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51
내가 너희들을 찾을 때 (2)
차가운 겨울날의 수도원.
늙은 대장장이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다다를 수 있었던 붉은 머리 소녀는 그 앞에서 처량한 모습들을 발견했다.
“원장 수녀님! 열어주세요!”
차가운 겨울날 만큼이나 굳건히 잠겨 있는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는 여인.
“저 마르셀라에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흐트러진 검은 머리만큼이나 마르셀라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추위와 불안에 떨고 있는 소녀들.
제미나와 같이 데뷔를 앞두고 있던 어린 창녀들이었다.
“······마르셀라?”
굳건히 닫혀있을 것만 같았던 문이 열리고.
한참 늦은 밤에 찾아온 불청객을 늙은 수녀가 불편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밤에 여기는 무슨 일로······.”
“아아! 원장 수녀님!”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이라도 찾은 것처럼 마르셀라가 늙은 수녀를 붙잡았다.
“이 아이들을 돌봐주세요. 가엾은 아이들입니다.”
“이게 무슨······.”
원장 수녀는 갑자기 찾아온 것도 모자라 아이들을 맡아달라는 마르셀라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예의를 어긴 것을 넘어 도를 지나치는 행동이었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돌아가세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뒷골목에서 무슨 일이 터진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언제나 여유롭게 미소를 짓던 여인이 지금처럼 다급하게 울부짖지는 않을 테니까.
“원장님! 제발!”
“여기는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닙니다!”
원장 수녀는 마르셀라의 뒤에 서 있는 아이들을 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창녀가 데려온 아이들이었으니 분명 더러운 곳에 몸담는 소녀들일 것이다.
이곳은 신과 가장 가까운 곳 중 하나.
그런 더러운 아이들을 담아둘 수는 없다.
“아니예요!”
서둘러 닫으려는 문틈 사이로 다급히 끼어든 허벅지가 있었다.
“이 아이들은 처녀예요. 주교님께서 지켜보던 아이들입니다!”
“······.”
처녀인 창녀들.
소아성애를 혐오하는 쇼아라의 주교에 의해 생겨난 모순적인 존재들.
원장 수녀 또한 그 아이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그렇게 갑자기 받아들일 수는······.”
“왜 안돼! 내가 그동안 여기에 바친 돈이 얼마인데!”
야심한 밤. 조용한 수녀원 앞에서 울려 퍼지는 앙칼진 목소리.
방금까지만 해도 가련한 모습이었으나 갑작스레 돌변한 마르셀라를 보며 원장 수녀는 놀라고 말았다.
“그 돈만 해도 여기 애들 10년은 먹이고도 남아! 내가 부탁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마치 새끼를 지키고자 하는 암사자의 눈빛으로 변한 마르셀라를 보며 원장 수녀는 잠시 압도되고 말았다.
“비켜!”
절박하고도 단호한 그녀의 외침에 원장 수녀가 물러나자 마르셀라는 수녀원의 문을 활짝 열고는 뒤에 있는 소녀들을 향해 말했다.
“들어가!”
“마담.”
“마담은 어쩌려고요.”
“너희 걱정이나 해.”
흐느끼며 주저하는 소녀들을 보며 마르셀라는 단호하게 아이들의 어깨를 부여잡고는 수녀원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밀린 월급은 이걸로 대신하자.”
한 명 한 명.
창녀의 손길을 통해 신의 품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마르셀라······.”
“그래. 수고했어.”
마르셀라는 차가운 바람에 꽁꽁 언 제미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미소 지었다.
“너나 나나 할 일은 한 거야. 사내놈들은 원래 마무리가 잘 안 되거든.”
주저하는 제미나까지 수녀원 안으로 들여보내자 원장 수녀는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앞을 막아섰다.
“당신은 안 돼요.”
신의 품은 넓으나 그곳까지 다다르기에는 자격이 필요했다.
방탕한 창녀인 마르셀라는 신의 품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여자였다.
“······어차피 바라지도 않았어요.”
신이 아닌 인간이 정한 규칙 앞에서 마르셀라는 멈춰서고 말았다.
그러나 자신의 품 안에 있던 아이들을 무사히 다른 둥지로 보내는 데 성공했으니 마르셀라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했다.
“잘 부탁드려요. 다들 일은 잘할 거에요.”
“······.”
어찌할 수 없이 홀로 어둠 속에 남겨지고만 가련한 여인.
탐욕스러운 누군가의 손길은 결국 이곳까지 뻗쳐오고 말았다.
점점 닫혀가는 문틈 사이로 끌려가는 마르셀라의 모습이 있었다.
추운 겨울날의 어둠 속으로 머리채를 잡힌 채.
“마르셀······라.”
그것이 제미나가 본 바깥세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오늘 이곳에서 저희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게 될 겁니다.”
