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7)
27. VIP 시사회
포토 존까지 이어진 짧은 레드 카펫을 수진은 시우를 꼬옥 안아 들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턱을 살짝 들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손을…….
손 흔들기는 시우에게 부탁을 했다.
“시우야, 안녕 해 줘. 안녕~”
턱시도를 입은 아기 신사 시우는 수진 엄마의 품에서 활짝 웃으며 양손을 흔들었다.
“안녀어~!”
시우가 손을 흔들자 환호성이 한층 커졌다.
“꺄아악~! 귀여워~! 너무 예쁘다!”
“이쪽 봐 줘! 이쪽! 아가야! 여기 한 번마안~!”
“누나가 너 보려고 영화 세 번 볼 거야아~! 꺄아~!”
수진은 소리를 지르며 폴짝폴짝 뛰고 있는 젊은 여성 팬에게 다가갔다.
팬의 휴대전화를 받아 든 수진은 자신과 시우의 셀카를 한 장 예쁘게 찍은 다음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꺄악! 감사합니다!”
“영화 꼭 보세요~”
“네! 세 번 볼게요!”
팬 서비스를 해 준 수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시우를 볼 수 있도록 팬들을 향해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 주고, 포토 존으로 올라갔다.
수진의 화려한 미모와 시우의 압도적인 귀여움으로 인해 레드 카펫 행사는 시작부터 한껏 달아올랐다.
출연자들과 감독이 스타트를 끊자, 뒤이어 얼굴만 보면 알 만한 다른 유명인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은 연예인들이 등장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기자들도 인터넷에 올릴 사진들을 열심히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잠시 후.
유명인들과 영화관 VIP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가 진행되었다.
상영관의 불이 꺼졌다.
스크린에서는 10년 전의 대히트작 내겐 너무 무서운 여친의 후속작인 내겐 너무 무서운 아내가 흘러나왔다.
모든 이들이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감독과 출연자들은 대기실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영화 상영이 끝나길 기다릴 예정이었다.
“맞다. 두 분은 아직 영화 못 보셨죠?”
이한수 감독이 현주와 정태 엄마에게 물었다.
당연한 얘기였다.
현주와 정태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한수 감독이 말했다.
“아이들 두고 다녀오실래요?”
정태 엄마가 곧바로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정태 엄마는 영화가 너무 보고 싶었다.
정태의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편집이 됐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 영화의 오랜 팬인 현주는 망설였다.
영화가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18개월밖에 안 된 아기를 두고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저…… 시우랑 같이 가서 보는 건 안 될까요?”
현주의 말에 이한수 감독이 머리를 긁적였다.
“음, 아이가 울거나 하면…… 초대한 분들께 피해를 드리게 되는 셈이라…… 그래도 시우니까 괜찮겠죠? 모르겠다. 다녀오세요. 문제 생기면 그때 나오면 되죠.”
안 된다는 듯이 말하던 이한수 감독의 페이크에 안색이 어두워졌던 현주가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뭘요. 정태 어머님도 정태랑 같이 보고 싶으세요?”
이한수 감독이 예의상 정태 엄마에게도 물었다.
그러나 정태 엄마는 손을 저었다.
“아뇨, 저는 혼자 보는 게 편해요. 애랑 같이 보면 집중도 안 되고.”
“아…… 네…….”
“호호, 정태야. 엄마 영화 보고 올 테니까 여기서 이수진 배우님, 한태수 배우님, 이한수 감독님과 재밌게 놀고 있어.”
영화도 편히 보고, 아들에게 예쁨받을 찬스도 한 번 더 주고.
일석이조였다.
현주와 시우, 정태 엄마는 스태프를 따라 상영관으로 떠났다.
스태프는 상영관 구석의 빈자리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죄송해요. 자리가 여기밖에 없어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현주는 스태프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시우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영화는 이미 시작한 상태였다.
“시우야, 영화관 처음이지? 조용히 있어야 돼. 알았지?”
현주가 시우에게 조그맣게 말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오고 보니 극장의 스크린과 음향이 혹시 시우에게 좋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됐다.
오랜만에 온 영화관이라 잠시 이 느낌을 잊고 있었다.
“…….”
안 되겠다.
현주는 시우를 데리고 일어나려 했다.
“정태 어머님, 저는 그냥 가 볼게요.”
“어? 왜? 같이 안 봐?”
