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42
달 없는 밤 (2)
데스웜.
몰락한 용의 잔재 중 하나.
평소에는 땅속을 파헤치고 다니며 가끔 숨을 쉴 때나 지상으로 몸체를 드러내는 몬스터.
거대하고 흉측한 모습과는 다르게 그것들의 주식은 땅속에 있는 광물이나 비옥한 흙에서부터 나오는 지기(地氣)였으나.
“무언가 이상해요! 데스웜은 본래 육식을 하지 않는데!”
그러나 저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세간의 상식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히이이잉-
크와와아아악-!
데스웜의 공격에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있는 야생마들.
말들이 내뱉는 애처로운 비명이 끈적한 핏물과 함께 먹혀들어 가고 있었다.
시뻘건 피로 물든 데스웜의 미끈거리는 몸뚱어리가 스산해 보였다.
“······전원 승마하라!”
상황을 보며 판단을 마친 루트거는 큰소리로 기사들에게 외쳤다.
눈앞의 상황이 상식에 벗어났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며 해야 할 것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임무를 받은 자들의 의무일 것이다.
“순례자들을 지켜라! 그들을 구출해야 한다!”
루트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속하게 움직이는 기사들을 보며 블라드 또한 재빠르게 달구지 위로 올라탔다.
“전진!”
“전진하라! 루트거 님을 따라라!”
루트거의 명령에 따라 바예지드의 기사들이 푸른 언덕을 박차고 뛰쳐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아래 야생마들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있는 지옥 같은 현장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당황해하고 있는 순례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조용했던 푸른 초원 위로 데스웜의 울음소리와 함께 기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설마 벌어질지 몰랐던 이 순간을 위해 페테르는 자신의 아들을 이곳으로 보냈다.
만약의 만약을 준비했던 가주의 안배는 지금 이 순간 장대 위에 높게 걸려 있는 바예지드의 깃발처럼 빛나고 있었다.
“······어린 녀석이에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개체입니다!”
도로테아는 말을 타고 달리는 도중에도 데스웜을 관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크기도 그렇고 피부도 아직 단단해지지 않았습니다!”
도로테아의 비명 같은 보고에 루트거가 고개를 돌려 데스웜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쉴 새 없이 말들의 사체를 씹어 삼키고 있는 데스웜은 그녀의 말처럼 생각보다 크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분홍빛의 맨들맨들한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단단한 외피라는 데스웜의 성질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어린 개체였다.
“······.”
루트거가 말을 타고 달리며 상황을 확인하는 동안 블라드도 쉼 없이 흔들리는 달구지 위에서 저 아래를 관찰하고 있었다.
다만 도로테아와 다른 점이라 한다면 소년은 데스웜 대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있는 야생마의 무리를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령의 기운이 느껴진다. 보통 말들이 아니야.]‘정령······.’
데어마르에서 보았던 하얀색 뱀.
블라드의 머릿속에 자신에게 가호를 보내준 존재가 떠올랐다.
[내 세계를 빌려주마.]“알았어요.”
소년의 나지막한 대답을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달구지 소리가 잡아먹었다.
“후······.”
소년은 기도하듯 자세를 낮추고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감았다.
‘······!’
그리고 왼쪽 눈으로 목소리의 세계를 떴다.
히이이잉-!
색깔이 선명한 세계.
소년의 세계보다 100여 개의 색깔은 더 있어 보이는 목소리의 세계가 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잡아먹히고 짓밟히며 쓰러져가는 야생마 무리.
울부짖는 말들에게서 안개처럼 감돌고 있는 흰색의 연기가 보였다.
‘저건 뭐지?’
반짝이는 흰색의 연기.
그러나 너무나 옅어서 형체를 이루지 못하고 흩어지고 마는 것들.
이유는 모르겠으나 블라드는 그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검은 녀석을 봐라.]‘······.’
목소리의 조언에 따라 블라드는 방금 자신과 눈이 마주친 새까만 말을 바라보았다.
