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49)
49. 삼덕구
“헬로! 브라덜!”
승현은 집 앞으로 찾아온 준영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고 있었지만, 드러난 눈만 봐도 무시무시한 잘생김이 느껴졌다.
“가자! 미니미니 덕구네로 출발!”
승현은 자전거를 끌고 준영의 뒤를 쫓아갔다.
“형, 여기서 시우 집까지 자전거 타고 가면 많이 멀 텐데…….”
“무슨 소리야? 가다 쓰러질 일 있어? 당연히 차 타고 가야지.”
“네? 분명히 자전거 타고 간다고…… 자전거 가지고 나오라고 하셨잖아요.”
“차 타고 근처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자전거 타고 가야지.”
“아~”
“나보다 허당인 애는 네가 처음이야. 그래서 남 같지가 않구나.”
“가, 감사합니다.”
준영은 자신의 SUV 차량에 승현의 자전거를 실었다.
안에는 준영의 자전거도 실려 있었다.
그리고-
“어? 이건 시우 자전거인가요?”
꽤 비싸 보이는 깔끔한 디자인의 검은색 세발자전거였다.
“맞아. 아~ 내가 시간이 없어가지고 이걸 꾸미질 못했어. 일단 도구는 가져왔거든? 가서 색깔만이라도 좀 아이 자전거답게 알록달록하게 칠해 주려고.”
“……네에.”
‘그냥…… 이대로 주시지…….’
차에 탄 두 사람은 시우의 집으로 출발했다.
40분 정도 운전한 준영은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자, 여기서부터 자전거로 가자!”
“네!”
승현은 자신의 자전거를 차에서 내렸다.
원래는 정말 예쁜 새하얀 자전거였을 텐데, 준영이 이해하기 힘든 미적감각으로 핑크색 라인을 죽죽 그어놔…… 최근 승현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핑크 얼룩말을 탄 왕자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자전거 몸체에 적힌 ‘덕구꺼’ 같은 글자는 사소한 문제였다.
준영도 자신의 자전거를 꺼냈다.
“멋있지? 내 건 선수용이야. 되게 비싼 거다.”
준영의 핫핑크 자전거를 본 승현은 형이 자신을 놀리려고 분홍색 줄무늬를 그어 놓은 게 아니라는 점에 안도했다.
“가자! 조심해서 천천히 따라와!”
“네! 형!”
헬멧까지 착용한 두 배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멋진 모습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20분 뒤.
자전거 두 대가 우주아파트 근처 공원으로 들어섰다.
끼익-!
쓸데없는 스핀과 함께 마치 바이크를 멈추듯 오두방정을 떨며 자전거 한 대가 멈췄다.
준영은 헬멧을 벗고 머리를 한 번 멋지게 턴 후, 공원을 둘러봤다.
뒤이어 자전거를 세운 승현도 준영과 함께 시우를 찾았다.
“형! 저기…….”
공원 중앙에서 시우가 엄마와 작은 축구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시우를 부르려는 승현을, 준영이 제지했다.
공원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확인한 준영은 마스크를 벗고 살금살금 시우의 뒤로 다가갔다.
시우의 엄마 현주에게 눈인사를 한 다음, 데구루루 구르고 있는 작은 축구공을 향해 준영이 뛰어들었다.
“욥욥욥!”
공을 빼앗은 준영은 시우를 보며 요란하게 헛다리짚기 기술을 시전했다.
시우는 뒤따라온 승현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방정맞은 아저씨를 올려다봤다.
‘나랑 24살 차이니까 28살인가? 그냥 8살 같은데…….’
잠시 놀아 주기로 했다.
아이 돌보기는 시우의 특기 중 하나였다.
“욥욥~ 봐 봐, 시우야! 아니, 다리가 너무 빨라서 안 보이나? 하…….”
투욱.
어느샌가 다가온 시우가 웃는 준영의 다리 사이로 발을 쑥 집어넣어 공을 차 냈다.
“헉!”
공은 준영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당황한 준영은 얼른 뛰어가 공을 다시 잡았다.
공 위에 발을 올리고 시우를 돌아본 준영의 눈이 커졌다.
네 살 아이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까르르 웃으며 자신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는데, 굉장히 귀엽기도 한 동시에 이상하게 압박감이 느껴졌다.
“올~ 압박 수비! 덤벼~ 덤벼~”
투욱.
