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55
돌아와야 할 자리 (3)
이제는 시장실에 있을 수도 없었기에 더 좁아진 어느 방.
그곳에서 요제프는 뒷짐을 진 채 창가에 서 있었다.
언제나 햇빛을 등지고 있던 그였으나 오늘만큼은 들어오는 해를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너는 어찌할 거냐.”
창가에 비치는 풍경에서 날갯짓하며 떠나가는 까마귀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빌려 쓰고 있던 마커스의 까마귀들이 하나둘씩 요제프를 떠나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소속을 옮겨주도록 하마.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니까.”
내가 아닌 남에 의해 주어졌던 것이기에 떠나야 한다.
까마귀들도 기사들도 그리고 쇼아라의 시장직까지도.
요제프는 지금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내는 중이었다.
“저희 계약은 7년짜리이지 않습니까.”
“계약은 끝났다. 나는 이제 가주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으니까.”
너는 신의를 나는 기회를.
그러나 이제는 아무것도 보장해 줄 수 없기에 요제프는 블라드를 붙잡을 자격이 없었다.
“······.”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입술만을 곱씹고 있던 블라드는 버릇처럼 요제프를 올려다보았다.
뒷짐을 진 채 들어오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사내.
흐르는 분위기는 침울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가벼워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블라드의 시선을 오래도록 잡아끌고 있었다.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할 테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롯이 스스로가 맞이하는 오늘의 태양.
그림자가 아닌 햇빛 속에 있는 그의 표정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아무도 없는 시청의 어느 공터.
라문드는 화살처럼 쏘아지는 푸른 검을 보며 기겁한 듯 고개를 젖히고 말았다.
“······!”
끼기긱거리며 비틀어지는 관절의 늙음이 서럽다.
그러나 라문드는 그 늙음에 한탄할만한 시간도 없이 서둘러 다음 공격을 맞이해야만 했다.
“또 누구 걸 훔쳐 온 거냐!”
짓쳐 들어오는 발걸음은 나이에 맞지 않게 능글맞았지만, 그 발끝이 향하는 공간은 라문드의 의도를 정확히 봉쇄하고 있었다.
유연함 위에 얹어놓은 매서움.
세계 안에 또 다른 조각을 채워 넣은 블라드를 보며 라문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디서 잔재주를 배워와서는!”
잔재주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고매한 기술이었지만 아직 블라드의 검 끝에는 확고한 검로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탐욕스럽게 먹어 치우기는 했으나 아직 제대로 소화는 시키지 못한 것이다.
“치잇!”
블라드는 어느새 공세의 흐름이 전환되어버린 것을 느끼며 혀를 차고 말았다.
역시 라문드는 강한 기사였다.
죽지 않고 늙었을 만큼.
블라드는 갑작스레 변경되는 검로를 보며 흠칫했지만 라문드는 이미 블라드의 반응을 예측하고 있었다.
타앙-!
검로 사이로 억지로 끼워 넣은 그의 어깨가 빛났다.
배웠으나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강체술의 원형이 여기에 있었다.
“나이 좀 생각하시죠! 지금도 골골대시는 분이!”
“골골대도 네놈보다는 낫겠지!”
가벼운 대련으로 시작했으나 늙은 몸을 아끼지 않는 라문드를 보며 블라드는 분통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제 어디 하나 부러지면 제대로 붙지도 않을 나이인데.
“그리고 오러 안 쓴다면서요!”
“그러니까 조심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속이는 기사들도 있으니까!”
반들한 이마만큼이나 빛나는 라문드의 어깨를 보며 블라드는 왼쪽 눈을 감고 말았다.
저 기사의 오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나 또한 그만한 것을 내놓아야 했다.
“······오호.”
푸른 달에 닿았으나 넘지는 못했던 블라드의 세계가 검을 통해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 발버둥은 헛된 것이 아니었으니 라문드는 블라드의 왼쪽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황금색을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대었다.
“와 봐라!”
비치고 있는 황금빛 안에 자신의 색 한줄기도 들어있음을 아는 라문드는 즐겁다는 듯 검을 움켜쥐었다.
