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42
그렇게 마르셀라를 따라 예전 제미나를 데리고 나왔었던 예배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온 블라드는 원장실이라 이름 적힌 문 앞에 섰다.
“그냥 나는 어차피 비어 있는 건물이니까 좀 쓰고 싶다고 시장님한테 말한 것뿐이야.”
“여기가 비어 있었어요?”
“응. 언젠가부터 비어 있더라고.”
예전에는 수녀원장실이었으나 지금은 고아원장실이 된 2층의 작은 방.
자신이 수녀원장을 향해 으르렁대었던 그곳을 기억하고 있던 블라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교회의 문양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마 다들 도망간 모양이야. 하긴 그 대단한 소드마스터 님과 척을 졌는데 버티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자리에 앉은 마르셀라는 수녀들도 야반도주를 할 줄은 몰랐다며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중에 뭐라고 하면 어때. 내가 그동안 여기다 바친 기부금만 해도 얼마인데.”
“그건 그렇죠.”
한때는 있는 자들의 여식들을 위해 신의 이름을 팔던 쇼아라의 수녀원.
그러나 이제는 갈 곳 잃은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이 된 이곳을 보며 블라드가 감개가 무량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정말 훌륭해요. 마르셀라. 북부의 어느 도시에서도 교회 아닌 개인이 고아원을 세운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뭐. 힘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모아놓은 돈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고아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것도 여인 혼자의 몸이었다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부 좀 하고 가시죠. 블라드 님.”
그러나 마르셀라는 아무도 하지 못했던 그 일을 해냈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그 어떤 보스도 갖지 못했던 가장 높은 건물을 지어냈던 것처럼.
“멋져요. 마르셀라.”
“그런 빈말 말고 기부를 하라니까.”
웃고 있는 블라드를 향해 어서 뭐라도 내놓으라는 듯 양손을 내밀고 있는 마르셀라.
그들이 앉아 있는 원장실의 창밖에는 혹여나 소드마스터를 볼까 싶어 고개를 빼든 아이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추웠던 그 날의 겨울, 순결했던 소녀들을 이끈 채 수녀원의 문을 두들겼던 방탕한 창녀.
누군가는 그녀에게 신의 품에 들어설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 마르셀라가 웃고 있는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신의 뜻에 가까운 곳이었다.
아마 이번에 다가올 겨울에는 아무도 수녀원의 문 앞에서 주저앉지 않을 터였다.
※※※※
“왜? 같이 저녁 먹고 가지.”
“아니에요.”
“제미나가 빨리 들어오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저녁을 먹고 가라며 붙잡는 마르셀라의 손이 있었지만 이미 계획이 있던 블라드는 조용히 고아원을 나설 뿐이었다.
“조만간 또 오죠 뭐. 어차피 같은 쇼아라에 있을 텐데.”
“그래. 또 와.”
떠나는 블라드의 뒤로 몰려나온 아이들이 가득했다.
뒷골목의 아이들과도 비슷해 보이는 반짝이는 눈빛들을 보며 블라드가 잠시 턱을 긁적여대었다.
“일단 이 곳은 마음대로 쓰도록 해요. 시장한테는 따로 말해놓을 테니까.”
“알았어.”
“그리고 이거.”
잠시 고민하던 블라드는 품속에서 자그마한 주머니를 꺼내 마르셀라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뭔데?”
“씨앗이요.”
이게 뭔가 싶어 열어본 주머니 안에는 마르셀라도 처음 보는 열매가 하나 들어있었다.
보석과도 같이 반짝이는 그 열매는 누가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것이었다.
“무슨 씨앗.”
“그건 나도 몰라요. 키워봐야 아는 거라.”
씨앗을 건네준 블라드는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 씨앗, 여기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
아우슈린에서부터 온 자그마한 씨앗 하나.
마르셀라가 들고 있는 그 씨앗이 무엇이 될지는 블라드도 잘 몰랐지만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도브레치티나 데어마르에 있는 나무들처럼 되리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제 가볼게요.”
“그래.”
어린 가능성들을 위해 누군가는 푸르른 씨앗을 심어야 한다.
남몰래 세상을 누볐던 전 시대의 소드마스터처럼,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여인처럼 말이다.
“뭘 했다고 벌써 하루가 지났네.”
그렇게 손을 흔들며 떠난 블라드는 언덕 위로 넘어가는 붉은 색의 노을을 보며 발을 옮겼다.
“이쯤이면 올 때가 됐다고 했는데.”
쇼아라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내려와 이제는 비린내로 가득한 부둣가를 향해 걸어가는 블라드.
저녁이 될수록 내려가는 온도 때문인지 어느새 쇼아라의 강가에는 조금씩 물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여기도 변한 게 없네.”
드나드는 배가 없어 인부들조차 떠나고 없는 조용한 부둣가.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홀로 서 있던 블라드는 점점 붉어지는 노을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도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겠네.”
이제는 강바닥 아래로 저물어가는 오늘의 노을.
그 노을을 등진 채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배 한 척이 있었다.
선체 양옆으로 기이해 보이는 물레방아를 단 배에는 이제는 누구나 알아보는 붉은 장미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조금 늦었어. 하벤.”
점점 저물어가는 노을을 따라 블라드가 부둣가를 걷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자신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배와 함께.
그렇게 걷고 있는 블라드의 오른손에는 친구를 위해 특별히 가져온 술병 하나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외전- 어른이 된 소년들은
붉은 노을이 가라앉은 강물 위로 뒷골목에서 비치는 불빛들이 선명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적해 보이기까지 했던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
그러나 지금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로 인해 그 어느 곳보다도 활기찬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 그럼 여태까지 바르보사랑 붙다가 온 거야?”
“붙었다기보다는 서로 대치만 하고 있었다고 봐야지.”
블라드와 하벤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손님들이 많이 몰린 장미의 미소였지만 1층의 로비에는 어쩐지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술에 취하러 왔다기에는 너무나 말끔한 차림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
비어있는 술잔을 들고서 괜스레 위쪽만 힐끗거리는 영양가 없는 손님들을 보며 제미나의 입술이 삐죽거리고 있었다.
“정전 협약이 빨리 이뤄져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겨울까지 꼼짝없이 잡혀 있었을 뻔했다니까.”
“그래. 겨울 바다가 춥기는 하더라.”
그 말과 함께 술잔을 집어 드는 하벤을 블라드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소금기가 가득한 선장모와 선원답게 검게 그을린 피부까지.
좁은 방 안에 갇혀 서류만 끄적거리던 샌님의 모습은 지금의 하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여, 여기.”
“오. 고마워 네드.”
때마침 들어온 음식에 하벤이 재빨리 품 안을 뒤져 동전을 꺼냈지만 네드는 그런 것은 되었다는 듯 허둥지둥 계단을 떠나고 있었다.
“쟤 왜 저래? 맨날 팁 달라고 조르던 놈이.”
“그럴만한 일이 있었나 보지.”
갑작스레 변한 동생의 모습에 오타르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지만 블라드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언젠가는 해줘야 할 말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누군가의 곡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