“아, 아니?!”
시우가 발을 뻗자마자 또 공이 준영의 발밑에서 사라졌다.
준영의 당황한 모습에 승현은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고 외쳤다.
“와, 시우야! 너 축구 잘한다!”
투욱.
공이 또 굴러갔다.
아무리 장난으로 한다지만 순식간에 공을 세 번이나 뺏긴 준영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고개를 갸웃거린 준영이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얘, 축구 신동 아냐?! 형이 좀 진짜로 테스트를 해 봐야…….”
쏴아아-!
2시 정각.
공원의 바닥 분수에서 물줄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공놀이를 하다 분수 중앙까지 들어가 있던 준영과 시우는 그대로 쏟아지는 물줄기로 샤워를 했다.
“어푸…… 나 지금 놀러 온 지 5분도 안 됐는데…… 5분 만에 이렇게 됐어.”
준영은 자신의 얼굴 위로 줄줄 흐르는 물을 손으로 닦아 내며 말했다.
승현이 준영을 위로했다.
“형, 머리 물에 젖으니까 되게 멋있으세요. 전에 영화 찍으셨을 때, 그 빗속 격투 씬 그 모습 같으세요.”
“아, 진짜? 하하! 좋아! 너도 들어와! 당장! 시우, 이리 와! 형이 안아 줄게!”
준영은 시우를 안아 들고 분수 속을 누볐다.
이미 홀딱 젖은 거…… 물놀이라도 실컷 해야 덜 억울하지.
“엄마, 물 나와~!”
“와아! 분수다아!”
“우리도 놀래!”
분수 시각에 맞춰 나온 동네 아이들이 합류했다.
시우는 준영에게 안겨 빙글빙글 돌면서 손으로 정화 마법을 사용했다.
‘깨끗한 물로 한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8살 같은 28살 준영과, 6살 같은 16살 승현과…… 몇 살인지 모르지만 현재 4살인 시우는 동네 아이들과 물을 맞아 가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워떠빠악~~!”
시우가 외치자 아이들이 따라 외쳤다.
“워떠빠악~~!”
마스크를 다시 쓴 채, 아이들을 향해 물을 뿌려 주던 준영이 승현에게 물었다.
“하하하! 이야, 되게 재밌다! 근데 애들이 왜 갑자기 욕을 하지?”
* * *
이효은 PD는 책상 위에 놓인 지난 6개월간의 예능 시청률 분석 자료를 살피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렸다.
“부담스럽네. 중박만 쳐도 뭐라고 하니까.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원.”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선배님이 워낙 잘하시니까 회사에서도 기대가 큰 거죠. 저는 중박 한번만 쳐 봐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이효은 PD는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해 질끈 묶고, 두 손으로 커피 잔을 다시 들었다.
“그래. 좋게 생각해야지. 어쨌거나 게스트는 빵빵하게 다 채웠어.”
“넷째 날인가? 송준영 나온다면서요. 와, 송준영을 어떻게 섭외한 거예요? 진짜 예능 안 나오는 앤데.”
“그치. 소속사에서 이미지 관리 엄청 하잖아. 인터뷰도 함부로 못 하게 하고. 애가 알고 보면 깨방정이라는 소문이 은근히 있어.”
“에이, 그 젠틀한 송준영이가요? 매너 좋고 점잖기로 유명하잖아요.”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야. 애가 진짜 깨방정이면 소속사가 다 편집해 달라고 할 테고, 너무 점잖으면…… 분량이 안 나올 텐데. 시청자들한테 한 시간 반 동안 걔 얼굴만 감상하세요, 할 수는 없잖아.”
“그럴 거면 송준영 나온 작품 다시보기 하는 게 낫죠. 어쨌거나 선배님 이름값이 있으니까 송준영도 섭외가 되네요. 이참에 누나 동생 하면서 친분 좀 쌓아 두세요. 나중에 또 부르게.”
“하아, 막상 섭외는 했는데 얘 데리고 뭘 보여 줘야 할지가 고민이라 참 쉽지가 않다.”
이효은 PD가 펜 뒷부분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고 있을 때, 이번 신규 예능에 함께 들어가는 막내 PD가 종종걸음으로 등장했다.
“선배님, 송준영 인싸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거든요?”
“무슨 사진?”
“보세요.”
막내 PD가 휴대전화를 이효은 PD에게 내밀었다.
