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272
0272
골골 거리는 노친네를 때려죽일 정도로 흥분을 잘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드낙의 일행은 물러갔다. 그들이 가자 촌장 맥안스의 아들인 맥샤스가 조용히 문으로 들어와서는 안방으로 향했다.
“그들은 갔느냐?”
“가슴이 떨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괜찮습니까?”
“이런 누추한 계곡까지 온 자들이다. 웬만큼 급한 일이 있다는 것이겠지. 보통 자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말이야. 딱 보자마자 알았지. 속이 실한 귀족들이다.”
증거 하나 없이 말하는 그 말에 아들 맥샤스는 결코 믿지 않았다. 항상 호언장담하면서 일을 추진하고, 쫄딱 망하기도 잘 망하던 맥안스였다. 그래도 그 행동력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고, 책임도 또 잘 져서 이 마을에 유일한 촌장 재목이기도 했다.
어느 누가 욕먹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맥안스는 실패해도 일어설 정도로 독한 자였고, 마을의 문제에 작은 것도 나서기를 좋아해서 마을 사람들의 인지도를 많이 받고 있었다.
나이도 들어서 이제 제법 간도 잘 볼 줄 알아서 그만한 자가 없었다.
“그걸 누가 믿습니까? 기사에게 축객령을 내린 일은 제가 늙어 죽어도 술 마실 때마다 나올 겁니다.”
그 말에 맥안스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사를 잡아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호박이 굴러들어오다가 강가로 굴러떨어지게 놔둘 수는 없는 법 아니냐?”
“그렇긴 합니다만, 너무 무식한 방법입니다.”
그 말에 촌장이 코웃음쳤다. 기사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생각해낸 것이기에 그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잘 됐으니 되었다. 앞으로 더 잘 대해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마을 사람들에게 말은 전했겠지?”
“예. 확실하게 전했습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색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마을 처자들도 협력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마을을 살리는 길 아닙니까?”
“그래도 처녀는 빼라. 원한다면 내어줘야겠지만···”
인성이 좋아도 침대 위에서는 거칠거나 이상한 색욕이 있는 것이 다반사다. 사람의 성격은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나누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잘하면서 상냥하게 넘어가는 양반도 집에서는 아내를 짓밟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의 속이 수백 갈래인 것을 잘 알았기에 여색을 즐기게 만들 생각까지 하는 것이다.
“오늘이 지나갔으니, 내일이나 그다음 날에 그 박쥐 새끼들이 덤벼올 것입니다.”
촌장이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분노를 입에서 토해냈다. 이글거리는 증오는 몬스터에게로 향해있었다.
“그 개새끼들에게 강철의 전사가 골통을 우리 대신 부숴줄 것이다. 씨부랄, 새끼들. 내 허리가 부서지도록 걸레질을 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그 말에 아들 맥샤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기사가 왔으니 만사형통이라도 된 듯이 굴었는데, 실제로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대를 받을 자격이 있고 힘이 있는 것이 기사란 존재였다.
뙇! 하고 막혀있는 변비를 한 방에 뚫어버리는 것과 같은 존재가 기사였다.
벌써 박쥐 새끼들이 다 뒤진 것처럼 구는 것도 당연한 행동이었다.
“박쥐 똥 치우는데 죽겠습니다. 말려서 거름으로 쓰려고 해도 멀리 가야 해서 대충 쌓아놓고 있을 지경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혀대니···”
사망자가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렘린은 겁이 많아 쳐들어와놓고도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인간을 쫓아내려고 온갖 오물을 뿌려대고 기물을 파손하고 우물에 똥오줌을 누기도 했다.
여긴 자신들의 구역이 되었으니, 방 빼라는 소리였다.
건물주의 횡포만큼이나 무서운 짓거리였다. 덕분에 장정 다섯이 열병이 들 정도로 우물물을 퍼올려 똥을 걷어내고, 오줌 냄새가 안 날 때까지 퍼야 했다.
그 고통 속에서 기사가 나타났으니,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술 한잔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도 일찍 자라. 나도 일찍 잘 테니.”
“혹시 의심할 수 있지 않습니까. 계속 불을 켜두고 한 명은 간호하는 모습을 보여야 의심을 걷을 것입니다.”
치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편, 드낙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는 이스핀이 헤벌쭉 한 채 있었는데, 드낙이 발로 밟자 깨갱거리며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여자는 되었소. 풍습이라고 해도 받아줄 수 없소.”
