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38
격돌 (2)
비명인지 고함인지 모를 소리들이 귓가에 윙윙거렸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누군가의 사지들.
차마 죽지 못한 병사 하나가 쏟아지는 내장을 주워 담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이거 뭐야.”
이슈트반은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무언가 꿈속을 걷고 있는 기분인 것 같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방금까지만 해도 우리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십시오!”
갑작스레 당겨지는 멱살.
먹먹한 귓가를 꿰뚫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슈트반은 그제야 묘한 부유감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기사단장인 고딘이었다.
“움직여야 합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히 빛나는 고딘의 눈빛에서 혼란을 진압하는 강압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독과 같이 느껴졌던 고딘의 기세였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슈트반에게 득이 되어 주었다.
“그래······. 그렇지. 아직 끝난 게 아니지.”
고딘의 눈빛을 마주한 이슈트반은 그제야 간신히 숨을 가다듬고는 전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과연 그의 말처럼 분명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전장에서는 자신의 아버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진형을 정비하고 있었으니까.
“어서 우측 성벽으로 붙으라니까! 멍청하게 화살이나 처맞지 말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바예지드의 기병들.
그들은 첫 번째 돌격으로 원하던 모든 것을 가져갔지만 그럼에도 가이다르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와그너! 기병대를 이끌어라! 저 미친놈들을 떼어놔!”
“알겠습니다!”
비록 깃발을 잃은 기사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제 역할을 해야만 할 것이다.
서둘러 기병들을 수습해 본대에서 떨어져 나가는 와그너.
그리고 자신들이 점령한 우측 성벽 쪽으로 진형을 움직이는 지그문드.
2차 돌격을 위해 숨을 고르던 루트거는 예상보다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는 가이다르 군을 보며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이슈트반-! 이 멍청한 아들놈아!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거냐!”
이슈트반은 지그문드가 고래고래 자신의 이름이 외치자 그제야 온전한 눈빛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는 행동은 경박하고 가볍지만 그럼에도 군주의 자질만큼은 확실한 자.
“충차에 불을 붙이라는 내 말이 안 들리느냔 말이다-!”
지그문드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 이슈트반은 잔뜩 그을려 있는 데어마르의 성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널브러져 있는 각종 공성 병기들.
방금까지만 해도 성문을 함락하기 위해 쓰였던 것들이었지만 이제는 하이날 군이 나오는 것을 가로막아야 하는 기물들이 되어버렸다.
“······너희 분대를 나를 따른다! 각자 기름과 횃불을 들어라!”
지금도 앞에서 자신들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바예지드 군의 눈빛이 매섭다.
그러나 그들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존재는 진형 바로 뒤에 둘 수밖에 없는 데어마르일 것이다.
“젠장!”
바예지드와 하이날, 둘 사이에서 완전히 끼어버린 상황.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서야만 한다.
자신들이 실컷 두들겨 놓은 데어마르의 성벽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했기에 밀고 들어가봤자 의미가 없을 테니까.
“어서 불을 붙여라!”
이슈트반의 지시에 따라 하나둘씩 타오르기 시작하는 충차와 공성탑들.
육중한 몸체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곧 시꺼먼 연기가 데어마르의 성문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됐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이슈트반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장애물과 불이라면 아무리 성문을 열어보았자 곧장 뛰어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는 공성 병기들을 치우려면 아마 몇 시간은 걸릴 것이고 그 정도라면 충분히 시간은 번 셈이었다.
이제 가이다르 군은 앞에 있는 바예지드만 상대하면 된다.
“······!”
그러나 순간 이슈트반은 갑작스레 느껴지는 기세에 어깨를 움찔거리고 말았다.
“이런.”
성문 뒤에서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기척.
너무나 조용해 마치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데어마르의 성문 뒤에서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자식······.”
분명 들리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성문 뒤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누군가의 기척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결투가 이슈트반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
서로를 의지하며 좁디좁은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병사들.
성벽이 함락될 것을 염려해 일부러 좁게 설계해 놓은 계단은 병사들의 발목을 잡아채며 움직임을 굼뜨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더딘 후퇴에도 그들이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병사들의 뒤에 서서 버티고 있는 한 명의 기사 덕분일 것이다.
“허억, 헉······.”
바예지드의 기사. 쇼아라의 블라드.
화려했던 금발은 온데간데없이 이제는 새빨갛게 물들고 만 머리카락이 그간의 치열함을 드러내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면 홀로 빛나고 있는 푸른 눈동자일 것이다.
잔뜩 피칠갑이 되어 있는 와중에도 홀로 제 색을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또 들어와 봐. 새끼들아.”
가래 맺힌 말의 끝맺음이 마치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이 들려왔다.
그러나 단순한 위협이 아닌 날카로운 경고임을 알기에 가이다르의 기사들은 그만 이를 악물고 말았다.
