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60)
60. 옛날엔 예뻤다
“네가 누군지 아냐고? 알지. 빠뿌야아! 광고도 했고. 드라마에서 어린 덕구로도 나왔고. 요즘에는 승현이랑 영화 찍고 있잖아. 염라대왕! 어때? 잘 알지? 이 아저씨는 모르는 게 없어.”
영민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시우는 그런 영민에게 새초롬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무슨 음식 좋아하는지는~ 모르자나요~”
“어?”
“무슨 학원 다니게요~?”
“…….”
영민은 눈을 크게 뜨고 귀엽게 묻는 시우를 보며 그만 웃고 말았다.
“그러네. 아저씨가 괜히 잘난 척했다. 무슨 학원 다니니?”
“바둑이랑~ 태! 권! 도!”
“뭐? 바둑? 아저씨 바둑 진짜 좋아하는데. 그리고 태권도도 어릴 때 해 봤어. 이야, 바둑 하는구나. 멋있네. 먹을 거는 뭐 좋아해? 아저씨가 지금 시켜 줄게.”
“우음~ 돈까쓰?”
마흔이 넘어 겨우 얻은 세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영민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너무 예뻤다.
영민이 손으로 시우의 얼굴을 만지려다 아이들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던 아내님의 말을 떠올리고 슬며시 손을 거뒀다.
“돈가스 먹자! 내 사무실로 돈가스 인원수대로 시켜 줄래?”
직원에게 부탁하는 영민을 향해 시우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중요한 것을 잊었다.
“치~ 즈! 치~ 즈~”
“아, 치즈 돈가스? 오케이~ 하나는 치즈로오!”
영민은 사무실로 가기 위해 일어나면서 현주에게 말했다.
“직접 보니까 아이가 더 예쁘네요. 우리 아들도 시우처럼 예쁘게 생겼거든요. 물론 아빠 눈으로 봐서 그런 걸 수도 있고. 하하.”
“아~ 네에.”
“요즘에 소변기에 쉬야 하는 거 연습하고 있는데, 거기다 쉬야 하고 나서 칭찬해 달라고 오는 거예요. 그럼 내가 박수를 막 쳐 줘! 그러면 그냥…… 아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애가 이렇게 웃는데! 와~!”
신나게 말을 쏘아 내는 영민이었다.
현주도 의외로 소탈한 영민의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네. 시우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아이가 언제 크나 싶으면서도, 또 하루하루 크는 게 너무 아쉬워요.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아기 때 사진 보면 가끔 괜히 눈물 날 거 같기도 하고.”
“그렇죠. 우리 애는 벌써 세 살 됐어요. 첫 걸음마 떼고 아빠빠~ 아빠빠~ 하면서 서툴게 걸어와 안기고 그랬거든요. 이제는 그런 모습은 못 보니까…….”
승현과 승현의 매니저, 갓 엔터의 여직원은 현주와 영민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포크를 든 시우의 손이 위로 올라갔다.
돈가스 안의 치즈도 쭉 따라 올라왔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돈가스 가게에서 시킨 덕에 따끈따끈한 치즈가 눈부신 자태를 뽐내며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왕 입을 크게 벌린 시우가 녹아내리는 치즈가 담긴 돈가스를 입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
맛집이다-!
치즈의 풍미와 질 좋은 고기의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시우는 눈을 꼭 감고 맛을 음미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시우를 본 영민이 감탄사를 뱉어 냈다.
“진짜 맛있게 먹는다. 표정도 풍부하고…… 정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 같아요. 시우야, 많이 먹어. 꼭꼭 씹어서. 옆에 주스도 마시고.”
아이를 살뜰하게 잘 챙기는 영민이었다.
시우는 실물 크기의 온갖 히어로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갓 엔터 회장실로 자리를 옮겨 이른 점심을 먹고, 영민에게 뮤직비디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까 연습실에서 노래 들어 보셨죠? 제목은 [옛날엔 예뻤다>예요. 옛날엔~ 나도~ 예뻤어~ 내가 지금은 비록 이렇게 생겼지만, 어릴 땐 완전 천사였다. 뭐 믿거나 말거나. 이런 컨셉이고. 시우가…… 제 아역입니다. 네, 죄송해요.”
시우는 연습실에서 들었던 노래를 떠올렸다.
