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53
새로운 쇼아라에서 (1)
밤의 색깔로 물든 뒷골목의 어느 거리.
탕-! 탕-!
뼈를 자르고 힘줄을 끊어내는 토막소리가 조용한 골목을 깨우고 있었다.
그 소리는 가게 곳곳에 걸려있는 정체 모를 뼈들과 함께 이곳의 분위기를 음침하게 만들고 있었다.
“주인장 있어?”
“······뭐야?”
곳곳에 매달려있는 고기들을 치워내며 두 명의 사내들이 정육점 안으로 들어왔다.
한참 고기를 잘라내던 정육점의 주인은 가게 문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어른한테 반말이야.”
이제야 갓 소년티를 벗어난 것 같은 애송이가 자신에게 반말을 내뱉자 영 마뜩잖았던 주인은 씹고 있던 힘줄을 내뱉으며 으르렁거렸다.
“너희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던?”
“여기서 부모 찾는 사람은 또 오랜만이네.”
어깨를 으쓱한 블라드는 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젖히며 주인 앞으로 자그마한 쪽지를 건네주었다.
이곳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소년의 금발과 깨알같이 글자가 적힌 쪽지를 보고는 주인의 얼굴이 조금 굳어진 것 같았다.
“뭐, 이 사람들은 왜?”
“아니, 본 적 있나 싶어서.”
“왜 정육점에 와서 사람을 찾아. 여기는 사람 안 팔아.”
“그래?”
블라드는 자신은 본체만체하며 고기를 내려치는 주인을 보고서는 미소 지었다.
여기구나.
“내가 여기 토박이였다가 근래에 돌아와서 그러는데 원래 이곳이 정육점이었었나?”
“그런 건 검은 곰한테 가서 물어봐. 나는 허락받았어.”
돼지도살자 검은 곰.
뒷골목을 아우르는 또 다른 보스의 이름이 튀어나왔지만 블라드는 그저 가소롭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이제 그 정도의 이름값만으로는 소년을 흔들 수 없었다.
“그럼 그건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고.”
블라드는 작업대에 몸을 기울이고는 정육점 주인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
칼로 고기를 내려치고 있는 사람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은 분명 위험한 것이었지만 소년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는 알 수 없는 무게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데 진짜 신기하네.”
“뭐가.”
주인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푸른 눈동자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처음 봤을 때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애송이인 줄 알았더니만 어느새 말 몇 마디만으로 이곳의 분위기를 주무르고 있었다.
“뭐라도 살려면 사던가. 아니면 당장 나가던······.”
“쪽지에 적힌 게 사람 이름인 줄은 어떻게 알았어?”
소년의 질문과 함께 내려치려던 칼이 멈추고.
방금 블라드가 장난스레 밀어젖혔던 쇠사슬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기묘한 침묵이 정육점 안을 맴돌고 있었다.
“여기서 글자 배우기가 참 쉽지 않은데.”
“······.”
끼이이익-
주인은 여전히 고기 칼을 치켜든 채로 눈알만을 굴려 앞에 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소년의 뒤에 서 있던 검은 피부의 남자를.
그 남자가 방금 가게의 문을 닫았다.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는데 대답 좀 해주지.”
긴장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주인을 보며 블라드의 한쪽 입술 끝이 말려 올라갔다.
“사람 고기 말고 그냥 사람은 파시는지?”
“이런 씨팔!”
주인이 들고 있던 칼을 재빠르게 휘둘렀지만 블라드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젖힐 뿐이었다.
일개 정육점 주인답지 않은 날카로운 일격이었지만 지금의 소년은 기사의 발끝에 다다른 존재였다.
“오늘 여기 장사 끝이래. 오타르.”
“음.”
검은 피부의 남자. 오타르.
공식적으로는 경비대장 권한 대리의 조수인 그가 차고 있던 손도끼를 꺼내 들었다.
“너희 뭐야! 어디서 왔어!”
“······어디서 왔냐고?”
문이 닫히고 밖에서 들어오는 조명들이 감춰지자 정육점 안에는 오직 주인이 켜놓은 촛불들만이 흔들릴 뿐이었다.
어둠속에서 흔들리는 희미한 빛.
뒷골목의 색깔이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지.”
그 불빛들이 소년의 얼굴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탕-! 탕-!
굳게 닫힌 정육점 안에서는 여전히 고기와 뼈를 써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는 점이었다.
※※※※
아침이 밝아오기 직전에 뒷골목의 거리.
블라드는 이제 막 장사를 접으려 하는 노점상 앞에 앉아 꼬치 하나를 주워들었다.
“너도 하나 먹어.”
“음.”
자리에 앉은 두 명의 남자가 꼬치를 베어 물며 각자 들고 있던 무기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피가 맺혀있는 오타르의 손도끼.
그리고 이제는 오직 블라드만이 들수 있는 호르헤의 단검.
