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51)
51. 낚신
“제가 요리를 잘하진 못해도 계란 프라이 정도는 할 줄 압니다.”
부엌에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부자연스럽게 혼잣말을 하며 준영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렀다.
탁! 탁! 탁!
준영은 계란 세 개를 깨서 프라이팬에 올렸다.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엄청난 근육맨인 동훈의 품에 안겨 있던 시우는 준영의 자신만만한 손놀림을 구경하다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준영이 형아~”
준영이 시우를 돌아봤다.
“왜, 시우야. 맞다. 우리 시우, 노른자 좋아하니? 아직 어리니까 익혀야 하나?”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형아~ 불 안 켜써~ 불 켜야 대~”
준영은 천장에 붙어 있는 부엌 불을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본 동훈이 말했다.
“……준영아, 대낮에 그 불은 왜 쳐다 보니. 가스레인지 불…… 안 켰다고…… 계란이 기름 다 먹고 있다.”
“아~! 어쩐지! 하하하!”
부끄러워 큰 소리로 웃는 준영이 민망할까 봐 동훈과 시우는 함께 소리 내 웃어 주었다.
동훈이 시우의 몸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장난을 치면서 준영에게 소금의 위치를 알려 줬다.
“거기 오른쪽에 있는 하얀 통이 소금. 살짝만…… 어허, 내려놓자, 우리 준영이. 그건 설탕이야. 그래, 그게 소금.”
우여곡절 끝에 준영의 계란 프라이가 완성됐다.
동훈과 준영, 시우는 계란 프라이 다섯 개를 가지고 마당으로 나갔다.
“제가 평소에는 더 맛있게 잘하는데 예능 출연이 너무 오랜만이라 긴장을 해 가지고…….”
“괜찮아. 뒤에 두 개는 맛있게 잘됐어. 앞에 세 개는 우리가 먹고, 뒤에 두 개는 애들 주자.”
“네, 선배님.”
풀이 죽은 준영을 동훈이 위로해 줬다.
마당의 평상에는 해물파전과 생선구이, 애호박젓국 등 점심 밥상이 맛있게 차려져 있었다.
승현과 먼저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던 꽃중년 현수가 시우를 반겼다.
“아이고~ 왔어요? 올라와, 우리 아가. 삼촌 무릎에 앉아서 맘마 먹을까?”
동훈의 도움을 받아 평상 위로 올라간 시우는 예쁘게 대답을 했다.
“네에~”
현수는 품에 쏙 안기는 시우를 한번 힘껏 끌어안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삼촌이 시우 먹으라고 승현이 형아랑 미리 앉아서 생선 바르고 있었어. 시우, 물고기 반찬 좋아해?”
“응~ 조아해~ 마시써~”
“그래~? 많이 먹어~”
동훈이 현수에게 물었다.
“가시 꼼꼼하게 바른 거 맞지? 잘 봐야 돼. 애 목에 걸림 큰일 나.”
“야, 넌 내 성격 모르냐? 내가 하도 꼼꼼해서…….”
“하도 꼼꼼해서 아직까지 결혼을 못 했지. 알어. 알지. 하하하!”
“……너 낚싯대로 한 대 맞아 볼래? 누가 들으면 너는 결혼한 줄 알겠다. 똑같이 쓸쓸하게 늙어 가는 처지에…….”
“현수 형님, 밥이나 드시오. 먹고 애들 데리고 나가서 물고기나 더 잡아 와. 애가 물고기 반찬 좋다잖아.”
“알았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점심 식사를 마친 시우는 현수 삼촌과 승현 형아의 손을 잡고 바닷가로 향했다.
“승현이 낚시해 봤어?”
“아뇨, 못해 봤습니다”
“그래? 삼촌이 오늘 가르쳐 줄게. 시우는? 낚시해 봤어요?”
시우가 대답했다.
“네에~ 낙시 잘해~”
“오, 낚시 잘해? 아빠랑 해 봤어?”
“장난감 낙시~”
“아~ 아하하! 장난감으로? 그래, 그것도 낚시지. 오늘 시우도 진짜 낚싯대 한번 잡아 봐. 왔으니까 기분이라도 내고 가자. 승현아, 여기가 말이야. 광어랑 우럭이 잡히거든? 자연산 광어를 이렇게 서울 가까운 데서 잡을 수 있는 곳이…….”
승현은 신이 나서 말하는 현수 삼촌을 보며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리액션을 했다.
방파제 밑으로 내려간 세 사람은 자갈을 밟으며 바다 앞으로 갔다.
평소엔 방파제 위에서 낚시를 했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있으니 밑에서 안전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리를 선점한 몇몇 낚시꾼들이 파란 의자에 앉아 물고기들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수는 스태프들이 가져다준 의자 세 개를 차례대로 펴고, 승현에게 밑밥 통을 건넸다.
“가서 뿌리자. 시우는 삼촌이 안아 줄게.”
애들을 데리고 밑밥을 뿌리러 가려는데, 이효은 PD가 현수를 불렀다.
