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85)
85. 우리아이 예체능
[우리아이 예체능>전자 기기에 빠진 우리 아이들을 위한 활력 충전 프로젝트! 아이들에게 TV보다 재미있는 예체능 활동들을 소개하고, 지친 아이들의 체력 단련을 책임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이 체육 버라이어티 우리아이 예체능!
연출 : 김정수
출연 : 허민국, 이기준, 신나리 외
시우가 촬영하게 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그 자녀들을 타깃으로 주말 저녁에 방영되는 예능으로, 방영 때마다 전국 초등학교 아이들이 TV에 나온 종목을 따라 할 정도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꽤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이에 관심이 없는 젊은 층의 주목도가 낮다는 점인데, 그 젊은 층에게 [우리아이 예체능>이란 프로의 존재를 알려 줄 치트키가 바로 이번 미션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하는 [바다아이>의 주인공 윤시우였다.
“얘들아, 새로운 친구가 왔어요.”
남자 스태프가 모여 있는 아이들에게 시우를 소개했다.
시우는 아이들을 둘러봤다.
이미 TV로 [우리아이 예체능>을 몇 편 챙겨 보고 왔기 때문에 다들 낯이 익었다.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 셋.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하나.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하나.
시우와 같은 유치원 7세 반 남자아이 하나.
이렇게 총 10명이었다.
시우를 포함하면 11명.
시우가 멀뚱히 아이들을 보고 있자, 덩치가 가장 큰 3학년 형이 다가와 먼저 말을 걸어 주었다.
“안녕. 어서 와. 같이 사이좋게 열심히 하자.”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 핸드볼 알아?”
3학년 형, 진구는 새로 온 신입에게 다짜고짜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손으로 하는 축구야. 우리 저번에 그거 했어.”
“응, 나도 TV에서 봤어~!”
어른들이 하는 핸드볼 경기를 아이들 체격에 맞게 모든 것을 사이즈 축소하고, 룰도 간단하게 만들어서 이곳저곳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세 시합 정도 진행을 했다.
다 졌다.
마지막 경기까지 지고 엉엉 울던 우리아이 팀을 시우는 바로 어제 TV 다시보기로 시청했다.
“핸드볼 다음에는 제기차기 했는데 그것도 봤어?”
제기차기 편은 아직 방영 전이었다.
“아니. 제기차기는 이겼어?”
진구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 그, 그렇구나.”
“우리랑 붙은 애들 밥 먹고 제기만 차는 애들인가 봐. 진짜 대박 잘해! 우리는 상대도 안 돼!”
“으응.”
제기차기라…….
한 100개쯤 차 줄 수 있는데, 그 자리에 없던 게 아쉬웠다.
물론 정말로 100개를 차진 않았겠지만.
시우는 진구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뭐 해?”
“몰라. 이따가 PD님이 알려 줄 거야. 피구 하면 좋겠다. 나 피구 잘하는데.”
“응, 피구도 재밌겠다.”
“넌 뭐 잘해? 달리기 빨라?”
“난…… 다 잘해.”
진구는 새로 온 조그만 동생의 자신만만한 말에 잠깐 크게 웃고는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일곱 살이라고 들었는데, 일곱 살이면 유치원에서 한창 큰 체를 떨며 다닐 나이였다.
“그래! 같이 열심히 하자!”
“응~”
“얘들아! 보고 싶었어!”
[우리아이 예체능>은 3MC 체제였다.포털 사이트 소개 글을 그대로 옮기면-
아이들과 똑같은 눈높이를 가진 허당 감독 허민국!
대한민국 남자 아이돌 외모의 기준점 이기준!
여자 축구 국가 대표 출신의 분위기 메이커 신나리!
현재 연예인 농구단 단장인 가수 출신 예능인 허민국 감독이 아이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감독님~!”
평소에 아이들에게 잘했는지 아이들은 우르르 허민국 감독에게 달려갔다.
시우는 초면이었지만 그냥 분위기상 총총 아이들 뒤를 쫓아갔다.
“어? 바다야! 진짜 왔네? 나 나중에 사인 받아야겠다. 월드스타야, 월드스타. 형 XOXO 봤어. 너 영어 되게 잘하더라!”
중학교 야구부 출신의 27살 아이돌 이기준 코치가 시우의 양어깨를 잡고 반갑게 말했다.
“올~! 바다! 프린스 오브 더 씨! 촬영 끝나고 누나랑 사진 한 방 찍자!”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친 전 여자 축구 선수 신나리 코치였다.
