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8)
8. 아기와 강아지와 고양이의 티키타카
택시에서 내린 현주는 집 앞 마트에 들러 물티슈와 기저귀를 구매했다.
평소 쌓아 놓는다고 쌓아 놔도 어느새 보면 다 떨어져 있는 필수품들이었다.
물티슈를 가방에 넣고 기저귀 두 개를 양손에 든 채 밖으로 나오니 해는 이미 넘어간 뒤였다.
어둠이 깔린 골목길을 걸어 집에 도착했다.
영화사에서 무척 긴장을 했는지 갑작스럽게 피로가 몰려왔다.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다. 나가기 전에 설거지도 다 해놨고, 오늘 저녁은 오빠한테 시켜 먹자고 해야지.’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현주는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 냐앙.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들려 현주는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종종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잘 생긴 고양이는 보이질 않았다.
잘못 들었나?
집으로 들어간 현주는 도진의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을 불렀다.
“오빠~! 나 왔어.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 진짜 얌체 같은 아줌마를 만났…… 만났는데…… 어?”
거실 소파에 도진이 길게 다리를 뻗고 누워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소 보던 광경이었다.
다른 점은…….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가 도진의 배 위에서 도진과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
“오, 오빠?”
“응. 잘 갔다 왔어? 고생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고양이…….”
누워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도진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현주에게 말했다.
“잠깐. 화내지 말고 우선 들어 봐. 여기엔 사정이 있어.”
“무슨 사정.”
도진은 자신의 무릎 위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한 번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얘가 며칠 전부터 나를 계속 쫓아다니더라. 출근할 때마다 차에 올라타려고도 하고.”
나만 쫓아다닌 게 아니었어?
현주는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우리 집에 들어와 살고 싶은 거였나?
왜?
복실이가 창밖을 내다보고 가끔 짖던데, 혹시 복실이랑 친구인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고양이가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껴졌다.
“그래서?”
“날도 아직 춥잖아. 좀 불쌍하기도 하고.”
“불쌍하다고 막 데리고 들어와? 우리 집엔 아기도 있고 복실이도 있는데?”
“아니, 아까 퇴근할 때 쫓아 들어오는 거 막았더니 문 앞에서 계속 우는 거야. 배가 고픈지 어디가 아픈지 한참을 울더라. 그걸 윗집 사는 아줌마가 보고는 이 집 고양이 아니냐고. 우리가 밖에 버린 거 아니냐고…….”
“아니라고 하지.”
“했는데 안 믿어. 그래서…….”
“이렇게 된 거다?”
“일단은. 문 앞에서 계속 우는데 어떡해. 집에 들이기 전에 동물 병원도 다녀왔으니까 그건 걱정 말고.”
“병원에서 뭐래?”
“엄청 건강하대. 오히려 집에서 사는 고양이들보다도 더 건강하다고 의사가 신기해하더라. 돈 내고 목욕도 좀 시켜 달라고 했어. 완전 깨끗해.”
현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보다.
“키울 생각으로 데리고 온 거야?”
도진은 현주의 눈치를 은근히 살피면서 말했다.
“네가 싫으면 내일 지구대 가서 혹시 키울 사람 있는지 동료들한테 물어볼게. 아님 인터넷에 글 올리거나.”
최근 들어 가장 행복한 얼굴로, 고양이의 턱을 간질이고 있는 도진을 본 현주는 잠시 고민한 끝에 식구를 하나 더 늘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됐어. 키우자. 오빠 옛날에 고양이 키워 보고 싶었댔잖아.”
마침 현주도 집에 들일까 말까 고민하던 차였다.
차라리 속이 시원했다.
아기 띠를 푼 현주는 시우를 안고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키우기로 했으니 시우와 인사라도 시켜 줄 생각이었다.
“시우야. 고양이야. 고양이.”
현주 품에 안긴 시우와 도진의 무릎에 앉은 고양이가 눈을 맞닥뜨렸다.
도진이 고양이의 앞발을 잡고 흔들었다.
“자, 인사해라. 이 집의 서열 1위 시우 형…… 아, 병원에서 얘 생후 1년 정도 됐다고 했거든? 그럼 얘가 형인가?”
“오빠. 그런 소리 하지 마. 나중에 시우가 복실이랑 고양이한테 형아, 형아 하면 어쩌려고. 그냥 시우가 제일 형이야.”
“알았어.”
부모님의 말소리를 뒤로하고, 시우는 고양이를 향해 크게 외쳤다.
