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42)
42. 쌍덕구
“왼쪽부터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승현은 키 차이를 없애기 위해 한쪽 무릎을 굽히고 시우의 옆에 앉았다.
시우를 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위험할까 봐 자신이 앉는 쪽을 택했다.
찰칵! 찰칵! 찰칵!
“네~ 계속해서 중앙과 오른쪽도 이어서 봐 주시고요~”
시우와 승현은 사회자가 말하는 방향을 보며 멋지게 포즈를 취했다.
찰칵! 찰칵! 찰칵!
포토 타임이 끝나자 사회자가 시우와 승현에게 다가왔다.
“두 분 잠시만요~ 먼저 우리 류승현 군, 시청자분들께 올 한 해를 보낸 소감! 그리고 새해 인사까지 부탁드릴게요~”
마이크가 승현에게 건네졌다.
“꺄아악~!”
“와아~!”
“그대로만 커라~!”
승현은 환호가 조금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류승현이라고 합니다. 올해 힘든 일도 많고 좋은 일도 많았는데요. 이렇게 무사히 일 년을 마치고 어…… 이렇게 좋은 자리에 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돼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승현이 마지막 인사를 할 때, 한 여성 팬의 외침이 모두의 웃음보를 터트렸다.
“나중에 방송에서 수제비 끓이는 거 보여 줘~!”
왕의 길 비하인드 영상 등을 통해 승현의 물수제비 스토리가 팬들에게 알려진 상태였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승현은 멋쩍은 듯이 팬들을 따라 웃었다.
“자, 이제…… 아기~ 배우~ 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우리 윤시우 군을~ 한번 만나 볼 텐데, 몇 살이에요~?”
사회자가 마이크를 시우의 입 앞에 댔다.
시우는 레드 카펫을 찾은 팬들과 MBS 연기대상을 TV로 지켜보고 있을 전국의 시청자들을 향해 우렁차게 대답했다.
“세~ 살~ 입니다!”
“오~! 입니다! 존댓말도 잘 쓰는 아주 예의가 바른 우리 윤시우 군입니다. 저쪽 카메라 보고…….”
사회자가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카메라 너머에 계신 시청자분들께, 유행어 아부지~! 외쳐 볼까요? 할 수 있어요?”
사회자는 말을 하면서도 아기가 알아들을까 의문이었지만, 시우는 당연히 찰떡같이 반응을 했다.
“아~ 부~ 지~!”
곧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꺄악! 귀여워!”
“누나라고도 한 번만 불러 줘~!”
레드 카펫의 팬들이 소리를 꺄악 질렀다.
시우는 바로 앞에 보이는 여고생 누나들을 향해, 잠시 뜸을 들이다 외쳤다.
“누~ 나~ 아~!”
시우의 아기아기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레드 카펫 이곳저곳으로 퍼졌다.
“꺄아악~! 예뻐~!”
“그래~! 내가 니 누나다아~!”
“인싸로 선물템 보내 줄게~!”
한껏 뜨거워진 분위기 속에 포토 타임을 마친 시우와 승현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단상을 떠났다.
“네~ 우리 쌍덕구! 쌍귀요미! 류승현 군과~ 윤시우 군이었습니다! 자! 계속해서 이번에는…… 세 분이 함께 입장해 주고 계시네요~ 드라마 마녀는 울지 않는다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신…….”
MBS 홀로 들어간 시우는 안에서 엄마와 재회했다.
“시우야, 잘했어. 안 추워?”
“응! 안 추어. 갠차나~”
엄마 옆에는 이홍균 감독과 황동식 배우 등, 올해 MBS 드라마국을 먹여 살린 왕의 길 팀이 함께하고 있었다.
“승현이랑 시우 어서 와~!”
“우리 시우는 더 컸네? 이제 일주일 뒤면 4살인가? 금방 유치원 가겠다~”
“어우, 유치원만 금방 가? 초등학교도 금방이야~ 애들이 얼마나 빨리 크는데.”
“안 돼~ 우리 아가 또 너무 일찍 커 버리면 이 아줌마가 서운하지~!”
시우와 승현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중년 남자 배우가 말했다.
“준영이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늦는다니까 주연 몇 명만 더 오면 저희끼리 먼저 들어가 있죠.”
이홍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고…… 준영이는 왜 이렇게 매일 바빠? 오늘 같은 날까지 해외 일정을 잡아?”
“왕의 길로 아주 정점 찍었잖아요. 물 들어올 때 돈 열심히 벌어야죠. 하하하.”
