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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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게제라스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면 쟝 가문이 을 가지는 것은 해가 될 뿐입니다. 동부는 물이 적기 때문에 엘라한 가문은 어느 곳에서든 환영받을 수 있는데, 쟝 가문은 아니므로 곳곳에서 문제가 일어날 겁니다.”
“그래서?”
“5년, 아니 3년 이내에 장원을 준다고 공증하고 문서로 남기고, 중부에 장원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석재가 부족해서 에도 아직 영주성이 없고, 저택이라고 해봤자 목조 주택이 아닙니까?”
어차피 드낙은 동부의 중앙으로 터를 다시 옮겨야 했다. 그리 생각한다면, 겐 또한 장원이 자작의 작위와 드낙 불파겐의 이름과 인장이 찍힌 문서라면 만족할 것이다.
특히, 드낙은 내어줄 것은 반드시 내어주는 신망이 있는 자였다. 남을 돕기도 잘 도왔기에 평판이 좋았다. 물론 거친 남자들에게 조롱거리로 삼아지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믿을 수 있었다.
“겐 경.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드낙은 게제라스 총관에게서 의견을 들었기에 이번에는 겐에게 물었다. 겐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좋다. 불파겐 자작의 인장이 문서에 찍힌다는 것은 실로 크다.’
“만족합니다. 오히려 동부의 중심부에 장원을 얻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것으로 만남은 끝이 났다. 그 날부터 겐 쟝은 불파겐의 기사가 되었다.
“은고원 광산에 대한 관리를 해줬으면 한다.”
“명을 받듭니다.”
드낙은 겐에게 일시적으로 에 대한 관리를 맡겼다. 또한 에 대해서도 미리 언질을 줘놓았다.
“제국 전신갑주는 나중에 연구가 끝나고 위험요소가 없다면 내어주도록 하겠다. 괴이한 기사들이 쓰던 것이라···”
“어떤 놈들이었습니까?”
드낙은 제법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이미 자신과 그는 한 배가 탄 것처럼 굴기 위함이었다. 기괴한 제국 기사의 모습 때문에 연구가 끝나지 않고 제국 전신갑주를 입힐 수는 없다는 말도 단단히 해두었다.
“예. 기다리겠습니다.”
겐은 가볍게 대답했다.
물론 전신갑주를 내어주지는 않았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흉갑같이 그나마 양질의 방어구를 하사했다. 몽펠리에의 대장장이가 만든 것이기에 상등품 중의 상등품이었다.
겐은 서둘러 회의장을 벗어났다.
“아직 더 할 말이 있나?”
총관이 남아있자 드낙이 물었다.
“예. 몽펠리에 가문의 상단이 왔다 갔고, 파이룬 가문의 상단도 그 뒤를 이어서 왔다 갔습니다. 그래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 어떻던가?”
드낙의 물음에 게제라스가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귀신같이 3일의 차이를 두고 파이룬 가문의 상단이 오는 것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새끼들.’
드낙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알아도 막지 못하는 것이 이러한 종류의 협력이었다. 전면전? 우습다.
“두 가문이 불파겐에 대해서는 서로 공조를 한다는 뜻인가?”
게제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 이런 쪽으로 날카로운 판단에 조금 놀랐기도 놀랐다. 음흉하고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것에는 실로 비상한 머리였다.
“장담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늦게 올 수가 없습니다.”
“킹슬레이 가문이 멀리 있으니···. 견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지.”
드낙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멀리 있는 명문가 득을 크게 봤다. 아이를 품게 해서 명문가들이 헛짓거리하지 않고, 몸조심을 하도록 만들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발등에 불이 붙어서는 불파겐 영지로 자원이 보부상이나 용병, 상단 따위를 통해서 외척들의 장원으로 투입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노예도 많았다.
두 명이 담합을 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는 잘 몰라도, 세상 돌아가는 것은 제법 본 드낙이었다.
“대놓고는 못하겠지만, 서서히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든 불파겐 영지에서 큰 힘을 내야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지 않습니까.”
불파겐 영지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의 총량. 그것을 빼앗아가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북부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남부 왕가는 장님 공주를 내어주어 깔끔하게 빠짐으로써 드낙과 북부의 알력싸움이 되도록 못을 박았다.
