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44
“제미나 양도 같이 가는 거 아닌가? 아니면 그냥 말에 태울 생각이었어?”
“······.”
“레이디가 가는 길에 마차가 없어서야 쓰나. 안 그래도 내가 근사한 걸로 하나 준비해 놨어.”
블라드가 기도하는 리만으로 변장했을 때부터 함께 했던 남자.
쇼아라에서 쫓겨난 이후로도 계속해서 블라드를 챙겨왔던 고트는 이미 말하지 않아도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나는 제미나랑 같이 간다고 말한 적이 없거든?”
“어쨌거나 일주일 안에는 출발해야 해. 아무리 습격하는 야만인들이 없어졌다고 해도 북부의 길은 여전히 험하니까.”
방금 한 블라드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일주일 안에는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고트.
그 기간마저도 자신이 생각했던 시간과 일치했던 모양인지 블라드는 입을 꼭 다물고 말았다.
“아이구. 누아르도 오랜만이다. 나 기억하지?”
푸르르륵-
어느새 마구간까지 다다른 고트는 누아르를 향해 반가운 척을 해대기 시작했다.
사기꾼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바로 친화력.
그 친화력을 맘껏 떨치는 고트를 보며 누아르도 딱히 내치기 힘들다는 듯 푸르륵 거릴 뿐이었다.
“같이 가자고 대장. 대장은 그냥 몸만 오면 돼.”
“지랄 났네. 진짜.”
웃는 얼굴에 차마 침은 못 뱉었지만 그래도 욕지거리는 뱉어낸 블라드.
그러나 블라드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침울해 보였던 그의 표정이 어느새 펴져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뉘엿뉘엿 져가는 해를 따라 장미의 미소로 돌아온 블라드는 곧바로 니벨룬의 방을 찾았다.
“짐은 다 정리했냐?”
“네? 아 네. 다 정리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잔뜩 어질러져 있던 니벨룬의 방이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다만 잔뜩 부풀어 있는 배낭이 조금은 너저분해 보일 뿐이었다.
“그럼 따라 나와.”
“어디를요?”
“말하면 네가 어딘지 아냐.”
술에 취해 섭섭한 표정을 짓던 어제의 블라드를 기억하는 니벨룬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블라드의 모습은 요즘 따라 느껴지던 침울한 분위기가 조금은 가신 듯한 모습이었다.
“네가 챙긴 짐 말고 또 필요한 건 없어? 뭐 비상약이라던가 배 탈 때 필요한 도구 같은 거라던가.”
“그런 거는 이제 제미나 님이 다 챙겨주고 계시죠.”
“왜 나한테 말 안 하고?”
“블라드 님은 이제 돈 별로 없잖아요.”
이제는 바예지드에 속해있지 않기에 딱히 받을 봉급도 없는 블라드였다.
그런 블라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니밸룬은 이미 제미나에게서 나름의 지원을 받는 중이었다.
“······그래?”
돈 이야기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었던 블라드는 조용히 뒷골목의 어딘가로 니벨룬을 이끌며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많이 밝아진 뒷골목이라 할지라도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알아볼 수 없는 그런 복잡한 길을 따라서.
“그나저나 신비는 많이 채워놨어? 북극 항로같이 거친 곳을 가려면 이래저래 쓸 일이 많을 텐데.”
“흐흐. 아직은요. 요 몇 년간 쓸 일이 많았잖아요.”
블라드가 알고 있는 니벨룬이라는 마법사는 도구를 통해 신비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겉으로 평범해 보일지라도 나름의 의미를 갖춘 물건들을 통해 마법을 부리는 부르군드 족의 방식.
“그래. 다 못 채울 정도로 많이 쓰기는 했지.”
그러나 자신과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 신비를 채울 겨를도 없이 써댔다는 것을 블라드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보았던 도구들만 해도 이미 수십 가지였으니까.
“쟤네야?”
“네?”
“쟤네냐고. 너한테서 구슬 따갔다는 애들이.”