다른 배우들을 기다리는 동안 시우는 승현과, 현주는 승현의 엄마와 긴 의자에 함께 앉아 시간을 보냈다.
“애가 오더니 수제비를 가르쳐 달라는 거예요. 승현이가 맡은 역할이 덕구랑 세자인데 도대체 왜 수제비를 끓이나 싶어서 제가 몇 번 물어봤어요. 진짜 수제비 만드는 거 맞냐고.”
“아, 엄마아~!”
“그랬더니 얘가 맞다면서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혹시 비빔수제비도 가르쳐 줄 수 있냐고. 얘는 물수제비를 물냉, 비냉 같은 걸로 생각을 했나 봐요.”
까르륵-
짝짝짝-
순간, 시우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승현의 엄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시우를 봤다.
“어…… 우리 시우…… 아, 알아듣고 웃는 건가? 그냥 웃는 거지? 몇 개월이에요?”
“조금 있음 32개월 돼요.”
“이제 4살?”
“네.”
“음~ 시우가 그렇게 똑똑하다고. 거의 뭐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아…… 하, 하하…… 아니에요. 그냥 보통인데…… 예쁘게 봐주셔서.”
“영리하고, 예쁘고, 착하고, 아유~ 귀여워! 우리 승현이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춘기가 와 가지고…….”
“엄마~!”
“저렇게 엄마한테 막 소리 지르고~”
현주는 정태 엄마와 다르게, 승현 엄마와는 뭔가 코드가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왕의 길의 여주인공인 배우 한유리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머~ 유리야~! 드레스 너무 예쁘다~!”
“아니에요~! 선배님 드레스가 더 아름다우세요~!”
유리는 활기차게 인사하며 왕의 길 팀으로 섞여 들어왔다.
승현은 선배님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엄마들과 시우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순백의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도도한 걸음걸이로 아이들을 향해 다가오다, 살짝 발을 삐끗한 뒤 다시 중심을 잡고 화사하게 웃었다.
왕의 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최근 이수진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29살 여배우 한유리였다.
한유리는 8화부터 등장을 한 터라 대본 리딩 때도 보지 못했고, 종방연 때는 시우가 참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우와는 이번이 첫 만남이었다.
“승현이 안녕~! 오늘도 멋있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편하게 누나라고 불러도 된다니까. 그리고~ 수진 언니가…… 그렇게 아낀다는 아이가 바로 너구나?”
감각이 예민한 시우는 유리가 수진을 언급할 때 목소리가 약간 뾰족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경쟁의식이 있나 보네. 하긴 매스컴에서 자기를 이수진 대항마라고 떠드니까 없던 욕심도 생기겠지.’
객관적인 외모 평가는 데뷔 때부터 한유리 쪽이 늘 미세하게 위였다.
수많은 미녀들이 모인 연예계에서도 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가 그녀였다.
다만 연기력 차이가 심해 이수진에게 매번 일방적으로 밀렸는데, 이번 왕의 길에서 이홍균 감독을 만나 연기에 눈을 떴다는 평을 받으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름이 시우지? 윤시우.”
땅에 끌리지 않게 드레스를 가볍게 들어 올린 유리가 시우를 향해 허리를 조금 굽혔다.
“수진…… 수진 엄마라고 부른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수진 엄마 알아?”
시우는 멀뚱히 유리의 얼굴을 보다 대답했다.
“네~”
“그래? 기억하는구나. 신기하다. 영화 같이 찍은 지 일 년 넘었을 텐데. 시우야. 누나 봐 봐. 수진 엄마가 예뻐~ 누나가 예뻐~?”
시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가 백설공주에 나오는 거울이야?’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서 최대한 예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미녀 배우 한유리에게, 시우는 귀여운 목소리로 친절하게 팩트를 전달해 주었다.
“내가~ 제일~ 예뻐~”
그런 다음, 샤라락하고 샤방샤방한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시우였다.
보고 있던 왕의 길 팀이 하하하 폭소를 터트렸다.
“맞네! 얘가 제일 예쁘지!”
“어머나아! 저 표정 짓는 것 좀 봐! 아우, 재롱꾸러기 진짜!”
“유리야! 너나 이수진이나 쟤한테는 안 돼~!”
유리가 숙였던 허리를 천천히 다시 폈다.
