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674
강철의 전사 674편
“머리카락은 그대로 외형이 유지되지만, 그 힘은 증폭되는 〈응축 적발〉이다.”
중립신은 시작부터 강수를 두었다. 가장 첫 개시부터 높여놔야 경매가 후끈해지는 것처럼, 시작 책정 가격은 매우 중요했다. 쓸데 없는 걸 앞에 둬서 차근차근 값을 올려 적정 수준까지 올릴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그가 준비한 가짓수가 부족했다.
‘응축 적발.’
이름부터 그럴듯했다. 오우거를 잡았기에 내줄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환상을 통해 그 힘을 경험한 드낙은 근엄하고 진지하게 고개를 굳세게 끄덕였다.
‘못해도 3배는 강해진다.’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지금 지닌 적발의 3배에 달하는 방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상쇄 속도도 높여주고, 범위도 넓혀주는 등 모든 면에서의 성장이었다.
“몇 명분?”
중립신과 드낙은 서로 간의 업 거래에서 인간 1명의 평균 업을 단위로 사용하고 있었다.
“5만 명.”
“에바다.”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경박한 소리를 지껄였다. 실로 없어 보이고 가벼웠다. 그 말에 중립신이 이어서 제시를 이어나갔다. 그는 실로 폭군다운 태도를 보였다.
“7만 명.”
그 말에 드낙이 헛웃음 소리를 냈다.
“지금 뭔, 장사하나? 안 통해. 뭔 소설에서 보는 짓을 하고 있어.”
“9만 명.”
“안 사. 안 사.”
드낙이 손사래를 쳤고, 이내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불리한 건 드낙이었다. 그는 많은 능력이 필요했다. 중립신과 똑같은 위치에 서더라도 단 하나의 권능으로 인신들을 끌어안은 엘 마르토 카사다민 같은 역량이 없었다.
고로 드낙은 최대한 많은 능력을 보유해야만 했다. 그게 범인이 가지는 한계였다. 천재는 이미 가진 게 많거나, 하나만 가지고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범인은 일감을 회사 차원에서 잔뜩 몰아주고, 있는 능력 없는 능력을 배우고 부풀리고 이빨을 털어서라도 있어 보여야 했다.
“3만 명.”
“7만 명.”
부들부들! 부들부들!
드낙의 손이 초파리의 날갯짓처럼 떨렸다. 절로 욕이 나왔는데, 전과의 거래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은 업을 원하고 있어서였다. 하프 드워프의 우월 인자나 육체 내구력이 각각 3,500명, 2,800명분인 것을 생각하면 체감상 수십 배나 다름없었다. 그만큼의 업을 소비해서 〈응축 적발〉을 얻는 것은 호구 중의 상호구짓이었다.
“5만 명?”
“5만 명.”
중립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드낙이 냉큼 딴소리했다.
“3만 명 정말 안 돼?”
“7만 명.”
단호박 같은 모습은 드낙 같은 인간에게 실로 효과적이었다. 드낙이 현실에서 도망치며 다른 것에 관해서 물었다. 언제나 도망치는 모습은 모든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지닌 업의 양을 내가 확인할 수 없나?”
“있다.”
“너도 지금 그렇게 보고 있어?”
중립신은 고개를 저었다.
“난 다른 방법으로 보고 있다. 뛰어난 재능과 높은 격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얻은 성과다.”
범인인 드낙은 결코 도달할 수 없었다.
“〈업양안業量眼Karma quantity Eye〉이라는 것이다. 업을 정확한 수치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얼마?”
“30만.”
드낙이 욕을 지껄였다. 응축 적발의 6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얻어봤자 소용이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었다. 모르는 채로 사는게 나을 것 같았다.
“후우.”
결국 드낙이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항복했다.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드낙에게 응축 적발만큼 좋은 게 없었다.
그릇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적발의 능력이 3배가 되는 능력이 있다? 이건 못 먹어도 고를 때려야 할 정도의 편의성을 제공해줄 수 있었다.
사아아.
상당량의 업이 드낙의 몸으로부터 빠져나갔다.
“다른 건 뭐 없나?”
중립신은 당연히 묶음 판매를 노렸다.
“〈모발 성장〉이다. 응축 적발과 합쳐지면 그릇의 한계 때문에 50cm를 넘을 수 없지만, 1시간에 1cm씩 자라게 해주는 능력이지. 1분에 0.02cm 정도 자란다고 보면 된다.”
“좀 별론데. 없는 것보단 낫겠지.”
적발의 회복력을 높여줄 수 있었다. 이건 트롤의 피로도 못 고치는 것이었다. 머리카락이 어디까지 자라야 피해를 안 입는 것인지 정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업의 가격을 묻지도 않고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축 적발에 필요한 것이라고 철석같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비판적 수용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쇼핑할 때 원피스를 사면 구두도 그에 맞춰야 했고 그렇게 시작하는 게 묶음 판매였다.
“3만 명 분의 업이다. 적발이 지닌 초월의 힘 상쇄 능력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해야겠지. 연속적으로 전투를 해야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긴 하지.”
‘이왕 응축 적발을 사는 김에 이런 것도 챙겨서 아주 완전체를 만들어놔야겠지.’
드낙은 그대로 결제를 진행했다.
“다르게 또 준비한 건 없고?”
