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90)
90. 그동안 바다아이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우와 몬스터들의 전투 장면을 끝으로 15초 광고는 끝이 났지만, 30초 광고에서는 후일담이 이어졌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세상을 내리비추고 있었다.
전투를 마친 시우는 조그만 몸을 이끌고 어둠이 깔린 설원을 걸었다.
시우가 얼굴을 들자 눈앞에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여행자의 쉼터가 보였다.
시우는 몸에 쌓인 눈들을 털어 내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여행자처럼 힘차게 식당 문을 열어젖혔다.
“주인장~! 맛있는 우유 한 잔! 아, 따뜻하게!”
곧이어 시우의 테이블에 우유가 놓였고, 시우는 꿀꺽꿀꺽 단숨에 우유 한 잔을 들이켰다.
“프로즌 월드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군. 넌 누구지? 후~ 알~ 유우~”
“아이~ 앰~ 어~ 퇴이밍 뫌스터~”
“오우! 퇴이밍 뫌스터~!?”
주인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상하군. 너의 펫은 어디 있는 거야?”
시우는 미소를 지은 다음,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삐익!
순간, 쉼터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두둥! 두둥! 두두둥!
웅장한 음악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두 마리의 펫이 등장했다.
사제 옷을 입은 복실이와 갑옷을 걸친 네로는 밖에서 쉼터 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오오오~!”
쉼터에서 식사를 하던 모든 캐릭터들이 복실이와 네로를 보고 놀람의 탄성을 내질렀다.
주인장도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친구들! 어서 들어오라고! 와우! 펫 손님은 처음이야!”
몸을 돌려 주방으로 뛰어가던 주인장이 시우를 돌아보고 다급하게 물었다.
“아, 너의 저 멋진 친구들은 대체 뭘 먹지!?”
텅 빈 우유 잔을 두 손으로 들고 한 번 더 탈탈 털어 마신 시우는 주인장의 질문에 씩 웃고는 대답을 던졌다.
“꼬기~!”
의자 위에서 맛있게 고기를 먹는 복실이와 네로의 귀여운 얼굴을 마지막으로 프로즌 스토리 광고가 끝났다.
화면 우측 상단에 적혀 있던 바다아이 글자가 사라지고, 뒤이어 바다아이 최종화가 시작되었다.
* * *
과거-
어린 바다는 모든 어린 인어 들이 그러하듯 육지와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였다.
옛날 옛적 인어 조상님들이 인간들에게 붙잡혀 죽거나 팔려 나가고, 기름을 쥐어짜내는 도구로 전락하는 등 고초를 겪은 이후 자유롭게 바다를 여행하던 인어들은 살기 위해 집단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을 만들고, 마을을 만들고, 후에는 인간들을 흉내 내 왕국도 만들었다.
인어 들은 인간들과 접촉하지 않고자 바닷속 깊은 곳에 경계선을 그었다.
그 선을 넘는 인어 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처벌했다.
선을 넘을 자격을 가진 인어는 고도의 은신 훈련을 받은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정찰병들뿐이었다.
어린 바다는 매일 그 경계선 근처까지 올라가 멀리 수면에서 아른거리는 인간들의 배를 구경했다.
바다에게 육지는 우주였고, 배는 UFO였으며, 인간은 신비한 외계인이었다.
이야기로만 접한 인간을 상상하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던 바다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한 것은 운명이었다.
소녀에게 헤엄쳐 간 어린 바다는 의식이 없는 소녀의 두 손을 붙잡고, 멍하니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경계 근무 중인 인어들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바다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소녀를 데리고 거대한 산호초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지 바다는 가슴에 손을 얹고 바닷물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호기심에 한껏 들뜬 순수한 얼굴로 바다는 소녀의 몸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보았다.
바다는 소녀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퍼졌다.
규율대로 경계선 바깥으로 소녀를 떠나보내려던 바다는 마지막 순간, 멀어지는 소녀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살릴 방법이 있었다.
인어 왕가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보물이 있었다.
고대의 인어 주술사가 만들었는지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후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진주를 만들어 내지 못했으니 인어 들은 그것을 왕의 신물이라 믿었다.
