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56)
56. 응급실
현주가 도진의 몸을 흔들었다.
“오빠! 여보!”
도진은 눈꺼풀을 무겁게 깜빡거리다 현주의 다급한 외침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잠이 확 달아났다.
“뭐, 뭐야? 왜 그래?”
불이라도 났나?
아니면 도둑?
일어난 도진에게 현주는 핏기가 사라진 새하얀 낯빛으로 말했다.
“빠, 빨리…… 시우 아파…… 어떡해? 어떡해애. 열이…… 열이 40도야.”
“……뭐?!”
도진은 현주와 함께 시우의 방으로 뛰어갔다.
지금까지 그 흔한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라 주던 시우였다.
시우는 자신의 침대 안에서 쌕쌕-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의식도 없이 축 늘어져 있는 아들을 본 도진은 침대 위에 놓인 체온계를 시우의 귓속에 넣었다.
삐-
도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41.1도?! 이, 이게 말이 되는…… 고장 난 거 아냐?”
반대쪽 귀를 다시 재어 봤지만 이번에는 41.2도였다.
현주가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는 40.5도였는데…… 더 올랐어…….”
도진이 물었다.
“해열제는 먹였어?”
“응. 방금 먹였어. 먹이고 좀 기다려야 떨어진다고 하던데…… 이렇게 기다려? 열이 너무 높잖아. 바로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닐까?”
“그래. 가자. 옷 대충 입고…… 얼른 준비해. 어디로 가야 되지? 우리 집 앞에 소아과로 가야 되나? 아님 바로 큰 병원으로 갈까? 지금 몇 시야?”
도진은 정신없이 외치며 차 키를 가지러 안방으로 달려갔다.
일요일 아침 7시였다.
도진은 곧장 대학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수납 창구에서 수납과 접수를 하자 간호사가 다가와 물었다.
“아이 어디가 아픈가요?”
놀란 마음에 계속 말문이 막히는 현주를 대신해 도진이 설명을 했다.
“어젯밤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아침에 열이 41도까지 올라서…… 애가 처지고 정신도 잘 못 차리고…….”
“해열제 복용했나요?”
“네.”
“해열제 어떤 거 먹었어요? 언제 먹었죠?”
현주가 나섰다.
“……30분쯤 전에 부루펜 처음 먹였어요.”
“토하거나 다른 증상은요?”
간호사는 도진과 현주에게 몇 마디를 더 묻고 시우의 귀에 체온계를 넣었다.
삐-
귓속에 뭔가가 들어오자 시우는 정신이 없는 가운데 조그만 손으로 현주의 옷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엄마 품 안으로 도망치듯 파고들었다.
현주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시우의 뜨거운 몸을 힘껏 끌어안았다.
너무 당황스럽고, 괴로웠다.
가슴이 꽉 막혔다.
늘 건강하기만 하던 시우의 아픈 모습에 하늘이 다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40.8도…… 높네요. 일단 앉아 계세요. 금방 이름 부를 거예요.”
도진과 현주는 시우를 데리고 소아응급실 앞에 앉아 기다렸다.
간호사 말대로 오래 지나지 않아 시우의 이름이 불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시우를 진료하러 왔다.
청진기를 시우의 몸에 대고 숨소리를 확인한 의사는 시우의 귀를 확인한 다음, 목 상태를 보기 위해 시우에게 말을 걸었다.
“시우야. 아~ 해 볼까? 시우야? 말 들리니?”
의사는 몽롱해 보이는 시우를 살피기 위해 손가락으로 시우의 눈꺼풀을 열고, 눈의 초점을 확인했다.
순간 반쯤 풀려 있던 시우의 눈동자가 스륵 움직였다.
“……헉!”
흠칫!
시우와 눈이 마주친 의사는 자기도 모르게 헛바람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머리털이 쭈뼛 서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강한 기운 같은 것이 자신을 관통하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왜 그러세요?”
간호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의사는 시우의 눈에 다시 손을 올리려다, 본능적으로 치솟는 두려움 탓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때, 의사에게는 천만다행으로 시우가 스스로 눈을 떴다.
방금 전에 의사 혼자 느꼈던 날카로운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열 때문에 힘이 들어 보이긴 했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어린아이의 예쁜 눈동자였다.
의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어 물었다.
“시, 시우야? 선생님 보여? 들리니?”
시우는 발갛게 열이 오른 자신의 두 뺨을 손으로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아~ 해 볼까?”
마치 잠이 아직 덜 깬 듯이 보이는 시우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아~ 는 왜?”