아무리 어린 것들은 금방 큰다지만 눈앞에 있는 녀석의 성장 속도는 볼 때마다 경이로운 것이었다.
“어디 부러져도 원망하지 마시라구요.”
“젊은 놈이 입만 살았구나.”
저 앞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짐승이 있다.
그러나 처음 보았을 때는 가련했을 뿐인 그 으르렁거림이 지금은 실체 있는 위협이 되어 라문드의 시선을 붙들고 있었다.
기사 블라드의 수준은 이미 자신에게까지 닿아있었다.
“······!”
주시하고 있었으나 늙은 몸은 젊은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예전의 모습 따위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의외성이 기어이 라문드의 눈을 속이고 말았다.
‘예전보다 훨씬!’
빠르다 못해 마치 시간을 뛰어넘은 것만 같은 모습.
발걸음과 몸짓을 통해 의도를 속인 블라드는 그 찰나의 틈을 통해 라문드의 바로 앞까지 뛰쳐나왔다.
“흐읍!”
늙었기에 삐걱거리고 만 반응.
그 틈을 포착한 블라드는 짧은 숨을 통해 힘의 균형을 옮기고는 인정사정없이 라문드의 단단함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지닌 색깔만큼이나 화려한 일격.
그러나 보이는 화려함과는 다르게 질척이는 블라드의 검격은 계속해서 라문드의 단단함을 갉아먹어 가고 있었다.
일격으로 필살할 수 없다면 남은 것은 진득한 도전뿐이라는 것을 블라드는 잘 알고 있었다.
“더······ 럽게도 가는구나!”
끊임없이 두들겨대는 블라드의 시도에 의해 점차 라문드의 강체술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검을 빗겨내고 그 틈을 노려 다시 한번 강한 일격.
까앙-! 깡!
라문드보다 검을 두 번, 세 번은 더 날려대는 전술은 체력의 차이를 감안한 블라드의 의도이기도 했다.
블라드는 지금 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끝내자구요!”
그리고 기어이 뚫어낸 틈을 통해 반짝이는 블라드의 눈빛.
큰 거 하나 오겠다는 감각에 라문드는 재빨리 자세를 가다듬었으나 블라드의 공격은 그보다 반 박자는 빠른 것이었다.
‘······뭐?’
바로 앞에 반질하니 빛나는 블라드의 이마가 있었다.
튕겨 나간 검을 되잡지 않았기에 벌어낸 순간.
그 순간을 통해 기어들어 온 것은 강체술을 뒤집어쓴 블라드의 이마였다.
“아니 이런!”
라문드는 샛된 비명을 질렀으나 블라드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당한 것은 어떻게든 갚아준다.
그것이 뒷골목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자세였다.
퍼억-!
아무도 없는 시청 안 공터에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았다기에는 과도하게 큰 소리였다.
※※※※
“······이 막돼먹은 놈. 가르쳐 준 은혜도 모르고 들이받아? 하긴 그런 놈이니까 수녀원도 때려 부수고 다녔겠지.”
“이게 다 훌륭한 기사분들에게 배워서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라문드의 핀잔에도 블라드는 실실 웃으며 검을 집어넣을 뿐이었다.
애초에 막돼먹은 놈에게 막돼먹었다고 해봤자 들어오는 충격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진짜 어디 부러진 건 아니죠?”
“아이고······.”
이제야 아픔이 몰려온다는 듯 뒹굴어대는 라문드를 보며 블라드는 손을 내밀었다.
부축해주려 내미는 손이었으나 블라드의 반대편 손은 어느새 강체술에 의해 반짝이고 있었다.
“손 붙잡고 들이받지 마세요. 왼손에 오러 둘렀어요.”
“······흠.”
라문드는 불끈 쥐고 있는 블라드의 주먹을 보며 아쉽다는 듯 쩝쩝거리고 말았다.
가르친 것보다 앞서 나가니 칭찬해 줄 만도 했지만, 너무 잘하면 오히려 얄미운 법이었다.
“그나저나 어쩔 거냐. 계속 도련님을 따라다닐 생각이냐.”