시우는 감독과 두 코치와도 인사를 나눴다.
카메라는 시우가 아이들과 친해지고, 감독과 코치와 인사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열심히 찍었다.
시우의 모든 귀여움을 한 톨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우만 촬영하는 전담 카메라와 VJ가 따로 배정되어 있었다.
“PD님. 그래서 이번에는 뭐 해요? 재밌고 안 힘든 거 시켜 주세요! 하하하.”
허민국 감독이 메인 카메라 뒤에 앉아 있는 김정수 PD에게 물었다.
코치들과 아이들의 시선이 단숨에 김정수 PD에게 쏠렸다.
김정수 PD는 정사각형 모양의 투명한 아크릴 박스를 내밀었다.
투명 아크릴 박스 안에는 모래가 담겨 있었다.
“뭐지?”
박스를 건네받은 이기준 코치가 촬영장 가운데 위치한 낮은 테이블 위에 박스를 올려놓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여들었다.
“우리아이 팀 선수분들! 이게 힌트예요. 다음에 우리가 뭐 할 거 같아요?”
김정수 PD가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은 각자 귀여운 목소리로 떠오르는 말을 외쳤다.
“모래성 쌓기~?”
“놀이터!”
“흙에서 달리기…….”
“나 이거 알아! 샌드아트!”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던 시우는 먼발치서 모래를 보다 무심코 혼잣말을 했다.
“고양이 화장실 모래 같은데…….”
새로 온 동생을 챙기기로 마음먹고 있던 진구가 시우의 혼잣말을 듣고 혹시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번쩍 들었다.
“감독님! 시우가 고양이 화장실 모래래요!”
허민국 감독은 무슨 말인가 하고 어리둥절해했지만,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이기준 코치는 빵 터지고 말았다.
“하하하! 어, 맞아. 비슷한데? 시우 고양이 키우는구나?”
몇몇 스태프들도 허를 찔린 듯이 웃고 있었다.
아이들은 계속 이런저런 말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꺼내 놓았다.
“손 넣어 봐도 돼요?”
“모래 안에 뭐 있어요~?”
“개미 사는 거 아냐?”
김정수 PD가 잠시 분위기를 정리했다.
“여러분~ 저기요, 여러분? 무슨 운동하게 될지 그걸 맞혀 주세요! 힌트 하나 더 드릴까요?”
“네에~!”
아이들은 귀엽게 입을 모아 외쳤다.
“힌트 갑니다!”
아까부터 촬영장 한편에 얌전히 앉아 있던 남자 스태프 한 명이, 전통 악기 장구를 신명나게 두들겨 댔다.
덩~ 도도콩다콩! 다쿵콩다콩!
따구궁따궁따궁 덩 다다궁따쿵!
갑자기 아저씨가 장구를 왜 치는지 아이들은 이해가 안 됐지만, 시우는 모래와 전통 악기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시우는 진구에게 물었다.
“형아, 이거 맞히면~ 선물 주지 않아?”
자신이 TV에서 본 바로는 그랬다.
약소한 선물, 혹은 종목마다 간단한 혜택이 주어졌다.
예를 들어 제기차기의 경우에는 시합 도중에 한번 떨어뜨려도 부활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물론 방문한 초등학교의 상대팀 아이 한 명도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응, 맞아.”
“그럼 형아가 맞혀~”
선물도 혜택도 딱히 필요 없었기에 시우는 자신을 챙겨 주는 진구 형아에게 정답을 양보했다.
시우는 귓속말로 소곤소곤 알려 주었다.
진구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거야! 그거야!”
시우와 하이파이브를 한 진구는 손을 들고 우렁차게 외쳤다.
“감독님! 시우가 씨름이래요!”
“앗! 형아 맞히라니까~”
“아, 맞다.”
진구는 혀를 빼물고 웃었다.
김정수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시우! 정답!”
* * *
이후 우리아이 팀은 병아리 색 바탕에 보라색 옆줄이 들어간 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장소를 바꿔 씨름 훈련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모래판에 서서 초빙된 씨름 선생님으로부터 기초적인 교육을 받았다.
허민국, 이기준, 신나리도 명함만 감독과 코치일 뿐 아이들 뒤에 서서 함께 배웠다.
“어린이 친구들~ 이게 뭔지 알아요? 씨름할 때 허리에 매는 거예요. 샅바! 따라 해 볼까요? 샅바!”