“저 미친 새끼가.”
“그만 보내줘. 우리 여기서 힘 빼지 말자고.”
그 소리에 질렸다는 듯 가이다르의 기사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마치 길을 열어 보내주겠다는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들의 발걸음 어딘가에는 어찌할 수 없는 패배감이 스며들어있었다.
성벽을 따라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새빨간 피의 길이었지만 블라드의 뒤에서부터는 온전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마치 뱀의 목을 베어낸 것 마냥 저 어린놈의 기사는 기어이 피로 이어진 길을 끊어낸 것이었다.
“블라드 님. 모두 퇴각했습니다.”
“······좋아.”
뒤를 흘끗 본 블라드는 과연 슈테판의 말대로 모든 병사가 퇴각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자.”
가이다르의 기사들을 보며 천천히 뒷걸음질 치는 블라드와 슈테판.
분명 분전했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데어마르의 우측 성벽에는 이미 가이다르의 병사들이 득시글거렸으며 지금도 새파란 날을 세운 기사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조심하십시오.”
블라드는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앞에 있는 기사들을 노려보며 슈테판을 의지해 천천히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블라드와 가이다르의 기사들 사이로 생겨나는 기묘한 거리.
그러나 지금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블라드였지만 안도의 표정은 오히려 가이다르의 기사들에게서 떠오르고 있었다.
‘가이다르······.’
블라드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저 위에서 펄럭거리는 깃발을 눈동자 속에 가득 담아두었다.
하이날의 나무가 아닌 가이다르의 독수리가 새겨진 깃발.
더는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가까이 다가온 복수의 대상을 보며 블라드는 조용히 각오를 굳혀내었다.
“괜찮으냐?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성벽에서 빠져나온 블라드와 슈테판은 서둘러 뒤에 있던 예비대로 뛰어나갔다.
블라드가 다가오자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하는 칭송의 목소리들.
곳곳에서 지쳐 쓰러져 있던 하이날의 병사들이 블라드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자야르가 건네주는 수건으로 얼굴 가득한 핏물을 닦아낸 블라드는 저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물빛 눈동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단단히 틀어 올린 머리만큼이나 앙다문 입술이 굳건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 가득한 눈길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청각이 예민했던 블라드는 저 멀리서 어서 내려오라 소리쳤던 가녀린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수고했다. 이제 쉬어라.”
요제프는 피로 물든 블라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많은 말을 대신했다.
성벽 위에서 번뜩이던 블라드의 발버둥을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바라봤던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요제프였을 것이다.
“가겠습니다.”
“······고집부리지 마라.”
“따라가게 해주세요. 저와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블라드는 요제프의 배려 따위는 받지 않겠다는 듯 검을 집어넣지 않고 있었다.
지금도 검을 따라 뚝뚝 떨어지고 있는 붉은색의 실선.
거친 숨결만큼이나 들썩이는 어깨가 블라드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으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저를 고딘의 앞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것이 저희의 약속이었습니다.”
“······.”
약속했던 때가 왔다.
소년이었던 기사는 그 어느 때보다 푸른 달에 가까워졌고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래. 분명 그랬었지.”
요제프는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너는 신의를 나는 명예를.
그리하여 기회와 자격이 생긴다면 너에게 복수할 자리를 만들어주겠다.
그것이 자신이 내걸었던 한 7년의 조건이었으니까.
“약속드립니다. 이번에는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않을게요.”
블라드는 그저 내어달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고딘의 앞에 서더라도 기사의 책임과 의무를 우선시하겠습니다.”
그동안은 많은 실수를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믿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니까.
기사라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블라드는 더는 복수만을 생각하는 소년일 수 없었다.
“저의 개인적인 원한으로 이 전쟁을 망치지 않겠습니다.”
“······.”
의무는 삶의 무게를 더하며 무게는 곧 진중함을 갖추게 한다.
그렇게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요제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다.”
요제프는 뒤에서 따끔히 다가오는 알리시아의 눈빛을 무시하고는 손수 손짓을 하며 누아르를 끌고 오라 지시했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네가 그동안 나에게 보낸 신의는 분명 진실된 것이었다.”
요제프가 수많은 실책 속에서도 블라드를 놓지 않은 것은 단순히 재능이 탐나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년이었을 시절에도 블라드는 분명히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 말이 아무리 거대하고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할지라도.
요제프는 블라드의 그런 진실된 모습을 높이 산 것이었다.
“그 어떤 분노 속에서도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너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곧 앞으로 나아갈 길마저 잃어버린다는 것이니까.”
저 멀리서부터 누아르의 울음소리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요제프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그가 지금 전해주는 말이 수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이다르가 문 앞을 막았다. 나아갈 길은 좁고 도와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블라드는 이제야 요제프의 눈에서 벗어나 굳게 닫혀있는 데어마르 성문을 바라보았다.