다섯 살 아이답지 않은 말투에 의사가 당황했다.
“어? 으응? 아니…… 목, 목 좀 보려고…….”
시우는 느릿느릿 눈을 움직여 주위를 둘러봤다.
여긴 어디지?
집은 아닌데?
아, 병원이구나.
상황 파악을 위해 움직이던 시우의 눈이 의사의 얼굴로 향했다.
흠칫!
의사가 화들짝 놀라는 게 보였다.
아빠와 엄마의 얼굴도 한 차례씩 올려다본 시우는 다시 의사를 봤다.
흠칫!
‘……뭐야, 왜 저래?’
다른 곳을 보다가 다시 의사에게 눈을 돌리자-
흠칫!
한 번 더-
흠칫!
시우는 아픈 얼굴로 배시시 귀엽게 웃음을 지었다.
몇 번까지 놀라나 계속해 보고 싶었지만 장난칠 기운이 부족했다.
“아아아…….”
시우가 입을 벌렸다.
의사는 악어의 입 안을 살펴보는 사육사처럼 긴장한 손길로 시우의 목을 검사했다.
“음, 특별히 눈에 보이는 이상은 없거든요. 해열제는 이부프로펜 계열 부루펜 먹었고, 다른 증상은 없다고 하셨는데…… 열이 너무 많이 나네요. 이러면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고 하니까 수액도 좀 맞고, 소변검사랑 피검사 진행할게요. 엑스레이도 찍어 봐야 할 거 같고, 부모님이 원하실 경우 독감 검사도…….”
멍한 와중에 속사포처럼 들려오는 말소리를 들으며 시우는 생각했다.
‘아니, 무슨 검사를 그렇게 많이…… 됐어요, 의사 아저씨. 그냥 부모님 안심시켜 주고 집에나 보내 줘요.’
쿠웅-!
시우의 심장에 위치한 마나홀이 요동을 쳤다.
마나들이 쿠웅 밑으로 떨어져 내리며 단전에 쌓인 내공들과 크게 충돌을 일으켰다.
우우웅-
몸 안의 기운들이 곳곳에서 또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에이, 진짜. 지들이 무슨 백혈구도 아니고…… 으윽…….’
큰 싸움이 일어난 뒤 일순간 기운들이 흩어지자 온몸의 피가 쑥 빠져나간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갑자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시우를 본 현주는, 마음이 아파 어쩔 줄을 몰라 하다 시우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불덩이 같은 등을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감기던 시우의 눈이 뜨였다.
시우는 눈물이 가득한 엄마를 보며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미안해…….”
“아니야. 시우가 왜 미안해. 괜찮아.”
일이 커졌다.
부모님이 일어나기 전에 끝내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엄마가 일찍 깨 버렸다.
‘응급실까지 와 버렸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에요. 모든 수치가 다 너무 깨끗해요.”
“그럼 왜 열이 그렇게 난 건가요? 원인이 뭔가요?”
도진이 의사에게 물었다.
“단순히 열만 나는 감기일 수도 있고, 또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있고. 당장 이렇다 판단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우선 가능한 검사들을 해 봤는데 괜찮다고 나오니까…… 퇴원하신 다음에 집에서 두고 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네…….”
의사가 떠났다.
오랜 시간 응급실에서 마음고생을 한 도진과 현주는 몹시 지친 얼굴로 베드 위에 앉아 있는 아들을 돌아봤다.
시우는……
어딘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는 여전했으나, 눈빛이 묘하게 깊어진 느낌이었다.
“……시우야, 괜찮아?”
현주는 시우가 너무 괜찮아 보여서 도리어 불안했다.
“응! 괜차나!”
시우는 밝게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도진이 말했다.
“수액이 효과가 진짜 좋네. 수액 두 팩 맞으니까 시우가 평소보다 더 건강해졌어. 하하.”
아이가 안 아프니 웃을 여유도 생겼다.
시우는 베드에서 훌쩍 뛰어내려온 뒤 현주에게 말했다.
“엄마! 집에 가자. 배고파.”
“그래, 가자.”
“안아 줘~”
현주는 시우를 안아 들었다.
새벽부터 부모님 모르게 꽤 오랜 시간 몸 안의 기운들과 사투를 벌이느라 정신적으로 조금 지친 시우였다.
고생한 부모님에게 치유 마법을 걸어 준 시우는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 * *
열은 며칠 동안 계속 오르고 내리길 반복했다.
의사의 말대로 도진과 현주는 집에서 시우의 상태를 세심히 지켜봤다.