“······이러려고 불렀나 보네요.”
역시 늙은이들은 방심할 수 없다.
애초에 대련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듯 라문드의 질문은 블라드가 가장 방심하던 때를 꿰뚫고 들어왔다.
“하지 마라. 이미 끝난 일이다.”
“······.”
방금까지만 해도 요란했던 공터에 어느새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몰랐다면 어쩔 수 없었겠으나 알았기에 라문드는 말해주어야만 했다.
“자야르면 몰라도 아마 다른 기사들은 다들 요제프의 곁을 떠날 거다. 그게 맞는 거고 법도야.”
젊은이를 위한 늙은이의 충고는 한 치의 틀림이 없었다.
이미 겪어봤기에 아는 라문드의 충고는 정확히 블라드의 안위를 향해 있었다.
“요제프 님도 지금이라도 굽히시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거다. 어디 대단한 자리는 아니더라도 한적한······.”
“그렇게 하기 싫대요.”
블라드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라문드의 옆으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뭐?”
“그렇게 살기 싫다 그러네요.”
주어질 뿐인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고작 그것뿐일 리 없다고 요제프는 굳게 믿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은 모자랐거나 부끄럽지 않았으니까.
쿨럭거리는 기침 속에서도 요제프는 자신의 대한 믿음을 놓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건 좀 멋있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아······.”
손에 묻은 모래를 털어낸 블라드는 라문드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이제 밤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동경했던 푸른 달빛은 없었다.
이제 블라드가 따라가야 하는 길은 저 먼 하늘이 아닌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외침이었다.
지금의 요제프처럼 말이다.
“그동안 살면서 바쁘게만 지내왔지 내가 뭘 하고 싶어 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먹기 위해 훔쳤고 살기 위해 죽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블라드가 진정으로 원해 한 일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요제프 님을 따르는 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이냐?”
“그것도 잘 모르겠네요.”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
푸른 달빛에 닿았던 블라드는 이제 남이 아닌 내가 찾아야 하는 그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냥, 이쪽이 좀 더 마음에 든다?”
“미친놈······.”
누군가를 쫓는 것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해서.
자신의 속마음을 마음껏 털어놓은 블라드는 그제야 요제프가 왜 웃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라문드와의 대련이 있고 며칠 뒤.
정말 그의 말대로 요제프 주위에 있던 기사들은 모두 소집 해제 명령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그의 곁에 남아 있는 기사라고는 자야르와 갈 곳 없던 보르단뿐이었고 요제프는 초라한 모습으로 옥사나에게 돌아갈 채비를 꾸리는 중이었다.
“내일 떠나는 거야?”
“응. 우트만 남작령으로.”
블라드 또한 제미나와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다만 블라드의 목적지는 요제프와 같은 스투르마가 아닌 우트만 남작령이라는 것이 조금은 다른 점이었다.
“급했던 일은 이제 다 끝냈고, 그래서 당분간은 북부정교회의 일을 돕기로 했거든. 일종의 순례 여행이랄까.”
바예지드의 기사였으나 주교 안드레아가 보증하기도 한 기사.
페테르 또한 요제프와 마찬가지로 명망 높은 주교가 내미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자신이 받았던 이름이 누구에게서 시작되었는지 잘 알고 있던 블라드는 안드레아의 어린 부제를 도와 사특했던 자리를 정화하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 위험하지 않아?”
골목이 좁았기에 가까운 제미나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감정 때문에 떨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떨림에는 아마 블라드에 대한 걱정 또한 담겨 있을 것이다.
“위험하기는. 거기는 이미 교황청이 죄다 밟아놓은 데야.”
“진짜 안전한 데 맞아?”
“내가 너한테 뭐 속인 적이 있었냐. 왜 사람을 못 믿지?”
“없기는 왜 없어.”
나란히 걸었으나 홀로 우뚝 멈춰서고만 제미나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마치 멀어지는 블라드를 잡으려는 듯 그렇게 길어지고 있었다.
“너 예전 편지에서도 죄다 거짓말만 써놨었잖아.”