최선을 다했기에 곳곳이 터져버린 가련한 성문.
그러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안전한 성 밖을 뛰쳐나가야만 한다.
“가라. 가서 우리의 건재함을 알리고 와라.”
요제프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는 성문.
좁디좁은 문틈으로 보이는 것은 곳곳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블라드는 자신이 나아갈 길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깊게 감은 왼쪽 눈 사이로 떠오르는 하나의 길.
오귀스트가 남겨준 흔적이 블라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길이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막혀 있던 세상 속에 갇혀 있던 블라드는 아주 좁은 틈이라도 뚫고 나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붉은 불길과 시꺼먼 연기를 넘어 블라드의 푸른 눈동자가 성문 밖을 넘보기 시작했다.
※※※※
“이런 미친!”
이슈트반은 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욕을 주워섬기고 말았다.
검은 연기 너머 조용히 타오르고 있던 푸른 횃대 하나.
그 횃대가 지금 서슴없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막아! 막아라!”
거친 공세에 어딘가가 망가졌는지 반밖에 열리지 않은 데어마르의 성문.
그러나 고작 그 정도라 할지라도 단기필마가 지나가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뒷골목의 소년에게 있어 이 정도의 열린 틈은 축복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니까.
저놈이 달려들고 있습니다!
어차피 통과 못 해! 장애물이 한둘이야!
어지러이 늘어서 불타고 있는 공성 병기들.
아무리 기마술에 뛰어난 자라 할지라도 이만한 장애물들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이슈트반은 블라드가 멈추어 설 순간을 노리며 눈을 번뜩여대었지만.
히이이이힝-!
그러나 초원의 검은 말은 그의 상식을 뛰어넘는 영물이었다.
맞닿은 세계를 통해 블라드의 길을 완벽히 인식한 누아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불을 뚫고 보이지 않는 연기를 가르며 앞을 향해 뛰쳐나가 버렸다.
“맙소사.”
이슈트반은 자신의 머리를 뛰어넘는 블라드를 보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말았다.
자신의 검을 빼앗아간 기사.
여태껏 그를 향해 이를 갈고 있었건만 이제야 마주한 블라드는 자신을 뛰어넘어 더 큰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누아르!”
히이이힝-!
감고 있는 왼쪽 눈 사이로 기억하고 있던 푸른 달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아픈 상처라 할지라도 그것이 블라드의 세계를 근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모닥불 사이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기사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둥지.
여태껏 끊임없이 그것들을 되뇌이고 있던 블라드는 이제야 온전히 달빛의 이름을 내뱉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고—딘! 가이다르의 기사 고딘!”
가로막고 있는 병사들을 베어내며 아직 갖춰지지 않은 가이다르의 진형을 꿰뚫어 달리는 블라드와 누아르.
갑작스레 뒤에서부터 나타난 기사의 돌격에 가이다르의 모두가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내가 여기 왔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기사야!”
혼자서 거대한 물결의 사이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블라드.
스치듯 지나가는 고딘의 눈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블라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다시 가져가 이 개자식아!”
아직은 온전히 닿을 수 없지만.
그렇지만 이제는 나를 보는 푸른 달빛.
크게 떠진 고딘의 두 눈으로 블라드가 집어던진 시꺼먼 덩어리 하나가 날아들어왔다.
“내가 말했었지!”
차가운 겨울날, 붉게 물든 바닥을 기며 외쳤던 소년이 있었다.
“반드시 너를 죽여버리겠다고!”
침묵만이 가득했던 장미의 미소.
흔들리던 호르헤의 목과 흐느끼던 창녀들의 울음만이 소년의 증인이 되어 주었던 그곳.
그곳에서 흘러내렸던 것은 피와 눈물만이 아니었다.
“······하.”
기사는 정당한 대가만을 가져가는 법.
그러나 소년이었던 블라드는 자신에게 건네진 거짓된 대가를 받지 않았다.
그저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치 상처가 남긴 흉터처럼.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나.”
어설프게 뭉쳐놓은 고깃덩이 하나.
그날 블라드의 머리 위로 흘러내린 어설픈 육포 하나가 다시금 그의 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고딘은 정확히 자신을 향해 날아든 시꺼먼 덩어리를 바라보며 허탈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비켜어어-!”
블라드는 가이다르의 군의 진형을 곧장 꿰뚫으며 바예지드를 향해 나아갔다.
마치 화살이 나아간 흔적처럼 일직선으로 갈라져 버린 진형의 틈.
그 사이에서 블라드는 이제야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달빛을 향해 있는 힘껏 집어던져 버렸다.
육포와 함께 간직하고 있던 그 날의 아픈 기억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