅋㅋㅋ
– 시우 눈 커진 거 귀여워 ㅠㅠ
‘아니…… 아니 왜…… 왜들 그러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빵 터진 것과는 반대로, 시우는 너무 황당해서 순간 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
영민과 루아는 줄어들고 있는 자신들의 하트를 보지 못했는지 해맑게 웃으며, 팬 서비스에 여념이 없었다.
시우는 몸을 날렸다.
시우가 움직이자 몰래 하트를 강탈하던 커플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시우가 외쳤다.
커플 중 여자가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희도 두 분이 이렇게까지 눈치를 못 챌 줄은 몰랐어요. 여러분의 체력 하트는 저희가 소중히 잘 쓰도록 할게요. 안, 안녕히 계세요!”
후다다닥!
어리둥절해하던 루아가 먼저 상황을 깨달았고, 영민은 뒤늦게 자신의 머리를 붙잡았다.
“악! 이, 이런 거였어?! 그냥 건들기만 했는데 하트를 뺏긴다고?! 옛날에는…… 나 때는 그래도 게임할 때 등에 붙은 이름표를 떼야 죽었다고! 근데 어떻게 살짝 치기만 했다고 하트를 뺏겨!”
“선배님…… 저희 아직…… 죽진 않았어요…….”
“거의 죽었잖아…… 와, 어떻게 웃는 얼굴로 다가와서 하트를 빼 가?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 사람이니까 그런 거예요 ㅠㅠ
– 사람이라서 그래요 영민 아저씨…….
– 댓글들 그만 웃어라. 영민 아저씨 충격 많이 받으신 듯. ㅜㅜ
– 두 사람 합쳐서 하트 4개 반 남았네. 역대급 광속 탈락 예약.
– 팀원들 탈락하면 시우한테 페널티 있나요??
– 네.
– 죄송한데 어떤 페널티인지도 좀…….
– 검색 gogo
당황한 두 사람을 두고 시우는 눈으로 도망치는 그 커플을 추적했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지.’
“아저씨, 루아야. 지금부터는 모험이 아니라 전쟁이에요. 마음 단단히 먹고. 전속력으로 쫓아오세요.”
탓!
시우가 엄청난 속도로 뛰쳐나갔다.
밖에서 지켜보던 크리에이터 성훈이 무심코 혼잣말을 뱉었다.
“버그 아냐? 왜 저렇게 빨라?”
“버그 아닙니다. 그냥 빠른 거예요.”
“헉…… 카메라 아까 그 도망친 커플들 쪽으로 돌려. 금방 따라잡히겠는데?”
성훈의 예상대로 그 커플은 금세 시우에게 잡혔다.
“뭐, 뭐야! 쫓아오고 있어!”
“먹물 아이템 뿌려!”
아이템을 사용하고 손을 앞으로 내밀자, 손가락 사이로 물총이 생성됐다.
여자가 물총을 쏘자 검은색 먹물이 시우를 향해 뿜어져 나가는 영상이 렌즈에 나타났다.
시우의 렌즈에도 날아오는 먹물이 보였다.
‘훗.’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유려한 몸놀림으로 먹물 세례를 피한 시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속도를 더 올렸다.
“SOS 보내!”
추적당하던 남자가 SOS를 보내자 합류 포인트에서 기다리던 팀원들이 마중을 나왔다.
시우의 발이 멈췄다.
아까 그 커플을 포함한 총 여섯 명의 남녀가 시우의 앞에 어디 덤벼 보라는 듯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영민과 루아는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우, 우리 하트…….”
“하트 돌려주세요~!”
커플 중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 정말 미안하긴 한데. 원래 룰이 그런 거라서. 돌려드릴 수는 없고요. 원하시면 빼앗아 가세요~ 가능하다면.”
시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다들 모여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네?”
커플 여자가 시우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우가 말했다.
“미리 인사드릴게요. 여러분의 소중한 하트. 저희가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