어느새 뒷골목 깊숙한 곳까지 다다른 니벨룬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주변에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뒷골목 사이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들고 있는 아이들.
그 애 중에서도 안면이 익은 아이들을 보며 니벨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친구들이네요.”
“좋아.”
목표를 확인한 블라드가 앞으로 나섰다.
한쪽 손에는 구슬들이 가득 담긴 주머니를 들고서.
“여기 대장 나오라고 해.”
손바닥을 통해 만져지는 구슬들의 감촉이 매끄러웠다.
그것은 블라드에게 있어 어렸을 적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감각 중 하나였다.
“구슬 한 번 치게.”
먼 곳으로 떠나가는 나의 마법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
이제는 이별을 준비할 줄 아는 소년이 벙쪄있는 아이들을 향해 반짝이는 구슬을 튕겨내었다.
외전- 별빛으로 이어진 길
아무리 벗어나려 노력해도 언제나 북부인들을 따라다녔던 차별의 시선들이 있었다.
신을 믿지 않는 불신자들, 혹은 야만인의 피가 섞인 천한 인종들.
이것이 지난 세월 동안 북부인들을 바라보던 대부분의 시선이었다.
“새로운 가주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루트거 바예지드 님.”
그러나 지금 스투르마의 성문에는 그간의 차별이 무색하다는 듯 대륙 각지에서 올라온 귀족들이 줄 서 있었다.
같은 북부에서 온 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저 멀리 남쪽에 있는 가문에서 보낸 자들까지.
처음 보는 문장들로 가득한 깃발들의 모습에 무뚝뚝한 스투르마의 사람들까지도 흘깃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릴 정도였다.
“음?”
아직은 가주가 아니었으나 가주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손님들을 맞이하던 루트거.
그런 그의 앞으로 난생처음 보는 깃발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달마티아 남작 가문의 깃발이에요. 이번에 새롭게 문장을 바꿨다고 하더라구요.”
“으음.”
옆에서 들려오는 도로테아의 설명에 루트거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럼에도 아직 그의 얼굴에는 가시지 않은 당황감 한줄기가 남아있었다.
손님 앞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앞에서 펄럭이는 달마티아의 문장 앞에서는 누구라도 루트거처럼 반응하고 말 것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루트거 님.”
“먼 곳에서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바예지드는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중부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영지. 도브레치티.
그간 빈궁한 사정으로 귀족 세계에 발도 내밀지 못했던 그들이었지만 지금 루트거의 계승식을 기회 삼아 자신들의 깃발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
손님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하고 주인으로서 해줘야 할 말을 주고받던 루트거와 달마티아의 사신.
그러나 정례적인 인사말이 끝났음에도 루트거는 달마티아에서 온 사신을 붙잡고 있었다.
그 예외적인 모습에 홀에 있던 귀족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쏠리기 시작했다.
“지금 들고 있는 깃발에 새겨진 문장이······. 혹시?”
“아, 아 이것 말씀이시군요.”
여태껏 이런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듯 달마티아에서 온 사절들이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의 깃발을 꺼낼 때만큼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쭉 펴고 있었다.
세련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 반응이었지만 오히려 그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훈훈한 웃음을 짓게 했다.
“저희 영지의 크나큰 자랑이지요. 무려 이번에 정교회에서 직접 인정한 신수(神獸)를 따와서 만든 것입니다.”
“정교회가?”
정교회가 직접 인정한 신수라는 말에 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신을 제외한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곧 이단의 행위.
그렇기에 그간 다른 상징들에 대해서는 인색했던 교회였으니까 말이다.
“그럼 그게?”
“네 맞습니다. 두더지입니다.”
남들은 성벽이니, 창이니 하며 멋진 문양들로 가문의 위신을 드러내었으나 달마티아 남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땅의 정령을 상징하는 문장이지요.”
지금 그들의 깃발에 그려져 있는 것은 앙증맞기까지 해 보이는 두더지 한 마리였으니까.
그것도 짤막한 엄지손가락까지 치켜들고 있었으니 누구라도 그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뀨-!