“화면도 생각보다 밝고, 소리도 커서…….”
“시우 때문에?”
“네.”
“그래. 알았어. 그러면 내가 먼저 보고…… 응? 자기야. 시우 자는 거 아냐?”
“네?”
방금 전까지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스크린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눈을 감고 엄마 품에 얼굴을 묻은 시우였다.
“자는데? 그냥 앉아서 봐. 영화 너무 보고 싶다며. 애가 잔다는 건 별로 안 시끄럽단 얘기야.”
시우는 보드라운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이면서 코오 자는 시늉을 했다.
엄마가 나가 버리면, 자신도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시우도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엄마인 현주 못지않았다.
‘내 연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은 해야지.’
자는 척하면서 몰래몰래 훔쳐보기로 했다.
현주는 손으로 시우의 귀를 살짝 덮어 주면서 시우가 깨지 않도록 살며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시우의 첫 영화 관람이 시작되었다.
시우의 영화 관람에 가장 방해가 된 것은, 의외로 스크린의 밝기도 음향의 크기도 아니었다.
옆자리에 앉은 정태 엄마의 향수 냄새였다.
‘……그래도 전보다는 약한 거 뿌렸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휴.’
처음에는 계속 신경이 쓰였으나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고부터는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잊어버릴 수 있었다.
이한수 감독의 연출과 수진의 연기가 코끝에 맴돌던 향수 냄새를 밀어냈다.
“훌쩍…… 훌쩍…….”
현주는 울고 있었다.
슥-
정태 엄마가 백에서 티슈를 꺼내 줬다.
“감사합니다.”
현주는 속삭이듯 말하면서 티슈를 받았다.
그런데 얼핏 본 정태 엄마의 표정이 조금 무서웠다.
정태 엄마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영화가 매우 슬픈 부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현주가 멍하니 자신을 보는 것을 발견한 정태 엄마는 현주의 어깨를 탁 쳤다.
“알지, 슬픈 장면인 거. 근데…… 우리 정태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 난 다 잘렸을 줄 알았는데. 나한테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네, 네에.”
정태는 영화 내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함께 있을 때는 몇 차례 얼굴이 노출됐다.
촬영이 끝나고 몇 달 동안 마음을 완전히 비운 정태 엄마는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이 영화로 단번에 정태를 아역 스타로 만들겠다는 비현실적인 욕심을 버리고, 이 영화를 시작으로 경험을 쌓아 가는 쪽으로 노선을 바꾼 정태 엄마였다.
덕분에 시우의 연기에도 박수를 쳐 줄 여유가 생겼다.
시우가 정태보다 위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시우 나왔다. 아유, 진짜 귀엽네.”
정태 엄마는 시우가 나올 때마다 칭찬을 해 줬다.
그래서 현주도 정태가 나올 때마다 칭찬을 해 줘야 했다.
시우는 정태 엄마의 칭찬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엄마 몰래 실눈을 뜨고 자신이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살폈다.
수진이 아기 띠를 매고 한강에 와서, 첫째를 데리고 시댁으로 도망간 남편 태수에게 전화를 거는 씬이었다.
[왜-! 내 전화 왜 안 받아-! 내가 받을 때까지 전화할 거야-! 이 나쁜…… 여보세요?] [어…… 으응…… 여보…….] [야 이 나쁜 놈아-! 너 내가 짐 싸 들고 시댁으로 도망가는 버릇 고치랬지-!] [도, 도망간 게 아니고 애가 배가 고프다잖아. 그래서 바, 밥이나 먹일까 하고…….] [핑계 대지 마-!] [……알았어! 핑계 안 댈게! 나도 할 말은 하고 살자! 내가 진짜 애 밥 때문에 나왔겠어?! 네, 네, 네, 네가…….]부부 싸움이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그 순간.
시우가 나섰다.
[아빠아~ 아빠아~]마치 싸움을 말리듯 아기 띠 안에서 시우가 슬픈 얼굴로 아빠를 불렀다.
바로 앞줄 좌석에서 몇몇 관객들의 조그만 말소리가 들렸다.
“어머, 애가 연기를 한 거야 뭐야? 어떻게 저렇게 딱 맞춰서 아빠를 찾아? 똑똑하네.”
“와, 진짜 너무 귀엽다. 얼굴 진짜 너무 예쁘다. 빠뿌야 할 때랑 느낌 완전 다르네. 근데 둘 다 너무 귀여워.”
