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300)
300. 시우 [완결] [슈 엔터테인먼트, YCDI 인수!>
[익스트림, 슈팅스타로 보이그룹 명가로 발돋움한 슈 엔터! 비밀리에 YCDI 엔터 인수 절차 완료!> [윤시우의 팬인 YCDI 이해인 대표와 레인드롭의 팬인 윤시우가 손잡고, 과거 레인드롭의 향수 불러일으킬 감성적인 걸그룹 내년 1월 런칭 예정!> [레인드롭의 히트곡들 작곡했던 이해인 대표, 윤시우와의 음악 작업으로 많은 영감 얻어> [슈 엔터테인먼트, MGS와 갓 엔터의 뒤를 잇는 대한민국 대표 기획사로 성장할까?> [MGS 이루아를 프로듀싱하며 경험 쌓은 윤시우. 할리우드로 떠나기 전, 새로운 걸그룹 프로듀싱 이미 완료.> [슈 엔터, 걸그룹까지 대박 날 경우 대한민국 3대 기획사로 올라설 듯!>해인은 연습실로 향했다.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음악인으로 돌아와 작곡에만 신경을 쓰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시우가 투자해 줘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 우리 회사…… 아니지, 우리 부서가 망하면 시우의 눈이 틀렸다는 얘기가 되니까. 반드시 성공해야 해.’
벌컥.
문을 열어젖힌 해인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연습생들을 불러 모았다.
타 회사 걸그룹들처럼 화려하고 예쁜 외모를 가진 멤버들은 아니었지만, 음악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작정하고 트레이닝을 시킨 보석 같은 친구들이었다.
시우와 권태우 대표도 그 사실을 높이 평가해 인수를 요청한 자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준 것이다.
“데뷔 얼마 안 남았네. 컨디션 어때?”
4명의 멤버들 중, 눈매가 유독 날카로운 한 여자 연습생이 대답했다.
“좋아요. 대표님, 아…… 이제 PD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셨죠?”
“그래.”
“PD님, 연습한 거 보여 드릴까요?”
“그래. 한 번 더 보자. 이제 막바지니까 지금부터는 디테일 싸움이야. 0.1%씩 더 끌어올려야 돼.”
“넵!”
똑같은 4인조 그룹이라 매스컴에서 여자 슈팅스타라 불리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별사탕’, 이나별 멤버들은 해인 앞에서 열을 맞춰 섰다.
해인이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 깜빡했네. 윤시우 PD님께서 오늘부터 데뷔일까지 매일 너희 안무 영상 찍어서 보내라고 하셨거든. 실전처럼 긴장하자.”
멤버들의 눈빛이 휙 돌변하는 것을 본 해인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시우가 잘해 줄 때는 잘해 주는데 또 못하면 무섭게 혼내기도 하지. 열심히 해라. 얘들아.’
* * *
촬영은 미국과 호주, 프랑스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진행될 예정이었다.
시우의 마법으로 머리가 풍성해지는 기적을 겪은 뉴 노멀 시네마 대표 트래비스의 열정과, 판타지 영화의 거장 잭 와일더 감독의 파워로 영화 네메시스는 스케일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커졌다.
그 이면에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금액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안겨 준, 시우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
시우는 촬영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음악 좋네.”
운전석에서 케빈이 말했다.
이나별 멤버들의 안무 영상을 체크하던 시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솔직히 잘 나왔다.
3대 기획사…….
그다지 욕심은 없다.
그래도 3대 기획사…….
혹시 이렇게 성장하면 나중에는 1대 기획사가 될지도…….
시우는 자신이 만든 회사가 성장해 가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웠다.
영상 체크를 마친 시우는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때?]“제니가 좀 더 힘 있게 췄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아는 다른 멤버들이랑 간격이 좀 들쑥날쑥하네요. 전체적인 균형을 위해 자신의 포지션을 정확히 지켜 주면 좋겠어요.”
[와, 그런 게 보여?]“매의 눈이라…….”
[대단하다. 역시 윤시우. 이따 춤추면서 라이브 소화하는 것도 다시 보내 줄게.]“네. 제가 아쉬운 부분 몇 개 짚어 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좋으니까 너무 밤늦게까지 연습하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데뷔 코앞이니까 컨디션 조절해야죠.”
[알았어. 시우야. 그 외에 또 다른 말 전할 거 있어?]시우는 잠시 생각했다.
“다들 연습생 생활 오래 해서 많이 지치기도 했을 테고, 실패하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할 텐데…… 실력 완전 최고니까. 이번 겨울에 아주 걸그룹 생태계를 박살…… 아니, 잠깐만요. 임팩트 있게.”