“아부붑!”
‘왔냐?’
고양이도 도진의 무릎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켜더니 소리 내 울었다.
– 냐앙~!
“아부아부아부! 아부부부!”
‘집 어지럽히지 말고 얌전히 지내. 벽지나 가구 긁으면 많이 혼날 거다.’
– 냐아앙…… 냐앙…….
갑자기 말이 많아진 시우와 고양이를 보며 도진과 현주는 웃음을 터트렸다.
“뭐지? 얘네 꼭 대화하는 거 같지 않아?”
“그러게. 귀엽다. 오빠, 잠깐만. 고양이 들어 봐. 시우랑 같이 사진 한 장 찍어 주자.”
“그래. 복실아~! 너도 이리 와. 아빠가 들어 줄게. 셋이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기념사진 찍자.”
“오빠 얼굴도 나오게 찍을까?”
“됐어. 애들만 찍어. 나중에 인싸 프사로 쓰게.”
도진은 무릎에 시우를 앉히고, 양쪽 팔에 복실이와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찰칵!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귀여운 시우와 도진의 팔에 매달려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고양이와 복실이가 현주의 휴대폰 안에 담겼다.
사진을 확인한 현주는 두 동물의 데칼코마니 같은 표정에 웃음을 터트리며 도진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귀여운데 웃기게 나왔어. 다시 찍을까?”
“아니, 좋은데? 보내 줘.”
“인싸에 올릴 거야? 옛날엔 시우 얼굴 팔리는 거 싫다고 안 올리더니 요즘엔 시우 사진도 올리네?”
“이미 드라마에도 나왔고 영화까지 계약한 마당에…… 동료들 인싸 보면 다 자기 아이 사진 있더라고. 나도 자랑삼아 올리는 거지 뭐.”
현주는 오늘 낮에 정태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오빠, 인싸 팔로워가 3만 명? 4만 명? 그 정도면 많은 거야?”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 연예인이면 적은 거고, 일반인이면 많은 거고.”
“오빠 팔로워는 몇 명인데?”
“두 자릿수 정도.”
“적네.”
“나는 대충 운영하면서 가끔 풍경 사진이나 올리잖아. 사람들이 굳이 팔로우할 만한 매력이 없는 거지. 아, 그런데 요즘 시우 사진 올리니까 팔로워가 늘더라. 좋아요도 많이 찍히고. 시우가 귀엽긴 한가 봐.”
“우리 시우가 예쁘긴 정말 예쁘지. 나도 계정 만들어서 시우 사진이나 하나씩 올려 볼까?”
“관심 없다더니 웬일로?”
“오늘 다른 아역 배우 엄마 봤는데 내가 너무 갇혀 사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래. 해 봐. 다른 사람들처럼 외식할 때 음식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길 가다 예쁜 거 보면 찍어서 올리고.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줄까?”
“응.”
“여기 앉아.”
현주는 도진 옆에 앉아 인싸 계정을 만들고 사진과 영상 올리는 방법을 배웠다.
집안일과 육아로 지쳐 있던 현주에게는 도진이 가르쳐 주는 모든 게 새롭고 흥미로웠다.
“됐다. 간단하지?”
“내가 여기 사진 올리기만 하면 진짜 누가 날 팔로우 해?”
“그렇지.”
“으음, 그럼 일단 오빠 팔로워 숫자 넘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오빠는 80명 정도니까 난 100명쯤?”
도진이 웃었다.
“그래라. 사람들 아기랑 동물 사진 좋아하니까 시우랑 얘네 사진 많이 올려 봐. 나 정도는 금방 넘을걸?”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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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첫 SNS를 바라보는 현주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 *
– 멍멍!
– 냐앙!
평일 낮.
거실 매트 위에서 블록을 가지고 놀던 시우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에 몸을 돌렸다.
복실이와 네로가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빨래를 개던 현주가 외쳤다.
“안 돼! 싸우지 마! 네로야. 너 왜 자꾸 복실이 사료 먹니? 네 사료 있잖아.”
고양이 사료가 버젓이 눈앞에 있음에도 개 사료를 탐내는 네로였다.
네로의 발이 복실이의 밥그릇으로 들어간 뒤 마치 밑장빼기를 시도하는 타짜처럼 은근슬쩍 사료 몇 알을 끄집어냈다.
투두둑.
자신의 사료가 밥그릇 밖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본 복실이는 분노했다.