무리의 대장인 듯 쉼 없이 주위를 뛰어다니며 데스웜의 주의를 끌고 있는 녀석.
그러나 녀석의 애처로운 몸짓에도 데스웜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달콤한 육질을 탐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날의 광경과 겹쳐지는 장면 같아 블라드는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뿔?’
목소리의 말대로 시선을 돌리자 과연 블라드에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다른 말들에게는 그저 옅은 안개일 뿐이었지만 그 녀석에게만은 하나의 형체로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저 말들에게 일각수(一角獸)의 피가 섞여 있는 것 같다.]하얀색의 뿔.
온통 검은 녀석의 이마 한가운데는 마치 달처럼 떠 있는 하얀색의 뿔이 자리 잡고 있었다.
희미한 뿔을 바라보는 소년의 갑옷에서 그날의 레몬 향기가 풍겨왔다.
※※※※
‘저것은?’
말을 타고 달리던 도로테아의 시선에 순간 무언가가 잡혔다.
어린 데스웜의 이마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
그곳에서부터 마법사만이 느낄 수 있는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린 데스웜이 그것에 반응하고 있었다.
“루트거 님! 데스웜이 고개를 틉니다!”
“순례자들! 순례자들을 보고 있습니다!”
“······젠장!”
갑작스러운 상황.
주어진 것은 짧은 시간뿐.
루트거의 검은 눈동자가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도로테아! 데스웜은 뭐에 반응하나!”
임무의 수행자이자 무리의 대장인 루트거는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었다.
“데, 데스웜은 눈이나 귀가 없습니다! 오직 땅속의 진동만으로······.”
“저것을 유도할 방법을 강구해라. 도로테아!”
루트거는 재빨리 손짓으로 기사들의 무리를 둘로 나누고는 자신은 소수의 기사만을 이끈 채 데스웜이 있는 곳으로 뛰쳐들어갔다.
“너희는 내려라! 말들이 모자라다!”
기사들의 외침에 포틀리와 블라드는 재빨리 자신들의 이동 수단을 내주었다.
당연한 판단이었다.
말없이 움직이고 있던 순례자들로서는 기사들의 도움이 없이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야생마들조차 따라잡히고 만 속도를 가진 데스웜은 한번 포착한 목표를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루트거는 한 번에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크아아아아-!
한참 말들의 사체를 음미하고 있던 어린 데스웜은 이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와 함께 순례자들을 향해 몸체를 기울였다.
도망치고 있는 야생마들과 그 앞에 있는 순례자들.
데스웜이 원하는 혹은 누군가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저 앞에 있었다.
크아아아아-!
흉포한 함성과 함께 순례자들을 향해 뛰어오르는 데스웜.
“젠장! 어째서!”
“달려라!”
방금까지만 해도 야생마들을 집어삼켰던 데스웜이 어째서 갑자기 저 앞에 있는 순례자들에게 관심을 보인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은 결과의 분석보다는 사태의 해결이 더 급박한 상황.
“시선을 끌어라!”
루트거의 지시에 따라 데스웜에게 달려드는 기사들.
기사들이 야생마의 무리와 뒤섞여 데스웜의 전진을 막으려 애쓰는 동안 루트거는 조용히 분노를 불태웠다.
상식이 어긋나고 상황은 기이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 상황을 만든 인위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감히 내 아버지의 땅에서······.”
북부의 명문 바예지드.
그 피를 온전히 물려받은 기사가 자신의 왼쪽 눈을 감았다.
※※※※
저 멀리서 순례자의 무리에 다다른 기사들이 보였지만 역시나 한 번에 움직이기에는 말들이 모자란 듯싶어 보였다.
“큰일 났네!”
“······.”
말과 달구지를 뺏긴 블라드와 포틀리는 도로테아를 보호하며 언덕 위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금발이랑 뚱땡이! 바람 막으라니까!”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도 바로 뒤에서 앙칼지게 날아오는 도로테아의 목소리.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지금 바닥에 주저앉아 루트거가 말한 대로 데스웜을 유도할 수 있는 각인을 만드는 중이었다.