“현수 오빠, 잠깐만요. 시우 얼굴 잘 보이게 각도 좀…….”
“알았어. 내 얼굴도 그렇게 공들여 찍어 봐라.”
“하하, 늘 공들여 찍고 있어요. 시우가 작으니까 더 신경 쓰는 거죠.”
“내가 약간 비스듬히 설 테니까, 아기 얼굴 잘 찍어 그럼. 됐지?”
“네~ 감사합니다.”
현수는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시우를 안고 바다 앞에 섰다.
“승현아, 너는 힘껏 뿌려. 드라마에서 물수제비뜬 것처럼. 알겠지?”
“네, 선배님.”
“그리고 우리 아가님은, 삼촌이랑 요 앞에 휙 던져 보자. 이거 징그러운 거 아냐. 새우야, 새우.”
“새우? 먹어도 대?”
“아…… 이게…… 사람이 먹기는 좀 그래. 물고기한테 양보하자.”
세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즐겁게 바다에 밑밥을 던졌다.
이제 본격적인 낚시 시간이었다.
“승현이랑 시우랑 여기 앉아서 이 낚싯대로 같이 낚시해. 승현아, 시우도 한번씩 잡고 휘휘 움직이게 해 줘. 혹시 입질이 오는 거 같다 싶으면 바로 삼촌한테 말하고.”
현수가 설치해 준 낚싯대를 만져 보던 시우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물었다.
“이걸루~ 물고기 잡아~?”
“그래. 이걸로 잡는 거야. 똑똑하네~”
“누가 더 마니 잡나~ 시합해~?”
“……응?”
시우의 귀여운 물음에 현수가 크게 웃었다.
현수는 시우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그래, 시합하자. 시우랑 승현이가 같은 편 하고~ 삼촌이랑 누가누가 많이 잡나 해 볼까?”
“응~ 좋아!”
46살 베테랑 낚시꾼 현수와 16살과 4살 도합 20살 초보 아이들의 낚시 배틀이 시작되었다.
시우는 작은 손으로 앞에 설치되어 있는 낚싯대를 잡고 입을 꾹 다문 채 진지하게 바다를 노려보고 있었다.
승현은 옆에 앉아 그런 시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함께 입질을 기다렸다.
마침내 낚싯대가 톡톡 움직였다.
“형아~”
물고기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 시우가 낚싯대를 얼른 승현에게 넘겼다.
웅성웅성.
몰려든 낚시꾼들 틈에서 다시 한번 소란이 일었다.
“뭐, 뭐야. 또야?!”
“아니, 뭔 애가 낚싯대에 손만 대면 물고기가 잡혀?”
“낚신이네, 낚신이야!”
이효은 PD는 새파랗게 질려 있는 현수의 얼굴을 한 차례 본 뒤, 옆에 있는 스태프에게 말했다.
“자막 넣게 적어 놔. 낚신 시우. 물고기를 지배하는 자.”
“아쿠아 베이비 같은 건 어떨까요? 아쿠아맨처럼…….”
“쟤가 베이비로 보여?”
“……낚신으로 보입니다.”
현수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시우와 팀을 이룬 승현이 챔질을 한 다음 릴을 감았다.
시우가 조그만 목소리로 코치를 했다.
“형아~ 너무 높이 들면 안대~ 내려~”
“아, 알았어.”
잠시 후.
“감성돔이다-! 아니, 우리는 노래미만 잡히는데 저 아가가 낚싯대만 잡으면 광어에 우럭에 감성돔에…… 아주 어복이 터지네!”
“와, 살다 살다 이런 건 처음 본다. 정현수 씨는 몇 마리나 잡았는가?”
“한 마리도 못 잡은 거 같은데? 하하하. 애들한테 좀 나눠 달라고 사정 좀 해 봐요~”
현수는 낚시꾼들에게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 저…… 두, 두 마리 잡았어요.”
“뭐 잡았는데요?”
“노래미…… 사실은 세 마린데 한 마리는 너무 작아서…… 제가 풀어 줬거든요…….”
“가서 애들한테 낚시 좀 가르쳐 달라고 하지그래요? 하하하!”
그때였다.
낚싯대를 붙잡고 전생에 쌓은 낚시 스킬을 아낌없이 발동시키던 시우가 또 승현을 불렀다.
톡톡.
입질이 오고 있었다.
“형아~”
그 귀여운 형아 소리에 현수를 포함한 낚시꾼들은 용왕님이 현신하기라도 한 것처럼 놀란 표정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승현이 또 릴을 감고 있었다.
정말 어설퍼 보이는 릴링이었으나, 시우의 보이지 않는 도움 덕분에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다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야아-! 2연속 감성돔이다! 아까 놈보다 더 크다! 하하!”
한 낚시꾼의 외침을 들은 현수는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쿨럭! 쿨럭! 쿨럭!”
걱정하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스태프들을 향해 현수는 손을 저었다.
