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656
0656
할버드를 쥔 큰뿔 검은쥐와 환도를 쥔 언데드 방령이 서로 충돌했다. 압도적인 전투였다. 체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근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방령이었지만 체중을 이길 수는 없었다.
콱!
형편없이 밀렸다. 무기의 리치가 만들어내는 돌격 후, 3열 찍기 전술에 무력하게 당했다. 환도로 막아도 환도째로 어깨나 머리가 찍혔다.
그 속에서도 검은쥐들 또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방령들 또한 정예 중 정예. 열세 속에서도 반은 갔다. 환도가 정확하게 투구 안쪽을 파고들어 가며 눈을 찌르고 정확하게 뇌에 닿았다. 검은 쥐가 허물처럼 꼴사납게 쓰러졌다.
자연스럽게 전선이 고착화가 이루어졌다. 중앙의 큰뿔 검은쥐들이 버티는 사이에 후방까지 자리를 잡은 검은쥐들이 뿔의 힘을 이용해서 일제히 힘을 쏟아부으며 대장쥐에게 신호를 보냈다.
우렁찬 고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의 힘을 지닌 뿔을 통해서 청각적인 신호도 보낼 수 있었다. 그 낮은 소리에 대장쥐가 알아듣고 할버드를 쥔 채 앞으로 나섰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고, 원래 대장쥐는 용맹한 장군이며 전우애가 높았다.
팔각수(八角獸)가 된 대장쥐는 두 번째 뿔이 지닌 힘으로 어둠과 그림자를 몸에 두르고, 세 번째 뿔의 힘으로 높이 도약했다.
대낮의 하늘에 보이는 검은 점은 자연히 보였고, 포격을 맞았지만, 어둠 그림자의 능력이 이를 상쇄시키고, 막아주었다. 피격을 당했지만 다섯 번째 뿔과 여덟 번째 뿔이 지닌 방어력을 통해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 적진영의 중앙에 추락하듯이 떨어졌다.
쿵!
묵직한 체중이 착지하며 대장쥐의 뱃살이 출렁거렸다. 두 발에 짓눌려서 박살이 난 척추뼈 때문에 빛나는 사격 공룡이 그대로 옆으로 기울어져서 전신을 발발발 떨며 쓰러졌다.
“찍찍!”
대장쥐가 씩씩거리며 할버드를 휘두르며 다가오는 방령들을 무기째로 투구를 함몰시키고, 가슴 방어구를 주먹으로 후려쳐 우그러뜨렸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추풍낙엽처럼 방령들이 떨어져 나갔고, 다시 일어섰다. 그 사이에 대장쥐는 어둠 그림자를 사방팔방 쏘아 보냈다.
터턱! 턱!
“크오오오!”
검은 그림자가 머리에 들러붙자 중대형 마수들이 고갯짓을 하며 머리를 앞발로 긁으며 마구 뒹굴었다. 뭔가가 머리에 들러붙으며 시원한 느낌을 주었기에 자연스럽게 긁었지만 소용없었다.
사격하는 중대형 마수들의 원거리 능력을 봉쇄시키면서 대장쥐가 일곱 번째 뿔의 능력을 사용했다. 〈흙의 뿔〉은 땅에서 토벽을 일으켜 세웠다. 이는 곧 마수들의 진형을 붕괴시키고, 빈틈을 만들었으며 전력을 둘로 나누는 효과도 있었다.
중앙에서 거침없이 힘을 사용하며 상대를 무너뜨리고, 무력화시키며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방령들을 처리했다.
“크아아아아!”
수레 괴수의 두개골을 부수고, 그 피로 전신을 적신 대장쥐가 포효하자 뿔에서 어둠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대장쥐가 나서고 단 30분 만에 전투는 끝이 났다.
1시간을 싸우며 전선 고착화가 일어나는 동안에 방령은 고작 수백 마리가 죽었지만, 단 30분 만에 나머지 수천이 몰살당했다. 진형의 와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살상률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전공을 만들어냈다.
다친 검은쥐들은 주술 장비를 통해서 스스로를 치료했고, 멀쩡한 검은 쥐들은 다치고 정신을 잃은 검은쥐들을 구조했다.
그 이후에는 포식이 이루어졌다. 갓죽은 방령들의 방어구를 벗기고, 그 뼈를 통째로 씹어먹었다. 공룡의 가죽은 매우 조심스럽게 벗겨졌다. 수레 괴수의 가죽 또한 최상품으로 보였기에 중대형 마수들의 처리는 느릿느릿했다.
〈빛나는 사격 공룡〉에게서는 가죽, 심장이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 따로 보관됐다. 사격 공룡의 심장은 스스로 빛나고 있었으며, 초월의 힘이 담겨져 있었다.
〈수레 괴수〉에게서는 당연히 등에 들러붙어 있는 수레가 회수되었다. 평범한 바퀴로 보였지만 그 내구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반대로 무게는 비교적 가벼웠다. 또한 가죽도 대형 마수답게 굵었다.
