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50)
50. 어촌하루
준영, 승현, 시우는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똑같은 포즈로 서 있었다.
그런 삼덕구의 모습을 제작진은 여러 각도에서 촬영을 했다.
세 사람의 머리 위로는 헬리캠 한 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자! 됐습니다~ 이제 배 타고 들어가시죠~”
예고편에 쓸 영상 촬영을 마친 제작진이 세 사람을 배로 안내했다.
시우는 준영과 승현의 손을 잡고 커다란 배에 올랐다.
현주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위치를 유지하면서 시우의 뒤를 쫓았다.
“우와~!”
배 안으로 들어간 시우가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질렀다.
준영이 아주 점잖은 표정으로 어른스럽게 물었다.
“시우야, 배 타는 거 처음이야?”
대답을 하려던 시우는 자신에게 훅 들어오는 카메라를 보고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평범하게 대답을 했다.
“……우응.”
이번 생엔 처음이지.
시우가 소리를 지른 것은 배가 신기해서가 아니었다.
배 안에 매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거~”
시우가 진열된 과자를 가리키자 준영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과자 먹고 싶어? 형이 사 줄까?”
시우는 팔에 소름이 살짝 돋았다.
‘……와, 적응 안 되게 왜 이러는 거야.’
준영은 승현에게도 물었다.
“승현이도 먹고 싶니? 한번 골라 볼래?”
준영의 매니저는 아주 잘하고 있다는 뜻으로 멀리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최고의 미남 한류 스타지만 아이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젠틀한 형. 준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매점으로 갔다.
승현의 어깨에 팔을 올린 준영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승현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형 거, 빠나나킥 골라 줘. 빠나나킥. 크흠.”
지령을 접수한 승현은 시우와 함께 매대로 뛰어간 후 제일 먼저 빠나나킥을 집어 들었다.
준영이 말했다.
“승현이 그거 먹을 거야? 우유는 안 먹고 싶니? 딸기 우유 같은 것도 먹어~”
“…….”
준영과 눈이 마주친 승현은 조용히 냉장실 문을 열고 딸기 우유 세 개를 꺼냈다.
“형도…… 드세요.”
“응? 아, 형은 단것 별로 안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 같이 먹자.”
준영과 승현이 합을 맞추고 있는 사이, 시우는 엄마의 눈치를 슥 살피고 매점 아저씨에게 크게 외쳤다.
“마이~ 츄~!”
상표는 제작진이 알아서 모자이크 해 주거나, 묵음으로 처리할 것이다.
시우는 평소에 엄마가 달다고 먹지 못하게 하는 쫀득쫀득 캔디 마이츄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허허허, 이거?”
매점 아저씨가 빨간색 봉지를 들고 물었다.
시우는 양 손바닥을 공손히 내밀고 말했다.
“주세요오~”
“그래~ 가서 먹어~ 이건 아저씨가 선물로 그냥 줄게~”
“감사합니다~”
빨간색 사탕 봉지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배꼽 인사를 하는 시우를 보며 제작진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이 아이만 잘 쫓아다니면 분량 걱정은 넣어 둬도 될 것 같았다.
섬에 내린 삼덕구는 제작진이 알려 준 집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언덕길이라 준영이 시우를 안았다.
승현은 모든 것이 신기한지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왕의 길 촬영 때 농촌은 가 봤어도 어촌은 처음이었다.
“저긴가?”
파란 지붕을 가진 작고 예쁜 집이 나타났다.
준영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제작진들이 마당 한쪽을 점령하고 있었다.
준영과 승현은 제작진들에게 인사를 하며 마당을 가로질렀다.
두 남자가 서서 삼덕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준영과 승현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각을 잡고 인사를 했다.
땅에 내려온 시우도 아까 형들과 연습한 대로 꾸벅 허리를 숙였다.
“안~ 녕~ 하~ 세~ 요~!”
우렁차게 인사하는 시우를 본 두 배우는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함박웃음을 띠었다.
“아이고~! 진짜…… 이렇게 셋이 와 버리면 우리 완전히 오징어 되는데~ 하하하!”
엄청난 몸집을 자랑하는 40대 중반의 액션 전문 배우 강동훈이 너스레를 떨었다.
강동훈보다 젊어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살 형인 한때의 꽃미남 배우 정현수가 말을 받아쳤다.