– 멍멍!!
강하게 짖는 복실의 얼굴로 네로의 앞발이 날아들었다.
퍽!
번개 같은 냥이 펀치에 고개가 돌아간 복실이 당황한 눈빛을 감추며 다시 으르렁거리려는 찰나.
퍽퍽퍽퍽!
소나기 펀치가 복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길바닥에서 싸움 깨나 해본 솜씨였다.
놀란 복실은 얼른 등을 돌려 시우에게 달려갔다.
복실이 떠나자 네로는 의기양양하게 복실의 밥그릇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였다.
“우아! 아우우!”
시우가 소리를 질렀다.
맘껏 식사를 하려던 네로는 흠칫 놀라 슬그머니 시우를 봤다.
팡팡!
시우는 화난 얼굴로 매트를 두드리고 있었다.
네로는 코앞에 있는 복실이 사료와 시우를 번갈아 쳐다보다 얼른 사료를 한입 물고 종종걸음으로 시우에게 갔다.
껌 씹는 냥아치처럼 아그작 아그작 사료를 씹으며 다가오는 네로.
– 멍멍멍!
시우의 뒤에 숨은 복실이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짖어 댔다.
시우는 네로와 복실의 목덜미를 잡아 앞에 마주 앉힌 다음 설교하듯 폭풍 옹알이를 했다.
“아부부- 이바부아- 아우아우- 부부붑-!”
‘조용히 좀 살자 이것들아. 그리고 너 개 사료 그만 먹으랬지.’
복실과 네로는 시우의 손에 눌려 납작 엎드린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잔소리를 퍼붓던 시우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얼굴을 든 순간, 자신들 쪽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는 엄마와 눈이 맞부딪쳤다.
요즘 틈만 나면 자신에게 카메라를 갖다 대는 엄마였다.
찍는 자세를 보니 영상 촬영이었다.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시우는 오늘도 서비스를 해 주기로 했다.
“어부어부. 아부부부?”
‘엄마 촬영한다. 다들 사료 값은 해야지?’
신경전을 벌이던 복실과 네로는 온몸으로 귀찮음을 표출하며 동시에 머리를 매트에 처박았다.
“이어아! 아우아부바!”
‘일어나! 레디, 액션!’
– 멍멍!
– 냐앙!
복실과 네로는 벌떡 일어나 목청을 높였다.
곧이어 네로의 한쪽 앞발이 위협적으로 올라갔다.
복실은 움찔 놀라 시우를 봤다.
시우는 올라간 네로의 앞발을 붙잡아 복실을 때리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자 네로는 자유로운 반대쪽 앞발을 전광석화처럼 내뻗어 복실의 얼굴을 때렸다.
퍽!
“아부부! 아바부부!”
현주 눈에는 시우가 둘을 말리는 걸로 보였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잘했어. 발톱 잘 넣고. 한 번 더 하자.’
시우는 싸우지 말고 화해하라는 듯이 네로의 앞발과 복실의 앞발을 붙잡아 악수를 시켰다.
시우에 의해 억지로 악수를 하던 도중, 매트를 딛고 있던 네로의 다른 앞발이 또 한 번 허공을 갈랐다.
퍽!
연달아 얼굴을 맞은 복실이 시우의 눈치를 슬쩍 본 뒤 갑자기 거칠게 짖기 시작했다.
– 멍멍멍!!
이제 하이라이트.
맞는 건 복실이가 담당했으니 개그는 네로가 맡아야 했다.
복실이가 짖자 네로는 심장이 멎을 것처럼 놀라 뒤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인터넷의 모든 웃긴 고양이 영상들을 다 씹어 먹겠다는 기세로, 털을 바짝 세우고 온몸을 희한하게 비튼 채 사이드스텝을 밟았다.
‘……저 녀석, 진짜 놀랐군.’
시우는 네로의 냥청미를 더 끌어내기 위해 메가폰을 잡은 감독으로 빙의했다.
“아부바바! 부바바! 아푸푸!”
‘복실이 복수심에 불타서 쫓아가고! 네로는 최대한 웃긴 자세로 구르면서 도망 다녀!’
“에오! 아부부붑- 아부부부부-”
‘네로! 엄마 웃음 빵 터트리면 내가 오늘 밤에 특별히 네 사료 개 사료로 바꿔 준다.’
네로는 눈을 희번덕 빛내더니, 이내 메소드 연기에 돌입했다.
현주의 휴대폰이 모든 광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