[응.]“뿌셔~ 버려~ 라고 전해 주세요.”
해인은 전화 너머에서 크게 웃었다.
[오케이! 뿌셔~ 버려! 시우야, 너도 오늘이 첫 촬영이랬지? 미국 뿌셔~ 버려! 전 세계 다 뿌셔~ 버려!]“접수.”
시우는 쿨하게 대답했다.
촬영장에 도착한 시우는 친구들과 같이 제일 먼저 잭 와일더 감독을 찾아갔다.
50대 초반의 와일더 감독은 동굴에서 한 10년 살다 나온 사람처럼 흰 수염으로 얼굴의 절반을 뒤덮고 있었다.
“볼 때마다 포스가 장난 아니시다. 제우스 신이나 포세이돈 포스?”
니콜라스의 말에 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래? 난 산타 할아버지 같다고 생각했는데.”
헨리의 말에 시우와 니콜라스는 깨달음을 얻은 어린 양들처럼 멈춰 섰다.
……닮, 닮았다.
셋은 올망졸망 모여 “오오~” 감탄사를 뱉은 뒤 다시 감독에게로 향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니콜라스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와일더 감독은 느릿느릿 강렬한 눈동자를 시우와 친구들에게 보냈다.
수염 때문에 입이 보이지 않았으나 시우는 와일더 감독의 눈매가 살짝 웃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다들 준비는 됐나?”
“네!”
시우와 헨리, 니콜라스는 진지한 얼굴로 외쳤다.
이번 영화에서 시우의 가장 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니콜라스.
그리고 전 대륙을 전란으로 몰아넣는 루시를 보좌하는 헨리.
또한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하는 루시까지.
‘든든하네.’
시우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이민족 아이인 자신의 아버지 역으로는, 한국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대배우 하승석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와일더 감독은 옷을 갈아입으러 간 루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배우들을 빤히 바라봤다.
스케일이 워낙 큰 탓에 출연 배우들의 숫자가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 이 할리와트 출신 아이들이 이 영화를 이끌고 가야 할 것이다.
와일더 감독은 헛기침을 한 다음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러닝 타임이 아마 3시간쯤 될 거야.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200분이 넘어갈 수도 있고. 하여튼…… 길어.”
꿀꺽.
니콜라스와 헨리는 감독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나 싶어 침을 삼켰다.
와일더 감독의 시선이 시우에게 머물렀다.
“그 긴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단 한순간의 지루함도 안겨 줘선 안 돼.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 연출, 연기로 정신없이 몰아칠 거야. 같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자.”
“네!”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옷.
시우는 자신의 기억과 똑같은 의상을 몸에 걸치고, 카메라 앞으로 걸어갔다.
기분이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묘했다.
‘이 옷을 다시 입게 될 줄이야.’
신전이 무너지기 전까지 자신과, 그녀는 사제였다.
쿵- 쿵- 쿵-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시우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전을 재현해놓은 세트장 분수대 앞 잔디에 드러누웠다.
뿜어져 나오는 물소리가 기분 좋게 시우의 귓가를 간질였다.
촤아아-
그리고 풀 냄새.
한쪽 다리를 꼬고, 두 팔로 머리를 받친 시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살아온 수많은 인생들이 빠르게 스쳐 갔다.
기쁜 순간도 있었고.
슬픈 순간도 있었다.
‘100번의 생…… 길었지…….’
돌고 돌아 자신은 제자리를 찾았다.
한때는 도돌이표 같은 인생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버티고 버티다 보니, 101번째 생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자신을 만나게 됐다.
시우는 눈을 감은 채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다들 그렇게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또 아쉬워하기도 하면서…… 사는 거겠지. 추억들이 너무 많네. 다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이윽고, 스쳐가던 수많은 기억들이 신전에서 한가롭게 누워 있던 그 시절의 자신에게 맞춰졌다.
동시에-
“레디! 액션!”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눈을 떴다.
* * *
황금색 세상이 펼쳐졌다.
노을 진 사막.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그곳에는 모래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높다란 언덕들이 존재했다.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가운데, 언덕 위로 서로 대치하고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보였다.
거칠게 불어오는 모래바람 속에서, 검은 천을 얼굴에 두른 루시가 푸른 눈동자로 시우를 바라봤다.
슬픈 듯.
그리운 듯.
온갖 감정들이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 속에 갇혀 있었다.