그 덕에 겉으로는 외척이 대단한 이득을 채우고 분란을 조장하는 것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나름대로 조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풍전야나 다름없지.’
그 기폭제를 빨리 깨달을수록 유리할 수 있었다.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이 때문에 드낙이 핏빛쥐들을 모두 북부에 놓고 왔다. 때가 된다면 가 움직일 터였다.
그때까지는 잠자코 기다려야 했다.
“오우거에 대한 정보도 들어왔습니다.”
“그래? 체구가 어느 정도야?”
“15m랍니다.”
“···? 몇 미터?”
“15m입니다. 엄청나게 멀리 있어도 보이고, 걸을 때마다 지축이 흔들린다고 하더군요. 그 때문에 남부 왕국은 결코 토벌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큽니다. 실제로 한 번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드낙이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숨겼다.
보통 오우거보다 정직하게 2배~3배에 달한 체고였다. 사실상 체급으로 따지면 차원이 다르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로도 놈에게 도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드낙의 날카로운 살기가 순간적이지만 흘러나왔다. 게제라스는 갑자기 오금이 저린 기분이 들었다.
“자작님?”
“음? 아, 미안하다. 그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나?”
게제라스는 들은 것을 모두 전해주었다.
“고르곤의 부산물을 파이룬 가문이 팔라고 했다고?”
“몽펠리에 상단 또한 원하는 눈치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돈 주고 못사는 것이 고르곤의 심장이었다. 가치가 백금이라고 해서 백금을 받고 팔지는 않는다. 그런 물건이 고르곤의 심장이었고, 고르곤의 부산물이었다.
“슬슬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게제라스의 걱정에 드낙이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대답했다.
“걱정하지마. 결코 영지에 누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
드낙은 그 날 밤에 에서 세파리아스와 대화를 했다.
“불가능하다.”
오우거 토벌에 대한 세파리아스의 판단은 실로 짧고 강했다. 대영웅의 말은 단순한 한 마디 속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고, 웬만한 자들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는 힘이 있었다.
“그게 최선이야? 깊게 고민 안 한 것 같은데.”
물론 드낙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와 쌈박질을 많이 했고, 대화도 많이 나누었기 때문이다. 친구나 다름없었다.
“그럼 나한테 왜 물었느냐? 너 15m짜리 괴물을 본 적이 있나?”
“없지.”
세파리아스가 타오르는 화염과도 같은 눈으로 노려보자 드낙이 괜히 시선을 돌렸다.
“정말로 불가능할까?”
“이 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없으니 그 정도로 큰놈은 토벌이 힘들다.”
일출과 일몰을 서로 간격으로 두고 그 시간 동안 지속하는 힘을 지닌 것이 적혈대검이었다. 가주의 전투 무기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높기로 유명했다.
피를 묻히면 묻힐수록 피가 흡수되고, 그 만큼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적혈대검이었다.
라는 이명을 지닌 것이 적혈대검이었다.
초기 불파겐 가문이 오크 슬레이어가 되도록 도움을 준 가보(家寶)였으며, 그 전설적인 명성과 함께 명검 중의 명검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없는데 무슨.”
드낙이 아쉬움 반, 빈정거림 반을 담아서 말했다.
“결과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리고···알아서 소멸할 가능성 또한 있다.”
“뭐?”
드낙의 놀란 반문에 세파리아스가 이어서 말했다.
“신의 은총이라는 것은 실로 무서운 것이다. 그 어떤 종족이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장 10m에 달하는 오우거가 15m가 되는 것은 마신이 뭔 수를 냈다는 것이지.”
“마신···”
드낙이 중얼거렸다. 듣기만 해도 오싹한 단어였다. 현대에 살 때는 허구로 받아들였기에 크게 체감이 안 되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달랐다.
“ 같은 건가?”
“그건 재물을 통한 은총이고, 일시적인 변신에 불과하다. 부작용이 적지.”
세파리아스는 다시 한 번 결론을 냈다. 드낙이 딴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번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릇이 파괴되거나 균열이 났을 것이다. 그걸 수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그런 자살 행위를 한 오우거를 상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지.”