나중에 사생아라며 찾아오면 곤란했다. 사타구니 관리는 드낙에게 필수였다. 그건 바루익도 마찬가지였고 다른 기수들 또한 동일했다. 방계라도 보통 사람보다 체격이 큰 것이 귀족들이었다.
모르겠지 하고 싸놓아도 단번에 그 특징이 드러났다. 오히려 새로운 피가 들어와서 더 크기도 했고, 더 좋기도 했다.
‘아니, 나는 괜찮은데.’
이스핀이 눈알을 굴리면서 머리를 팽팽 돌렸다. 돌대가리라도 성욕 앞에서는 무시무시하게 돌아갔다.
“아, 저는 잠시 그럼 화장실 좀···”
“너는 정말!”
드낙이 화를 내려다가 이내 참았다. 남의 사타구니 관리까지 해줘서 자신이 얻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련히 하겠지.’
“그래. 너라도 가라. 마을 사람들도 걱정을 덜겠지.”
“헤히힛! 감사합니다!”
이스핀이 서둘러 흉갑을 벗어서는 집 밖을 나섰다. 흩어지려던 여자들에게 냉큼 합류해서 이야기를 순식간에 진행하더니 한 여자의 손을 거침없이 잡아서 이끌었다. 그 모습을 본 기수들이 갈등하는 눈빛을 했다.
쿵.
바루익이 그걸 보고는 나무로 된 창문을 닫았다.
“다들 여독이 풀리지 않았을 테니, 일찍 쉬시오.”
“크흠.”
모두 헛기침을 하며 흩어졌다. 드낙은 순찰자들의 표정을 보고는 문을 열었다.
“늦기 전에 가라.”
“죄송합니다.”
“미안할게 뭐가 있다고. 내가 참는다고 남에게 참으라고 하면 쓰레기지. 아니냐?”
“겨, 결코 아닙니다.”
“가라, 가. 내 신경은 안 써도 된다.”
순찰자 두 명이 호다닥 달려갔다. 이런 세상에서 성욕을 즐기는 것만큼이나 큰 재미도 없을 것이다. 드낙은 큰 목표가 있었기에 꾹꾹 눌렀다. 〈검은 문〉이나 〈검은 여과기〉의 쾌락으로 일정 부분 욕구가 해소되었지만 아예 없지는 않았다.
‘힘내자, 드낙아!’
드낙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 굴에 여러 방이 있었기에 누가 나간다면 도노가 반응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드낙이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오지랖이었기 때문이다. 드낙은 아예 신경을 껐다.
*
여색을 즐긴 자들은 3명 이상이었다. 거친 남자들만 있는 여행길에 오늘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덕에 마을 사람들은 크게 안심했다.
아침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향이 좋은 버섯과 말린 옥수수알, 빻은 밀가루를 섞은 수프였다. 고기가 적었는데, 계곡이라 잡기도 어려울뿐더러 키우는 것도 고생이었기 때문이다.
“개운하다!”
이스핀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굴었다. 어제 얼마나 즐긴지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전날과 컨디션이 크게 달랐다. 방금 사우나에 나온 것처럼 굴었다.
드낙은 심술이 났지만 그러려니 했다. 남에게 꼴사나워 보이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오늘은 촌장과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다른 주민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어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 그렘린들이 아주 극성이라고 합니다. 치안을 생각한다면 도와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스핀이 의외로 남을 도와주자는 소리를 했다. 왜 그런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받은 만큼(?) 줘야 했다.
“그럴 시간이 없소. 그리고 여기서 이틀거리에 있는 것이 〈조용한 계곡 성채〉입니다. 그곳의 기사가 해야 할 일이오.”
바루익이 반대했다. 〈쌍둥이 성채〉로 향하는 길이 계속해서 딴 길로 빠지는 것은 좋지 않았다.
드낙이 파이룬 가문과의 관계에 있어서 몸을 돌릴 수 없었기에 〈구울 토벌〉은 눈감아주었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작은 것만 줍다 보면 큰 것을 줍기 전에 해가 져버릴 수 있었다.
같은 가문에 소속된 바루익이 그렇게 말하니, 이스핀도 할 말이 없었다. 드낙은 조금 고민을 했다.
‘그렘린이라.’
고블린 같은 놈들이었다. 물론 날아다니기 때문에 더 위협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또한 〈원시 토템〉이 드낙의 검은 탐욕을 불러일으켰다.
‘이 쓸모없는 주력(呪力)으로 그럴듯한 토템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남들 눈에도 악해 보이지 않는 토템은 요긴하게 쓰일 터였다. 드낙이 고민이 의외로 길어지자 바루익이 속으로 혀를 찼다.
