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62)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62화
이스터 에그(Easter Egg)
태고.
모든 등급의 종착지이며, 그 가치를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절대적인 등급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조차 베어낼 수 있다고 칭해지는 검들은 많지만, 무엇도 ‘태고’의 이름을 갖지는 못했다.
태고는 세계 그 자체를 가리키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검에 붙었으니, 마땅히 세계를 가를 수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태고의 갑옷과도 다르다.’
현재 내가 가진 ‘태고’는 이로써 둘.
그러나 ‘태고의 검’은 ‘태고의 갑옷’과도 사뭇 달랐다.
태고의 갑옷은 ‘최초의 불’로 인해 만들어졌으나, 이미 존재했던 것을 가져온 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쥐고 있는 ‘태고의 검’은 기존에 존재한 적 없는 검이다.
완전한 창작이며, 창조된 검이었다.
세계의 규칙을 비틀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애당초 사탄과 겨울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다른 세계, 다른 규칙으로 작동하는 두 검을 하나로 합체시켰으니, 이제껏 존재한 적 없던 검으로 완성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궤멸의 정수도 2급이었건만.’
또 다른 멸망인 ‘궤멸’을 죽이고 얻은 정수.
천상의 신들도 그것을 회수하길 바랄 정도였다.
허나 나는 과감하게 정수를 깨트려 미궁을 원상복구시켰다.
파괴된 흔적을 지우고, 미궁을 재생한 뒤, 죽음에 이르렀던 이들을 모두 생환시킬 수 있었던 건 ‘궤멸의 정수’가 가진 힘 덕분이었다.
그 막대한 재생의 힘을 지닌 정수는 ‘태고, 2급 진리’의 등급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지금 완성된 ‘태고의 검’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았다.
【태고의 검(태고, 1급 진리)】
-세계를 진동시킨 태초의 ‘사탄’과, 황혼의 이름을 가진 ‘겨울’이 하나 되어 완성된 검
-‘사탄’과 ‘겨울’의 합이 일치할 때, 최대 30분간 사용 가능
-검 숙련도 레벨 5 상승
-전체 관통력 50% 증가
-세계의 규칙을 무시함
-신성 파괴
-불멸 파괴
-파괴 불가
-귀속
-‘태고의 마석’으로 강화 가능
사용시간에 제한이 있으나, 이만하면 충분했다.
하물며 그 설명 한 줄, 한 줄이 경악스럽기 그지없었다.
강제로 검의 숙련도 레벨을 올려주는 장비는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판게니아를 수없이 플레이하고 경험했음에도.
‘한계 레벨’을 올려줄지언정, ‘숙련도 레벨’ 자체를 올려주는 기능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 숙련도’ 레벨이 37에 도달했습니다.》
《‘무신’에 의해 모든 숙련도 레벨이 ‘37’로 맞춰집니다.》
《‘박현명’의 숙성도 한계 레벨은 ‘50’입니다.》
솔직히, 막막했다.
32레벨을 달성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숙련도 레벨을 1도 올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단순한 깨달음만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빌헬름의 검술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었음에도 더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 그런데 올라갔다.
5레벨이 한꺼번에 뛰어올랐다.
‘더 올릴 수 있는 거였군.’
몇 번을 봐도 믿기지가 않았다.
검 숙련도 레벨을 올려주다니.
숙련도란 스스로 쌓아 올리는 것.
셀 수 없는 실전과 막연한 깨달음을 넘어야만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장비의 도움을 받아서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데, 올라갔다.
말인즉슨.
‘새로운 규칙을, 진리를 발견했기에.’
전혀 다른 규칙으로 ‘태고의 검’을 완성했다.
내가 생각하는 편견과 다르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판게니아에선 불가능하지만, 다른 세계에선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일이므로.
그래서 ‘진리’의 등급이 주어진 것이다.
내가 지닌 ‘태고의 갑옷’과 달리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도리어 검 숙련도 레벨 5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체 관통력 100%를 넘겼다.’
전체 관통력 50%가 더해져, 100%를 넘기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 역시 처음 보는 경우였다.
전체 관통력은 레벨이 올라야 겨우 1%를 얻을 수 있고, 아주 특별한 업적작이나 고등급의 장비를 통해서도 조금씩밖에 올릴 수 없는 것이었다.
나 또한 온갖 옵션들을 통해 55%에 달하는 전체관통력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50%가 추가되어, 100%를 넘어섰다.
그 순간.
《최초로 ‘전체 관통력 100%’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창조자가 설정한 ‘이스터 에그’를 밝혀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업적입니다.》
《그 어떠한 신들도 달성하지 못한 절대적인 영역.》
《100%를 초과하는 관통력은 물리력을 넘어서, 무(無)의 영역에 존재하는 정신과 영혼마저 베어낼 수 있습니다.》
《온전한 황금률 5개가 주어집니다.》
《‘이스터 에그(창조자의 나무)’를 획득합니다.》
허어.
보자마자 탄식을 내뱉었다.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이스터 에그라.
보통은 게임 개발자가 게임 속에 ‘재미’로 몰래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달성할 수 없으리라 생각해 숨겨 놓은 장치.
하지만 여기선 개발자 대신 ‘창조자’란 이름이 튀어나왔다.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어였다.
시스템을 창조한 창조자란 뜻일까?
아니면?
후우우우웅!
그때였다.
태고의 검이 완성되자, 룬드말이 기세를 바꿔 미친 듯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차르르르르!
검과 검이 부딪힌다.
마력과 마력이 엉키며 묘한 소리를 냈다.