맞은편에서, 시우는 눈꺼풀을 느리게 들어 올렸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
모래바람에 의해 거칠게 흐트러진 머리.
시우는 미동도 없이 루시를 보고 있었다.
시우의 입이 열렸다.
“왜…… 이렇게까지…….”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것 같은 분위기.
분노와 좌절, 그리고…… 원망.
떨리는 시우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툭 떨어져 내렸다.
달려가고 싶다.
가서 안아 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왜……너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거냐고-!!”
시우는 괴롭게 절규했다.
냉정한 얼굴로 루시는 말했다.
“그럼 나를 죽여.”
시우의 몸이 허물어졌다.
사막에 무릎을 꿇고 앉은 시우는 뜨거운 모래 바닥에 검을 꽂아 넣고 주위를 돌아봤다.
처절한 전쟁을 치른 듯, 피를 머금은 붉은 사막이 보였다.
주황빛 석양이 비친 붉은 사막은 소름 끼치게 아름다웠다.
언덕 밑을 내려다보던 시우의 눈빛과 표정이 차츰, 석양에 물든 붉은 모래사막처럼 무섭게 변해 갔다.
시우의 변화를 응시하던 루시는 입술을 꽉 깨문 뒤 마법과 함께 몸을 날렸다.
문양이 그려진 루시의 손이 시우를 공격할 때, 시우가 루시의 팔을 붙잡았다.
쿠웅-!!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온 아우라가 숨 막히게 휘몰아치며 부딪치기 시작했다.
살기 어린 루시의 눈이 시우를 올려다보는 순간.
루시를 붙잡고 있던 시우가 그녀를 품으로 끌어안았다.
영상이 끝났다.
짧은 영상이었으나 완전히 몰입해 있던 객석의 스타들과 팬들은 곧바로 일어나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짝-!!
“와아아아-!!”
할리우드의 존경받는 원로 배우 그렉 뉴먼은 마이크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들의 영상을 만나 보셨습니다. 이제……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그렉 뉴먼은 봉투를 열고 수상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
…….
…….
방송 사고가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뜸을 들인 그렉 뉴먼은 마침내 인자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온 멋진 친구가 오스카를 거머쥡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부문 수상자는…… 시우 윤!”
팬들과 할리우드 동료들의 박수 소리가 돌비 극장을 가득 메웠다.
시우는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콜라스가 믿기 어렵다는 듯이 멍하니 서 있는 시우의 등을 떠밀었다.
“축하해! 시우!”
“축하해~!”
“정말 굉장했어!”
끝없이 이어지는 박수 세례에 시우도 점점 지금 상황이 실감이 났다.
시우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자신의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루시를 안았다.
“시우, 축하…… 앗!”
루시는 박수를 치던 자세 그대로 몸을 굳히고, 시우의 품 안에서 어색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마워. 루시. 네 덕분이야.”
“아니야! 네가 열심히 했잖아. 정말…… 네가 자랑스러워!”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헨리를 꽉 안았다.
그리고 니콜라스와 잭 와일더 감독, 제작사 대표 트래비스 등.
많은 동료들과 빠짐없이 포옹을 한 시우는 경쾌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두근- 두근- 두근-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시우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오스카 트로피를 향해 걸어갔다.
* * *
시우는 눈을 떴다.
창밖에서 들어온 햇빛이 시우의 얼굴 위로 떨어져 내렸다.
“…….”
멍한 표정으로 누워 있던 시우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다시 꿈나라로 향하려다 깜짝 놀란 얼굴로 천장을 응시했다.
고요하다.
마음이 이상하게 소란스럽고, 불안했다.
꿈-
뭔가 행복한 꿈을 꾼 것 같았는데-
시우는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발을 디딘 시우는 자꾸만 치솟는 불길함을 애써 떨치며, 달려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문이 열리고.
거실 창문의 밝은 빛이 시우의 시야를 가렸다.
손으로 햇빛을 가린 시우는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시우가 걸음을 멈췄을 때.
시우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터졌다.
진열장 안에.
있었다.
오스카 트로피.
“아…… 내가 진짜…… 꿈인 줄 알았네.”
시우는 트로피를 꺼내 입으로 하아 분 다음, 옷소매로 쓱쓱 닦았다.
“이게 다 팬분들 덕분이지.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할게요.”
행복한 얼굴로 오스카 트로피를 열심히 닦고 있는 시우를 발견한 시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제 수상 소감 할 때는 그렇게 쿨한 척하더니…… 형도 참.”
말과 다르게 형을 바라보는 시윤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