바다는 왕자의 신분을 이용해 삼엄한 경비를 쉽게 뚫고 부왕의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부왕이 자신에게 몇 차례 구경시켜 준 적이 있는 진주를 찾아 품에 넣고, 마법으로 진주의 기운을 가린 뒤 궁을 빠져나왔다.
아름다운 인어들의 도시를 지나 다시 경계선 부근까지 올라온 바다는 잘 숨겨 둔 인간 아이를 찾아갔다.
부왕에게 들은 옛날이야기들이 사실일까 조금 의심이 들어 바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눈을 질끈 감고 손에 든 진주를 인간 아이의 몸에 갖다 댔다.
간절하게, 바라면-
생명이 돌아온다고 했다.
진주를 감싸고 일렁이던 영롱한 기운들이 서서히 인간 아이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기운이 아이에게 옮겨 갈수록 진주의 색이 평범한 돌처럼 탁해졌지만, 어린 바다는 거기까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진주의 빛이 모두 사라지고.
두근-
소녀의 심장이 뛰었다.
두근-
천천히 눈을 뜨는 소녀를 보는 바다의 심장도 세차게 뛰고 있었다.
바다는 얼른 마법을 걸어 소녀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왔다.
바닷속에서 깨어난 소녀는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작은 인어, 바다를 발견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바다아이가 어설픈 인간의 말로 육지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소녀도 입을 열었다.
“안녕.”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여섯 살 때였나?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어린 인어가 자신을 육지까지 바래다줬다.
죽음 직전에 사람들이 환상을 보는 것처럼, 모두가 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은수도 꿈인 줄 알았고 나이가 들어 가며 차츰 잊어 갔다.
그러나, 바다에게 들은 대로 전부 사실이었다.
기억이 돌아온 은수는 어린 시절처럼 천천히 눈을 떴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황혼이 덮인 예쁜 수평선.
그리고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작은 아이.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분명 어른이었는데-
자신의 앞에서 매번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신기하고 귀여운, 바다아이.
“나…… 살아 있어?”
은수가 물었다.
바다는 몹시 지친 얼굴로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응. 너 죽게 안 놔둔다고 했잖아.”
“어떻게……?”
넓은 모래사장에는 은수와 바다뿐이었다.
무서운 인어들도, 어부 아저씨와 어부 아저씨의 부하들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의 삼촌이라는 남자가 자신을 붙잡고 몸 안에서 왕의 신물이라는 진주의 기운을 빼내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 기운을 뺏기면 죽는다고 했는데?
바다는 은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꺼냈다.
“삼촌은 바다로 돌아갔어. 어부 아저씨는 삼촌을 잡으러 쫓아갔고. 부왕께서도 모든 걸 아셨으니…… 아마 원군이 올 거야. 어부 아저씨는…… 걱정하지 마.”
“어떻게…… 내가 살아 있는 거냐고…….”
바다는 은수의 옆에 누웠다.
노을 진 백사장 위에 은수와 마주 보고 옆으로 누운 바다는 웃는 얼굴로 소곤소곤 입을 열었다.
“간절하게, 바라면- 생명이 돌아온대서…… 해 봤어.”
“그건…… 그 진주가 있을 때 얘기잖아.”
이번에는 은수가 죽기 전이었고, 또…… 진주 대신 자신의 생명을 제물로 쓴 바다였다.
“인간은 몰라도 돼. 이런 건…… 인어가 알아서 할게.”
장난기 실린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은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바다는 죽어 가고 있었다.
“너…… 물거품으로 변하는 거야?”
“……응. 인어가 그렇지 뭐. 인어 공주 이야기 슬프더라. 동화에서조차 인어는…… 인간과 맺어지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안 돼. 못 가. 빨리 나한테 준 기운 다시 가져가. 얼른…… 얼른!”
“미안.”
“아…… 아니야.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은수는 바다의 작은 몸을 잡고 흔들었다.
바다는 눈을 감고, 조그맣게 말했다.
“나한테 잘해 줘서…… 고마워. 다음에는…… 나도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다. 너랑…… 같이 학교 가고 싶었어…….”
