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53
0053
‘〈순찰자의 생존방식〉.’
〈순찰자의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던 막내 쎈의 경험이었다. 그것은 드낙에게도 유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냥꾼의 경험〉과 〈순찰자의 경험〉은 달랐다. 훈련이라고 해도 실전과도 같은 것이 이 바닥이다.
훈련은 곧 부상과 죽음이 있는 곳이었다.
검은 문에서 빠져나온 드낙이 제법 한자리에서 고민했다.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단점을 줄여서 보통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장점을 늘려서 특출나게 만드는 것이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좋았다.
‘두 명을 죽였는데, 두 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검은 꿈〉의 불합리함에 툴툴거리며 다른 검은문에 손을 대었다. 환상이 그를 집어삼켰다. 이제는 익숙한 것이었다.
〈은신〉과 〈추적〉에 있어서 확실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 드낙의 은신술과 추적술은 〈사냥꾼 게릭〉의 것이었고 자신만의 요령에 불과했다. 거기에 유명한 순찰자들의 방식이 접목된다면···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오를 것이다.
‘〈노예의 함정제작(木)〉.’
막내 쎈은 노예였다. 능력명을 보고 드낙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무로 된 다양한 함정을 만들 수 있었는데, 환상에서는 곰까지도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에서든지 나무만 있으면 10분~1시간 내로 만들 수 있는 숙달된 능력이었다.
‘좋다.’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나무 함정의 파괴력은 곰가죽을 뚫을 만큼이다. 이것은 희소성이 뛰어났다. 어떻게 막내 쎈이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곰에게 상처를 줄만한 나무 함정은 제법 탐이 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함정이 있었다. 그리고 〈덫〉으로 쎈이 노예에서 풀려나 도망쳤음을 추측했다. 그 뒤로 순찰자의 훈련소에 들어갔을까? 영주나 부농의 농노가 되었을까? 운 좋게 양자가 되어 순찰자의 훈련소에 갔을지도 몰랐다.
〈금을 쫓는 순찰자의 감각적인 활솜씨〉.
돈을 좇는 용병이 떠오르는 능력명이었다. 직관적으로 단번에 활을 쏘아 겨냥하지 않아도 적을 명중할 수 있는 다급한 상황에 빛을 발하는 능력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활쏘기의 감각이 늘어나기에 궁술 실력이 늘어나는 것과 같았다.
그것도 선천적인 〈활쏘기 감각〉이 늘어나는 것은 드낙에게 나쁜 것이 아니었다. 미친 듯이 활을 쏘아도 보통 수준의 약간 밑에 머무는 드낙의 활솜씨는 그의 단점이기도 했다.
‘무력 증가나 다름없지.’
드낙은 다음에는 방패덩치 케르욘의 능력을 살폈다.
‘〈투우(鬪牛)의 중갑운용 노하우〉.’
아마 드낙이 20살이 넘는다면 사용하게 될 중갑옷에 있어서 이 스킬만큼 만족스러운 것이 없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야 하는 이유는 급격하게 키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케르욘은 거칠게 싸워나갔고, 든든한 중갑의 능력을 하나씩 실전적으로 깨달았다. 때때로 다른 중갑옷을 입는 용병과 모닥불이나 술집에서 허세 가득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노하우는 드낙이 용병질을 하면서 얻을 수 있고, 실전을 거치면서 얻을 수 있겠지만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베테랑처럼 보일 수도 있고.’
능숙하게 중갑옷을 혼자서 입을 수 있었기에 기대하는 바가 높았다. 나무 등치나 벽을 이용해서 엉덩이로 치고 올리면서 단번에 상체 중갑옷의 뒤쪽을 입는 것은 환상만으로도 하나 배웠다.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중갑옷의 무게는 상당했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지 입고 다니려면 적어도 케르욘만큼 덩치와 힘이 있어야 했다. 지구력 단련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판단 없는 용맹〉.’
겁이 없어지는 형편없는 능력이었다. 당연히 상황이 뭔지도 모르고 달려든다는 점에서 안 좋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드낙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결국 능력 또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나가야 하는 상황에 겁을 먹어서 나가지 못하다가 더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었다. 그때 엉거주춤 나가다가 죽는 것보다는 미친놈처럼 나가는 것이 더 생존 확률이 높을 수 있었다.
‘그래도 검은 꿈으로 얻기는 좀 아니다.’
겁이 없어지는 것만큼 죽기 딱 좋은 놈이 없었다. 괜히 드낙이 나서는 것을 보고 용병들이 뒤에서 코웃음 쳤던 것이 아니다.
‘〈거친 협박범〉.’
생각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흥분하면 드낙도 깡패처럼 돌변하지만 깡패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상황이 자신을 그렇게 몰아붙였을 뿐이다. 보다 깡패 같은 경험과 그 수법을 배우고 싶지 않았다.
