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43)
43. 새해
주섬주섬.
여자아이가 손에 들린 황금색 카드를 열고, 그 안에 적힌 수상자의 이름을 읽었다.
“왕의 길의 류승현군. 왕의 길의 윤시우 군. 축하드립니다~”
“꺄아악~!”
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MBS 홀을 가득 메웠다.
승현은 활짝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영이 승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형 이름 얘기해, 형 이름 얘기해. 형도 대상 받음 너네 이름 얘기해 줄게.”
“네, 네에.”
유리는 동식의 무릎에서 내려온 시우를 승현 쪽으로 이끌어 주었다.
“시우야, 축하해. 우리 쌍덕구 인기를 누가 막겠어~”
시우는 승현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중년의 여성 MC가 인기 아역상을 수상한 두 아이를 다시 한번 소개해 주었다.
“류승현 군은 왕의 길에서 세자 이영 역과 덕구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윤시우 군은 왕의 길에서 어린 덕구 역을 맡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명장면들을 탄생시키며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남자 MC가 말했다.
“네. 특히 윤시우 군은 MBS 연기대상 역대 최연소 아역상 수상자인데, 기존 기록이었던 6살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수상한 두 분 모두 앞으로 성장해 나갈 모습들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시우와 승현이 무대 위에 서자 전년도 수상자였던 두 아역 배우가 다가와 트로피와 꽃다발을 전해 주었다.
시우의 손이 작은 탓에 승현이 두 개의 트로피를 양손에 나눠 들었고, 시우는 대신 노란 꽃다발들을 품에 꼬옥 안아 들었다.
“자, 그럼 먼저 류승현 군의 수상 소감 들어 보겠습니다.”
승현은 얼굴을 마이크 가까이 대고 조금 긴장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음…… 좋은 역할 맡을 기회를 주신 이홍균 감독님, 이상호 촬영감독님, 스태프 형, 누나들 감사드리고…… 어…… 학교 자주 못 가는데도 늘 반갑게 환영해 주는 2학년 6반 친구들과 선생님 감사드리고…….”
팬들과 배우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회사분들,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 부모님…… 감사드립니다. 송준영 선배님과 제 옆에 있는 시우한테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계속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여성 MC가 말했다.
“이제 우리 윤시우 군 차례네요~”
꽃다발을 들고 얌전히 서 있는 시우가 화면에 잡히자 팬들이 앉아 있는 2층에서 또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비명 사이에 섞여 “빠뿌야아아아~!”라는 외침도 간간이 들려왔다.
펫피월드 CF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었다.
승현은 키가 작은 시우를 위해 마이크를 빼서 시우의 입에 대 주었다.
승현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시우야, 감사합니다~ 해.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시우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시우의 입이 열렸다.
“감사~ 함니다~!”
귀엽고 여린 아기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MBS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팬들과 배우들,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안방 시청자들까지 전부 반사적으로 행복한 웃음을 터트렸다.
일단 감사 인사를 전한 시우는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씩씩하게 외쳤다.
“새해~ 폭~ 마니~ 바드시요~!”
“꺄아아아~~!”
예상보다 더 열광적인 반응에 시우는 좀 더 팬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하트라도…….’
시우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하트를 그렸다.
“꺄아아아~~!”
안고 있던 꽃다발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차 한 시우는 꽃다발들을 줍기 위해 몸을 숙였다.
따악!
시우의 이마와 마이크가 충돌했다.
“어머, 어떡해~!”
곳곳에서 놀란 목소리들이 날아왔다.
잠시 몸이 숙이고 그대로 있던 시우는 의젓하게 몸을 일으킨 다음, 어설프게 방긋 웃다가…… 웃다가…….
물수제비에 실패했을 때처럼-
“우으…….”
울먹울먹울먹울먹-.
“꺄아아아아~~!”
“하하하하~!”
“귀여워어~! 어떡해애~!”
대상 유력 후보인 왕의 길 주연 배우 송준영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슬그머니 다시 앉았다.
옆자리의 동식이 물었다.
“……방금 왜 일어난 거야?”