굉장히 신나는 곡이었는데 느낌이 괜찮았다.
듣다 몇 차례 웃음이 터지기도 했으니까.
작년에 마이튜브를 타고 느닷없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민의 이전 곡 [갓난아기>의 분위기가 묻어 있었고, 아이들 사이에서 겨울까지 유행했던 래퍼 고무장갑의 히트곡 [소년점핑> 느낌도 났다.
“시우야, 어때. 아저씨랑 뮤직비디오 같이 한번 찍어 볼래?”
이후로도 길게 설명을 늘어놓은 영민은 끝에 가서 시우에게 물었다.
“우으음…… 으으음~~~”
시우는 조금 애가 타라고 한참 고민하는 척을 하다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악수할까?”
“응! 악수우~!”
영민과 시우는 서로의 손을 잡고 장난을 치며 계속 흔들었다.
영민이 현주에게 말했다.
“제가 직접 최민철 감독님께 연락을 드려서 감사 인사도 드리고, 스케줄 확인도 할게요. 이제…… 다 됐네요?”
시우의 뮤직비디오 출연이 결정되었다.
영민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제가 또 일이 있어서 바로 나가 봐야 하거든요. 너무 바빠요, 하하. 내일 미국도 가야 되고. 이왕 오셨으니까 승현이랑 같이 사옥 구경 좀 하다 가세요. 직원이 안내해 드릴 거예요.”
영민과의 짧은 만남을 마친 시우는 승현의 손을 잡고 갓 엔터 사옥 투어에 나섰다.
* * *
6월이었다.
영화 촬영은 계속되고 있었다.
블록버스터라 9월까지 촬영이 잡혀 있었지만, 시우는 가끔 등장하는 염라였기 때문에 크게 바쁘진 않았다.
검은색 밴이 시우와 현주의 앞으로 와 섰다.
“어머님, 시우야. 타세요.”
아파트까지 태우러 온 차를 보며 시우는 자신의 뒷머리를 매만졌다.
신영민 대표는 뮤직비디오 촬영 연습을 위해 갓 엔터를 몇 차례 방문해야 했던 시우를 위해 차 한 대를 내줬다.
거기에 더해 신의 이름으로 촬영이 끝나는 9월까지 이동을 책임져 주겠다고 하는데……
아직 어리긴 하지만 장래가 유망한 시우와 인연을 만들어 놓고 싶다는 뜻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시우와 현주는 차를 타고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 갔다.
한적한 교외에 있는 창고 건물이었다.
“공기 좋다. 그치, 시우야.”
“응! 날씨도 좋아~”
시우는 건물 쪽으로 먼저 걸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보이던 황량한 겉모습과 달리, 화려하기 짝이 없는 건물 내부가 보였다.
“와~!”
굉장했다.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쪽은 실제로 있는 환경을 재현하거나 상상 속의 풍경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은 곳인 반면, 이곳은 신기한 배경과 화려한 배경, 알록달록 오색찬란한 모든 아이템들을 싹 다 모아 놓은 곳 같았다.
– 히히힝~!
“……응?”
어디선가 들려온 말소리에 시우가 고개를 돌리자 마구간에서 말이 푸르르 대며 시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 말이 이써~!”
“그러네. 웬 말이지?”
시우가 말 쪽으로 뛰어가려는 찰나, 영민이 시우를 불렀다.
“시우야! 어머님! 여깁니다!”
아쉽지만 말은 이따 만나기로 하고 시우는 발걸음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시우가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촬영 스태프들이 귀엽다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멋진 외모의 노르웨이숲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던 영민이 고양이를 다른 스태프에게 건네주고 시우에게 다가왔다.
“오늘도 씩씩하네. 춤 연습 많이 했어?”
“응!”
“좋아. 가서 감독님한테 인사하자. 감독님 보면…… 아니다. 시우는 기억 못 할 수도 있겠다. 어머님,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영민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앞장서서 걸었다.
시우와 현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영민을 따라 어딘가로 들어갔다.
옷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특히 시우가 입을 만한 어린이용 옷이 한가득이었다.
승마복, 경찰복, 의사 가운, 펭귄 옷, 토끼 옷, 태권도복, 축구 유니폼 등등.
너무 많아 셀 수도 없었다.
“아저씨! 이거 다~ 입어야 돼요?”