“진동, 진동, 진동의 각인술이 무슨 색이었지······.”
바닥에 쏟아붓듯 늘어놓은 작은 병들.
마치 화가가 그림 그릴 준비를 한 것처럼 물감 같은 것들이 들어 있는 작은 병들이었다.
그것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법을 준비하는 도로테아.
조용히 읊조리는 그녀의 입술이 떨릴 때마다, 세심히 병을 붙잡는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바닥에 놓여 있던 작은 병들이 반짝이며 제 색깔을 찾고 있었다.
콰가가가앙-!
‘뭔 놈의!’
한참 그녀의 준비를 구경하고 있던 블라드의 얼굴로 후끈한 열기가 밀려들어 왔다.
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흉폭한 열기.
강렬하게 응축된 불꽃의 일섬이 데스웜과 함께 주변의 공기를 불태우고 있었다.
“루트거 님이다!”
여기까지 전해지는 그 강렬한 기세에 포틀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을 번쩍 쳐들고 말았지만 블라드는 그저 자신의 세계까지 불태울 것 같은 기세에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과는 확연한 격이 느껴지는 세계였다.
[얕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어.]그러나 어린 데스웜은 아직 강인한 외피는 없었을지라도 끈질긴 내구성으로 버텨내었다.
크아아아아-!
두드드드득-
루트거의 강렬한 일격에도 그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서둘러 땅속을 파헤쳐 들어갈 뿐이었다.
그나마 어린 녀석이라 자그마한 상처라도 낼 수 있던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어렵게 됐군.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 할지라도 땅속에 있는 적은 어찌할 수 없을 텐데.]방금 날린 루트거의 일격만으로는 한 번에 데스웜을 무력화시키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고요.
이 넓은 평원에 움직이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
두드드드드득-
갑자기 지면이 울리며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갈라지는 균열이 향하는 곳은.
“젠장!”
“따라가라!”
순례자들이 있는 곳.
그와 동시에 도망친 야생마들이 지친 숨을 내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도로테아······.”
“왜!”
“빨리 해야 할 것 같아요.”
높은 언덕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블라드는 루트거의 분전만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거의 다 됐거든!”
“거의 다 됐으면 일단 주시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 블라드.
“기다리라니까!”
그곳에는 자신의 꼬리에 기이한 색의 물감을 묻히고는 종이에 각인을 새기고 있는 도로테아가 있었다.
“······꼬리 써요?”
“이게 수인족 고유의 방식이야!”
마법사가 마법을 부리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소년으로서는 그저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됐다!”
마침내 완성한 모양인지 손바닥만 한 종이를 들어 올리는 도로테아.
햇살에 비친 각인이 순간 빛났다가 제 색을 되찾았다.
“이걸 루트거 님한테 드리면 돼. 사용법은 대상에 대고 종이를 비비거나 베어내는 거야. 예를 들어 검 같은 거로.”
[늦었다.]그러나 데스웜이 만드는 균열은 이미 순례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저 멀리서 도망치려는 야생마의 무리와 사제들을 태운 기사들의 움직임이 급박해지고 있었다.
“늦은 것 같은데······.”
“내 말을 타고 가!”
도로테아의 말에 블라드는 고개를 돌려 포틀리를 바라보았다.
“할······. 해, 해볼 게 한번!”
도로테아는 급작스레 각인을 새기느라 기진맥진한 상황이었고 블라드는 말을 탈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루트거에게 이 종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오직 포틀리 뿐이었겠지만.
[말을 타도 늦는다. 땅속의 데스웜을 땅 위의 데스웜과 같은 속도라 생각하면 안 돼.]“······지금 가도 늦을 것 같네요.”
도로테아는 최선을 다했지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러니 그녀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어떡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도로테아가 파래진 입술을 떨고 있었다.