“괘, 괜찮아. 나는 괜찮아. 놀라서 그런 거야. 쿨럭! 쿨럭! 와, 오늘…… 하하…… 파, 파티…… 파티하겠어~ 하하…… 쿨럭!”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현수는 입을 쉬지 않았다.
“얘가 말이야! 용왕님의 손자가 틀림없어! 내가 나중에는 내 낚식대를 쥐여 줘 봤거든?”
“낚식대?”
“낚, 낚싯대. 근데 잡힌다니까? 우리 여기 온 지 4일 됐냐, 5일 됐냐? 돔을 잡았어 내가!”
“축하해요, 형님. 근데 요리하는 데 방해되니까 좀 비켜.”
우락부락한 몸에 앞치마를 두른 동훈이 현수를 부엌에서 밀어냈다.
“야, 네가 못 봐서 그래. 쟤가 낚싯대만 잡으면 물고기가…….”
“알았어, 알았다고. 나 회 뜨게 집중 좀 하자. 가서 승현이 수제비 끓이는 거 간이나 보고 와.”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예쁘게 노을이 진 가운데 시우는 준영과 텃밭에서 야채들을 뽑아 부엌의 동훈 삼촌에게 배달을 했다.
“삼촌~ 이거~ 요리해 주세요!”
“오냐, 삼촌이 우리 시우 너무 귀여워서 심장마비 오겠다. 하하. 거의 다 됐으니까 가서 앉아 있어.”
동훈이 요리를 하고, 준영이 보조를 하고, 승현은 수제비를 끓였다.
그동안 시우는 현수와 마당에서 뛰어놀았다.
“시우야, 나중에 삼촌이랑 낚시 잡지에 표지 모델 하러 갈까? 어때? 이 방송 나가면 분명히 제의 들어온다. 아니면…… 요즘 핫한 낚시 투어 예능에 나가 볼까? 그럼 우리 시우가 최연소 출연자일 텐데. 하하하!”
시우는 현수의 농담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났다.
회와 수제비, 생선구이, 그리고 시우가 건져 낸 감성돔으로 만든 탕수도미에, 낚시 팀이 물고기를 낚는 동안 집에 남은 준영이 만든 겉절이 반찬들까지.
점심때보다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다.
동훈이 말했다.
“야아, 그 유명한 류승현 수제비를 직접 먹게 되다니. 내가 보니까 반죽부터 숙성까지 제대로던데? 멸치 육수 딱 내 가지고…… 와, 맛있겠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또 힐링 예능이잖아. 다른 게 힐링이겠어? 좋은 사람들끼리 이렇게 모여서 같이 맛있는 한 끼 먹는 게 힐링이지. 시우, 이번에도 삼촌이랑 먹을래?”
도리도리.
“승현이 형아랑~ 머글래요~”
시우가 말하자 승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형이랑 먹자. 형 옆에 앉아.”
시우는 쫄랑쫄랑 승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다섯 명은 한목소리로 외친 다음, 식사를 시작했다.
이제 먹방 타임이었다.
“형아~ 이거 머글래!”
시우는 제일 먼저 승현이 만든 수제비를 손으로 가리켰다.
승현이 자신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우였다.
“그럴래? 알았어. 형이 식혀 줄게.”
승현은 직접 만든 수제비를 먹기 좋게 작게 자르고 호호 불어 시우에게 줬다.
“와앙~”
시우는 백숙 먹방 때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수제비를 입안 가득 넣었다.
“……!”
맛있었다.
승현은 두근거리는 얼굴로 시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어때? 맛없어?”
시우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아니~ 마시써! 엄청 마시써~! 또 줘!”
“그래? 진짜? 알았어! 많이 먹어!”
승현의 표정도 활짝 펴졌다.
승현은 자신의 밥은 뒷전인 채로, 시우의 입에 밥과 반찬들을 계속 퍼다 날랐다.
현수가 승현에게 너도 좀 먹으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시우가 한발 앞서 손을 뻗었다.
승현의 숟가락을 집어 든 시우는 승현의 밥그릇에서 밥을 푸욱 푼 뒤, 승현에게 내밀었다.
“형아도 아~ 해!”
“알았어. 아~”
시우와 승현은 서로 밥을 먹여 주며 즐겁게 먹방을 벌였다.
준영이 부러운 눈길로 두 아이들의 케미를 바라보다 한마디 뱉었다.
“아, 나도 누가 저렇게 먹여 주면 좋겠다.”
평화롭고 예쁜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출연자들이 사이좋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이효은 PD는 출연자들이 식사를 마치자 이제 집으로 돌아갈 승현과 시우를 따로 불러냈다.
“인터뷰할 거예요. 먼저 우리 시우. 오늘 삼촌들이랑 또 형아들이랑 놀았잖아요~ 어땠어요~?”
카메라 앞에 놓인 의자에 앉은 시우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우으음…… 재밌었어요~ 그리구~ 삼촌들이랑 형아들 마니마니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안뇽!”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