“바다야…… 바다야…….”
“……안녕.”
바다아이는 어린 인어의 모습으로 돌아가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육지아이 은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는 한 줌의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는 바다아이를 끌어안고 외쳤다.
“싫어-!”
해변가의 공기가 크게 출렁이더니, 공간이 굴절되었다.
인간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인어들의 마법이었다.
바닷속에서 수많은 인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은수는 바다의 주인 잃은 옷을 손에 꼭 쥔 채, 넋이 나간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어들이 좌우로 갈라지고, 어부와 중년의 남자 인어가 해변가로 올라왔다.
복잡한 시선으로 은수를 바라보던 중년 남자는 어부에게 명령했다.
“바다의 비늘을 수습해라.”
“네…… 전하…….”
어부는 붉어진 눈으로 왕의 명을 받들었다.
왕은 아들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은수를 바라보다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인간 여자아이에게 신물의 기운이 전해진 줄도 모르고, 오랜 세월 속만 끓였구나. 신물 다음에는 바다의 기운을 받았는가. 저 아이는 살 운명이로군.”
인어 들의 언어인 탓에 은수는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돌아가자. 어차피 언젠가는 일어날 싸움이었어. 욕심 많은 망나니 같은 동생 놈에게 되찾은 신물을 이용해 바다를 되살리고, 감히 왕권을 노린 반역자들과의 전쟁을 준비해라!”
“네!”
어마어마한 숫자의 인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리고 바다와 함께 규율을 수도 없이 어긴 죄인 어부를 당장 포박해 압송하라! 바다와 어부는 향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최전방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할 것이다.”
인어 들의 왕은 신하들에게 명을 내리고 유유히 몸을 돌렸다.
왕의 친위대가 어부의 머리 위로 그물을 던졌다.
“은수……!”
그물에 걸린 어부가 은수를 향해 인간의 말로 뭔가 외치려는 찰나, 왕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어부의 몸이 물고기로 변했다.
인어 들은 어부가 펄떡이고 있는 그물을 가지고, 규율에 따라 인간 은수를 외면한 채 냉정하게 바다로 떠났다.
은수는 바다의 옷에 얼굴을 묻고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 * *
2년 후-
날씨가 화창한 어느 날.
은수는 카페에 앉아 이력서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좀 붙어라…… 제발…….”
취준생이 된 은수는 간절한 말과 달리 영혼 없는 손놀림으로 펜을 습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남들이 학원 다니고 자격증 딸 때, 아르바이트만 죽어라 한 탓에 스펙이 많이 부족한 은수였다.
“하아.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데. 인생이 슬픈 일밖에 없구나.”
누군가 은수에게 말을 걸었다.
“청소 다 했어?”
은수는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언니였다.
“아, 네.”
“그럼 퇴근하지 뭐 해? 이력서?”
“……네”
“그래. 열심히 해. 아 참, 매니저 언니가 네 목걸이 너무 예쁘다고 어디서 샀냐고 물어봐 달라더라.
“제…… 목걸이요? 아…… 이거, 친구한테 받은 거예요.”
은수는 자신의 목에 걸린 신비롭게 반짝이는 비늘 한 조각을 손으로 만지며 대답했다.
“그럼 그 친구한테 어디서 구했는지…… 은, 은수야?”
“정확히는…… 훌쩍…… 받은 게 아니고 반쯤 억지 부려서 뺏은 건데…… 걔가 착해서 그냥 줬어요.”
갑자기 울먹이다 눈물을 흘리는 은수를 본 언니는 당황한 얼굴로 은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눈물을 멈춘 은수는 목걸이의 비늘을 손에 꼭 쥐고, 애써 다시 웃음을 지었다.
이력서를 마저 작성한 은수는 여전히 물기가 가득한 눈으로 카페를 나왔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시계를 확인했다.
집에 들러 간단히 밥을 먹고, 다음 아르바이트 장소로 떠나면 될 것 같았다.
동네로 접어든 은수는 땅만 보며 걷다 어느 지점에서 발을 멈췄다.
