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69)
69. 특별출연 제안
프로야구 중계석.
“오늘 시구는 어린이날을 맞아 아주 귀여운 꼬마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굉장히 인기죠. 그러고 보면 저는 예전에 [왕의 길> 그 드라마를 무척 재밌게 봤거든요.”
“저도 봤습니다. 주인공 송준영 씨부터 아역 배우분들까지 외모가 다 너무 뛰어나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중에서 가장 어린 주인공이었죠? 현재 극장가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의 이름으로>의 염라대왕님께서 지금 마운드로 올라와 주고 계십니다.”
“이름이…… 윤시우 군이네요. 이름도 예쁘네요. 하하.”
서울 슈퍼스타즈 대 부산 드래곤즈.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 팀인 동시에, 승률 공동 1위 팀 간의 휴일 맞대결이었다.
한마디로 빅매치.
관중석은 발 디딜 틈도 보이지 않았고, 포털 사이트 중계방송의 동시 접속자 수도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실시간 댓글 역시 폭발적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 드래곤 때려잡고 서울 단독 1위 가자!
– 마! 부산 1위! 이대로 한국시리즈까지 달려라! 부사아아아안!
– 염라대왕님!
– 헐 염라 나왔어! 얼굴 개귀엽노!
– 윤시우?
– 서울에서 시구하는데 슈퍼스타즈 옷 안 입고 염라 옷 입은 거 칭찬한다
– 시우야 이대로만 커라 너는 미래의 슈스 한자리 이미 예약
– 속보 : 영화에서 한유리랑 같이 소멸됐던 염라 어린이날 맞아 야구장에서 부활
– 염라 소멸되고 월순이 자진 소멸할 때 내 여자 친구 진짜 옆에서 울다가 쓰러질 뻔
– 나 여잔데 영화 3번 봤는데 나도 그 장면에서 3번 다 울었음 ㅠㅠㅠㅠ
–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 친구 있다고 구라치는 놈이랑 지가 여자라고 구라치는 놈이 서로 얘기하고 있어
시우의 얼굴이 중계 화면에 잡히자 서울과 부산의 팬들이 잠시 싸움을 멈추고, 영화 얘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응원하는 팀은 달라도 영화를 재밌게 본 것은 매한가지인 그들이었다.
시우는 즐거운 표정으로 슈퍼스타즈 팀의 마스코트인 왕별 아저씨의 손을 잡고 마운드로 향했다.
“와아아아~!”
만원 관중의 함성과 박수가 시우를 향해 쏟아졌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있는 전광판을 본 시우는 쫓아오는 카메라를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V를 그렸다.
“와아아아아아~!”
환호성이 더 커졌다.
“염~! 라~! 염~! 라~! 염~! 라~!”
양 팀의 팬들이 경쟁을 잊고 사이좋게 염라를 외쳤다.
노란색 왕별 탈을 머리에 쓴 마스코트가 시우의 입에 마이크를 대 줬다.
“시우야. 팬분들께 인사.”
땅이 울릴 정도로 큰 함성이 가득하던 야구장이 일순간 차분해졌다.
관중들은 시우의 인사를 듣기 위해 흐뭇한 미소를 띠고 전광판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는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린 다음, 예쁜 얼굴을 위로 살짝 치켜들고 갓 엔터 직원과 함께 연습한 영화 대사를 읊었다.
“신의 이름으로~ 명하노니이~”
관중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카리스마 넘치던 영화에서의 모습과 달리, 귀여움이 한도 초과였다.
포털의 실시간 댓글 창도 ‘ㅋㅋㅋㅋㅋㅋㅋ’와 ‘ㅎㅎㅎㅎㅎㅎㅎ’로 도배되고 있었다.
“야구장의~ 모든 관중들은~ 열! 심! 히! 응원해~ 주세요오…….”
– 끝에 말꼬리 왜 내리는데? ㅋㅋㅋㅋㅋㅋ
– 부끄러운가? 얼굴 좀 빨개졌어 ㅋㅋㅋㅋ 애가 너무 이쁘다
– 역대급 귀요미 ㅎㅎㅎ 이 애기 나온 거 다른 작품도 찾아 봐야겄다
마스코트 왕별 아저씨가 시우의 작은 손에 야구공을 쥐여 줬다.
“시우야. 앞으로 가서 네가 던지고 싶은 데서 던져.”
아이의 연습을 도운 김진수 투수가 얘는 굳이 타자 코앞에서 던질 필요 없으니까, 아이가 원하는 데서 던지게 해 달라고 말을 했다.
왕별 아저씨는 시우를 데리고 타자와 포수 쪽으로 걸어갔다.
우뚝.
시우의 발이 멈췄다.
