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99)
299. 알렉이와 친구들
“시우우우! 쓔우우우! 뿌아아아!”
시윤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눈앞에서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소리를 지르는 돌쟁이 아기가…… 너무 무서웠다.
“하준이. 왜 이렇게 화가 많이 났어? 시우 형아? 시우 형아 보고 싶어?”
이모부 태우와 같이 하준이를 돌보던 시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위를 둘러봤다.
형이 필요하다.
그때, 쩔쩔매고 있는 태우와 시윤의 사이로 외할아버지 준식이 등장했다.
“하준아! 외할아버지 왔다! 부릉부릉! 할아버지가 자동차 장난감 사 왔지! 빨간 스포츠카야~ 멋있…….”
“으아아아아앙!”
돌잔치를 앞두고 시우를 찾으며 계속 칭얼대던 하준은, 자신이 기다린 시우 형아 대신 불쑥 나타난 낯선 할아버지의 얼굴에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찰싹!
외할머니 여정이 손바닥으로 준식의 등짝을 때렸다.
“애 놀라게!”
“아,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이리 와! 우리 하준이 뚝! 외할아버지가 안아 줄게.”
“손 씻고 만져!”
“……으응.”
시윤은 외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떠나는 외할아버지를 보며, 이모부와 함께 웃었다.
“제가 형 찾아올게요.”
“그래. 부탁해 시윤아. 우리 하준이는 집에서도 시우만 찾고. TV에 시우만 나오면 막 달려가서 TV 만지고 난리야~”
시윤이 시우를 찾으러 떠나자 남겨진 태우는 혼자 하준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엄마…… 엄마 찾으러 갈까? 하준아?”
울 것 같은 얼굴로 태우는 아내를 향해 몸을 돌렸다.
희주는 멀리서 현주와 같이 돌잔치에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희주가 드라마 작가였고, 태우가 연예 기획사 대표였기에 손님들 중에는 역시 연예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대표님!”
하준을 품에 안은 태우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아내에게 다가갈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는데, 웬 다섯 남자들이 우르르 태우에게 달려왔다.
“으아아아앙!”
“하준아 울지 말고~ 어휴, 와 줘서 고맙다 얘들아.”
“괜, 괜찮으세요?”
익스트림의 리더 승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태우는 껄껄 웃었다.
“그럼! 내가 아빤데 아이도 못 달랠까 봐?”
방금 전, 아내를 찾아가려던 약한 모습은 머릿속에서 지웠는지 태우는 태연하게 외쳤다.
익스트림의 막내 민호가 나섰다.
“까꿍! 까아꿍!”
요한도 힘을 보탰다.
“아, 아기 사자~ 뚜루루~ 뭐였지?”
제이슨이 민호와 요한의 노력에 비웃음을 날리며 으스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행 지난 지가 언젠데~ 아기 사자야. 요즘은 우리 알렉이와 친구들이지! 기다려 봐! 하준아! 형이 영상 보여 줄…….”
현수가 차가운 미소와 함께 제이슨을 제지했다.
“뭐 하는 짓이야?”
“……뭐가?”
“지금 영상을 보여 주면 하준이가 김이 빠지잖아. 시우가 뭣 때문에 앵무새 컨셉 슈트를 맞췄는지 몰라?”
“알…… 지…… 그래도 지금 보고 이따 또 보고 하면 되잖아~”
리더 승우가 티격태격하는 제이슨과 현수를 말렸다.
“둘 다 그만~ 일단 시우 만나러 가자.”
시우는 돌잔치장 한편에서 시아를 챙기고 있었다.
깔끔한 청바지에 단정한 흰색 셔츠를 입은 시우는 자상한 미소를 띤 채, 시아의 입에 계속 빵을 넣어 주는 중이었다.
마치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공급해 주는 광경 같았다.
“맛있어? 시아야?”
“응!”
“오늘 아빠랑 엄마가 이모 도와주느라 많이 바쁘니까 시윤이랑 꼭 붙어 있어. 알겠지?”
“알았어. 오빠. 내가~ 작은오빠 잘 돌볼게!”
헤헤헤 웃는 시아의 얼굴이 귀여워 시우는 마지막 남은 빵에 크림치즈를 더욱 듬뿍 발라 동생 입에 쏙 넣어 주었다.
시아는 만족했는지 그늘 한 점 없는 얼굴로 시우를 향해 활짝 웃었다.
시우는 0번째 생과는 다른 시아의 환한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가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가족들이 날 행복하게 해 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시아, 오빠가 한 번만 안아 볼까?”