매번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한 번씩 저 가게를 쳐다보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말았다.
싱싱횟집 앞 수조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던 은수의 뺨을 타고 또다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바다가 너무너무 좋아해 늘 배달시켜 먹던 횟집이었다.
“훌쩍…….”
3년 전, 자신의 앞에 짠 하고 나타나 어느샌가 일 년이란 시간을 함께 지낸 바다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진 지 2년이나 됐지만, 그 빈자리가 여전히 너무 컸다.
은수는 혹시 자신이 엉망진창으로 살면 자신에게 생명을 준 바다에게 너무 미안하니까, 바다를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사람이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려도, 마법을 부려 줄 인어가 없다면 물속에서 숨을 쉬고 살지 못하듯이, 은수에게는 바다가 없는 일상이 꼭 그런 물속 세상 같았다.
어린 시절, 바다에 빠져 서서히 가라앉던 바로 그때처럼-
살아가는 게 아닌, 답답하게 죽어 가는 기분.
슬픔에 젖은 은수는 바다와의 시간들을 회상했다.
매일 욕조에 들어가 물 틀어 놓고 물놀이하던 모습-
스토커 선배가 집 앞까지 쫓아와 파워모드 바다가 멋지게 쫓아보내 준 일-
덕분에 학교에 남자 친구와 함께 산다는 소문이 쫙 퍼져서 당황스러웠던 순간들-
밥투정을 부리며 방에서 뒹굴뒹굴하다 몰래 전화로 광어회와 도미회를 주문한……
“아저씨~ 회는 여기가 맛있다니까. 옛날에 은수 몰래 전화로 회 시켜 먹는 재미가 아주…….”
은수의 귀에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은수의 과거 회상이 뚝 끊겼다.
싱싱횟집 안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어른 바다가 걸어 나왔다.
뒤이어 근육맨 어부 아저씨가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며 모습을 드러냈다.
“왕자님. 아니지. 전하의 은혜, 아니 명령으로 우리 같이 육지로 추방당했으니까 이제 이름 막 불러도 되잖아. 안 그러냐, 바다야?”
“그렇지, 어부야. 우리 다 내려놨잖아. 하하.”
“나이는 안 내려놨거든?”
“네. 아저씨.”
“아, 근데 은수 먼저 안 만나고 이렇게 횟집부터 온 거 알면 은수가 서운해할 텐데.”
바다는 어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멋지게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긴 뒤, 말했다.
“아저씨. 내가 육지에 살 때 말이야. 드라마를 참 많이 봤어. 연인이 오랜만에 재회를 할 때는 되게 낭만적인 장소.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해야 한단 말이야.”
“……바다야”
“밤에 은수가 지쳐서 퇴근을 할 때, 내가 집 앞에서 꽃다발이라도 들고…… 그렇게 재회를 해야지. 알바하는데 갑자기 찾아가서 ‘나 왔어~’ 이러면 그게 멋이…….”
“바다야…… 저기요, 바다 왕자님.”
“왜 그래, 아저씨?”
자꾸 자신을 부르는 어부의 목소리에 바다가 말을 멈추자, 어쩐지 안색이 파랗게 질린 어부가 손가락으로 싱싱횟집 맞은편 골목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린 바다의 앞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얼굴을 무섭게 굳히고 있는 은수가 나타났다.
“헉!”
달이 뜬 밤에 멋진 이벤트를 해 주려고 마음먹고 있던 바다는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야-!”
은수는 온 힘을 다해 고함을 질렀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바다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니, 잠깐만. 설명할게. 내가 왜 여기서 회를 먼저 먹고 있었는지…….”
“너-!”
“기다려!”
바다는 단호하게 외친 뒤, 싱싱횟집 뒤쪽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절전모드로 변신한 바다는 다시 은수의 앞으로 돌아왔다.
일곱 살 아이가 된 어린 바다는 이 상태일 때 은수가 자신에게 덜 화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귀엽게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때릴 꼬야?”
예쁘게 미소 짓는 어린 바다를 끌어안는 은수의 모습을 끝으로 화면 하단에 자막이 떠올랐다.
[그동안 바다아이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