〈방령〉에게서는 강철 장비만이 회수됐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포식하고 배를 두드리며 큰뿔 검은쥐가 기분 좋게 웃음 지었고, 이내 서로 어울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창조주를 찬양했다.
그다음에는 대장쥐를 위한 노래를 불렀다.
“동부의 핏빛쥐들은 우리보다 머리 두 개만큼 낮다네~.”
“그리고 머리가 두 개만큼 큰 대장쥐가 우리에게 있지!”
그의 어둠이 퍼져나간다
너희의 눈을 앗아간다.
그의 어둠이 퍼져나간다!
너희의 눈을 앗아간다!
간다~간다~훅간다!
쿵쿵쿵쿵!
“남부의 핏빛쥐들은 우리보다 끈기가 없지~.”
“그리고 머리가 두 개만큼 큰 대장쥐가 우리에게 있지!”
그의 용맹이 앞으로 나아간다.
너희를 겁쟁이로 만들어간다.
그의 용맹이 앞으로 나아간다!
너희를 겁쟁이로 만들어간다!
간다~간다~훅간다!
쿵쿵쿵쿵!
대장쥐 또한 거기에 어울렸다. 정신없이 승리를 축하하다가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대장쥐와 1만8천의 큰뿔 검은쥐들이 검은 보급로에 뚫어놓은 굴을 통해서 도망쳤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 해골왕, 레플리카 유스타니스가 이끄는 2만 원군이 도착했으나, 이미 전투는 모두 끝난 상태였다.
묵직한 둔기가 땅을 후려쳤다.
대장쥐의 전공이 남부와 황무지에 자리 잡은 핏빛쥐 리전을 강타했고,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핏빛쥐들이 검은 보급로를 먹어서 응원하며 별동대를 오게 만들고 승리를 먹으려고 했지만, 거기에 당해줄 레플리카 이시연이 아니었다.
이미 5천을 앗아간 것만으로도 큰 피해였다.
물론 핏빛쥐들 또한 검은 돔의 마수 군단과 전면전을 펼치지 않았다. 대장쥐와 갈래꼬리왕, 매력적인 눈썹 주술왕이 서로 힘을 합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핏빛쥐들과 검은쥐들은 서쪽으로 더욱 움직이며 검은 보급로를 먹어치우는 데 집중했다.
검은 보급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
〈제국 북동지방〉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거대한 자연으로 만들어진 험난한 국경선은 엘프와 제국을 경계 짓고 있었다.
그곳에 철색이 언뜻언뜻 나뭇잎 사이로 보이며 햇빛에 반짝거렸다.
〈흑황제 제넬루 바르시아〉는 제국의 수도에서부터 사방으로 영혼 병사들을 보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병력을 투입한 곳은 단연코 엘프가 있는 북동지방이었다.
특히나, 엘프를 고려해서 북동지방을 제외하고는 평화적으로 해결하거나 외교적으로 일단 자치권을 인정해주는 식으로 전선을 줄이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북동 지방은 아이, 여자, 노인도 목을 갈랐다. 저항하지 않는 자조차도 떼 몰살을 당하고 숲으로 도망쳐도 추적마법과 생명체 탐지를 통해서 머리채를 잡고 기어코 피를 냈다.
그 피는 영혼 진지를 통해서 모이고, 영혼 마탑으로 보내졌다.
흑황제가 북동지방을 빠르게 평정하고 처리한 가장 큰 이유는 초장거리 마법 타격이 두려워서였다.
엘프에 의해서 영혼 마탑이 공격당하기 전에 선수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폭풍의 요람(Cradle of the typhoon)〉에서 발동되는 〈폭풍 결집(Storm gathering)〉에 대한 대처 또한 존재하기는 했다.
그런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제국 북동지방을 가장 빠르게 평정하고, 엘프들의 국경선을 침범했다.
영혼 기사의 숫자는 수백에 불과했지만, 영혼 병사의 숫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끝도 없이 제국 대로를 통해서 이곳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지축을 흔들며 산맥을 넘으려고 하는 제국 영혼 병사들의 모습은 강철의 물결과 같았다. 그 파도는 평범한 국가라면 결코 막을 수가 없어 보였다.
15km 떨어진 곳에서 제국의 강철 물결을 마법을 통해서 주시하고 있는 엘프 국경군 지휘관이 인상을 찌푸리며 얇은 금속판을 손으로 놀리며 회수했다. 금속판은 자연스럽게 혁대에 들러붙었다.
“못해도 50만이 넘는다.”
엘프 국경군은 10년씩 돌아가면서 복무하는 곳이었고, 그 덕에 숫자가 많았지만, 고작 5만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조차도 매 백 년마다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엘프 국경선을 넘지 않은 지 매우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폭풍 결집 타격을 요청하고, 우리는 마법으로 벽을 쌓고 함정을 깔고 천천히 후퇴한다.”