사진 속에는…….
워터파크에 물놀이라도 갔는지 흠뻑 젖은 송준영과 아역 배우 류승현이 예쁘게 생긴 어린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얘, 그 아가 덕구 아냐?”
“맞아요. 많이 컸죠?”
“그러네. 이젠 유치원생 같은데? 이 사진이 뭐 어쨌…… 응? 잠깐만.”
이효은 PD가 막내 PD를 보면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런 기특한 녀석. 좋은 생각이야.”
칭찬을 받은 막내 PD는 신이 나서 송준영의 인싸에 달린 댓글들을 이효은 PD에게 보여 줬다.
“작년에 삼덕구 인기였잖아요. 댓글 보시면…… 아기도 많이 컸다고, 그립다고 하는 댓글들이 굉장히 많아요.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좋다고.”
“그러네. 애들이 1박 2일 내내 있는 건 무리수고, 첫날 송준영이랑 같이 와서 재밌게 잠깐 놀다가 저녁때 집에 보내는 정도면…… 송준영 단독 분량도 나오고, 애들도 안 힘들고…… 이거 이거 이거, 따뜻하게 함 만들어 봐?”
이효은 PD가 손바닥을 내밀자 막내 PD가 하이 파이브를 했다.
* * *
[시우야, 형아랑 같이 물고기 잡으러 가자!]휴대전화 너머에서 준영이 외쳤다.
시우가 대답했다.
“응~ 아라써~ 거기 바다 이써?”
[바다 있지! 갈매기도 있어! 서해라서 물이 막 깨끗하고 그러진 않겠지만…… 승현이랑, 우리 삼덕구~ 같이~ 가는 거야~!]“응!”
삼덕구의 캐스팅이 결정되었다.
일 년 만의 공식 재결합이었다.
– 와, 대박! 덕구들이 다시 모였다!
– 송준영 어촌에서 바닷바람 맞으면서 생선 다듬는 거? ㅋㅋㅋㅋ 평소 이미지랑 너무 다른데
– 우리 아기 덕구 얼마나 컸나 빨리 보여 주세요!
– 셋이 최근에도 만나서 놀고 친해 보이던데 진짜 셋 다 얼굴만큼 마음도 너무 이쁘다!
섭외 소식이 알려지자 댓글 창이 뜨겁게 타올랐다.
10월.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에 바람막이 옷을 걸친 시우는 아파트 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우야,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되는 거 알지?”
“응. 알아~”
“높은 데서 꿍 떨어지면 어떻게 돼?”
“주거.”
“……아니.”
“아, 아야 해.”
“그, 그치? 아야 하지? 그래, 시우 말도 맞아. 여하튼…… 항상! 조심조심!”
“아라써~ 엄마~”
현주는 시우에게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수십 번을 반복했다.
어차피 자신도 따라가고 촬영하는 내내 바로 옆에서 지켜볼 테지만, 그래도 어촌이나 농촌은 걷다가 어디 발이 빠질지도 모르고 하니 주의를 계속 시켰다.
“우리 시우, 워낙 영리하니까 엄마가 크게 걱정은 안 해.”
“응~ 똑똑이~ 바두기 천재~”
부우웅!
누가 봐도 연예인 차인 검은색 밴 한 대가 107동 앞으로 들어왔다.
차 문이 열리고 승현의 매니저와 승현이 내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네. 안녕하세요. 태우러 와 주셔서 감사해요.”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와야죠.”
시우도 승현과 인사를 했다.
“형아~”
“이리 와!”
승현은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아 시우의 작은 몸을 꽉 안아 주었다.
“안 추워?”
“응!”
승현이 현주에게 말했다.
“제가 혹시 몰라서 시우 추울까 봐 핫팩도 가지고 왔어요.”
매니저가 웃었다.
“오늘 날씨 따뜻해서 핫팩까진 필요 없다는데도 굳이 챙기더라고요.”
“아니에요, 형. 시우는 어려서 추울 수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 가는 데가 섬이잖아요. 바닷바람도 불고 하니까…….”
“그래그래, 알았어. 어머님, 시우 카시트 저한테 주시고 차에 타시죠. 제가 강화도까지 숙련된 드라이빙으로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거기서 제작진과 합류해서 배 타고 들어가시면 돼요.”
승현의 회사 차를 타고 시우는 강화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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