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mbracing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58
하늘을 향해서 (1)
짙은 안개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유스티아.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년은 생각했다.
뒷골목을 빠져나가고자 소망했던 것은 단순히 살아남고자 함이 아니었다.
늙은 대장장이의 검을 바라봤던 것은 단순히 동경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너는 분명 기사가 되겠지.”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슴 안에 무언가를 품어야만 한다.
“그러니 이해해야 해. 우리의 검에는 명분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레고리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 하는 소년의 뒷목을 끌어당기고는 진중한 눈초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해봐라.”
“무엇을요?”
소년의 질문에 그레고리는 잠시 고민하고 말았다.
아직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 이른 지금이기에 더욱 필요한 말인지도 몰랐다.
“지금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다.”
가늘어져 가는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울부짖는 부모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안개 가득 한 자그마한 광장 안에서 억센 수염의 기사가 읊는 오래된 규율 하나가 있었다.
가장 위대한 검사이자 기사들의 기사인 남자가 만든 규율이었다.
오래되었기에 단단한 규율은 소년의 세계 안에 또 하나의 기둥을 세우고 있었다.
※※※※
회색빛 돌로 만든 교회.
유스티아의 초록빛 눈동자가 교회 저 높은 곳에 있는 종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숨결이 부정한 교회 가장 높은 곳을 향해서 모이고 있었다.
“문을 열어라. 이곳은 너희가 기거할 곳이 아니다!”
그녀의 부름에도 굳게 닫힌 교회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아무리 어두운 기운으로 감쌌다 할지라도 눈앞의 교회는 신께서 만들어 낸 땅을 딛고 만들어진 것.
자신의 집에 기거하는 그녀로서는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콰아아앙-!
신의 뜻을 담은 일격이 아무 대답 없는 교회의 나무문을 부수고.
어둠으로 가득 찬 교회로 들어선 유스티아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칠해져 있는 붉은색의 문양들 뿐.
“······.”
지독한 신성모독의 흔적들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예배실 가장 깊은 곳, 신에게 가장 가까워야 하는 제단에서 두툼한 성경책을 들고 있는 사제가 서 있었다.
가증스럽게도 사제의 옷을 입은 채 어린아이들의 숨결을 빨아먹는 남자를 보며 유스티아가 검을 치켜들었다.
“왜 혼자만 오셨습니까? 저와 기사님만으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올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
사제의 비웃음 섞인 말에 유스티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예배실을 훑어보았다.
아무도 없었고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분명 눈앞의 사내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교회 내부를 감도는 이질적인 기운에 유스티아가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
크아아아-!
유스티아가 딛고 있는 바닥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숙한 신음 소리가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고 여럿이었으며.
모두가 가련한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댕- 댕- 댕-
교회의 종이 울리고 있었다.
예배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지하에 숨겨두고 있었군.”
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유스티아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녀는 각오한 자였으며 예상했고 준비한 사람이었다.
단지 그녀에게 모자란 것은 며칠간의 여유였을 뿐.
그러나 신의 뜻은 좁은 문이며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난과 인내가 필요할 것임을 유스티아는 잘 알고 있었다.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유스티아는 서둘러 어두운 교회 안을 자신의 검으로 밝히고는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혼자가 아닌 여럿.
무거운 것이 아닌 가벼운 것들.
마치 차가운 돌바닥을 맨발로 뛰어오르는 소리 같았다.
타앙-!
마침내 기어 올라온 소리들이 지하를 감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그곳에서부터 검게 물든 손아귀들이 뻗쳐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내 아이.
너무 어두워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요!
검은 눈물을 흘리는 여인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오직 공허한 어둠만이 가득한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이 어둠 속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차마 눈으로 보기 힘든 참혹한 광경을 보며 유스티아도 더는 냉정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울부짖는 여인들의 뭉개진 눈보다 더 끔찍한 것은 피로 물들고 만 그녀들의 아랫배였으니까.
“이런 짓을 벌이고도······”
세상은 언제나 약한 자들에게 가혹한 법이라 하지만 지금의 이 상황은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무언가 어긋난 정도로는 이런 일을 만들 수 없다.
오직 선을 넘은 자들만이 가능할 것이다.
“신이 두렵지도 않으냐!”
“신이 두렵다라······.”
유스티아의 일갈에 언제나 미소를 지을것만 같던 사내가 천천히 무표정해지기 시작했다.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마치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한 변화였다.
“그분은 분명 두려우신 분이지만 저에게는 큰 상관이 없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더는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 사내가 들고 있던 성경책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자의 발밑으로.
“저는 더 이상 그분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스티아의 눈이 꿈틀거렸다.
자신의 세계를 모욕하는 자를 보며 유스티아는 품고 있던 분노를 터트리며 크게 일갈했다.
“천상 군대의 영광스러운 지휘관이시자 신의 옆에 계신 성(聖) 로지노시여!”
분노어린 목소리로 교회의 역사 속에서도 찬란히 빛나는 성인의 이름을 외친 유스티아.
그녀의 검에서부터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악의 압제 속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가련한 영혼들을 구하러 오소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검게 물든 손을 뻗치는 여인들.