“너만 오징어야. 난 아직 살아 있어. 세트로 묶지 말아 줄래?”
“에이, 형 낼모레면 오십이야, 오십. 송준영 앞에서 무슨 소리야, 다 늙어 가지고.”
“시끄럽고. 빨리 준비한 거 하자.”
현수와 동훈은 차렷하고 예의를 갖춘 후 삼덕구를 향해 절하는 시늉을 했다.
“전~! 하~!”
“선배님들 왜 이러세요! 하하! 작년에 드라마 끝나고 바로 평민으로 돌아왔습니다.”
약간의 농담을 주고받으며 다섯 명은 첫인사를 나눴다.
승현과 시우는 오늘 저녁 식사 때까지, 준영은 내일 점심때까지 이 두 명의 배우와 어촌 마을에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현수가 말했다.
“오느라 안 힘들었어? 배고프지? 우리가 점심을 미리 준비해 놨거든. 차려서 먹기만 하면 돼. 일단…… 내가 미션을 줄게.”
본인의 말처럼 아직 미모가 살아 있는, 꽃중년 현수는 예능 출연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준영과 승현을 보고 귀엽다는 듯이 웃은 다음 지시를 내렸다.
“어려운 거 아냐. 걱정하지 마. 우리가 음식 차리는 동안 너희 셋은…… 저기 닭장 보이지? 저기 가서 계란 다섯 개만 가져와 줄래? 그리고 준영이가 프라이만 좀 하자. 그걸로 끝.”
‘다, 닭장?’
“알겠습니다, 선배님.”
삼덕구의 리더 준영은 당황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가자, 얘들아.”
준영이 닭장 쪽으로 앞장섰다.
승현은 시우의 손을 잡고 걸으며 시우에게 설명을 해 줬다.
“꼬꼬닭 알아?”
“응! 치킨!
“맞아. 닭 보러 가는 거야. 닭 본 적 있어?”
“시골에서 봐써~”
잡고 있는 승현의 손이 차가웠다.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긴장했나 보네. 닭이 뭐라고. 왜들 긴장을 하고 그래?’
시우는 승현과 맞잡은 손을 흔들면서 신나게 폴짝폴짝 뛰어갔다.
닭장 앞에 선 준영은 동생들을 돌아보며 믿음직한 미소를 보여 줬다.
“형이 꺼내 올 테니까 여기서 구경하고 있어.”
카메라는 준영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찍고 있었다.
자리에 쪼그려 앉은 준영은 용감하게 닭장 문을 열고, 안으로 전진했다.
30초 후.
준영이 다시 나왔다.
빈손이었다.
“아니…… 저…… 닭이, 닭이 많네. 밖에서는 안 보였는데 안쪽에 숨어 있는 닭이 많아.”
준영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잣말을 중얼중얼하다가 다시 용기를 내 안으로 들어갔다.
2차 시도.
“저리 가! 잠깐만! 아냐! 계란 먹으려는 거 아냐! 구경만 하려는 거야! 우와악! 미안, 미안, 미안!”
준영이 나왔다.
역시 빈손이었다.
스태프들이 웃는 것을 본 준영의 매니저는 이효은 PD에게 넌지시 부탁을 했다.
“PD님, 죄송한데 저런 거 편집해 주시고, 계란을…… 그냥 가지고 나온 걸로 하면 안 될까요?”
언제나 완벽해 보이던 준영의 호들갑에 스태프들과 같이 미소 짓고 있던 이효은 PD가 말했다.
“편집은 나중에 고려해 볼게요. 그리고 처음 와서 하는 일이니까 웬만하면 직접 하시는 게 그림에 좋을 거 같아요. 조금만 더 시도해 보죠. 요령만 알면 금방 할 수 있어요.”
“아, 네. 그럼…… 그럴까요?”
좁은 곳에서 닭에게 공격당한 준영이 숨을 고르고 있을 때, 형을 위해 승현이 나섰다.
“형,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어? 네가? 닭들이…… 좀 거칠던데.”
승현은 닭장 앞에 서서 안에 있는 계란들을 봤다.
별거 아니었다.
들어가서, 들고 나오면 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몸을 숙인 승현이 닭장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웬 닭 한 마리가 갑자기 승현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 꼬오오오오-!
“으아악-!”
뭐지? 뭐지? 닭이 원래 이렇게 소리를 지르나?