“사빠?
“쌑바!”
“쌈바~”
“잠깐만, 쌈바 누구니? 방금 누가 쌈바 외친 거 같은데?”
우리아이 팀 막내 일곱 살 남자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연습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 간식도 먹고 모래판에서 멀리뛰기 게임도 하면서 두세 시간가량 이어졌다.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우리아이 팀은 이튿날에도 모여서 역시 마찬가지로 몇 시간 훈련을 하고 해산했다.
연습은 열흘 정도 이어졌다.
장난치고 놀기 바쁘던 아이들도 미니 볼링, 핸드볼, 제기차기까지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는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는 무척 진지하게 연습에 열중했다.
시우는 스케줄 때문에 매일 참석하진 못했지만, 최대한 출석하고자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습이 끝났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방송국 앞에 모인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이번 대결 상대로 뽑힌 인천 양화초등학교로 향했다.
“내리자, 얘들아. 넘어지지 않게 친구랑 손 꼭 잡고!”
허민국 감독이 버스 밑에서 아이들을 한 명씩 받아 주었다.
“시우야! 뛰어! 감독님한테 점프!”
땅에 쪼그려 앉은 허민국 감독이 시우를 기다리며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에휴, 뭘 또 이런 걸 시키고 그러시나…… 해 드려야 돼, 말아야 돼.’
시우는 허민국 감독의 품으로 폴짝 뛰어 버스에서 내렸다.
허민국 감독은 시우를 안고 일어나 허공에서 시우를 빙그르르 한 바퀴 돌려 주었다.
“하하하! 시우야! 오늘 열심히 해 보자!”
“네에~”
“우리 시우, 일곱 살인데 너무 잘해! 에이스야! 에이스!”
씨름은 유도와 마찬가지로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운동이었다.
굳이 특별한 기운 따위를 쓰지 않더라도 초등학교 2, 3학년까지는 모래판에 넘길 수 있었다.
그 이상은 힘과 체격 차이가 너무 나서 마나를 써야 할지도 모르지만, 정식 스포츠 대결에서 그런 걸 쓰는 것은 반칙이라고 여기는 시우였다.
“가자! 얘들아! 예의 바르게 인사해야 되는 거 알지?”
“네!”
세 명의 어른과 열한 명의 아이들은 비장한 얼굴로, 인천 양화초등학교 씨름부 건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TV에서만 보던 아이들이 등장하자 씨름부 건물에 미리 자리 잡고 있던 양화초등학교 학생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건물이 크지 않아 아이들이 많이 들어오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허민국 감독은 양화초 씨름부 감독과 악수를 했다.
“혹시 씨름부 애들 몰래 섞여 있고~ 막 그런 거 아니죠? 하하하.”
“절대 아닙니다.”
“출연 결정되고 나서 씨름부 잠깐 그만두고 여기 나왔다거나…… 그런 거 안 됩니다. 하하하. 저희 애들은 진짜 방송 보세요. 딱 열흘 연습했어요. 양화초 친구들은 얼마나 연습했나요?”
“저희 애들도 열흘 연습했습니다.”
학교 선정과 종목 발표가 2주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조건은 동등했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양화초 아이들은 자신들의 초등학교를 응원하는 아이들과, TV 스타인 우리아이 팀을 응원하는 아이들로 나뉘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MC 겸 감독인 허민국은 양화초 씨름 대표로 뽑힌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간단하게 인터뷰를 했다.
“우리 친구, 연습 열심히 했어요?”
“네에…….”
양화초 아이는 부끄러운 듯이 웃으며 다른 친구의 뒤로 숨었다.
“왜, 왜 숨어. 인터뷰해야 되는데. 하하하. 다음 친구 할까? 그래. 알았어~ 우리 다음 친구는 몇 학년이에요?”
“2학년입니다~!”
이번 친구는 씩씩했다.
“오, 그래. 원래 씨름 좋아했어요?”
“아뇨. 씨름 싫어해요.”
“응? 그럼 여기 왜 나온 거예요.”
2학년 남자아이가 맞은편에 있는 시우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바다아이 이기려고요.”
진구랑 같이 발로 모래 장난을 하다 갑자기 소환된 시우는 얼굴을 들고 그 아이를 향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왜냐고 물으려던 허민국은 시우가 대신 물어 주자,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그 남자아이를 봤다.
남자아이는 불타는 눈으로 시우를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