“응? 여기서 던질 거야? 더 가까이 가서 던져도 돼.”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보통 이 나이 대의 아이들이 시구를 하러 올 때는, 정말 타자의 몇 걸음 앞에서 던지곤 했다.
그런데 시우는 당당하게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손끝으로 야구공의 실밥을 만지면서 시우는 포수와 타자를 응시했다.
‘옛날에 주먹만 한 돌로 날아다니는 와이번 잡고 그랬는데, 그런 감각으로 던지면…… 포수 아저씨 손이 부러지겠지?’
여섯 살 아이의 구속에 대해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온 시우였다.
‘그 야구 신동이 시속 61km 던졌으니까, 난 가볍게 50km 정도로 할까? 그 대신…….’
야구 선수 될 게 아니라면, 능력을 함부로 드러내선 안 된다.
여기서 80-90km를 던지는 순간 바로 야구 선수행 특급열차에 강제 탑승하게 될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냥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시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오오오오~!”
여섯 살 아이가 취한 멋진 와인드업 자세에 관중석의 함성이 커졌다.
너무 튀지 않기 위해 구속을 포기한 대신, 팬들을 위한 멋진 투구 폼과 프로 선수들을 아주 조금 놀라게 만들어 줄 소소한 컨트롤 한 스푼을 추가하기로 했다.
시우의 왼쪽 다리가 높이 올라갔다가 앞으로 쭉 내뻗어졌다.
왼발로 땅을 밟고 오른발로는 땅을 힘껏 밀면서 시우는 상체를 비틀 듯이 돌렸다.
공을 쥔 시우의 오른손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파앗!
“오오오오오오~!”
프로 선수의 폼을 미니미니하게 축소해 놓은 듯한 시우의 투구 동작에 전광판으로 지켜보던 관중들이 일제히 감탄사를 내질렀다.
슈웅~!
시우의 손을 떠난 야구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의 글러브를 향해 날아갔다.
파악!
공은 포수 글러브에 정확하게 안착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관중석에서 큰 함성과 박수가 울려 퍼졌고.
“스뚜우롸이끄으-!”
아이를 위한 심판 아저씨의 목청 좋은 서비스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중계석에서는-
“아니! 방금 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를 완벽하게 찌르는 스트라이크였죠?”
“와~ 제구력이 대단한데요? 오늘 슈퍼스타즈의 선발인 홍수영 투수가 제구에 약점이 있는데, 우리 윤시운 군의 시구를 보고 한 수 배워야겠어요. 하하하.”
“전광판에 구속이…… 어우~! 53km가 나왔어요! 광주의 야구 신동 이효영 투수가 여섯 살 때 61km를 던지지 않았습니까?”
“…….”
“위원님? 해설 위원님?”
“아…… 네. 그 경우는 이제…… 만 6세인데…… 이 어린이는 그냥 여섯 살이잖아요.”
“헉!”
* * *
시구 효과는 갓 엔터의 기대치를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1위 윤시우 시구
2위 윤시우
3위 신의 이름으로 염라
무려 포털 사이트 실검 1위, 2위, 3위가 전부 시우 관련 검색어로 채워졌다.
덕구나 염라가 아닌 윤시우라는 이름이 실검 상위권에 올라온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연예 기사란 역시 시우가 점령했다.
[아기 염라대왕의 귀여운 시구!> [여섯 살에 영화계 블루칩이 된 윤시우, 오늘은 야구장 나들이!>시구 소식이니만큼 스포츠란에도 기사가 떴다.
[만 5세에 53km! 맥스 시우저! 윤시우!> [염라대왕, 알고 보니 컨트롤 아티스트! 포수 미트에 오차 없는 시구!>시우의 당차고 귀여운 시구 사진들과 멋진 투구 동작 움짤이 인터넷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심지어 야구가 인기 종목인 일본과 미국의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완벽한 투구 폼을 가진 아이라며 움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 정말 반칙이다. 여섯 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귀여우면서 멋있는 게 말이 돼?”
갓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팀의 한 여직원이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시우의 시구 움짤을 계속 돌려보던 중이었다.
옆자리의 남자 직원이 PC로 업무 관련 톡을 주고받다 입을 열었다.
“원래 말이 안 되는 애들이 스타 되는 거지. 말이 안 되게 연기를 잘하거나, 말이 안 되게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이쁘고 잘생기거나. 뭐 해? 남의 톡 훔쳐보는 거야?”
동료 여직원은 그의 톡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차피 업무 톡이라 개인적인 얘기는 없었지만, 남자 직원은 슬그머니 손으로 자신의 모니터를 가렸다.
이때, 그녀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시우를…… 이모티콘으로 만들자.”
“시우 이모티콘? 옛날에 뭐 있지 않았어?”
정보를 검색해 본 여직원이 말했다.