누군가에 의해 희생되었고 빼앗긴 여인들이었다.
유스티아는 그녀들의 손을 모두 잡아줄 수 없었기에 어둠 속에서도 통하는 빛의 길을 열려 하고 있었다.
“그 값은 제가 지급하겠나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단 하나의 횃불이 스스로를 불태우며 더욱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눈이 없어도 볼 수 있고 어둠 속에 있어도 찾을 수 있는 그런 빛이었다.
장엄구마(莊嚴驅魔).
오직 성스러운 뜻을 받는 성기사만이 행할 수 있는 기적이 부정한 교회 위로 꽂혀 들었다.
“생각보다 대단하신 분이었군.”
스스로를 심지 삼아 불태우는 강렬한 빛에 거짓된 사제는 잠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 어떤 물리적인 힘도 갖추지 못한 빛의 물결이었으나 유스티아의 굳건한 의지로 만든 빛의 기둥은 부정한 교회를 격렬히 흔들고 있었다.
아아아아-!
하늘에서 내려온 따뜻하고 영화로운 빛은 검은 눈물을 흘리는 여인들의 슬픔과 한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녀들을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 주고 있었다.
“크흐흐흐흐!”
그러나 부정한 뜻을 불태우는 빛 속에서도 거짓된 사제는 웃음 지을 뿐이었다.
“아무리 빛나는 횃불이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빛기둥에 의해 손끝이 타들어 가고 있는 남자였지만 그 끝이 명확함을 알기에 비웃을 수 있었다.
아무런 준비의식 없이 장엄구마를 시행한 그녀의 실력은 높게 살 만했지만 결국 지금의 그녀는 혼자였다.
지금의 어둠을 완전히 밝히기 위해서 더 많은 횃불들이 필요할 것이다.
“······.”
거짓된 사제의 말처럼 눈을 감고 신에게 기도하는 유스티아의 이마에서 한 방울의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반동이 강한 주문이었고 스스로의 수명을 대가로 하는 기적이었다.
이 세계는 신의 뜻으로 가득했지만 정작 그분은 저 멀리 하늘에 계신 분이었으니까.
가련한 여인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듦과 동시에 유스티아가 행하는 장엄구마의 빛도 서서히 꺼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거짓된 사제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어두운 빛깔의 검이었다.
“······.”
검을 들고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유스티아가 각오를 굳혔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성기사로서 적어도 눈앞의 사내 정도는 데려갈 마지막 방안 정도는 준비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성기사라는 존재는 지금 같은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신의 교회가 모든 적을 무너뜨리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는 검이 아닌 자신의 몸으로 신의 영화로운 불꽃을 불러오기 위해 기도문을 외우려는 유스티아.
그녀의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초록색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마지막 발악을 준비하려는 순간.
콰아아앙-!
등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
이미 유스티아에 의해 부서진 교회의 문이 다시 한번 거칠게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밀어!”
“고트! 이제 넌 빠져라!”
거친 함성과 함께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사내들이 있었다.
시뻘겋게 불타는 마차와 함께.
“······!”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심지어 앞이 보이지 않는 여인들조차도.
점점 어둠으로 차오르는 교회 안으로 새로운 횃불 하나가 달려들어 오고 있었다.
“이제 비켜!”
그레고리가 신호하자 같이 불타는 마차를 밀고 있던 사내 두 명이 떨어져 나가고.
“흐아아아!”
당황하던 유스티아가 재빨리 옆으로 구르는 것을 확인한 그레고리는 마차 하나를 집어 던지듯 눈앞의 사내를 향해 밀어버렸다.
“뭐 이런!”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을 보며 거짓된 사제가 들고 있던 검으로 마차를 후려쳤다.
당황한 나머지 뒷일을 생각하지 못한 휘두름이었다.
퍼엉-!
자그마한 폭발과 함께 마차가 터져나가고 사방으로 불꽃들이 튀어 나갔다.
교회의 곳곳이 불에 타오르고 어둠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그레고리가 의도했던 불길들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곳에 빛이 있노라.
“지금이다!”
우당탕거리는 움직임 속에서 타오르는 파편들을 헤치며 사제를 향해 파고드는 소년이 있었다.
[기선제압은 화려하게 가라!]“흐아아아!”
기사들의 유구한 전통 중 하나인 화려한 등장.
왼쪽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세계를 펼친 블라드가 그 자리에 있었다.
장식 없는 검 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콰아아앙-!
방금 마차가 터져나갔던 것만큼이나 커다란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두 개의 검.
번져나가는 불길 속에서 검을 마주한 두 명의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애들 건드리는 건 선 넘었지. 씨발아.”
“······이런.”
으르렁거리는 소년의 눈동자를 보며 거짓된 사제는 실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또 뵙는군요. 이제야 알아보았습니다.”
“개소리하지 말고 그냥 뒤져!”
블라드의 푸른 눈동자가 거짓된 사제를 담은 채 불타오르는 동안 그레고리와 케이드는 재빨리 유스티아를 둘러싸고는 진형을 구축했다.