“아니, 그. 너무 귀여워서요. 하하하~!”
인기 아역상과 신인상, 조연상 등의 시상이 있었던 연기대상 1부가 끝나고, 곧이어 시작한 2부도 어느덧 막바지였다.
“올 한 해 MBS 드라마가 시청자분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먼저 지난 한 해 동안 저희 MBS 드라마를 정말 많이 사랑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남녀노소 모든 세대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품위 있는 드라마야말로 바로 저희 MBS가 추구하는 드라마입니다. 새해에도 따뜻하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꿈꾸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대상 시상을 하러 나온 MBS 사장님의 지루한 이야기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시우는 시간이 많이 늦은 탓도 있지만, 진심으로 잠들 뻔했다.
머리를 도리도리 흔든 시우는 하품을 한 뒤 눈을 부릅떴다.
‘……그래도 대상은 보고 자야지. 이 푼수 아저씨 수상 소감도 궁금하고.’
과연 모두의 예상대로 올해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왕의 길 송준영이 대상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시청률과 상관없이 열연을 펼친 타 배우가 깜짝 수상을 할 것인가.
“네, 그러면 그 어느 해보다 접전이 치열했던 MBS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를 사장님께서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사장이 대상 주인공의 이름이 적힌 황금색 카드를 열었다.
“MBS 연기대상 영예의 대상!”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왕의 길! 송준영 씨! 축하합니다!”
빰빠-! 빰빠-! 빰빰빠빰빠-! 빰빠빠빰빠-! 빰빰빰빠-!
북소리에 이어 이번에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송준영은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준영아, 축하해!”
“준영이 고생 많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짝-!
미니미니 덕구 시우와 하이 파이브를 한 준영은 아름답게 웃는 얼굴로 동식에게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선배님!”
동식은 축하의 의미로 준영의 어깨를 쳐 주며 말했다.
타악!
“그래, 다녀와라.”
“으아악, 어깨가 부러졌지만 곧 붙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선배님.”
“……얼른 가라.”
“네!”
준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짝짝짝짝짝-!
무대로 올라간 준영은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고 물기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시우와 승현, 동식과 유리 등 왕의 길 팀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연기하고 있군.’
준영은 고개를 들고 잠깐 숨을 고른 뒤, 점잖게 입을 열었다.
“사극이 처음이라 힘든 점이 많았는데…….”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거의 떠먹여 주다시피 한 우리 쌍덕구 승현이와 시우. 형이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 동생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 형이 될 수 있도록 사고 안 치고 멋지게 오래오래 활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외치고 싶었다.
너무너무 외치고 싶었다.
아까 시우처럼……
‘바드시요~!’라고……
그러나 준영은 참았다.
자신은 사회인이었으니까.
“받으세요!”
짝짝짝짝짝-!
준영은 어딘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카메라가 MC에게 돌아간 것을 본 준영은 박수와 함께 자신을 맞이하는 왕의 길 팀을 향해 트로피를 내밀며, 한 가닥 남은 아쉬움을 해소했다.
“우리 왕의 길 가족들~ 대상을~ 바드시요~”
왕의 길 팀은 웃으면서 준영에게 재차 축하 인사를 던졌다.
자리에 앉은 준영은 승현을 불렀다.
“야, 승현아. 시우가 유행어 제조기잖아. 빠뿌야~ 크리스마스니까~ 아부지~ 새해 폭 마니 바드시요도 이번 새해에 사람들이 따라 한다 분명히. 내기할까? 내기?”
동식이 한마디 했다.
“중학생이랑 내기를 한다고? 좋은 거 가르친다, 이놈아.”
준영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아니에요. 그냥 승현이 고생했으니까 그 핑계로 자전거나 한 대 사 줄까 해서 그런 거죠. 너 자전거 좋아하니?”
승현은 약간 부끄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아, 저 사실…… 아직 자전거 탈 줄 몰라요.”
동식과 준영, 시우가 다 함께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준영이 승현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형이 사줄게 배워. 대신 너는 수제비를 잘 끓이잖아. 수제비 끓이는 중학생도 별로 많지 않아.”
