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
높디높은 밤하늘에 있지 않더라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떨어져 있더라도
스스로가 빛나기를 원한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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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소년 (1)
어두운 밤 속에서 조심스레 빛을 밝히는 것들이 있었다.
밤이기에 빛날 수 있는 도시의 뒷골목.
도시를 가로지르는 대로 하나를 경계로 한쪽은 잠이 들고 다른 한쪽은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섞일 수 없는 인생을 사는 두 개의 세계.
그리고 오직 지금만이 찬란한 도시의 빛에 가려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상인들의 호객행위와 술꾼들의 고함이 가득한 골목.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누추한 것들 속에서 홀로 멈춰 있는 금발 머리의 소년이 있었다.
“멋지네.”
소년이 멈춰 있는 곳은 대장간의 앞이었고 그곳에는 멋들어진 검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서 늘씬한 검신을 뽐내며 반짝이는 검.
그것은 더러운 골목에서 오직 스스로 빛을 내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리고 검에서부터 시작된 빛은 눈을 통해 가슴으로 들어와 소년의 영혼 안에 있는 무언가를 비추기에 충분한 것이기도 했다.
“······.”
오랫동안 한자리에 서서 검을 바라보았기에 발은 도로의 진창에 빠져들고 있었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았다.
“또또또. 정신 못 차리고 있네.”
망부석처럼 하염없이 검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블라드. 요즘 너 정신줄 놓고 다니는 거 알아? 주변에서 이래저래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니까.”
낡아빠진 옷을 입고 있었으나 풍성한 붉은 머리를 지닌 소녀는 더러운 것이 가득 찬 뒷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색깔 있는 존재였다.
소년은 멍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소녀를 바라보았다.
“뭐 어때. 어차피 오늘은 할 일도 없는데.”
“할 일이 왜 없지? 마담하고 호르헤가 시키는 일만 일인가?”
붉은 머리의 소녀는 자신의 양 손바닥을 치켜들며 소년의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이거 보여? 설거지 때문에 하도 물속에 손을 담그고 있었더니 습진이 생기려고 하잖아. 미모가 재산인 사람한테 습진이 말이나 되기나 해?”
“어딜 들이대는 거야. 방해되잖아.”
블라드라 불린 소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녀가 펼친 손바닥을 치워냈다.
“시끄러웠던 내 하루에 몇 안 되는 안식이야. 건들지 말라고.”
“흐음~.”
매몰차다 생각할 수 있는 소년의 반응이었지만 붉은 머리의 소녀는 개의치 않아 했다.
겨우 이 정도의 냉대에 상처 입기에는 험난한 뒷골목에 자리 잡고 살 수는 없을 테니까.
오히려 소녀는 블라드의 안색을 살피며 걱정된다는 투로 조심스레 소년의 귀에 대고는 속삭였다.
“······그래서 여전히 막대기 같은 것만 붙잡으면 목소리가 들려오고 막 그래?”
“······.”
무언의 긍정을 보며 소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얻어맞아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얻어맞고 이 지경이 되었을까?”
언제나 떠들썩한 도시의 뒷골목이라 할지라도 돌고 도는 소문이라는 것은 비슷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요즘 이곳에서 회자되고 있는 소문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던 금발 소년에 관한 이야기였다.
“게다가 벼락을 맞아도 하필이면 검은색 벼락을 맞아서 이 모양일까.”
“방해할 거면 좀 꺼져주지.”
“······.”
소년의 매몰찬 거절에 서운한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녀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참아야지.”
이해하고 있었기에.
거칠고 험한 곳에서 살아갈수록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래도 이제 그만 돌아가지?”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괜히 서성대지 말고 당분간은 가게에 틀어박혀서 가만히 있으라고. 너도 주교가 그런 것에 민감하다는 거 알잖아.”
“어떤 것에?”
이제야 검이 아닌 자신을 바라봐주는 소년을 보며 소녀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징조.”
누가 들을까 경계한다는 듯 블라드의 귓가에 다가선 소녀는 조용히 읊조렸다.
귓가에 맴도는 소녀의 숨결이 간지러웠다.
“이단심문관에서 승진한 사람이라 사특한 징조만 보이면 툭하면 화형시키잖아.”
“에이 씨.”
블라드는 서둘러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소녀를 밀쳐내었다.
“침 뱉었냐?”
“어이가 없네. 진짜.”
자신의 호의를 더럽다는 듯 밀쳐내는 블라드를 보며 소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리에 손을 올렸다.
“다들 뒤에서 수군거리는데 여기서 괜히 넋 나간 채 서 있지 말라는 소리야. 그러다 찍혀서 교회에라도 끌려가면 어쩔 생각이야?”
“······.”
블라드는 이번만큼은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
소녀가 하는 말은 단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그래도 조금만 더 보고······.”
“진짜 답답하네. 그냥 외상으로 확 사버려! 저게 얼만데!”
여전히 뭉그적거리는 블라드를 보며 소녀가 짜증을 냈다.
“뒷골목 대장간에서 파는 게 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저거 5골드.”
“······헐, 조금만 더 봐.”
붉은 머리의 소녀는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온 금액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저거 하나면 일 년은 아무것도 안 해도 놀고먹을 수 있겠네.”
눈앞에 있는 검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식견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5골드가 가지는 가치는 잘 알고 있었기에.
5골드.
평생 일해서 못 벌 돈은 아니겠지만 이 어두운 뒷골목은 그만한 돈을 모으도록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
애써 모아도 누군가가 훔치거나 빼앗을 테니까.
그것이 이곳을 살아가는 자들의 방식이었으니까.
“그 돈이면 씨······.”