시우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낮에는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가 새벽이 오면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시우야, 먹고 싶은 거 없어?”
“돈까스.”
“다른 거는?”
“삼겹사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식욕이 오히려 아프기 전보다 더 왕성해졌다는 것이었다.
와구와구.
포크로 돈까스를 콕콕 찍어 입에 마구 넣는 시우를 보며 현주가 말했다.
“오늘은 밤에 열 안 났으면 좋겠다. 많이 먹고 기운 내, 시우야.”
“네에~”
“휴우, 낮에는 이렇게 활기찬데…….”
“걱정 마, 엄마! 나 이제 안 아파. 다 나아써~”
정확히는 오늘 밤이 마지막이다.
시우는 단전이 거의 사라진 배를 음식으로 채우려는 듯이 맛있게 고기를 씹어 삼켰다.
– 바나나챠챠~ 바나나챠챠~ 다 함께 랄랄랄 랄라 챠챠~
밥을 다 먹어 갈 즘, 시우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키즈폰이 울었다.
아픈 시우가 기운을 차렸으면 해서, 어제 현주가 나가서 개통해 준 키즈폰이었다.
“오~! 전화다!”
아빠와 엄마가 테스트 삼아 걸어 준 것을 제외하면 시우에게 걸려 온 첫 전화였다.
숟가락을 내려놓은 시우는 식탁 의자에서 내려온 뒤, 설레는 마음으로 키즈폰 액정을 확인했다.
지호였다.
시우는 키즈폰으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어른이 된 기분을 느끼며, 화면을 터치했다.
“여보세요~ 지호~!”
[슈슈~! 너어~ 키즈폰 사써?]“응! 니가 지금 전화했자나!”
[추카해!]“고마워!”
[시우야~ 아직도 아파? 감기 나아써?]시우는 거실 소파에 올라가 앉으며 대답했다.
“내일 다 나을 거야.”
[그래? 그럼 우리 놀까? 킥보드 탈래?]“알았어! 내일 놀자!”
[맞다! 잠깐마안! 궁금한 거 이써~!]“뭔데?”
[기다려, 엄마한테 물어볼게!]“어?”
궁금한 게 있는데 엄마한테 물어본다고?
잠시 뒤, 지호 엄마가 키즈폰 너머에서 말했다.
[시우야, 안녕! 아줌마야.]“안녕하세요!”
[그래. 내일 지호랑 같이 킥보드 타고 놀자. 어휴, 쪼끄맣던 애들이 언제 이렇게 커 가지고 둘이 전화로 약속 잡고 그러고 있냐. 신기해 죽겠다.]“히이~”
[별건 아니고, 시우 다음 주에 영화 찍으러 가지?]“네에.”
지호가 촬영장에 온다고?
오는 거야 상관없지만…… 심심할 텐데.
아, 아니다.
엄마가 항상 심심하게 혼자 있는데, 지호랑 아줌마가 있으면 덜 외로울지도 모른다.
“저는 좋아요!”
[정말? 진짜 괜찮아?]“네!”
시우는 흔쾌히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아줌마가 시우 엄마랑도 얘기해 볼게. 엄마 허락도 받아야지.]키즈폰이 끊겼다.
시우는 진짜 별것도 아닌 애들 키즈폰이라는 걸 알면서도…… 키즈폰 액정에 내려앉은 먼지를 호호 불어 날린 다음 지문이 남지 않게 슥슥 조심히 닦았다.
그날 밤.
시우는 엄마와 함께 화장실에 가서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시우야, 엄마는 밑에서 잘 테니까. 아프면 엄마 불러. 알았지?”
“응. 알았어, 엄마.”
“우리 아들, 사랑해.”
“나두.”
시우가 오두막 침대로 들어가자 복실이와 네로가 따라올라왔다.
둘은 시우의 곁에 누웠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시우는 최근 자신을 돌보느라 새벽마다 수시로 일어나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는 엄마에게 수면 마법으로 편한 잠을 선물하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
“쉿~ 엄마 건드리지 말고 이리 와. 오늘은 아침까지 마법 안 풀 거야. .”
복실이와 네로는 현주의 품을 기웃거리다 다시 오두막 침대로 올라왔다.
“거기 앉아서 구경하고 있어. 많이 봤지?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 되면 형아 더 잘생겨진다.”
– 멍?
– 냥?
“……비웃냐? 으이그.”
침대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시우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은 뒤 이제는 자신의 통제 아래 놓인 새로운 마나홀을 활짝 개방했다.
쿠우웅-!
순간, 오두막 침대 안의 모든 공간들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