“없어. 없어. 시우가 세 살 때 MBS 연기대상에서 수상 소감으로 ‘새해 폭 마니 바드시요~!’ 외친 거를 다른 캐릭터들이 따라 외치는 이모티콘만 있었어.”
“그래? 그러면…… 괜찮은데?”
“그치? 들어 봐.”
여직원은 공을 던지듯이 팔을 움직였다.
“우리 예쁜 시우가 엄청 멋있게 공을 던져. 하트를…… 던질까? 하트를 던지자! 그러면서 위에 ‘너에게로 돌직구!’ 이런 거는 어때?”
“너에게로는 빼라. 그냥 심플하게 돌! 직! 구! 그리고 하트 뿌려~! 소비자들 마음 뿌셔~! 어, 그리고 이런 것도 되겠다.”
남직원도 아이디어를 냈다.
“나는 시우가 카페 앞에서 악귀 토벌하는 거 멋있었거든? 그거 화제였잖아. 염라 옷 입고 검을 땅에 꽂아! 붉은 글씨들이 막 올라오고! 시우가 그 안에서 무표정하게 딱 노려보는데 글자가 위에 뜨는 거지. 예를 들면…… 바. 람. 피. 면. 죽. 는. 다. 젊은 커플들이 엄청 쓸 거 같지 않아?”
“어린애가 바람피면 죽는다는 좀 과한데. 귀엽게 ‘용서하지 않겠다!’ 이런 정도?”
“시우가 워낙 귀여운 장면들이 많아서 이모티콘 20-30개는 금방 만들겠는데? 시우 소멸될 때 장면을 귀엽게 뽑아서, 어이가 없어서 넋이 나가는 느낌으로 만들면…….”
남직원이 한참 신 나서 이야기를 할 때, 여직원이 말을 잘랐다.
“그건 건들지 마.”
“……응? 뭐를?”
“시우랑 한유리 소멸되는 씬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누가? 시우 팬들이?”
“그것도 그런데 일단 그 전에 내가 용서하지 않아.”
“……그, 그래.”
여직원도 시우의 팬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도 아닌데, 열심히 아이디어를 정리한 후 기획서를 작성해 신영민 대표에게 직접 메일로 보냈다.
명색이 회장님인 신영민과 일반 직원과의 거리낌 없는 의견 교환.
MGS 엔터테인먼트처럼 철저한 시스템 아래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모두가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점이 갓 엔터의 큰 장점이었다.
갓 엔터와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여러 방면으로 많은 서포트를 받고 있는 시우였다.
* * *
현주는 지호 엄마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 카페를 방문했다.
“새로 생겨서 그런가, 깨끗하네.”
키즈 카페 안에 있는 실내 놀이터를 둘러본 지호 엄마가 만족한 얼굴로 돌아왔다.
현주는 볼풀장 안으로 들어가 놀고 있는 시우와 지호를 보다가 휴대폰을 들고 멀리서나마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시우 엄마는 홀몸 아니니까 여기 앉아서 쉬면서 식사나 해. 내가 한 번씩 애들 들여다볼 테니까. 시우 알아보는 사람들 있으면 가서 말도 해 주고. 뭐 동네에서는 이제 시우 돌아다녀도 다들 그러려니 하지만. 호호.”
“감사해요. 언니.”
“뭘. 서로 챙기고 그러면서 사는 거지.”
시우와 지호는 기계 안에 열심히 공을 집어넣고 있었다.
한 개, 두 개, 세 개.
기계 안으로 들어간 공들은 투명한 통로를 타고 위로 올라가 아이들 머리 위에 있는 커다란 바구니에 차곡차곡 쌓였다.
시우는 재밌는지 눈에 불을 켜고 빠른 손놀림으로 공들을 끊임없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와아아~!”
“우와아~!”
“엄마아~!”
아이들의 환호성과 함께 커다란 공 바구니가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촤아악-!
머리 위로 공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시우와 지호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만세를 하고 뛰어다니다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둘 다 귀엽다. 둘이 형제 같네.”
지호 엄마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현주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잉-
음료를 고르기 위해 메뉴를 보고 있는데, 현주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날아왔다.
“전화야?”
“아뇨, 시우 소속사에서 문자가…… 차기작 문제로 급하게 상의할 게 있다고 지금 전화 가능하냐는데요?”
“그래. 내가 음료랑 이것저것 시키고 올 테니까 편하게 전화해. 애들 먹을 것도 몇 개 주문할게.”
“네. 언니.”
지호 엄마가 떠나자 테이블에 혼자 앉은 현주는 전화 가능하다고 문자로 답변을 했다.
답문을 보내기가 무섭게 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네. 말씀하세요. 아…… 네. 당연히 알죠. 저도 지금 그 드라마 정말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음~ 네? 특별출연 제안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