‘엄청난 열기로군.’
경험한 적 없는 열기.
신격에 다다른 육체를 태울 정도의 화력이라니.
확실히, 룬드말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궤멸을 상대할 때도 고전한 적이 없건만, 종말을 걷어내자 룬드말의 검과 마력이 거칠게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저 막아서는 것만으로도 육체가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종말을 두르고 있지 않다지만, 룬드말이 지닌 마력의 총량은 궤멸과는 비교가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보인다.’
나는 다른 부분에 집중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룬’이었다.
나 역시 룬드말의 존재 자체를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100%를 넘어선 관통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룬드말의 룬이 보인다.
더 나아가, 룬드말의 영혼이 보였다.
‘오로지 먹어치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괴물.’
룬드말의 룬은 너무 번잡하다.
너무나도 많은 룬을 먹어치운 탓에, 초기의 형태를 알 수 없을 만큼 변형되어 있었다.
색도 그 욕망만큼이나 까맣다.
나는 더욱 룬드말에게 집중했다.
그러자 룬에 갇힌 룬드말이 보였다.
룬을 두드리며 길을 잃은, 어린 룬드말 왕이.
······ 무엇을 해야할지, 알 것 같았다.
나는 ‘태고의 검’을 제대로 쥐었다.
그리고.
‘차원 베기.’
룬드말의 세계를.
‘룬’을 베었다.
*
“······ 뭘 한 거냐?”
룬드말 왕이 멈춰섰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틀림없이 팬텀은 검을 휘둘렀고, 마치 세계가 쪼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그의 육체에 팬텀은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단순히 통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런 게 아니다.
룬드말 왕은, 처음으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압셀론이 나타났을 때도, 사탄이 등장했을 때도, 더 나아가 ‘멸망’이 출현했을 때조차도, 룬드말은 놀란 적이 없다.
놀라긴커녕 비웃으며 여유롭게 상대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내게··· 내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
룬드말 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툭.
그의 눈이 촉촉하게 젖으며 이내 물방울을 떨어트렸다.
눈물이다.
한평생 울어본 적 없는 그가, 돌연히 눈물을 보인 것이다.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양손이 떨리고, 폭주하던 마력은 어느새 잠잠해졌다.
“넌······ 넌······ 대체 뭐지? 내가 본 것들은 무엇이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감정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공생’한단 말이냐.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이더냐······.”
룬드말 왕은 팬텀의 룬을 보았다.
그의 집에서, 모두가 ‘공생’하는 장면을 목도 했다.
허나 이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팬텀의 검이 그를 가른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편견이, 모든 걸 가로막던 규칙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다.
부러웠고, 그러지 못한 자신이 한심해졌다.
룬드말 왕.
그는 왕이 되기 전부터, 모두를 먹어치워 온 포식자였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잡아먹어 끝내 왕이 되었다.
그에게 공생이란 단어만큼이나 이질적인 것은 없었다.
모든 걸 파괴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것만이 정답이라 여겼다.
“내게 이런 감정이 존재할 리가 없다······.”
룬드말 왕은 애써 부정했다.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현상에 대해.
잊고 있던 것들을, 감정을 비롯한 모든 측은지심을 되살아나게 했으니까.
“룬드말 왕이시여! 부디 멈춰주십시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수호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드로······.”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을, 진정으로 없앨 생각이십니까! 그토록 이 세계에 미련이 없으십니까!”
“······.”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은 세계를 아끼며 사랑하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쌓아 올린 땅입니다. 왕께서 손수 쌓아 올린 세계입니다. 그것을 왜 버리려 하십니까!”
“······이 세계에 희망이 없음을 깨달았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수호기사 안드로의 말마따나.
천상을 몰아낸 세 왕을 비롯한 사탄은, 세계를 다시 만들려고 했다.
질서를 확립하고, 아름다운 생명이 넘쳐나도록.
처음에는 의지가 넘쳤다.
허나 알아버린 것이다.
이 세계에 희망이 없음을, 멸망이 정해져 있다는 걸.
룬드말은 ‘진리’를 보았고, 그리하여 확신하게 됐다.
하여 준비한 것이다.
새로운 세계로의 이주를.
이 세계의 파멸을.
“룬드말 왕이시여!”
“룬드말 왕이시여!”
“우리의 하나뿐인 왕이시여!”
안드로를 따라, 수호기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땅에 처박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변절자가 아닌 진정한 충신의 모습이다.
죽음을 불사하더라도 그릇된 선택을 막겠다는 의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기사들이 멈춰선 채 룬드말을 향해 있었다.
침략자를 제지하던 그들은 룬드말이 세계를 없애려 든다는 걸 깨닫고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부디 멈춰달라고.
지금이라도, 그들의 세상을 지우는 일 따윈 그만하라고.
세계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이곳은 그들이 쌓아올린 곳이었다.
“······.”
잠시 침묵하던 룬드말 왕은 팬텀을 바라보았다.
오로지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했다.
멸망을 먹고, 비로소 완전해지겠다고.
그리하여 새로운 세계로 뻗어나가 온전한 세계의 주인이 되겠다고 말이다.
생명이 넘쳐나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그게 틀렸다는 말인가?
하지만.
ㅊ··· 인정하겠다.”
룬드말 왕은 팬텀을 인정했다.
그가 단순한 멸망이 아님을.
왜 수많은 이들이 이 전투를 말려세웠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시작됐다.
시작된 걸 되돌릴 순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자꾸나, 나의 종말이여.”
룬드말 왕은 다시 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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