“한 번 말고 열 번! 백 번~!”
“귀엽기는. 오빠가 우리 시아, 평생~ 지켜 줄게.”
“응! 나도 오빠 평~ 생~ 지켜 줄게! 우리 같이 지켜 주자! 가족이니까!”
짝짝짝-!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예쁜 녀석들! 내 생애 가장 흐뭇한 광경을 봤어! 시우야! 형 왔다!”
시아와 눈을 맞추고 있던 시우가 몸을 일으켰다.
쿨가이 블루 슈트를 입은 준영과 잔디밭 그린 슈트를 입은 승현이 시우를 보고 있었는데, 그중 승현의 표정이 매우 좋지 못했다.
“…….”
승현은 당황한 눈빛으로 자신들과 다른 시우의 평범한 차림새를 훑은 뒤, 준영의 팔을 붙잡았다.
“뭐야 형. 시우는 안 입었잖아!”
“어? 그러네?”
준영과 승현의 눈초리가 매섭게 변했다
배신자라고 추궁하는 듯한 둘의 눈빛에 시우는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두 형들을 진정시켰다.
“내가 돌잔치 사회를 봐야 해서 그래. 이따 공연 때 입을 거야.”
“…….”
“…….”
공연 때만 입을 거면, 우리한테도 그렇게 하라고 진작 말 좀 해 주지 그랬냐…….
돌잔치 내내 쿨가이 블루와 잔디밭 그린 슈트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었다.
준영과 승현의 생각을 눈치챈 시우는 가만히 배시시 웃음만 지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는 인연으로 맺어진 형제, 준영은 시우의 미소를 보고 시우가 일부러 그랬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뭐…… 어때. 연예인은 원래 주목받는 게 일상이잖아. 안 그래, 승현아?”
“……그렇지.”
“윤시우, 요놈!”
시우에게 잠시 헤드록을 건 준영은 옆에 있는 시아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시아, 안녕! 뭐 먹고 있었어?”
“꿀떡이랑 빵 먹었어요!”
“그래? 맛있겠다. 와, 돌잔치 음식이 엄청 푸짐하네. 좋다. 어? 승현아. 저기 수제비 있다. 물수제비. 하하하하.”
승현은 자신의 정장 가슴에 있는 앵무새의 머리 깃을 형상화한 포켓 행거치프를 정돈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 진짜 20년 전 일을 언제까지 우려먹으려고 그래?”
준영은 연기자다운 표현력을 발휘해 순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공허한 눈동자로 승현에게 말했다.
“20년? 20년이라니…… 거짓말이지? 내 기억엔 불과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시우는 아장아장 걷다 내 무릎 위에서 코오 잠을 자던 아기였고, 넌…… 넌 물수제비 연습해 오란 말에 수제비 끓이는 법을 연습해 오던 순진한 중학생이었어…….”
준영과 승현, 시우의 만남을 주변에서 조용히 보고 있던 손님들이 준영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승현의 두 뺨에 발그레한 홍조가 떠올랐다.
“헷, 헷갈릴 수도 있지. 진짜 평생 놀리려고 그래?”
준영은 배까지 아파 하며 웃다가 승현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안았다.
“형이 귀여워서 그러지. 형 눈에는 둘 다 언제나 그때 그 애들이니까. 이리 와. 우리 시우도 형이 안아 보자!”
시우와 승현의 어깨에 팔을 올린 준영은 너무 행복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돌잔치를 앞두고 자꾸 칭얼대던 하준이는, 시우가 안고 귀에 무슨 말인가를 한참 속삭여 준 뒤로는 언제 울었냐는 듯 신나게 돌잔치를 즐겼다.
낯선 사람들이 많아 무서웠는데 다들 하준이가 좋아서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이란 걸 시우가 잘 설명해 준 덕분이었다.
시우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과 많이 닮은 예쁜 사촌동생 하준이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하준이를 위한 편지 낭독 시간이 끝났습니다. 편지는 제가 나중에 하준이에게 잘 통역해서 전달하도록 할게요~”
시우의 농담 같은 진담에 손님들은 귀엽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시우는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앵무새 알렉산더와 눈을 맞춘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다음 순서는! 돌잔치의 꽃! 뭐라고, 알렉산더야?”
시우가 마이크를 어깨 위로 가져갔다.
알렉산더가 부리를 마이크에 대고 낮고 굵은 목소리로 임팩트 있게 외쳤다.
– 곳
“아니, 꽃!”