“예.”
30분 뒤 폭풍 결집 발사가 승인되었고, 좌표를 재수정했고, 영혼 병사의 수준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졌다.
“집중보다는 흩뜨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국 병사의 수준이 하찮습니다.”
“중대형 병력의 존재 유무는 어떻습니까?”
“없습니다. 모두 소형입니다.”
그 사이에 영혼 병사들은 최소 15m까지 높이 만들어진 토벽을 부수고, 진격하고 또 토벽을 부수기를 반복했다. 가끔 계곡에 만들어진 함정에 수백이 폭사 당하기도 했다.
그 뒤로 다시 72분이 흐르고 나서 대기가 변했다.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크게 불었으며 갑자기 습해졌다.
번쩍! ···꽈르릉!
구름 위에서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번개가 내려쳐 져서 나무를 쩍 갈라내며 불태웠다. 몇 분 뒤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투둑···
가랑비는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먹구름은 계속해서 번쩍 번쩍거리며 번개를 토해내고 천둥소리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폭풍 결집이 대지를 강타했다.
끝없는 바람 마법이 일대를 휘몰아치며 강철마저 찢어발겼다. 나무가 바람 마법에 따라서 뿌리째 뽑히며 영혼 병사를 휩쓸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영혼 병사가 나무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며 추락하다가 빙글빙글 돌더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사라져버렸다.
번개가 사정없이 수천, 수만 곳을 강타했다.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 만들어졌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먹구름이 빠르게 사라져 갔고, 빛이 다시 땅을 내려쬤다. 산사태가 일어나서 산이 아예 반이나 사라진 곳도 있었고, 계곡은 파묻혀 평지가 되었다.
새까맣게 탄 투구가 뜯겨나간 나뭇가지에 덜렁거리며 빗물이 주륵, 주륵 눈구멍에서 흘러내렸다.
거대한 자연재해가 산조차도 반으로 갈랐는데, 신장이 2m도 넘지 못하는 영혼 병사가 살아있을 리가 없었다.
보통이라면 그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을 만든 것은 인간 중에서도 최고의 대마법사라 불렸던 〈통달의 대마법사 아웃버스트〉였다.
시간만 있으면 계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하는 마법 체계를 토해내는 것이 아웃버스트라는 존재였다.
드득, 들썩.
산사태에 덮쳐져 평지가 된 계곡이 들썩거렸다. 흙이 꿈실꿈실 움직이더니 팔이 쑥 튀어나왔다. 제국 영혼 병사는 팔을 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자마자 땅을 파헤치며 다른 영혼 병사를 구출해냈다.
그 숫자는 하나에서 백으로 변했고, 백에서 천으로, 나아가 만으로 다시 번져갔다.
푸른 슬라임으로 만들어진 육체가 흐물거리며 튀어나왔다. 뒤이어서 영혼관이 부착된 중갑옷이 슬라임의 움직임에 땅에서 튀어나왔고, 다른 장비에 길쭉한 푸른 슬라임이 들러붙어서 다시 형체를 갖추었다.
쿵!
하늘 높이 솟구쳐오른 영혼 병사가 뒤늦게 땅에 추락했다. 완전히 박살이 났지만, 영혼관은 멀쩡했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들은 기어코 산맥을 넘었고, 산개하며 엘프 영토 곳곳에 숨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끝없는 숲 속에 고고하게 자리 잡은 도시들이 제국 영혼 병사의 눈에 새겨졌다.
동시에 하늘에서 끝없는 번개가 내려쳐져서 그들을 정확하게 타격하기 시작했다.
흩뜨려드린 폭풍 결집이 아니라, 집중시킨 폭풍 결집이 완벽하게 타겟팅된 영혼 제국 병사를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흙은 모래가 되고, 가루가 되어가다가 이내 원자 단위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 규모는 적었다. 수천명의 제국 영혼 병사가 사라질 뿐이었다. 흩뜨려뜨린 폭풍 결집이 수십만을 휩쓸은 것을 봤을 때, 적은 규모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큰 피해였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수십만 중 수천에 불과했다.
끝없는 행진이 시작되었다. 특히나 초기 영혼 병사와는 다르게 마법에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엘프는 손쉽게 광역 마법을 통해서 제국 영혼 병사를 처리할 수 없었다.
‘엘프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벌레 같은 인간을 처리하는 데 급급하겠지.’
잠자는데 천장에서 툭 떨어진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를 보듯이 반응할 것이다. 그 사이에 흑황제는 영혼 마탑에 더 많은 영혼을 모으고, 더 많은 마력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때는 온다.”
임계점을 높이는 순간, 이 세계는 완벽한 인간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전 차원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집어삼키며 전 차원계에 오직 홀로 존재하는 인간이 남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인간을 창조하고, 오직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만들겠다.’
상위 종족으로부터 감시받는 역사를 지닌 인간이 아닌,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불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나는 그들의 유일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