약간 정신이 아득해진 시우가 물었다.
다행히 영민은 손을 저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다 입어. 골라 입어야지.”
시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자아이 옷만 있는 게 아니라, 여자아이 옷도 있었다.
다 입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참으로 위안이 됐다.
시우가 모자 달린 곰돌이 옷을 만지작거리며 동물원에서 만난, 차를 밀어 준 건빵 베어 웅비를 떠올리고 있을 때, 영민이 넓은 옷 방을 두리번대다 목소리를 올렸다.
“감독님~ 설마 진짜 숨어 있는 거 아니죠? 난 농담인 줄 알았는데. 화장실 갔나?”
그때.
어디선가 조그맣게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뿌야~”
흠칫.
영민과 현주는 살짝 놀랐고, 시우만 멀쩡했다.
왜냐하면 시우는 이미 들어오자마자 이 방에 누군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숨은 위치도 알고 있었다.
시우는 상대의 어설픈 은신에 가소롭다는 듯이 씩 웃고 엄마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엄~ 마~ 저기.”
시우가 커튼 뒤를 가리켰다.
영민과 현주가 그쪽을 보니 시우 말대로 커튼 밑에 누군가의 신발이 보였다.
영민이 말했다.
“저분도 참 장난꾸러기야. 가서 누군지 한번 보세요. 굉장히 반가워하실 거라고 들었는데.”
“제, 제가요? 누구시기에…….”
영민이 현주에게 권했으나 현주는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를 대신해 시우가 커튼으로 성큼성큼 향했다.
그 순간, 커튼 뒤에서 또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빠뿌야~”
시우는 왠지 상대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3. 2. 1.
촤르륵!
시우의 손에 의해 커튼이 걷혔다.
커튼 뒤에 숨어 있던 남자는 활짝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이고 마치 달려와 안기라는 듯이 두 팔을 벌렸다.
“시우야~! 하하! 감독님 기억 안 나지? 너무 어릴 때라! 얼마나 컸나 안아 볼까?”
시우는 조용히 말했다.
“……기억나요.”
펫피월드 광고로 두 살 시우를 단숨에 전국적인 CF 스타로 만들었던 남자.
그리고 본인도 스타 감독이 되어 CF 업계와 MV 업계를 종횡무진하며, 분량 짧은 건 뭐든 다 만드는, 이제는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감독 최샛별이었다.
일명 별 감독.
3년 만에 시우와 재회한 별 감독은 시우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래? 그럼 이것도 기억나니? 오랜만에 한번 해 볼까? 빠뿌야아아~!”
“……빠, 빠뿌야아.”
앗!
이걸 왜 따라 하고 있지!?
시우의 뽀얀 얼굴이 사르르 붉어졌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별 감독한테는 아차 하는 사이에 페이스를 뺏길 위험이 있었다.
다섯 살이 된 시우의 얼굴을 가까이서 찬찬히 들여다보던 별 감독이 영민에게 말했다.
“와, 우리 윤시우 배우님. 너무 예뻐졌네요. 아기 때도 최고였는데 거기서 정변을 한 게 아니라 아예 진화를 했네. 말이 안 됩니다, 이건.”
“그렇죠? 나도 아주 실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얘를 진짜 내 아역으로 써도 되나…….”
“그러니까 신영민 대표님께서 어릴 때는 이렇게 예뻤다, 그 얘기잖습니까. 사기로 고소당할 준비는 되셨나요?”
“하하! 각오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촬영 들어가죠. 잇츠 쇼 타임.”
별 감독은 웃는 얼굴로 시우를 계속 바라보며 문워킹으로 옷 방을 빠져나갔다.
영민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저 감독님이 댄스 가수 앞에서 주름을 잡네. 하하. 시우야, 잘 봐라. 이게 진짜야.”
영민은 한층 능숙한 문워킹으로 쓱쓱쓱 신발을 끌며 한 바퀴를 돌더니, 문밖으로 나갔다.
현주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두 분 다…… 되게 젊게 사신다. 시우도 엄마 따라와. 나가자.”
현주가 시우에게 손짓을 한 뒤 문을 나서자, 시우는 엄마를 뒤쫓다 말고……
한숨을 푹 쉰 다음.
결국 충동을 누르지 못하고, 작은 몸을 쓱쓱 움직여 문워킹으로 옷 방을 떠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