뒷골목에서 쓰기 알맞은 것들이 오늘의 할 일을 마치고는 주인들의 손에서 피를 벗어내고 있었다.
“언제 저런 놈이 들어왔을까.”
“그동안 외팔이 잭이 관리를 잘 안 했어.”
“그렇게 개판을 쳤어?”
“······그날 이후로 사람이 달라지긴 했지.”
잭의 끄나풀이었던 오타르는 그래도 그의 마지막 모습까지는 비난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피부색이 다른 그를 받아준 사람은 뒷골목에서 오직 잭이 유일했으니까.
“뭐, 자세한 건 윗선에서 알아내겠지.”
정육점 주인으로 위장하고 있던 남자는 말했었다.
자신은 그저 중간 모집책일 뿐이며 자세한 것은 노예 상인들이 알고 있을거라고.
안나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결국 그동안 뒷골목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을 팔아넘기기는 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실체는 확인했으니 이걸로 되려나······.”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고 이 정도까지 깊은 뿌리를 가진 사건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어쩌면 블라드라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그저 뒷골목에서 벌어진 일 중 하나로 치부되어 묻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빛과 어둠, 소외당하는 자들과 빛나는 자들.
소년은 여전히 그 경계를 가르는 선 위에 서 있었다.
“블라드! 형!”
한참 상념에 빠져있던 블라드의 귓가로 낯익은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골목 끝에서부터 허겁지겁 뛰어오는 새까만 소년 하나가 있었다.
“헉······헉. 으아.”
“어디 안 도망간다.”
블라드는 열심히 달려온 소년의 입에 꼬치 하나를 물려주었다.
소년이 받아야 하는 정당한 보수였다.
“부탁한 건 알아봤냐?”
“흐······. 본 애들이 있대.”
과연.
블라드와 오타르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듯이 뒷골목의 뜬 소문들은 어린 부랑자들의 눈과 귀에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뭘 봤어.”
“블라드가 찾고 있는 여자. 안나라고 했었지?”
“그랬지.”
네드는 블라드가 쥐여준 꼬치를 베어 물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한 달 전쯤에 처음 보는 마차에 그 여자가 올라타는 걸 본 애가 있대. 그런데 좀 이상하더라는 거야.”
“뭐가?”
네드는 대답을 하는 대신 블라드에게 손바닥을 들이밀었다.
“······동생 교육 잘 시켰네.”
“음.”
진창 같은 뒷골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무리 어린 것들이라도 영악해져야 하는 법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둘이었기에 딱히 화를 내기보다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줬을 뿐이었다.
“여기 꼬치 하나 더요.”
“이상한 게 뭐였냐면.”
블라드의 주문과 함께 네드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뒷골목의 바닥을 훑고 다니던 작은 쥐는 블라드가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물고 왔다.
“거기 마차에 오르던 여자들이 다 임산부들이었대.”
“뭐?”
네드의 말은 남들이 들으면 그저 이상한 일로 들릴 뿐이었겠지만 블라드에게 있어서만큼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전부 다 임산부라고?”
“마차에 타는 여자들이 다들 배가 부풀어 있었다고 그러더라고. 진짜 이상하지? 일도 못 하는 임산부를 사 가는 사람이 있네.”
“······.”
더 먹어도 되냐는 네드의 말에 블라드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을 뿐이었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야.”
점점 심각해지는 표정이 오타르가 물었지만 블라드는 쉽사리 자신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임산부들을 사고판다고?’
안나가 임신했다는 것도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뒷골목의 임산부들을 사고파는 자들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되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는 자들이 이곳에 있었다.
‘······설마.’
순간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
[언제나 안 좋은 예감은 잘 들어맞는 법이다.]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의 조언은 겨울날 있었던 어떤 일을 떠올리게 했다.
하얀 눈밭이 펼쳐있던 주둔지 한가운데서 울고 있던 여인이 있었다.
그 여자는 자신의 아이를 찾고 있었다.
태어나지도 못했던 작은 아이를.
[스스로가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블라드는 목소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요제프의 행동에서 항상 눈여겨보던 것이 있었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그의 태도였다.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겨울날의 기억은 아직도 블라드의 머릿속에서 생생히 기억되고 있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지만, 블라드의 눈에는 여전히 뒷골목 깊은 곳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
“보르단 님.”
“왜? 뭐 보고할 일이라도 있는가?”
시청에 마련되어 있던 보르단의 집무실.
언제나 그의 책상 위에는 군것질거리들의 시체가 널려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수상한 동향을 발견해서요.”
“아······그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블라드를 보며 한 번은 귀 기울여줄 법하건만 보르단은 그저 남아있던 서류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끌고 있을 뿐이었다.
“쉬라니까······쉬라는 내 말을 허투루 들었나보구만.”
“외팔이 잭을 조사해보라면서요.”
“이렇게 빨리 뭘 물어올 줄은 몰랐지.”
보르단은 투실투실한 턱을 떨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쉬어야 나도 좀 쉴 거 아니냐.”