“아기 눈빛 봐.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씬 스틸러였다.
잠깐씩 등장할 때마다 확실하게 관객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었다.
‘나 꽤 잘한 거 같은데?’
시우는 장면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잘 살았다.
시우가 아빠를 부르자, 부부 싸움이 잦아들었다.
수진은 여전히 화난 얼굴이었지만 시우를 내려다보며 울먹거렸고, 아빠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와 울먹이는 아내의 목소리에 태수는…… 전화 너머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흐흑…… 미안해…… 금방 갈게…….] [빨리 와. 나랑 은우 놔두고 어떻게 집을 나가? 내가 성격은 좀 그래도…… 대학 때부터 너만 보면서 네 아들 둘이나 낳고 사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빨리 와…… 보고 싶어. 나 한강이야.] [한강?! 이,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이상한 생각 안 해. 그냥 너 오면 가만 안 두겠다고 이 갈고 있어. 그러니까 얼른 뛰어와.] [……응?]영화는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치달았다.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던 부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공식대로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족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응? 왜?] [그냥~ 너는 대학 때나 지금이나…… 꽤 귀엽네.] [그, 그래? 그치? 내가 한 귀여움 하지? 우리 애들이 다 나를 닮아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아빠의 귀여움 유전자를 물려받은 거라고. 한때는 또 내가 혜화동 귀요미…….] [1절만.] [응.]시우가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촬영했던 엔딩 씬이었다.
관객들은 철부지 커플이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고, 현실 앞에서 지겹도록 싸우다 다시 손을 맞잡고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행복한 미소를 띠고 따뜻하게 지켜봐 주었다.
그리고-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 영화는, 시우의 꺄르르 웃는 티 없이 맑은 얼굴을 끝으로 관객들에게 작별을 알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좌우로 예쁜 가족사진들이 한 장씩 떠올랐다.
그중에는 시우의 실제 돌잔치 때 촬영된, 수진과 시우의 사진도 있었다.
몇몇 관객들은 영화의 여운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분명 행복한데, 어쩐지 눈물이 났다.
누군가는 10년 전의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는지를 떠올렸고, 누군가는 10년 후의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지를 떠올렸다.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관객들 곁으로 돌아온, 무섭지만 귀여운 두 커플의 복귀는…… 대성공이었다.
* * *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이어졌다.
수많은 연예인 동료들과 가까운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감독과 두 주연 배우들은 한참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가 거의 끝나 갈 무렵, 배우들과 관객들이 농담을 주고받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한 여성의 외침이 들려왔다.
“두 사람 얼굴 많이 봤으니까~ 아가 좀 보여 주세요~ 우리 은우는 어디 갔니~! 얼른 데려와~!”
괄괄한 성격으로 유명한 원로 여배우의 목소리에 다른 연예인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곧 이곳저곳에서 동조하는 목소리가 생겼다.
“아기 보고 싶어요~!”
“감독님~! 은우요~!”
출연 배우나 감독과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이 시우의 극중 이름을 함께 소리쳐 불렀다.
선배들의 눈치를 보던 젊은 연예인들도 은근슬쩍 입을 모았다.
“은우~! 은우~! 은우~!”
이한수 감독이 웃으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아…… 제가 이럴 줄 알았어요. 그럼 우리 영화의 숨은 주인공, 은우를 한번 데려와 볼까요?”
“와아아~!”
업계 관계자들과 VIP 회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엉뚱하고 귀여운 빠뿌야 아기에서, 순식간에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가 은우로 이미지가 바뀐 시우였다.
수진이 무대 밑으로 내려가 시우를 데리고 왔다.
시우는 수진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귀여운 걸음걸이로 무대로 올라왔다.
“와아~! 은우다! 너무 예쁘다!”
“아가야~ 이 할머니랑 나중에 영화 한 편 할까~?”
“하하하!”
시우의 등장에 객석에 웃음꽃이 피었다.
시우는 수진에게 안겨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흠…….”
그때, 해맑게 웃고 있는 시우를 보며 자신의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매만지는 한 남자가 있었다.
50대 중후반 정도 되었을까?
깔끔하게 차려입은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옷차림새가 약간 남루했다.
“괜찮네. 한수가 칭찬할 만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입을 연 남자는 객석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낡은 패딩에서 은단 껌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씹으면서, 조용히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