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40)
40. 방방
[응? 여보세요? 시우 엄마?]“아니인데~?”
[……시, 시우니?]“응.”
[엄마 없어? 엄마 바꿔 줄래?]“안대~ 엄마 바빠~”
[그래? 그럼 아줌마가 다음에 전화할게.]“누구야~? 누구야아~”
[아줌마 정태 형아네 엄마야. 정태 형아 기억나?]시우는 곧장 대답했다.
“몰라.”
[……아, 그래.]입가에 살짝 미소를 띤 시우는 화장실 쪽의 동태를 살피면서 엄마 휴대전화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잘 꼬아지지 않는 다리를 멋지게 꼰 뒤, 시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전태 형아?”
[전태가 아니고 정태. 정~! 태~! 형아.]“형아는 모해?”
[형아? 형아 유치원 갔지. 아니, 내가 왜…….]정태 엄마는 자신이 왜 시우랑 계속 대화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너 말 많이 늘었다?]“응~ 쫌~ 해~”
[쪼, 쫌? 뭐라고?]시우는 까르륵 웃었다.
정태 엄마는 잘못 들었나 싶어 휴대전화 너머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했다.
[말이 아주 쑥쑥 느는구나. 아줌마랑 전화도 하고. 이상하네. 3살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나?]끝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정태 엄마였다.
정태는…….
아니야.
정태도 이 정도는 했어.
그렇게 믿기로 했다.
정태 엄마가 별다른 작별 인사 없이 그냥 전화를 끊으려 할 때, 현주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시우는 꼬고 있던 다리를 빠르게 풀고 소파에 누워 뒹굴거렸다.
“응? 시우야, 뭐 해?”
소파에서 내려온 시우는 휴대전화를 엄마에게 가져다주며 말했다.
“엄마~ 전태 형아~”
[……정태라고. 정태.]현주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정태 어머님. 제가 잠깐 씻느라고…….”
[시우 엄마~ 에이, 언니라고 부르라니까 뭘 꼬박꼬박 그렇게 예의를 차리고 그래?]현주는 호칭에 대한 별다른 대답 없이 그냥 가볍게 웃기만 했다.
정태 엄마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에 시우 아주 대단하더라~! 나 드라마 보고 진짜 감동받았어. 그 돌쟁이 아기였던 시우가 이런 대작 드라마에 나와서 활약도 하고…… 내가 시우 축하해 주려고 선물 좀 샀어. 주소 그대로지?]“아, 네. 주소는 그대로긴 한데…… 안 그러셔도 되는데…….”
[우리가 남도 아니고~ 시우랑 정태랑 나이 차이는 조금 있지만 서로 친하게 앞으로도 잘 크면 좋겠어. 시우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네에…… 애들끼리 잘 놀면 좋죠.”
정태 엄마가 안부 인사를 끝내고, 본론을 꺼냈다.
[이제 곧 9월이잖아. 날씨도 선선해지고 하니까 애들 데리고 한번 볼까?]잠시 고민하던 현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그럼 추석 전에 한번…….”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우리 아드님 스케줄표 확인하고 다시 전화할게. 자기도 시우 스케줄 언제 비는지 확인해 봐.]전화가 끊겼다.
현주는 자신을 향해 안아 달라고 두 팔을 뻗고 있는 3살 시우를 보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정태는 진짜 바쁜가 보다. 우리 시우는…… 스케줄 하나도 안 잡아 놨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네…….”
아들과 함께 쉬엄쉬엄 재미로 하던 일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시우가 이쪽에 재능이 있는 걸까?
이것저것 시키자니 아이를 힘들게 만들까 봐 걱정이 됐고, 반대로 안 시키자니 아이의 재능을 썩히고 부모가 앞길을 막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우리 아들~ 엄마가 어떻게 해야 돼? 우리 아들이 직접 결정해야 되는데 너무 어려서 엄마가 결정해 줘야 하잖아. 잘못 결정할까 봐 엄마가 무서워.”
엄마에게 안긴 시우는 엄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속으로 사과를 했다.
‘아들이 넘 잘나가서 미안해요, 엄마.’
* * *
추석 연휴를 열흘 정도 앞둔 9월 초.
현주는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제 아기 띠는 좁은지 유모차를 타겠다고 직접 말로 의사 표현을 하는 시우였다.
“시우, 유모차 타니까 좋아?”
“응. 조아~ 시언해~”
“그래. 날씨 좋다. 다행히 공기도 좋고.”
“엄마~ 나 사탕~”
“사탕?”