방송을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승현은 들어간 지 3초 만에 허겁지겁 뛰쳐나온 뒤, 닭장 앞에 철퍼덕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본 준영이 벌떡 일어나서는 마구 웃어 댔다.
“하하하! 야, 그것 봐! 무섭지? 무섭지? 내가 뭐랬냐? 닭이…….”
순간의 정적.
모든 스태프들이 아시아의 젠틀맨 준영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매니저의 붉으락푸르락한 낯빛을 본 준영은 삐걱거리는 로봇처럼 한 걸음, 두 걸음 움직이더니 승현을 일으켜 세워 줬다.
“우리…… 승현이…… 괜찮아? 많이 놀랐지?”
준영이 카메라에 대고 로봇 연기를 발사하고 있을 때, 한숨을 푹 내쉰 시우가 앞으로 나섰다.
“형아들~ 내가 하까~?”
일어난 승현이 옷에 묻은 흙을 털며 시우를 말렸다.
“안 돼. 안 돼. 닭 되게 무서워. 형이랑 내가 전략을 세워서 합동작전으로…….”
“나 이거 마니 해 봐써~”
“응?”
“시골에서~ 할아버지랑 해 봐써~”
“지, 진짜?”
“응! 잘 봐~ 닥을 무서하면 안 된대~”
첫 미션부터 쩔쩔매고 있는 투 빙구를 구원하기 위해 시우가 닭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란 프라이 하나 먹으려다 날이 저물 분위기였다.
저벅저벅 걸어간 시우는 조막만 한 손으로 닭장 문을 벌컥 열어젖히더니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안으로 쑥 들어갔다.
준영이 얼른 뛰어갔다.
“승현아, 너는 좁으니까 밖에서 기다려. 형이 시우 안 다치게 같이 들어갈 테니까.”
“네, 형.”
쪼그려 앉은 준영은 오리걸음으로 시우를 쫓아 닭장 안으로 진입했다.
시우는 닭들과 대치 중이었다.
닭들은 낯선 침입자를 경계의 눈초리로 쏘아봤다.
닭장에 설치된 카메라 두 대가 시우와 준영의 행동을 전부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시우가 말했다.
“괜차나~ 기다려~”
날아들기 위해 몸을 움찔거리던 닭들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물러났다.
그때, 아까 승현을 덮쳤던 닭이 나는 일반 닭들과 다르다는 아우라를 풍기며 시우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이 녀석 봐라?’
무리의 리더인가?
한눈에 봐도 사나워 보이는 그 닭은 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소리를 빽 질렀다.
– 꼬꼬꼬-!
준영은 움찔 놀라 팔로 시우를 감쌌다.
“시우야, 위험해! 나가자! 저놈이야! 저놈이 여기서 성질이 제일 더러워!”
여유로운 미소를 띤 시우는 자신을 안고 있는 준영의 팔을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꼬꼬꼬~!”
닭의 말을 따라 외쳤다.
흠칫.
닭은 머리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당장이라도 날아들 것처럼 더욱 성난 목소리로 목청을 높였다.
– 빠악! 빡빡빡빡! 빠~ 악!
시우도 지지 않았다.
“빡! 빡빡빡! 빠악-!”
– ……!
시우의 귀여운 목소리가 닭장 안에 울려 퍼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기 싸움 끝에, 그 닭이 호전적인 눈빛을 거두고 푸드덕 날아 무리 속으로 돌아갔다.
“뭐, 뭐야? 시우야, 너 닭이랑 지금 얘기한 거야? 무슨 말 한 거야?”
준영이 물었다.
시우는 닭들과 계속 눈을 마주친 채, 게걸음으로 슥슥슥 지푸라기 쪽으로 이동하며 속으로 대답했다.
‘너희 무리에 수탉이 없기 때문에 너희의 알은 식용으로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준영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시우를 따라 게걸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밖에서 지켜보던 스태프들은 4살짜리를 따라 하는 28살짜리를 보며 뭔가 그림이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
“애가 굉장히 독특하네. 송준영은…… 웃기긴 되게 웃길 거 같은데, 편집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가 관건이고.”
이효은 PD가 말했다.
시우는 어느샌가 당당히 계란 두 개를 품에 안고 닭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전광석화였다.
닭장 안에서 시우에게 계란 세 개를 건네받은 준영 역시 자신도 뭔가 해낸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시우를 쫓아 나오고 있었다.
역시…… 희한한 그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