“······.”
블라드는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요제프가 보르단만 보면 으르렁거리며 갈궈댔는지.
뚱뚱한 기사는 누군가가 떠밀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루, 이틀 정도 미루면 안 되는 일인가? 막 시급을 요하고 그런 일이야?”
“그런 것 같은데요.”
“잘 생각해봐. 막 코앞에 위기가 다가와 있고 그런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
이쯤 되면 알아들을 만하지 않냐며 보르단이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블라드는 이미 충분히 알아듣고 있었다.
“시장님한테 가야 하나요?”
강경해보이는 블라드의 태도에 결국 일을 처리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보르단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만들어 낸 소중한 휴가였단 말이다······.”
한참 농땡이를 필 준비를 하고 있던 보르단은 답답한 마음에 창가로 다가갔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서는 낙원이 존재할 수 없는 법이었다.
“위아래 할 것 없이 둘 다 나를 쪼러 오는구만······. 한 이틀 후쯤에나 온다더니만.”
블라드는 한숨을 푹 쉬고 있는 보르단에게 다가가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시청으로 들어오는 마차와 말을 탄 기사들.
행렬의 한 가운데 매달려 있는 깃발에는 낯익은 문장이 달려있었다.
바예지드의 문장이었다.
※※※※
“오셨습니까?”
“잘들 지냈나.”
행렬을 확인한 보르단과 블라드, 그리고 쇼아라의 시장은 서둘러 시청의 앞으로 나가 요제프를 맞이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한 그의 행보에 시청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별일 없었겠지?”
“그럼요. 별일 없었습니다. 요제프 님.”
보르단은 접히지 않을 것 같은 뱃살을 용케 구기며 요제프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그러나 정작 요제프와 눈을 마주친 블라드는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별일이 있군.”
“······.”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쉰 보르단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요제프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요제프를 맞이하는 사람들.
그리고 행렬과 함께 새롭게 쇼아라로 들어오는 사람들.
하인들이 요제프가 가져온 짐들을 분주하게 내려놓는 가운데 일행은 시장의 안내에 따라 시청의 가장 중앙에 자리 잡은 그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먼저 확인해보겠습니다.”
혹시라도 호위하는 데 있어 수상한 물건이라도 있는지 자야르가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상한 것은 없습니다. 제가 그런 것을 놓고 다닐 리가 없지 않습니까.”
“······.”
난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시장의 말에도 자야르는 아무 말 없이 방안을 뒤지고 다닐 뿐이었다.
자야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요제프의 안위뿐.
시장의 체면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냉정한 반응에 쇼아라의 시장은 입맛을 다시며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자야르가 방을 뒤지는 동안 요제프는 고개를 돌려 블라드를 바라보았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무엇을 수고했고 무엇이 감사한지 아는 두 남자는 그저 한 마디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을 뿐이었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입장에서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말해봐라.”
“······괜히 번거롭게 만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요제프의 말에 블라드는 주저하고 있었다.
블라드는 그동안 바예지드 가문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있기에 절차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시장께 직접 말하는 것이······.”
요제프는 고귀한 자였으나 핏줄이 권한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자리에 걸맞은 직위. 그것이 있어야만 요제프에게도 권한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제프의 바로 옆에는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이 서 있었다.
비록 요제프가 주는 불편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서 있기는 했지만.
“그래. 좋은 판단이다.”
스스로 때와 상황을 살피며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는 소년을 보며 요제프가 미소 지었다.
그동안 자신이 가르친 보람이 있었기에 뿌듯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수상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요제프 님.”
자야르의 끄덕임과 함께 요제프는 자연스럽게 집무실의 중앙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
오후의 햇살을 가르며 시장의 책상으로 걸어가는 요제프를 보며 블라드는 스투르마에 있었던 그의 집무실이 떠올랐다.
언제나 있어야 할 곳에 앉아 블라드를 바라보았던 요제프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여기 풍경도 꽤 괜찮군.”
오직 시장만이 앉을 수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댄 요제프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요제프가 내보이는 당당한 기세에 쇼아라의 시장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아무래도 의자는 새로 바꿔야 하겠어.”
“······아니, 아니. 요제프 님. 혹시.”
이제야 사태를 파악한 전(前) 쇼아라 시장의 입술이 파래져 갔지만 아무도 그를 바라봐주지 않았다.
집무실의 공기가 변하고 있었다.
요제프가 만들어내는 공기였다.
“이제는 개의치 말고 말해봐라.”
블라드는 멍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언제나와 같이 자리에 앉아 소년을 바라보던 남자가 앉아 있었다.
누군가를 내려다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쇼아라의 새로운 시장한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청년은 지금 핏줄로 보장받은 것이 아닌 스스로 쟁취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도시 쇼아라의 새로운 시장.
요제프 바예지드.
창가에서 비치는 빛과 함께 짙은 눈그늘의 남자가 소년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