도시에서 태어난 케르욘은 타고난 체격으로 골목대장 노릇을 했고, 제법 돈도 만졌다. 당연히 아주 악한 행동이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냥 하루 지나면 잊히거나 더 큰 놈에게 걸리면 개처럼 얻어맞는 게 전부였다.
병사에게 데려가면 손목이 잘리기 때문에 알아서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마을의 지역 유지 아들 놈에게 불안감으로 떨 정도로 앞을 생각하는 드낙이었다. 살인조차도 마을 사람들이 원하면 혹은 그런 분위기라면 병사들은 사후 보고서만 올리면서 흐지부지 끝내는 것도 보통이다.
마을에 있는 병사들의 편의는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봐주기 때문이었다. 영지에서 내려오는 지원비는 대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람들이 잘 알고 있기도 했다. 영주 또한 마을에 지역 유지를 놓는 것이 관리에 편했기에 방관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힘으로 짓누를 수 있기에 왕처럼 마을에서 군림해도 사정을 봐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금이기 때문이며, 귀족에게만 잘 하면 되었다.
평민의 생사 따위 알 것이 아니었다. 물론 드낙은 거기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저 이 세상이 무식하게 〈무법지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현대 아포칼립스가 지나고 10년 뒤의 개막장 파티를 보는 듯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나치게 세상을 나쁘게 보고 있었다. 현대인의 시야에서는 편협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거친 협박범은 그저 협박의 달인이 되는 것에 불과했다. 드낙은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덤벼온 놈의 머리통을 벽에 부딪치는 험악함을 가진 그였지만 상황이 그랬기에 했을 행동에 불과했다.
그것은 모순되었다고 나무라는 이들이 있겠지만 드낙은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떨어진 만 원짜리가 한 장 보이면 서둘러 구둣발로 밟고 횡재했다고 생각하는 인간.
방금 쓰레기를 버려놓고는 지나가는 애가 쓰레기를 버리면 한 소리를 하는 그런 평범한 인간이었다.
모순은 곧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인간을 뜻하는 단어나 다름없었다. 그는 한 성향에 말뚝을 박아 넣고 묘까지 가져가는 영웅(英雄)과는 달랐고, 한 마디를 끝까지 지키는 성인(聖人)도 아니었다.
‘뭘 정할까.’
〈순찰자의 생존방식〉
〈노예의 함정제작(木)〉
〈금을 쫓는 순찰자의 감각적인 활솜씨〉
〈투우(鬪牛)의 중갑운용 노하우〉
모두 한 가락이 있었다. 녹지(綠地)가 많은 이 세상에서 〈노예의 함정제작(木)〉도 유용하고 자주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드낙은 중갑운용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든든한 중갑옷은 앞으로의 싸움에 큰 이득을 줄 것이 분명했다. 어리숙하게 중갑을 이용하는 전사보다는 능숙하게 실전적인 노하우로 중갑을 운용하는 전사가 더 나았다.
‘나중이 되겠지만··· 투자라고 생각하자.’
검은 연기가 그를 감싸며 시야를 빼앗았다. 드낙은 검은 문 앞으로 깊게 들어가며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일어나서도 세 사람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간단한 과일과 물로 대충 잠을 깨우고, 다시 움직였다.
“여기까지 놈들이 있다니.”
융이 이를 갈았다. 〈산버섯 마을〉에서 하루하고 반나절 거리의 길목에 모닥불을 피워놓으며 뭔가를 구우며 아침을 준비하는 이들이 보였다. 그중에 하나는 눈에 익었다.
“강도 짓을 한 마을 청년 중에 한 놈이네.”
드낙의 혼잣말에 융이 대답했다.
“켄이라는 놈입니다. 패거리를 이끌던.”
눈썰미와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뛰어난 융이었다. 그래서 대장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어디서든지 자리를 펴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용병이었다. 눈썰미는 용병 대장의 필수 덕목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한 지역에 그저 엉덩이 까는 용병단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머리통 용병단〉은 현상금 사냥꾼들이었기에 자주 옮겨 다닌 것이고, 〈지방〉을 돌아다니기에 더 많은 이들을 만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개새끼.’
드낙이 욕을 했다. 지금까지 고생한 것에 대한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켄을 비롯해서 마을 장정들은 6명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드낙은 예의상 융에게 결정을 물었다. 이곳에서 드낙은 대장이 아니었다. 메르인이 그렇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무시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피곤하지 않습니까.”
융이 현명한 판단을 내놓았다. 전투는 항상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6명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숫자는 깡패였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켄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살인〉까지 생각하게 하지는 않았다.
케르욘과 쎈을 죽인 것과는 달랐다. 그들을 죽인다면 〈검은 꿈〉을 꾼다는 확신이 있었다.
반면 켄은 영 아닌 놈이었다.
일행은 그 무리를 무시했다. 더욱 숲을 지나갔다. 그 사이에 융은 짐수레를 옆에서 같이 끌면서 말했다.