그렇게 말하며 세파리아스는 검지를 올리며 말했다.
“물론 너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 새끼가.’
드낙이 발끈했다. 하지만 소리 내서 반박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몸뚱어리를 투포환처럼 사용하는 놈이 세파리아스였다.
“그러니 탐욕은 부리지 마라.”
“만약 승률로 따지자면?”
그 물음에 세파리아스는 미소를 지었다. 무인에게 이런 상상은 항상 재밌었기 때문이다.
“오거 야크트를 잘 다루니 오우거에게 도달하는 건 쉬울 것이다. 하기도 쉽겠지. 아마 나만큼 잘할 것이다. 나에게서 얻어낸 이니까.”
“피부층은 갈기갈기 찢을 수 있겠지. 체격이 자연히 커지고, 부위 또한 넓고 깊어졌을 테니, 못해도 30cm는 넘을 것이다.”
“허미.”
드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롱소드의 검신 길이의 30%에 달하는 길이였다.
“뼈층 또한 상당하겠지. 그 몸을 지탱해야 하니까. 마신의 은총을 입었다고 해도 내구력이 부족하면 피를 흘리면서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문은 없지. 혹은 피멍으로 가득하다던가.”
세파리아스의 말에 드낙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운이 좋으면 30분은 드잡이질을 할 수 있겠다. 운이 나쁘면 10분 컷이겠지.”
“에이. 그건 아니다.”
드낙이 부정했다. 자신 정도면 그래도 이제 엘프급은 되었기 때문이다. 제국 기사 15명과 싸워서 이겼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에 세파리아스가 일갈했다.
“멍청한 놈! 그놈들은 반푼이다. 마력 폭풍에 자멸하는 놈들이 무슨 기사야? 변방으로 올 지경이니 아마 실험체 중에서도 하품(下品)일 것이다.”
남부 왕국에 활동할 정도면 제국에게도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마법으로 이겨놓고는 그딴 자신감이나 가지고 있는 거냐?”
“그 정도로 깔건 아니잖아? 세팔아?”
“날 줄여서 부르지 마라!”
티격태격하다가 세파리아스는 제풀에 지쳐서 주제를 돌렸다.
‘빌어먹을 놈.’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함께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드낙은 넉살만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아니라 격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기 때문에 더더욱 불쾌했다.
버러지 같은 놈은 버러지처럼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 세파리아스의 지론이었다.
“후우! 내 자손들은 엘프에게 갔을 것이다. 내가 죽고 나서 다른 가문들이 가보를 그렇게 몰아주었다면 제국보다는 엘프에게 가서 후일을 도모했을 것이다.”
하나로도 능히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엘프 쪽으로 사람을 보내라는 건 아니겠지?”
“그래. 아니다. 때가 되면 어차피 나오게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엘프가 죽였을 테니까.”
세파리아스에게서 흉악한 기세가 느껴졌다. 드낙은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슬금슬금 기어오는 구렁이를 보는 표정이었다. 그의 기세가 이번에는 지나칠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뭘 생각하고 있어?”
드낙의 물음에 세파리아스가 돌연 기세를 멈추고 웃었다.
“하하하!”
실로 유쾌한 웃음이었다.
“넌 정말이지, 지독할 정도로 너에 대해서만 생각하는구나.”
“뭔데?”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이에 대해서 더 언급하지 않았다. 드낙은 불안감이 엄습함을 느꼈지만, 머리를 굴려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
뚝! 딱! 깡땅땅!
거친 소리가 지하의 거대한 공간에서 울려 퍼졌다. 제법 그럴듯한 복장과 장비를 갖추어 입은 핏빛쥐들이 벽을 깎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특유의 고개를 높이 올리고, 등을 활처럼 휘어서 배를 드러내는 자세는 여전했다.
의 얼굴은 형편없었다. 상상과는 달랐지만, 횃불 덕택에 분위기는 죽여줬다. 그 덕에 대장쥐 또한 만족하고 있었다.
“뜨나아아악!”
옆에 뚫린 구멍에서 고함을 지르며 의 정예병이 뚱뚱한 몸으로 대장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좋다!”
대장쥐는 선별 조례가 이루어지고 있는 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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