“아…… 네…… 하, 하하.”
“우리 시우는 킥보드나 하나 사 줄까? 전동 킥보드 타고 슝슝 달리다가 앞에 사람 있음 빠뿌야아아~! 딱 외쳐 주고…….”
준영과 동식의 눈이 마주쳤다.
“……유아용 킥보드요. 유아용 킥보드. 당연히 농담이죠. 저도 그 정도 상식은 있어요.”
동식의 무릎에 앉아 듣고 있던 시우는 어른들이 보지 못하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킥보드라…… 네 살이면 탈 때 됐지. 이제 드디어 동네를 누빌 나이가 되는 건가.’
* * *
준영의 장담대로 시우의 ‘새해 폭 마니 바드시요~!’는 젊은 층 사이에서 1월과 2월에 크게 유행을 했다.
심지어는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해 그 말을 외치는 이모티콘까지 출시가 됐을 정도였다.
도진과 현주는 하는 일마다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아들을 보며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 안녕하십니까. 아역 배우 전문 기획사 스타키즈입니다. 연락을 드린 이유는…….
– 아역 배우들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이루리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아직 윤시우 군이 4살로 어리긴 하지만, 미래의 스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키즈 유니버스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9년 전에 설립된 아역 배우…….
시우가 4살이 되자 이젠 기획사라는 곳에서도 인싸로 메시지를 보냈다.
도진과 현주는 침착하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전부 거절을 했다.
언젠가는 시우가 본격적으로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되고, 기획사에 소속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걸 예감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은근히 많은 정보들을 가져다주는 정태 엄마도.
[잘했어~ 오히려 계약 잘못하면 막 간섭하면서 시우 촬영장 뺑뺑이 돌릴 수도 있어. 아무리 빨라도 초등학교는 들어간 후에 생각해.]모든 아역 배우들의 목표점인 승현의 엄마도.
[우리 승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내가 혼자 데리고 다녔는데? 애한테 전문적인 연기 트레이닝을 시키는 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 난 시우 엄마가 잘했다고 생각해.]도진과 현주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그리고 5월 초.
시우의 세 번째 생일을 맞아 밖에서 간단하게 생일 파티가 열렸다.
진아와 경호를 포함한 어린이집 친구들 몇 명과, 다가오는 6월부터는 같은 동네 친구가 될 지호가 참석을 했다.
다음 달, 드디어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시우네 가족이었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지호네와 같은 아파트 단지였다.
“이사할 때 도울 거 있으면 말해~ 모르는 거 있음 언제든 물어보구~”
지호 엄마가 친절하게 말했다.
“네, 감사해요. 아, 혹시 근처에 바둑 학원 있나요?”
“응? 바둑? 왜? 시우 바둑 시키게?”
“상담만 한번 받아 보려고요. 보통 몇 살 때부터 하는지…… 실은 저희 시아버지께서…….”
시우의 친할아버지와 종수 할배의 손자 자랑 대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두 할아버지는 손자인 시우와 영수에게 바둑을 가르쳐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 때쯤 한번 붙여 보는 게 어떻겠냐고 대화를 나눴다.
물론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때의 얘기였다.
두 할배 다 손자 사랑이 끔찍한 만큼 억지로 시킬 마음은 없었다.
시우는 숟가락을 들고 밥을 푸욱 푸면서 생각했다.
‘바둑은 뭐…… 무림에서 매번 무쌍 찍고 다녔습니다…… 하하하.’
8살 때 영수가 아니라, 종수 할배를 꺾어야겠다.
그럼 손자 자랑 대결은 거기서 완벽하게 디 엔드.
종료다.
시우가 로보카 콜리 숟가락을 들고 혼자 조용히 웃고 있을 때, 지호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 거 같아. 옛날에 지연이가 피아노 배우고 싶다고 해서 동네 음악 학원 구경 간 적 있거든. 음악 학원 앞에 바둑 학원 있었어.”
시우의 귀에 바둑보다는 다른 단어가 탁 꽂혔다.
‘음악 학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