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56
키하노 외전- 어린 가능성들을 위해 (2)
까앙-! 까아앙-!
어두운 풍차 안을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풍차의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저 아래까지 퍼지는 소리.
갑작스레 들려오는 그 소리에 쓰러져 있던 정령들조차도 고개를 치켜들 정도였다.
파직-!
어찌나 세게 내려치는지 휘두르는 검에는 불꽃마저 튈 정도.
그러나 정작 사몬테의 유리관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고 있었으니 이쯤 되면 키하노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네.”
어린 정령들을 가둬놓은 유리관은 투명했지만, 그 안에는 사몬테가 심어놓은 신비가 가득했다.
아마 그 신비가 세상을 속이며 키하노의 검 끝을 흐리게 하는 모양이었다.
“앤드류. 어떻게 방법이 없겠어요?”
“······지금 당장은. 시간을 주면 모르겠다만.”
“지금 가장 없는 게 시간인데.”
앤드류는 고매한 마법사였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모습이었을 때의 이야기.
지금 당장 그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다급함에 목이 타는지 키하노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마치 막다른 곳에 몰린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가만히 멈춰 있는 손과는 다르게 키하노의 눈동자만큼은 지금도 기민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설마 저것들 전부에다가 신비를 발라놓지는 않았겠죠?”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어린 뱀 위에는 수많은 기계장치 들이 달려 있었다.
도통 무엇을 위해 달아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하나 정도는 정령들을 묶어놓는 데 쓰이는 장치일 것이 분명했다.
“······아까 보니까 설계도 같은 게 굴러다니기는 하던데.”
그 장치들을 보며 아까 보았던 설계도를 떠올린 키하노가 천천히 입술을 핥기 시작했다.
아무리 복잡한 장치라 할지라도 분해는 조립의 역순.
아니, 꼭 분해 방법을 알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약한 부분 정도는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쿠르르르릉-!
“크윽!”
다시금 시도해 볼 방법을 찾아낸 키하노였으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뒤였다.
“이게 뭐야!”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갑작스레 느껴지는 진동에 키하노가 재빨리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래서부터 시작된 진동은 도무지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지진인가?”
“아니다! 지진 같은 게 아니야!”
가가가가각-!
밑에서부터 우렁차게 퍼지는 소리에 키하노가 아래를 향해 고개를 숙이자 보이는 광경이 있었다.
“······!”
풍차의 아래서부터 톱니바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수십, 아니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톱니바퀴들이.
마치 물결이 퍼져나가듯 서로가 맞물려 우렁차게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의 모습에 키하노는 뒷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으아아아!
-이제 그만해!
“······!”
동시에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어린 정령들의 비명 소리.
마치 불이 켜진 촛불처럼 환히 빛나는 유리관 안에서 어린 정령들이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건 풍차가 아니야!”
쿠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사몬테의 풍차가 일어서고 있었다.
완벽한 용이 원했으며 몰락한 마법사가 만들어 낸 콘수에그라의 풍차.
“이건 골렘(golem)이란 말이다!”
이제야 제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마도공학의 정수라 불리는 골렘.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할지 모르는 골렘 하나가 어린 정령들의 비명을 집어삼키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
쿠르르릉-
고요하던 콘수에그라의 언덕 위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풍차에서부터 시작된 소리.
방금까지만 해도 풍차였던 건물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광경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새 된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세상에 저게 뭐야!
-풍, 풍차가 일어서잖아!
바로 앞에 용을 잊고 말 정도로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하늘을 꿰뚫을 것만 같은 날카로운 머리를 세우며 잔뜩 녹이 슨 몸을 일으키는 사몬테의 풍차.
난생처음 보는 그 기괴한 모습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습니까. 사르누스 님!”
그러나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지금, 오직 마법사 사몬테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지 두 손을 번쩍 펼쳐 들고 있었다.
내가 있던 가문은 몰락했으며, 몸담고 있던 계파에서는 파문까지 당한 마법사 사몬테.
그러나 지금만큼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그를 무시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저 위에서 울부짖는 골렘의 포효는 곧 사몬테가 내지르는 함성이었다.
“보십시오! 저 위풍당당한 모습을!”
쿠오오오오-!
마침내 두 발로 선 거인이 이 세상에 내가 왔다는 듯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 포효와 함께 미친 듯 웃어젖히는 사몬테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기에 물들어버린 마법사 그 자체.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용의 푸른 눈동자에는 오직 서늘한 웃음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훌륭하다. 사몬테.”
여태껏 풍차처럼 위장하고 있었지만, 그 실상은 마법사의 광기가 만들어낸 거대한 골렘.
멀리서 보아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흉악함에 냉정한 사르누스조차 짙은 미소를 짓고 말 정도였다.
“······세상에.”
지금 서 있는 언덕마저 무너뜨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크기였다.
그 웅장한 모습에 얼이 빠져 있던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골렘의 모습에 하나둘씩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쿵! 쿵!
“어?”
쿵! 쿵! 쿵!
“어어?”
어찌나 커다란지 발을 한 번 내디딜 때마다 성큼성큼 가까워지고 있는 사몬테의 골렘.
그러나 골렘이 한 발자국 다가올수록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지에 대한 경의 대신 공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저, 저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저 방향이면 마을 쪽인데!”
왜냐하면, 지금 보이는 골렘이 바로 자신들의 마을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 어떤 존재라도 쉽게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몸체를 이끌고 콘수에그라로 향하는 사몬테의 풍차.
그러나 정작 이 자리에서 제일 당황하고 있는 이는 마을 사람들도 사르누스도 아닌 풍차 골렘을 만든 장본인인 사몬테였다.
“이, 이게!”
들고 있던 손잡이를 마구 휘저어 보았으나 정작 앞에 보이는 골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성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
전혀 예상치 못한 골렘의 반응에 사몬테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사, 사르누스 님.”
“뭐냐.”
“그, 그게.”
쿠오오오오-!
지금껏 걸은 것은 연습이었다는 듯 점점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는 사몬테의 골렘.
잔뜩 화가 났다는 듯 증기를 내뿜어내며 움직이는 그 모습에 이제야 사르누스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다 죽여버릴 거야!
고막이 터질 듯 내질러대는 골렘의 포효와 함께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듣지 못할 소리겠지만 여태껏 언덕 위를 떠돌고 있던 어린 정령들의 목소리였다.
-너희들도 아파봐야 해!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기에 상처 입고 만 어린 세계들.
지금 그 세계들이 갈 곳 없는 분노를 쏟아내며 인간들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
“크으으으!”
콰직-! 콰지지직!
등 뒤에서부터 쉼 없이 뻗어 나오는 열기에 키하노가 괴로워하고 있었다.
애써 눈을 감아야 할 정도로 세차게 날뛰는 열기는 아까까지만 해도 어린 정령들이 있던 곳에서부터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정작 지금 키하노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매섭게 터져 나오는 정령들의 분노가 아니었다.
“이거 너무 높잖아!”
“조용히 해봐요. 좀!”
이제야 돌아가기 시작하는 풍차의 날개 끝에 위태로이 매달려 있는 키하노가 있었다.
건물이었을 때도 가장 높았던 풍차였지만 움직이고 있는 지금에서는 더 높이 하늘에 닿은 사몬테의 풍차.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열기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키하노였지만 정작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크고도 녹슨 풍차의 날개였다.
“개구리 같은 거 말고 아예 참새 같은 게 돼야 했었는데!”
“그랬으면 더 귀엽긴 했겠죠!”
공포에 질려 뒷다리를 파닥거리는 앤드류였지만 키하노라고 해서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방금 머리가 구름에 닿은 것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