아우슈린에서 데어마르까지.
동부에서 중부, 그리고 북부로까지 통하는 길을 뚫어낸 두더지가 있었다.
소드마스터와 함께하고 정교회가 인정한 그 정령은 지금 본래의 고향인 도브레치티에서 남부럽지 않은 공양을 받고 있다고 했다.
※※※※
“아주 도시에 소문이 다 났어.”
“······.”
“못났다 못났어. 정말. 아무리 할 게 없어도 그렇지 애들이랑 구슬치기를 해?”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쇼아라의 부둣가.
이제는 완연한 여름의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에서 제미나가 세모눈을 치켜뜬 채 블라드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어렸을 때 많이 못 해봐서 그랬니? 이제 여유 좀 생기니까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차라리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지 그랬어. 이게 유치하게 뭐 하는 짓이야.”
잔뜩 모여있는 주위 사람들을 의식해서인지 블라드에게만 들리게 귓가에 속삭이는 제미나였다.
그렇기에 누가 지금의 둘을 본다면 아마 딱 붙어 있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고 착각할 것만 같았다.
“······그런 게 아니라 니벨룬이 필요하다고 했다니까.”
누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아마 주위에 있는 누구라도 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면 조금은 시무룩해져 있는 블라드의 모습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애들 구슬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고양이가 왜?”
“그게······. 그게 마법이니까?”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으며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신비라는 존재.
그것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제미나에게 제대로 설명하기란 지금의 블라드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 가는 마지막까지 너희들 싸우는 모습을 보는구나.”
그런 블라드와 제미나를 보며 선창에서 내려오는 사내가 있었다.
등 뒤에는 수인족이며 드워프며 할 것 없이 온갖 건장한 사내들을 끌고 다니는 선장.
이제는 뒷골목 아이들에게 있어 또 다른 선망의 대상이 된 하벤이 여전히 투덕거리는 둘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고향의 풍경이란 거지.”
“준비는 다 했어?”
이제는 절름거리는 모습마저 경륜처럼 보이는 남자.
거기다가 제미나가 새롭게 마련해 준 선장모까지 쓰고 있었으니 지금의 하벤은 누가 보아도 근사한 바다 사나이 그 자체였다.
“준비야 다 했지. 선창도 탐험용으로 다 개조해놨고, 선원들 먹일 술도 잔뜩 실어놨고.”
그 말과 함께 하벤이 블라드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누가 신경이라도 써줬나 봐. 한참 바쁠 시기였는데도 조선소에서 금방 자리를 내주더라고.”
오직 북쪽의 빙하가 녹을 시기에서만 떠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항해였다.
그 시기를 맞추기 위해 어쩌면 1년의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롯이 블라드의 배려 덕분이었다.
“어쩌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아우슈린에 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때 편지할게.”
“그래.”
이번 탐험대의 목적은 새롭게 생겼을지 모를 북극 항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떠나는 하벤의 최종 목적은 대륙을 반 바퀴 돌아 엘프들의 도시인 아우슈린까지 닿는 것이었다.
“그럼 그쪽도 갈길 바쁘실 테니 이만 떠나도록 할까?”
장난스럽게 웃어대는 하벤의 앞으로 하품을 해대는 고트가 있었다.
선장은 바다로, 기사는 북부로.
여기 좀 보라는 듯 아예 마차까지 끌고 온 고트는 우리도 어서 북쪽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조심해.”
“너도.”
잘 가라 말하며 어깨를 부딪치는 둘이었으나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 어른이 된 두 명의 소년은 이별이란 담백하게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훌쩍······. 흑.”
짤막한 이별의 말만 남긴 채 다시금 배로 올라가는 하벤을 조용히 보고 있는 블라드.
그런 블라드의 옆으로 누군가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 하벤 저거. 흑. 뒤도 한 번 안 돌아보는 거 봐. 흐윽.”
“······.”
날씨는 화창하고 머릿결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풍성했다.