“······예배당이 커서 보기 좋군요.”
블라드는 원장 수녀의 안내에 따라 수녀원을 둘러보는 중에도 계속해서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실례인 줄은 알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견습수녀들 중에서 낯익은 붉은 머리가 있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기사님과 같이 기도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과 함께 기도해도 될까요? 은총은 나눌수록 배가 되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찾고 있던 소녀는 보이지 않고 마땅치 않은 손님들만 블라드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래서였구만.’
어쩐지 그동안 수녀원의 방문 일정을 늦추더니 이런 속셈이 있었던 모양이다.
블라드는 진정한 귀족이나 기사들의 세계에서는 아직 한미한 존재일 뿐이었으나 그 밑바닥에서 위를 바라보고 있는 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아마 그들이 바예지드와 인연을 맺기 위해서 원장 수녀에게 수를 쓴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시죠. 영광입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블라드는 일단 원장 수녀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고트 이 자식.’
블라드는 고트를 생각하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자기가 방문을 신청해두었다고 떵떵거렸었지만 정작 제미나를 꺼내 갈 예정이라고는 말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다 해야 하는구만.’
그렇기에 블라드로서는 지금 원장 수녀에게 최대한 잘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예정되지 않은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테니까.
“······.”
수녀원의 역사를 설명하는 원장 수녀의 말을 듣던 블라드는 괜스레 허리에 매달려 있는 장식 없는 검을 매만졌다.
이 검을 내어준 소녀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귀찮음쯤이야 참을 수 있는 것이었다.
여태껏 자신과 함께했던 이 검은 소녀의 눈물로 산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니까.
※※※※
평소와는 다르게 부산스러운 수녀원의 아침.
언제나와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보아왔던 풍경을 보며 제미나는 묵묵히 설거지통에 손을 담글 뿐이었다.
‘오늘도 누가 오나 보네.’
가끔 이런 날이 있고는 했다.
외부에 있는 인사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는 날이.
“대박이야! 완전 잘생겼어!”
“금발에 푸른 눈이야! 무슨 귀족인 줄!”
외부의 소식이 잘 전해지지 않는 수녀원의 특성상 오늘 방문했다던 사내의 소문은 분명 소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제미나에게 있어서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기도 했다.
뒷골목에서 자라온 그녀는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냉혹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소녀들이 꿈꾸는 동화와도 같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왜 아직도 밍기적 거리고들 있지? 다들 예배실로 갈 준비를 해라!”
부엌으로 들어온 사감 수녀의 호통에 따라 재빨리 설거지를 마무리하는 견습 수녀들.
그러나 제미나가 속해 있던 곳에서는 여전히 설거지거리가 쌓여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은근슬쩍 떠넘기기까지 한 결과였다.
“······.”
사감 수녀의 호통에 제미나와 같이 왔던 마르셀라의 아이들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제미나가 이를 악물고 버텨내듯이 그 아이들 또한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그것이 비록 제미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너는 저거 다 마치고 와.”
“······네.”
사감 수녀의 지시에 따라 모두가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제미나는 홀로 설거지통 앞에 섰다.
아무도 없는 부엌, 들리는 것은 첨벙거리는 물소리뿐.
이곳에서 제미나는 지독히 혼자였다.
“······이젠 습진 걸렸다고 투덜댈 사람도 없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부엌에서 소녀는 조용히 누군가를 추억했다.
소녀에게 있어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있다면 그때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던 마르셀라의 모습과 소년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약속뿐이었다.
※※※※
한 명을 빼고는 모두가 모인 예배당.
화창한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이곳에서 소녀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속삭임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소문의 기사. 바예지드가 주목하는 가능성.
한창때의 소녀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이곳으로 오게 될 테니까.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바예지드 가문에서 오셨으며 사제 안드레아 님이 보증하시는 분이기도 하십니다.”
소녀들은 원장 수녀가 말한 이름을 되뇌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북부, 그것도 바예지드 백작령에 사는 사람이라면 안드레아라는 이름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공을 세웠다 한들 종자의 신분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 수는 없을 터였다.
소녀들은 과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서로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금 이곳으로 오는 사내는 등 뒤에 훌륭한 기둥들을 세우고 온 사람이었다.
“기도합시다.”
원장 수녀의 진행과 함께 이곳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며 기도를 하는 금발 사내의 모습에 소녀들은 다시 한번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기도하는 자세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잡혀있었기 때문에.
자세만 보아도 얼마나 신실한 자인지를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적어도 검만 추구하며 사는 교양 없는 자는 아닌 것 같은 모습에 소녀들의 가슴은 뛰고 말았다.
‘······빨리 들어가서 서!’
‘죄송해요.’
이제야 겨우 남아있던 설거지를 마치고 온 제미나는 자신을 노려보는 수녀들의 눈치를 받으며 재빨리 구석으로 가 자리 잡았다.