– 고옷~
“꽃!”
– 고오오오옷!!! 브라덜~ 그만! 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외화 더빙 목소리로 시우와 연습한 대사를 치는 천재조류 알렉산더의 외침에 돌잔치장이 뒤집어졌다.
잠시 후-
“아부우!! 시우!!”
‘아빠’, ‘엄마’, ‘시우’만 정확하게 발음하는 하준이가 돌잡이를 하랬더니 시우 형아의 팔만 붙잡고 늘어지는 일이 있었고.
도진이 “하준이가 시우를 잡았네! 나중에 시윤이처럼 형아 껌딱지 되겠어~!”하고 크게 웃으며 외친 말에 시윤이가 빨개진 얼굴로 자기가 무슨 형 껌딱지냐면서 아빠에게 투덜투덜 따지는 일도 있었다.
왁자지껄하게 모두가 웃고 떠드는 사이 돌잔치는 끝을 향해 갔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기 하준이를 위한 특별 무대.
쿨가이 블루 준영과 잔디밭 그린 승현을 양옆에 거느리고, 정열의 핫핑크 슈트를 입은 시우가 걸어 나왔다.
소화하기 쉽지 않은 컬러였으나, 셋 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들이었기에 화려한 아이돌 느낌이 났다.
엄마 품에 안긴 하준이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신이 나서 발을 마구 굴렀다.
‘어릴 때 내가 받은 사랑을…… 이렇게 동생들과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게 바로 내리사랑 아니겠어?’
사랑받은 만큼, 사랑해 주는 것.
가족에게도.
팬들에게도.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지.’
시우는 너무 좋아하는 하준이와 사람들을 보면서,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멋진 일이다.
그리고…….
가족의 기뻐하는 얼굴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처럼, 팬들의 기뻐하는 얼굴 역시 윤시우라는 배우를 행복하게 만든다.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우는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자신의 아기 시절에 사자 가족이 있었다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알렉이와 친구들이 있다.
유아 방송에 고정 출연하다 유아들의 대통령, 유통령이 된 알렉산더가 횃대 위에서 머리를 까딱이며 리듬에 부리를 실었다.
– 투투투투투-!
알렉산더의 비트에 손님들도 다 같이 일어나 몸을 들썩였다.
시우와 승현, 준영은 서로 눈을 맞춘 다음 하준이와 시아,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멋지게 알렉이와 친구들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흥이 오른 준영이 콘서트라도 하듯 외쳤다.
“어린이 친구들~!”
“네에!!!”
“나오세요~!”
시우는 달려 나온 시아와 로운이의 손을 잡고, 형들과 같이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 속에 신나게 춤을 췄다.
영민과 케빈, 정태, 지연과 지호, 슈팅스타 멤버들.
……문경수 대표와 김 이사 등.
태우, 시우와 인연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손뼉을 치면서 시우와 아이들의 무대를 흐뭇한 얼굴로 응원하고 있었다.
* * *
시우는 비행기 좌석에 앉아 창밖으로 흐르는 구름을 바라봤다.
가끔 복실이, 네로와 하늘 위에서 산책도 하는 시우였지만 비행기 안에서 보는 구름은 또 느낌이 달랐다.
“예쁘네.”
“창문이?”
“구름이. 형도 참.”
농담을 던진 케빈이 시우에게 음료를 건넸다.
“하하. 이제 미국 가면 또 한동안 한국 못 오겠네. 작품 들어갈 때는 항상 긴장되고 설레는 거 같아. 물론 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형이나 나나 비슷하지. 같이 작품 하는 거니까, 다 같이 하는 거야. 스태프 퍼스트.”
케빈은 웃었다.
“구름보다 너 말하는 게 더 예쁘다.”
“뭐래~”
“다녀오면 시윤이랑 시아, 하준이 많이 컸겠네. 크는 거 못 봐서 아쉬워서 어떡하냐.”
“종종 보면 돼.”
“사진으로? 그래도 직접 보는 거랑 다르니까.”
아니, 텔레포트로.
시우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할리와트 이후로 시리즈물은 오랜만이잖아. 네가 직접 쓴 작품이니까 작품 해석 같은 건 내가 별로 도와줄 게 없고. 체력적으로 형이 잘 서포트해 줄게. 언제나처럼. 멋지게 해내자.”
“고마워.”
네메시스.
자신의 이야기가 드디어 영화화된다.
‘멋지게…… 언제나처럼이 아니라, 어느 때보다도 멋지게 해낼게.’
시우는 팔걸이에 올려 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