그렇게 소년과 소녀가 검이 내뿜는 빛에 잠시 취해있는 순간.
“이놈들이 장사 안되게 남의 가게 앞을 틀어막고 뭐 하는 거야!”
대장간의 주인이 뛰쳐나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건 너희 같은 뒷골목 놈들이 노릴 물건이 아니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어린 구경꾼들을 쫓아내는 늙은 대장장이.
오랫동안 불길을 보아와서인지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눈이 시린 그는 언제나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본인이 뒷골목에서 장사하면서 뒷골목 놈들한테 안 파는 건 뭐람?”
곱슬곱슬한 붉은 머리의 소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앙칼진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둘 합쳐도 영감보다는 여기에 오래 안 있었거든요! 뒷골목 놈들이라는 말은 오히려 영감한테 더 어울리는 말이지!”
“이······이 아직 몸도 팔지 못하는 어린 창년이 입만 살아서는!”
인상을 찌푸린 늙은 대장장이는 말대꾸를 하는 소녀를 알아보고는 땅바닥에 가래를 뱉었다.
“니네 가게로 돌아가서 설거지나 해! 이 되다 만 것아!”
“되다 만 것? 되다 만 것이라니! 다 큰 숙녀한테!”
체구가 작은 것에 자격지심이 있던 소녀는 차라리 잘 됐다는 듯 소년에게 받은 불만까지 대장장이에게 터트렸다.
“그래도 내년에는 데뷔하거든! 내 처녀 값만 받으면 저딴 칼은 맥주 한 잔 정도밖에 안 돼!”
소녀는 자신의 자랑인 붉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늙은 대장장이를 향해 교태롭고 싶어 하는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를 유혹하기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노력만은 가상한 미소였다.
“그때 사서 확 소시지 자르는 용도로나 써버릴까 보다.”
“이······이 미친년이.”
공들여 만든 자신의 검을 고작 소세지나 자르는 용도로 쓰겠다는 소녀를 보며 늙은 대장장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건! 뒷골목 놈들한테! 안 팔아!”
“뒷골목에 걸어놔서 뒷골목 출신밖에 못 보는데 왜 안 팔아! 영감 노망났어!”
“아이 진짜 왜들 이래.”
하루 중 가장 평온했을 시간이 난장판이 되어버리자 소년의 표정이 구겨지고 말았다.
“이만 가자 제미나. 영감 우리 갈게요.”
“저 되다 만 년 데리고 어서 내 가게 앞에서 꺼져!”
“평소처럼 만들던 거나 만들지 왜 기사들이나 쓰는 검을 만들어서 이 난리를 만들어! 죽을 때가 다 된 거 아냐!”
“이······이!”
서로가 굽히지 않을 것을 눈치챈 블라드는 서둘러 씩씩거리는 제미나의 뒷목을 붙잡은 채 골목의 끝자락으로 끌어당겼다.
“그래! 죽을 때가 다 돼서 그렇다 이 년아!”
솟아오르는 혈압에 부들거리던 노인은 소녀의 붉은 머리카락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손을 떨었다.
“썩을 년······용케 안 굶어 뒤져서 그런가 독만 가득 차서는······.”
노인은 기억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담요 하나를 둘둘 메고 떠돌던 어린아이들을.
하나의 담요로 세 명의 온기를 나누던 어린 부랑자들은 누군가의 동정 대신 더러운 뒷골목의 독기를 먹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때 준 먹을게 얼마인데 빌어먹을 년.”
자신을 열 받게 하는 붉은 머리카락이 골목에서 사라지자마자 다시 한번 가래를 내뱉은 노인은 문득 자신의 눈길에 들어오는 것이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애처로운 것이었다.
“멍청한 놈. 그냥 먹고 살 생각이나 하지······.”
더러운 진창 속에 깊게 파여 있는 발자국 하나.
이곳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발자국은 늙은 대장장이로 하여금 소녀에 대한 분노 말고 다른 감정을 일깨우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자신의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대장장이는 누군가를 위한 한숨을 내쉬었다.
“니미······. 어린 새끼들이 늙은이를 너무 귀찮게 해.”
늙은 대장장이는 부들거리는 손을 높게 뻗어 매달려 있던 자신의 검을 내리고는 낡은 천에 기름을 먹였다.
“······애송아. 괜히 이런 곳에서 꿈을 가지면 고달퍼.”
말은 그리했을지라도 늙은 대장장이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검을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내가 잘 알지.”
검을 닦는 노인의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들이 꿈틀거렸다.
꿈이 있던 젊은 대장장이는 현실에 찌그러지고 뒷골목에 발목이 잡혀 이곳에 눌러앉고 말았다.
검은 머리가 흰색이 되어가도록.
뒷골목에서 태어난 것들은 평생을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늙은 대장장이가 그랬고 이곳에 서 있던 소년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낸 마지막 역작까지도.
그러나 늙은 대장장이는 여전히 꿈을 꾸었다.
“내 마지막 작품을 이런 곳에서 썩힐 수는 없지.”
노인이 집어 든 검의 끝에서 영롱한 빛이 비쳤다.
“······그러니 이것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녀석한테만 팔거다.”
사방이 더러운 독으로 가득 찬 어두운 골목에서 늙은 대장장이는 다시 한번 자신의 검을 높게 매달았다.
어두운 뒷골목을 밤하늘로 삼아 빛나는 별 하나를 매달아 놓았다.
노인의 못다 이룬 꿈으로 닦아낸 검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전히 두 발은 진창 속에 있었지만, 눈만은 반짝이는 것을 쫓는 소년을 위해서.
노인의 검을 바라보던 소년의 눈은 별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