‘······휴.’
다행히 너무 늦지는 않았다.
이런 일에 너무 늦거나 불참하게 되면 혹독한 질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제미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소녀는 몰랐을 것이다.
저 위에서 기도하는 척하고 있던 금발 사내가 계속해서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늦게 들어온 붉은 머리를 확인했다는 것도.
기도가 끝나고.
예의를 차린 인사들과 웃음소리가 지나고.
점심을 가장한 사람들과의 인맥 쌓기만이 남아있을 때.
‘응?’
기도를 마치고 이제야 고개를 들어 올린 제미나는 제단 앞에 서 있는 금발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느낀 순간부터 제미나는 사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화려한 머리색이 저절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했지만 제미나는 그것 때문에 금발 사내를 쳐다본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쯧.”
원장 수녀와 그녀가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발맞추어 제단을 내려오던 블라드는 무언가 못마땅한 것이라도 발견했는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블라드가 혀를 차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자 원장 수녀는 미소를 지으며 물어봤으나.
“······너무 말랐잖아요. 애들 밥은 제대로 먹이는 겁니까.”
“네?”
마치 자신을 타박하는 것만 같은 말투에 원장 수녀는 잠시 놀라고 말았다.
“응?”
“아니······.”
블라드는 그 말 한 마디를 내뱉고는 혼자서 성큼성큼 제단을 걸어 내려갔다.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예의에 어긋난 모습을 보이는 사내의 태도에 이곳에 온 귀빈들과 소녀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제미나 또한 그랬다.
당황의 느낌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어, 어?’
점점 다가오는 금발 사내의 모습.
시야가 명확해질수록 제미나는 자신의 기억 속 누군가가 다가오는 느낌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
블라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소녀의 앞에 섰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소년은 상관하지 않았다.
누가 보든 어떻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인데.
“······야.”
퉁명스러운 블라드의 부름에도 제미나는 큰 눈만 껌뻑이고 있을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듯 그렇게 서 있었다.
‘블라드다.’
소녀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그 말이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블라드인가?’
제미나는 블라드였지만 블라드 같지 않은 사내가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었다.
윤기 나는 검은 망토, 비싸 보이는 검회색의 가죽 갑옷.
그리고 윤기가 도는 금발과 보기 좋게 살이 오른 얼굴은 자신이 알고 있던 바짝 말라 있던 소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제미나가 블라드를 알아보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미나의 머릿속에 있던 블라드는 소년이었으나 지금 눈앞에 있는 블라드는 사내가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넓어진 어깨, 커진 키.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 푸른······.
“여기서는 밥도 제대로 안 주고 옷도 못 빨게 하냐.”
“응?”
제미나는 갑작스레 자신의 앞에서 사라진 소년을 보며 당황하고 말았다.
“······하. 이 씨.”
블라드는 화가 난 건지 속상한 건지 모를 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고는 제미나 앞섶에 묻어 있는 더러운 것을 닦아내고 있었다.
제미나가 미처 닦아내지 못했던 더러운 물자국이었다.
“······뭐야?”
“아는 사이였어?”
바예지드가 주목하는 유망한 기사가 볼품없어 보이는 소녀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 있는 모두가 경악하고 있었다.
특히 그동안 제미나를 괴롭혔던 소녀들은 숨도 내쉬지 못할 정도였다.
“모지리처럼 이게 뭐야. 야 대답 안 해?”
“······응!”
소년의 따뜻한 어루만짐을 느끼고 나서야 제미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흑! 히익!”
큰 눈 가운데 눈물을 잔뜩 모으고 있는 소녀를 보며 블라드는 살짝 입술을 찌푸렸다.
“······절차고 나발이고 오늘 바로 나가자.”
제미나는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있던 블라드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느껴봐야 했기 때문이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
좀 더 윤기 났지만, 그때의 소년과 같은 감촉이었다.
“이제 집에 가자.”
“—-!”
꾹꾹 참으려 노력했지만 블라드의 마지막 말이 소녀의 가슴을 세차게 때렸다.
“흐어어엉-!”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붉은 머리 소녀는 멈추려 해도 멈추지 않는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자.
집이 없던 소녀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말이었다.
집이 없고 부모가 없고 먹을 것도 없던 뒷골목의 부랑아들은 서로가 집이었고 부모였다.
하나의 담요로 서로를 감쌌던 그 날의 겨울날을 떠올리며 소녀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예배당에서 오직 소녀의 울음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라 할지라도.
오늘만큼은 신께서도 소녀의 울음소리를 들어주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녀는 이 세상 그 어떤 사제보다도 신에게 목놓아 감사하고 있었으니까.
쓰레기 더미와 함께 쏟아지던 소년은 그때의 약속을 지켰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말한 약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