아마 오늘만큼 돛을 펼치기 좋을 날이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바람을 따라 제미나가 흘려대는 눈물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저 냉정한 새끼.”
“우리도 이만 가자.”
“······이 냉정한 새끼들.”
누군가가 외치는 호령에 맞춰 부두에 묶여 있던 밧줄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천천히 강의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붉은 머리 제미나 호.
“내년에 연락한다잖아. 그때 되면 또 실컷 보겠지.”
저 멀리 떠나가는 배를 향해 쇼아라의 사람들이 힘껏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뒷골목에서 태어났으나 이 세상 가장 먼 곳으로 향하는 캡틴 하벤을 위해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원하는 꿈을 위해 떠나는 그를 위해 쇼아라의 사람들이 있는 힘껏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
그러나 모두가 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순간에도 블라드는 그들과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블라드가 바라보는 그곳은 예전에는 캡틴 후버의 본거지가 있었던 부둣가의 어느 건물이었다.
“거기서 나오니까 좋지?”
창백한 얼굴로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있던 그때의 하벤을 향해.
내가 부숴버린 벽 앞에서 웃고 있던 그때의 하벤을 향해 마차에 올라선 블라드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
-해가 진다! 돛 반개해!
-마지막으로 위치 맞춰봐! 파수꾼은 별자리 확인하고!
불어오는 바람에서 물비린내가 아닌 바다의 짠맛이 감돌기 시작했다.
뉘엿뉘엿 져가는 노을을 옆에 두며 천천히 북쪽으로 향하는 하벤의 배.
앞으로 다가올 밤에 대비한 선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지만, 오직 단 한 사람만큼은 하벤의 옆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오직 선장만이 설 수 있다는 조타석이었지만 니벨룬은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하벤과 나란히 서서 점점 어둑해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선원들이 눈치를 줘도, 옆에서 들려오는 민망한 헛기침 소리에도 그렇게 가만히.
“딱히 할 일이 없는 거면 내가 뭐라도 하나 만들어줄까?”
“할 일이 없어서 여기 있는 게 아니거든요.”
바다의 왼쪽에서는 아직도 지평선에 닿지 못한 노을이 붉은빛을 내며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나 신비를 다루는 마법사는 이미 밤하늘의 별이 보이기라도 한다는 듯 눈가에 구슬 하나를 가져다 댄 채 고개를 치켜들고 있을 뿐이었다.
“······됐다.”
그렇게 한참 하늘을 쳐다보던 니베룬은 서서히 펼쳐지는 밤하늘 사이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별을 향해 구슬을 가져다 댔다.
니벨룬이 찾아낸 그 별은 밤바다를 누비는 선원들이라면 누구나 의지한다는 북쪽의 별인 북극성(北極星)이었다.
“뭐가 됐는데?”
“방금 봤어요.”
“······뭐를?”
아직 마법사와의 대화가 익숙하지 않다는 듯 하벤이 계속해서 되묻고 있었다.
그러나 하벤도 시간이 지나면 블라드처럼 알게 될 것이다.
신비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북극성이요. 저 별이 우리를 봤어요.”
밤하늘에 있는 별 하나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별을 향해 자신의 빛을 비추고 있었다.
니벨룬이 들고 있는 구슬을 향해서, 그것이 품고 있던 아이들의 반짝임을 따라서.
“역시 이 구슬이라면 별도 알아볼 줄 알았다니까요.”
서로에게 이끌린 두 개의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바다에서 밤하늘로, 이들이 향하려는 북쪽의 어딘가를 향해서.
“······이 선은 뭐냐.”
비록 지금은 칠흑 같은 밤바다를 헤매더라도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려는 소년들을 위하여.
그렇게 이어진 두 개의 별빛이 바다를 가르며 하나의 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를 따라오라는 듯, 아무도 길을 잃지 말라는 듯 그렇게.
“나침반은 필요 없겠어요. 그쵸?”
높디높은 밤하늘은 아니었을지라도 빛나는 별을 위해서.
그렇게 이어진 세계의 경계선을 따라 하벤의 배가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