시우는 엄마에게 양 손바닥을 가지런히 내밀고 말했다.
“주세요~”
현주는 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가방에서 빨간색 사탕을 꺼냈다.
아기들이 즐겨 먹는 유기농 막대 사탕이었다.
“이거 엄마는 아무 맛도 안 나던데 우리 시우는 맛있나 보다.”
막대 사탕을 건네받은 시우는 사탕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손으로 쫙 찢었다.
시골에 갔을 때 영수라는 아기를 보고 그때부터 스스로 까기 시작한 시우였다.
‘저도 아무 맛 안 나요…… 예전에 밤에 몰래 먹은 마시멜로 맛있었는데…….’
츄릅!
시우는 사탕을 입에 넣고 쪽 빨았다.
그래도 은은한 과일 맛 정도는 느껴졌다.
시우에게 사탕을 준 현주는 역으로 가는 가까운 길 대신, 조금 돌아가는 공원 쪽으로 유모차를 몰았다.
나무 구경을 시켜 주려는 것이었다.
“나무 봐, 시우야. 저기 꽃도 있네? 풀 냄새 난다.”
걷다 보니 현주의 눈에 꽃이 진 민들레 씨앗 송이들이 들어왔다.
시우가 할아버지와 민들레 씨를 불며 즐겁게 놀던 기억이 났다.
현주는 시우의 눈앞에 민들레를 보여 줬다.
“할아버지랑 후~ 했지? 얘도 후~ 불어서 씨앗 날려 줄까?”
시우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시러~ 이뻐~ 가지구 가~”
“이쁘니까 가지고 갈 거야? 알았어. 유모차 여기 꽂아 줄까? 아니면 시우가 들고 갈래?”
현주가 시우의 비어 있는 손에 민들레를 들이밀자 시우는 조그만 손을 쫙 폈다.
“그래. 들고 가자~ 민들레 예쁘다.”
시계를 한 번 확인한 현주는 슬슬 속도를 올려 지하철역으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간 다음 카드를 찍고 개표구를 통과했다.
운 좋게도 지하철이 금방 도착했다.
지하철에 탄 현주는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유모차를 몰고 갔다.
“우리 시우, 칙칙폭폭 지하철 타고 놀러 가자.”
시우는 쪽쪽 빨던 사탕을 입에서 빼고 엄마의 말에 호응을 했다.
“응~ 지하쳐얼 머시써~”
그리고 다시 사탕을 입으로 쑥 집어넣는데…….
“……?”
느낌이 이상했다.
현주가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있는 사이, 앞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이 현주를 불렀다.
“저…… 저기요…… 아기가 민들레 먹고 있어요…….”
지하철에서 내린 현주는 아까 일을 떠올리며 에휴 하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앞자리 젊은 여성의 말에 시우를 돌아보자, 시우는 입가에 민들레 씨앗들을 가득 붙인 채 입안으로 들어간 씨앗들을 뱉어 내고 있었다.
“페페페!”
순간 젊은 여성이 너무 귀엽다면서 웃음을 빵 터트렸고, 주위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궁금한 얼굴로 시우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후에는-
“혹시 왕의 길 나왔던 아기 아니에요?”
제일 처음 말을 걸었던 젊은 여성이 시우를 알아봤다.
시우는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계속 사진을 찍어야 했다.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이제 겨우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뿐인데 현주는 대청소라도 한 것처럼 피로가 몰려왔다.
“시우 엄마~ 여기!”
멀리서 정태 엄마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다가간 현주는 시우와 함께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시우야, 아주머니께 인사~”
유모차에 반쯤 누운 시우는 양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그래~ 안녕! 우리 시우는 날이 갈수록 예뻐지네~ 드라마 잘 봤어~ 정태야, 너도 아줌마한테 인사해야지?”
엄마 다리 뒤에 숨어 있던 정태가 앞으로 나왔다.
정태는 꾸벅 배꼽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신정태입니다.”
“왜 이름까지 말하고 난리야, 호호호! 우리 아들이 이렇게 예의가 바르다니까.”
시우는 정태의 기계적인 인사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애를 여기저기 얼마나 인사를 시켰으면…… 으이구…….’
상황에 따른 태세 전환은 있을지언정, 사람 자체는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태 엄마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내가 시우 옷 몇 벌 사 왔거든? 우리 시우 대스타니까 좋은 거 입고 다녀야 체면이 살지. 차에 있으니까 이따 줄게.”
정태 엄마의 말에 현주도 입을 열었다.