“호위 의뢰비로 받은 동화 50닢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휴식시간 때 건네드리죠.”
“예? 그건 무슨 뜻입니까.”
뜻밖의 말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당신은 그냥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용병이나 다름없습니다. 지키기보다는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죠.”
드낙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나쁠 것 없었다. 되려 융의 선택이 상당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돈을 거부하는 성격은 아니라서요.”
“흐흐.”
드낙이 손으로 동전을 그리자 융이 웃었다.
‘그는 거침없이 짐수레를 끌어줬다. 이게 맞는 행동이다.’
융은 드낙의 성향에 스스로를 맞추었다. 본래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었지만 드낙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것에 대한 성향에 따른 행동을 한 것이다. 동화 50닢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음에도 융은 드낙과 가까워질 이유가 있었다.
‘단원이 메르인 밖에 남지 않았다.’
적어도 〈횃불 성채〉에 갈 때까지 드낙 또한 만약을 위해서 일을 해야 했다. 일종의 동반자가 되어야 했다. 그것은 고객이 아니라 동료의 영역이었다.
쉬는 시간에 동화 50닢을 받았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습니다.”
“예.”
드낙이 돈을 챙겼다. 아무래도 융은 자신과 보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듯했다. 메르인은 그것을 보면서 별말 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드낙은 좋은 전투원이었다. 1명이 더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1명만 다니면 그놈을 죽이면 그만이고, 2명만 다니면 1명을 죽이면 1명이 된다. 하지만 3명은? 1명을 죽였다고 해도 2명이 남는다. 2명은 위협적이다. 용병단의 철칙이기도 했다. 그것은 비단 〈머리통 용병단〉의 철칙이 아니었다.
술집이나 다른 칼밥으로 먹고사는 이들이 제법 보이는 여관에서 말을 통해서 퍼지는 용병단의 규칙이었다. 〈최소 3명 이상〉으로 용병단을 꾸리는 것이다.
이것은 곧 적 또한 3명 이상으로 꾸려진다는 소리였다. 3명의 규칙은 제법 유명했기 때문이다. 술이 들어가면 떠들기 좋아하는 용병의 입 때문이다.
융, 메르인, 드낙은 그렇게 〈횃불 성채〉로 향하는 길에 드디어 짐수레를 올릴 수 있었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드낙은 〈산버섯 마을〉을 마음속에 새겨 넣지 않았다. 복수보다는 훨씬 생산적인 행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이 흐르고 융이 길을 잘 아는 곳에 이르러서는 몸을 씻을 적당한 옹달샘을 찾아내기도 했다. 물이 작은 폭포처럼 위에서 떨어져내렸기에 동물들도 제법 근처에 보였다.
타닥!
나무가 타는 소리가 들리며 옹달샘에 자리를 잡았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주변에 장작을 찾는 게 힘들었고, 주위에 탄 자국이 많았다.
드낙은 늑대 도노와 까마귀 카이야와 함께 제법 튼실한 노루를 하나 잡았다. 이해가 안 되는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숲에서 평범한 노루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모순을 드낙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장은 땅에 얕게 묻고, 고기는 피를 빼기 위해서 옹달샘에 담갔다. 위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서 식수로 사용했다.
그는 어김없이 물을 끓였다.
“물은 왜 끓이는 거죠?”
메르인이 말을 붙였다. 드낙은 〈위생〉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말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에 감기에 자주 걸린 적이 있다며,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싶어서라고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불침번은 자정까지 그리고 새벽녘에만 할 사람을 두었다. 책임감이 있는 융이 새벽녘에 알아서 일어나겠다고 말했고, 드낙이 좀 더 자지 않고 있기로 하였다.
메르인의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여자의 몸은 단련을 해도 결국 어느 정도 남자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근육량이 여자치고는 많았지만 체중 자체가 높지 않은 메르인은 짐수레를 끄는 것에 누구보다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배려를 한 것이다. 메르인은 장난스럽게 그를 〈기사님〉이라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대부분이 하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자라고 봐주는 것은 밤에 자신의 사타구니를 봐달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기브 앤 테이크. 철저한 이기주의가 팽배했다. 애초에 〈이기주의〉라는 사상도 없는 세계였다.
물론 개개인마다 생각하는 바도 천차만별이었다.
말 없이 나서서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 드낙의 행동은 〈멋지다〉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서는 성욕에 미친놈으로 여겨졌다.
술을 마시면서 메르인이 그 말을 자신의 입으로 하자 드낙이 크게 질색했다. 몸을 부르르 떨고 외치며 칼같이 선을 긋자 융이 뭐가 그렇게 웃긴지 술을 뿜으면서 그대로 대차게 웃었다.
“사냥꾼이 아니라 사랑꾼이네. 사랑꾼!”
융의 아재개그에 분위기가 싸해지기도 했다. 늘 있는 일인지 융은 자신의 개그에 자신만 웃어도 좋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