두 볼이 발그레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어, 저 지금 진심 완전 심쿵했어요. 이래서 수진 언니가…… 너무 예쁘다~! 그래. 네가 제일 예뻐. 어디 나 따위가! 와…… 애교…… 어머님, 아이 한 번만 안아 봐도 돼요?”
오늘도 지나는 걸음마다 팬을 한 명씩 늘리고 있는 시우였다.
MBS 연기대상이 시작되었다.
왕의 길 팀은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상식을 지켜봤다.
대상이 유력한 주연 배우 송준영은 생방송 시작 시간에 맞춰 겨우 헐레벌떡 입장을 했다.
“와~ 중국에 눈 와서 비행기도 늦게 뜨고, 거기다 연말이라서 길도 진짜 너무 막혀 가지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시아의 별, 송준영은 다른 배우들에게 사과를 하며 빈자리에 앉았다.
시우를 안고 있는 황동식의 옆자리였다.
머리를 뒤로 탁 젖혀 앞머리를 정리한 준영은 오늘 처음 만난 화제의 아기 시우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욥! 렛츠 기릿! 미니미니 덕구! 하이 빠이브~!”
시우는 이건 또 웬 캐릭터냐 생각하며 손을 맞부딪쳐 주었다.
짝!
“아악! 으아악…… 손이 부러졌어…….”
“…….”
“재미없니? 동식 선배, 애들 이런 거 안 좋아해요?”
하이 파이브한 자기 손을 붙들고 오버를 떨던 준영은 시우가 반응이 없자 머쓱하게 연기를 멈췄다.
황동식이 대답했다.
“애들마다 다르지. 시상식 시작했으니까 일단 조용히 있어. 카메라에 잡힌다.”
“넵. 아, 조용히 있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준영아, 세 살짜리 애보다 시끄러우면 되겠니?”
“죄송합니다. 얜 되게 어른스럽게 얌전히 보네요.”
“시우가 너보다 어른스러울 수도 있어. 보고 배워라.”
“네에…….”
혼자만 늦게 도착한 게 민망해서 평소보다 더 시끄럽게 군 준영이었다.
준영이 입을 다물자 왕의 길 팀은 다시 시상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상은 단막극 부문이었다.
아나운서 출신 MC의 부드러운 진행 아래 수상자가 발표되었고, 중년 여배우가 시상자로 등장해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수여했다.
시우는 동식의 무릎 위에 앉아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마다 따라 손뼉을 쳤다.
짝짝짝짝-!
준영은 그런 시우를 신기하게 쳐다보다 또 동식에게 말을 붙였다.
“감독님이 그러시던데요, 얘가 그렇게 똑똑하다고. 애가 울지도 않고…….”
“쉿.”
“네에…….”
수다를 한번 받아 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아는 동식이었다.
단막극 시상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MC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다음은 인기 아역상 부문인데요. 시상에는 전년도 아역 수상자인 김성빈 군과 최슬기 양이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음악과 함께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무대로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김성빈입니다.”
“안녕하세요. 최슬기입니다.
마이크 앞에 선 아이들이 자기소개를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짝짝짝짝-!
아이들은 대본 카드에 적힌 대로 어색하게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뒤 진행을 이어 갔다.
“올해의 인기 아역상 후보들을 만나 볼까요?”
“화면…… 화면으로 만나 보시죠~”
큰 화면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첫 번째 후보는 승현이었다.
[왕의 길 류승현 : 아부지…… 왜 거기 그러고 누워 있어…… 이 피는 다 뭐구…… 아, 좀 일어나 봐~! 아부지이! 나랑 한양 가기로 했잖아아-!] [꽃소녀 김지혜 : 아저씨~ 우리 엄마한테 프러포즈 할 거예요? 진짜? 그럼 아저씨가 내 아빠 되는 건가아?] [돈 벌러 왔습니다 최진수 : 아빠…… 돈 좀 벌어 와…… 친구들이 나보고 뭐라 그러는지 알아?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초딩이래…….]몇몇 후보들의 영상이 이어지다, 시우의 얼굴이 화면 가득 떠올랐다.
동시에 지금까지 나온 후보들 중에서 가장 큰 함성이 쏟아졌다.
[왕의 길 윤시우 : 더쿠 아부지이~ 다녀와유~~~]시우가 나온 여러 영상들이 편집되어 나왔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객석의 환호성은 점점 커졌다.
그 유명한 백숙 먹방과 시우의 조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후보 소개 영상이 끝났다.
시상자로 나선 두 아이가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발표하겠습니다. MBS 연기대상 인기 아역상 수상자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