‘불파겐 가문의 후예답지 않군. 제법 장고(長考)를 하는군.’
남들과 한 발 먼저 움직이면 무조건 상책이라 말하기를 즐겨 하는 것이 불파겐 가문이었다. 워낙 큰 가문이라 자신의 가문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면 항상 언급될 정도로 불파겐 가문은 오랜 세월을 이어온 명가였다.
‘거기에 이런 작은 마을을 위해서 시간을 쓸 생각을 하다니?’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손속은 이 세상에서는 가장 좋은 덕목이었다. 적을 상대로 인정을 베푸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 한 번 칼을 뽑으면 삼대를 족치는 것이 일반적이며 구족을 멸해야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드낙이 보여주는 성품은 실로 바루익을 놀라게 했다.
“3일. 3일만 도와주고, 갑시다.”
어차피 토벌이 한 번 엎어졌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 드낙이었다. 또한 지금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악마의 기운이 아니라면 그렘린을 보는 것도 희귀해질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조져버리는 것이 좋았다.
이스핀이 여자와 하룻밤을 가지며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드낙이 자신들의 방향성을 설정했을 때, 촌장은 직접 찾아왔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허허허.”
“괘념치 마시오.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현재 〈구불 계곡〉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드낙이 그를 안으로 들였다.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촌장이 시시콜콜한 정보부터 제법 중요한 정보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것은 마치 물결처럼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되었는데, 불만이 생겼다가 귀를 기울이고, 흥미가 없다가 생기는 이야기였다.
“〈라바(Larva)〉? 그 지옥 같은 애벌레들을 봤다는 것이 정말이냐?”
때때로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몬스터의 이름도 거론되었다.
“예. 정말입니다. 수풀이 많고, 갈색으로 촉촉한 땅이었는데, 순식간에 모래처럼 변하더니 사슴이 허우적거리면서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다리를 하나 물면서 끌고 들어가는 것을 사냥꾼이 봤는데···”
촌장이 말을 길게 했다가 침이 질 흐르자 서둘러 닦으며 침을 삼켰다. 늙어서 이제는 말을 오래 하면 자신도 모르게 침이 흘러내렸다.
“연한 모래색으로 빚어낸 것 같은 사람 얼굴처럼 생긴 머리였습니다. 그게 라바밖에 더 있습니까? 사람의 팔보다 더 길쭉한 다리가 사슴을 잡아서 그대로 끌고 갔습니다.”
이스핀이 그 말을 듣고는 혈색이 안 좋아졌다.
“마을에 피해는 없었고?”
“제법 먼 곳에서 본 것이라 아직까지는··· 지금은 그렘린이 더 문제입니다. 그런데 밀주를 만드는 저희 마을에 〈젠〉이라는 작자가 있는데···”
그가 또 이야기를 산으로 보내버렸다. 물론 젠의 이야기 다음에는 능숙하게 요긴한 정보를 내어주었다.
“놈이 〈구불 계곡〉에도 왔었답니다.”
“놈?”
“예. 마을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는 어디론가로 가버렸답니다. 보름 전의 일입니다.”
“놈이라니? 뭘 말하는 건가?”
드낙이 재차 묻자 촌장이 말했다.
“트롤이라면 응당 눈이 두 쪽인데, 하나로 합쳐져서 외눈이 되고, 피부가 어둠을 바른 것처럼 시꺼먼 트롤 말입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촌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것은 드낙 또한 예외도 아니었다. 촌장이 외눈 다크 트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던 찰나,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물을 찾았다.
드낙이 물을 줄 정도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톰이라는 남자였는데, 왼팔이 그냥 뜯겨져 나간 채로 저희 마을에 왔었습니다. 그 아내가 보살피지 않았다면 그냥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죠.”
모두가 촌장의 입에 시선이 갔다.
“그래서 톰이 마을에 왔는데, 아주 그냥 바로 쓰러져서는 일주일을 더 앓았습니다.”
“그래, 그래서? 그다음에는?”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그 아내인 제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근데 제인이 마련할 곳을 제대로 된 곳으로 내어주고, 간호와 약초를 최대한 달라고 해서 저희 마을 중에···”
드낙이 몸을 뒤로 뺐다. 서론이 길어도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도 모두 촌장의 노림수였다. 그는 기사인 그가 빨리 성채로 갈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이스핀에게서 정보를 얻은 마을 여자가 결코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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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다양한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