“······.”
블라드는 알고 있었다.
데스웜을 쫓고 있는 루트거에게 이 종이를 제시간에 가져다줄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내가 갈게요.”
“너는 말 못 타잖아?”
블라드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걸음을 옮겼다.
기사들이 내려간 방향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향해서.
툭- 투둑-
발끝으로 쳐낸 돌맹이가 쉼 없이 구르며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절벽은 아니었으나 무작정 내려가기에는 각도가 살벌해 보이는 언덕이었다.
말을 타고서는 절대 내려갈 수 없을 가파른 언덕이었다.
“방법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별수 없죠.”
블라드는 어릴 적 소매치기를 할 적에도 단 한 번도 붙잡힌 적이 없었다.
본래 몸이 날래기도 했지만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를 내려가면 시간 안에 닿아요.”
목표에 다다르는 가장 빠른 길은 직선이라는 것을.
길을 뚫고 벽을 넘어 가게들을 가로질러 도망가고는 했던 블라드를 잡았던 경비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긴 거의 절벽이야!”
“나중에 기사들한테 잘 말해줘요.”
도로테아의 각인을 빼앗듯 쥐어든 금발의 소년.
“그날 땅콩 안 받은 건 진짜 제 본의가 아니었다구요.”
말을 끝나기가 무섭게 소년의 금발이 보기에도 아찔한 언덕을 향해 흔들렸다.
“야!”
푹 꺼지듯 사라진 블라드를 찾아 언덕 아래로 고개를 들이민 도로테아.
“어······.”
그곳에는 마치 날개라도 달린 듯 급격한 경사를 뛰어 내려가는 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타고났다더니.”
바예지드 가문에서 주목하며 후원하는 최고의 유망주.
금발 소년의 손에서 도로테아가 만든 각인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
[천천히! 천천히! 발끝에 힘을 주고!]“시끄러워서 오히려 집중이 안 된다구요!”
도로테아의 각인을 받아든 블라드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언덕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내려가고 있었다.
오늘 먹지 않으면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소년이 목숨을 걸고 터득한 몸놀림을 통해서 말이다.
‘굳이 이렇게 나설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애초에 루트거라는 사람은 가주의 자리를 놓고 요제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기사 모두는 바예지드 가문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정예들이었으니 굳이 종자일 뿐인 자신이 이렇게까지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블라드는 이렇게 하고 싶었다.
첫 번째는 자신과 요제프를 무시하는 루트거의 기사들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었고.
두 번째는 재해와도 같은 데스웜의 공격에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던 새까만 녀석 때문이었다.
‘동물 주제에 사람 마음 심란하게 하네.’
블라드는 잘 알고 있었다.
손쓸 수 없는 거대한 세계가 자신의 둥지를 깨부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그날의 무력감은 소년의 영혼 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상처와도 같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싫은 소년은 그렇게 지금의 행동을 스스로 변호하며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윽!”
잠시 딴생각을 해서일까.
살짝 헛디딘 발끝 때문에 블라드는 급경사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몸을 둥글게!]“악! 악!”
악 소리와 함께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는 소년.
그러나 거친 땅을 구르고 돌무더기에 부딪히며 격렬히 구르고 있었음에도 블라드는 이상할 정도로 충격을 받지 않고 있었다.
만약 소년이 왼쪽 눈을 떠 목소리의 세계로 보고 있었다면 지금 자신의 갑옷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얀 뱀의 가호는 소년을 지켜주고 있었다.
“······.”
그리고 언덕 아래에서도 소년이 보지 못하는 반짝거림을 대신 봐주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무리를 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뛰어다녔던 새까만 녀석.
그 말의 눈에서는 소년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별.
하얗게 자신을 불태우며 언덕을 타고 떨어져 내리는 별 하나.
새까만 색깔을 가진 말의 세계에서는 소년의 모습이 그렇게 비치고 있었다.
달 없는 밤을 향해 하얀 별이 뛰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