“늘 받기만 하는 거 같아서 저도 정태 선물 좀 사 왔어요. 정태가 홍삼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셔서 키즈 홍삼을…….”
현주의 말이 이어질 수록 정태 엄마 표정은 밝아졌고, 정태의 표정은 충격과 공포로 물들어 갔다.
“풋!”
정태의 표정을 본 시우는 외마디 웃음을 흘렸다.
‘몸서리치게 싫은가 본데, 왜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해? 하여간 정태 엄마는 자기 아들이 뭐든 다 좋아하고 뭐든 다 잘한대.’
엄마들은 대화를 나누느라 듣지 못했지만, 정태는 시우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정태가 유모차에 누워 있는 시우를 가만히 노려보다 혀를 내밀었다.
“베~”
엄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눈치를 살짝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우는 정태의 깜찍한 도발에 응해 주었다.
두 손을 자신의 얼굴로 가져간 시우는 손가락 끝으로 눈 밑을 쭉 잡아 내린 다음, 혀를 내밀었다.
“베베베~”
“……!”
아직 어린 6살 정태는 곧바로 엄마에게 일렀다.
“엄마~ 얘가 나 놀려~”
정태 엄마와 현주의 시선이 시우에게 향했다.
시우는 아기 천사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얌전히 유모차에 앉아 있었다.
그런 시우를 본 정태는 발을 탁탁 구르면서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야~ 얘가 나한테 메롱 했어~ 진짜야~”
그때, 시우가 정태를 불렀다.
“형아~”
“왜, 왜애?”
화가 났으면서도 대답은 하는 정태였다.
시우는 유모차 컵홀더 쪽에 꽂혀 있던 무언가를 꺼내 정태에게 내밀었다.
“머거~ 마시써~”
자신이 먹다 남긴 민들레 씨앗이었다.
정태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들여다보다가 이것의 정체를 알아챘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동생에게 한 수 가르치듯 입을 열었다.
“이거 먹는 거 아니야~ 후~ 부는 거야~”
“진짜아~?
“형아가 불어 볼까?”
이미 누가 한 번 분 것처럼 많이 뜯겨 나가 있었지만, 남은 씨앗들도 많았다.
“응!”
“잘 봐아~!”
정태는 6살과 3살의 레벨 차이를 보여 주고 싶은지, 씩 웃고는 민들레 씨앗을 힘차게 후~ 불었다.
“후~! 후~! 후우! 어?”
“…….”
“잘 봐! 이제 진짜로 분다~! 후우우! 후우우!”
“안 돼애?”
“아니야~! 돼~! 내가 살살한 거야~! 후우우우!”
민들레 씨앗을 날리기 위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바람을 부는 정태를 보며 시우는 조용히 웃었다.
‘어휴, 귀여운 녀석. 사탕 먹던 입에 들어갔다 나와서 전부 들러붙어 있단다.’
시우가 말했다.
“형아~ 호삼 머거~ 힘이 세져~”
“안 머거어! 나 힘 세! 후우우! 엄마…… 안 돼…….”
시우는 정태가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놀려서 미안하다, 정태야. 오늘 이 동생이 재밌게 잘 놀아 줄게.’
엄마는 별로여도 애는 귀여웠다.
민들레 씨앗 앞에 자존심을 구긴 정태는 어깨를 축 떨구고, 엄마와 함께 방방 건물로 향했다.
현주와 시우도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어린이 방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엄청 크네요?”
방방은 처음인 현주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규모가 상상 초월이었다.
키즈카페는 물론이고 웬만한 식당들조차 명함을 못 내밀 정도로 수많은 테이블들이 전면에 보였다.
테이블 너머에는 실내 놀이터가, 양옆으로는 커다란 초등학생용 트램펄린과 유아용 트램펄린이 각각 구분되어 있었다.
신기한 눈으로 방방을 구경하고 있는 현주를 위해, 정태 엄마가 입을 열었다.
“자기는 이런 데 처음이랬지? 여기가 지금 강남에서 제일 핫한 방방이야. 우리 정태도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곳에만 오면…….”
“…….”
현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태 엄마의 말이 이어졌다.
“아주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놀아. 말하자면…… 아이들을 위한 클럽이라고 할까?”
“크, 클럽요?”
“그래. 왜 클럽이라고 불리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정태 엄마였다.
유모차에서 내린 시우는 신발을 벗고 정태와 함께 나란히 방방 안으로 입성했다.
트램펄린 위에서 온몸을 내던지고 있는 아이들을 본 시우는, 이건 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 놀아 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