“괜찮으십니까!”
“여기에 오시면······곤란하시지 않습니까.”
그녀는 그레고리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기사의 검은 날카로운 만큼 무거워야 한다.
명분 없는 휘두름은 그저 폭력일 뿐이며 기사들은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자신들의 검을 책임 질 수 있는 자들에게 바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요.”
그레고리는 유스티아를 일으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애들이 죽어가는데.”
“······감사합니다.”
그레고리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명분을 만들고 검을 휘둘렀다.
그에 대한 책임은 이제 모두 그레고리가 져야 할 것이다.
기사가 갖춰야 하는 미덕 중 하나인 희생을 보면서 유스티아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상기해냈다.
“종탑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 저주의 근원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레고리는 어둠 속에서 자신들에게 다가오려 하는 꾸물거리는 형체들을 보며 자신의 왼쪽 눈을 감았다.
쾅-
바닥을 향해 힘껏 발을 구르자 곧 단단해 보이는 갈색빛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유스티아의 말이 맞았다.
지금도 아이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저 자식부터 떼어놔야겠군.’
사태가 급박하니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무리를 해서라도 인원을 분리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저 앞에서 기세 좋게 날뛰고 있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흐으읍!”
목을 크게 부풀리며 공기를 잔뜩 집어삼킨 그레고리.
“내가 왔—다!”
곧 큰 함성과 함께 폭발하듯 튀어 나가는 그의 신형이 거짓된 사제를 향해 덮쳐 들어갔다.
작달막한 몸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정체 모를 사내를 밀치고 들어간 그레고리.
마치 성난 들소처럼 돌격해 들어간 그레고리를 보며 순간 놀란 블라드의 눈빛의 그를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앙-!
거짓된 사제와 함께 벽 끝까지 딸려 들어간 그레고리의 어깨로 돌무더기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레고리 님!”
“크으, 종탑에 뭐가 있단다!”
버둥거리는 거짓된 사제를 억누른 채 그레고리가 크게 소리쳤다.
“뭔지는 모르겠다만 가서 부수고 와라!”
“······알겠습니다!”
명을 받는 블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야 사제인 척하는 저 남자를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가장 우선인 목표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일 것이다.
분노로 가득 찼지만 이성은 잃지 않은 블라드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 어둠 속을 훑기 시작했다.
‘저긴가!’
예배실의 어둠 너머로 나선형의 계단이 보였다.
비록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었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저것뿐이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어딜······가십니까!”
순간, 거짓된 사제의 입에서 인간은 알아듣지 못할 괴상한 언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저주였으며 또한 신호이기도 한 것이었다.
저기다!
내 아이가 저기 있어!
아직 승천하지 못한 여인들이 블라드를 향해 새까맣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젠장!”
움직이는 걸음 하나에 아이들의 숨결 하나가 날아간다.
시간이 없음을 잘 알기에 블라드는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날카로운 손톱에 의해 소년의 얼굴에 상처가 생기고, 쉴새 없이 달려드는 악의를 막기 위해 흰 뱀의 가호가 빛을 밝혔다.
‘너무 많아!’
그럼에도 블라드를 막으려 드는 가련한 여인들의 손짓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
피슉-!
갑자기 눈앞에서 터져나가는 여인의 머리통을 보며 블라드가 고개를 돌렸다.
유스티아의 축복이 깃든 화살을 들고 있는 기사.
케이드였다.
“엄호하마!”
다급히 고갯짓으로 의사를 전하며 다시 시위를 메긴 그가 서둘러 블라드에게 달려드는 또 다른 여인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어둠을 가르는 빛나는 화살이었다.
“흐압!”
케이드가 뿌리는 화살에 힘입어 블라드가 재빨리 여인들의 머리통을 짓밟고는 계단을 향해 뛰쳐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곳곳에서 손을 뻗는 검은 손아귀를 뿌리치며 등 뒤에서 쉼 없이 울려 퍼지는 거짓된 사제의 저주를 흘리면서.
소년은 하늘로 향하는 단 하나의 길을 잡아냈다.
[서둘러라!]어둠으로 가득 찬 예배실을 벗어나 안개에 가려진 하늘을 향해 푸른 눈동자의 소년이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는 소년은 가슴 속에 품은 별 하나가 있었고 그것을 띄우기 위해서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야만 했다.
아이들의 숨결이 있을 그곳으로.
먼지 가득한 계단의 난간을 붙잡은 소년의 손가락에는 꽃 없는 꽃반지 하나가 끼워져있었다.
“저리 비켜–!”
부정한 교회를 가득 채우는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하늘을 향해 올라가려는 소년의 함성이 있었다.
※※※※
이 세상 모든 세계는 존귀한 것들이나 모두가 스스로를 지킬 수는 없는 법.
그러나 너희는 지키기 위해 맹세한 자들이니.
그러니 너희가 만약 있어야 할 곳에 있다면.
해야 할 순간에 서 있다면 망설이지 마라.
스스로를 불태워 어둠을 밝힐 횃불이 되는 것을.
그것이 나의 두 번째 규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