“······.”
“막 안전한 데 있고 요제프 님 옆에만 있고 그러기는 개뿔. 너 혼자 뛰쳐나가고 그랬었다며?”
블라드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원망과 함께 조금의 물기가 감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심시키기 위해 보냈던 편지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제미나에게 불안만을 안겨주고 있던 모양이었다.
“너는 내가 우스운 거야. 내가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 애초에 알리시아 남작이랑도······.”
“남작이랑도 뭐.”
한숨과 함께 돌아본 그곳에는 이게 아닌 데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제미나가 있었다.
또다시 떠나기에 애써 내 본 시간이었건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격려나 위로가 아닌 그동안 참고 있던 서운함뿐이었다.
“어차피 너도 구질구질한 이곳보다는 데어마르가 더 좋지? 너는 레이디 알리시아의 기사니까.”
실수로 내뱉은 말이었으나 멈출 수가 없었고 그렇기에 밖으로 나온 말에 제미나는 계속해서 상처 입고 있었다.
자기가 하는 말에 상처 입는 모습이 참으로 바보 같아 보였지만 그만큼 제미나는 그동안 무던히도 참고 있었다.
“흐으으······.”
꾹꾹 참고 있었으나 제미나는 기어이 그 큰 눈으로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그러나 블라드는 그런 제미나를 보며 달래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거 아냐. 너는 진짜 멍청한 계집애라는 거.”
“흐어어어엉.”
마치 더 울라는 듯 괴롭히는 블라드의 언행에 제미나의 울음소리가 커져만 갔다.
그래 울어도 싸다.
붉은 머리 제미나는 블라드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계집애였다.
“맨날 울어도 꼭 내 앞에서만 울어. 변한 게 없네. 어? 아주 예전 그대로야.”
이제는 아이도 아니건만 예전의 모습 그대로 울고 있는 제미나를 보며 블라드는 애써 화를 내려 하다가도 그만 웃고 말았다.
그동안 애써 레이디 제미나인척 하고 있었지만 이제야 고개를 든 붉은 머리 소녀가 블라드는 그렇게 반가웠다.
“이거 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계집애는 입 다물고 있어.”
한 손에 훌쩍 제미나를 집어 들어버린 블라드는 익숙한 걸음걸이로 어두운 뒷골목을 스쳐 지나갔다.
하나둘씩 켜지는 뒷골목의 불빛들.
들고 있는 소녀의 무게만큼이나 전혀 변함이 없는 그 광경을 따라간 블라드는 어느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여기는 왜?”
“봐봐.”
그곳은 언제나 진창이 가득한 곳이었다.
차가운 땅을 녹이는 열기가 계속해서 새어 나오는 곳이었기에.
“너는 이쯤이고.”
들고 있던 제미나를 박아넣듯 진창에 세워놓은 블라드는 자신도 자리를 잡고는 소녀의 옆에 서기 시작했다.
“나는 이쯤.”
그렇게 있던 자리에 서 있던 둘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가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기에 익숙한 몸짓이었다.
까앙-! 깡!
어두웠기에 더욱 밝게 비치는 대장간의 빛이 둘에게로 와닿고 있었다.
비록 안에 있는 사람은 다르겠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였다.
“변하게 없잖아. 안 그래?”
“흐으응······.”
우는 것인지 대답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블라드는 자신이 하려는 말이 잘 전달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돌아온다면 여기밖에 더 있겠어.”
“······.”
변한 것이 없는 광경이었다.
흘러나오는 망치 소리와 붉은 쇳물의 빛도.
그리고 나란히 서 있는 소년과 소녀도.
블라드에게 있어 고향은 쇼아라였지만 돌아올 곳이라 한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조심히 다녀와.”
“그래.”
그래도 변한 광경이 하나 있다면 예전보다 조금은 옆으로 붙은 둘의 발자국 정도일 것이다.
좁지는 않았으나 나란히 붙어있는 블라드와 제미나는 그렇게 오래도록 낡은 대장간 앞에 서 있었다.
오래 서 있던 만큼 깊어진 둘의 발자국이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