“〈열화된 오우거 뼈층(Lesser Ogre Bonelayer)〉이다. 악마의 피에도 잘 어울리고, 혈관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에 특히나 점수가 높은 능력이다.”
자기 입으로 점수가 높다고 말하는 모습은 정말 영악한 세일즈맨의 모습이었다. 환상을 통해서 능력을 확인한 드낙은 이것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반인반마의 모습이지만, 오우거처럼 덩치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얇은 뼈층을 획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싫다면 몸을 크게 만들면 되었다.
물론 드낙은 그러기는 싫었다. 나중에 악마 게페락스의 피가 지닌 변모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을 때가 되기 전까지는 무의미했다.
‘그때가 되면 어차피 악마피의 증폭 능력으로 커버가 가능할 거다.’
“얼마?”
“조금 비싸다. 5만이다.”
“아니, 무슨 또 5만이야? 사기 아니야? 이거?”
“내가 빚어내서 너에게 주는 것이다. 당연히 그 제작 효율에 따라서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자기 손해를 드낙에게 떠넘긴다는 것을 잘 포장해서 그에게 내어주었다. 꼬우면 생산자가 되라는 소리이기도 했다.
‘띵했다.’
드낙은 머리가 띵해옴을 느꼈다. 세상 이런 논리를 직접 당해보니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뼈층이 필요한가?’
있으면 좋았다. 드낙은 조금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중립신의 제안을 통해서 자신이 생각보다 업에 관해서는 대부호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 또한 중립신이 노린 것이라면?’
전략의 유연함. 아무렇게나 상황에 따라서 천변 하라고 하면 천변하고, 만변 하라고 하면 만변하는 그의 유연한 전략을 생각한다면, 핏빛쥐의 업을 드낙에게서 받아 챙기는 전략을 세웠을 수도 있었다.
‘아니. 진짜로 세웠을 거다.’
생각이 길어지는 듯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뼈층의 크기 때문에 열화 했지만, 〈오우거의 근섬유 조직〉은 너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교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우거의 근력을 내가?”
“체격에 비례한 만큼 커지는 게 근력이다. 네 체격이 작으니 그 정도는 안 되지만 다른 종족의 근력이 초월의 힘으로 스며들어있으니 무조건 이득이긴 하다.”
“그건 얼만데?”
중립신은 드낙의 판단을 가늠하며 미리 정해둔 가격의 2배를 입에 담았다.
“10만. 그 어떤 결점도 없는 완벽한 능력이다.”
가격을 듣자마자 드낙이 인상을 확 찡그렸다. 딱 보면 7, 8만 할 능력인데 그냥 올려서 후려치는 기분이었다.
“싫으면 안 해도 된다.”
“…오케이, 콜!”
열화된 오우거 뼈층 업 5만 분. 오우거의 근섬유 조직 업 10만 분이 드낙의 몸에서 중립신에게로 흘렀다.
“세파리아스의 찌꺼기를 통해서 너의 녹안(綠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너도 알 거다.”
녹안은 드낙에게 이성의 유지. 급발진해도 금방 냉정해지게 만들고, 마력을 운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 능력은 엘프와는 다소 다를 수 있었다. 완벽한 존재이며 완벽한 그릇을 지닌 엘프는 발전하지 않았기에 드낙과는 달랐다. 고로 녹안의 효용도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설마?”
드낙이 눈을 반짝였다. 자신의 눈은 거울로 봐도 녹색 빛깔이 날 뿐이고, 녹안이라고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불파겐의 방계〉라는게 거의 확실시 되고 있었다.
“녹안을 획득하고, 네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네 그릇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 효용은 무궁무진하다. 녹안은 제어하는 힘과 일맥상통하다. 오우거의 분노, 주체할 수 없는 본성을 억누르는데도 필수적이다.”
그 말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드낙은 알 수 있었다.
“오우거의 능력을 받아들인 만큼, 난 하프 오거나 다름없게 된다는 소리인가?”
“오우거의 본성을 네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드낙은 감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적발에서 흘러나오는 폭력적인 본성을 막아준 건 세팔이의 찌꺼기였구나.’
자신 또한 이제 정신력이 제법 튀어 올라왔지만, 그 정신력을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죽음보다 가치있는 것〉을 위해서 죽을 각오를 할 정도의 정신은 되었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오우거의 본성은 끝없이 자신을 짓밟을 것이고, 지치고 이내 점령될 터였다.
“아니 그럼 처음부터 말해줬어야지. 이거 완전 강매 아니냐?”
“녹안이 어째서 강매가 되는 건가? 무조건 필수적인 능력이다.”
“그건 얼만데?”
“50만.”
드낙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녹안으로 제대로 한 방 터트리겠다는 중립신의 계략에 놀아난 꼴이었다. 구매를 안 할 수도 없었다.
중립신의 말대로 녹안은 필수적인 능력이었다. 특히 아직도 개화하지 않았다는 게 드낙을 크게 압박했다. 이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적발과는 다르게 개화하지 않았단 것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공산이 컸다.
그때까지 버티지 못할지도 몰랐다.
‘내 정신이 붕괴하면 중립신이 이 육신을 취득하겠지.’
위험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이 세계의 종지부를 찍고 테라를 만들지도 몰랐다.
“지금 내 업으로 구매가 가능해?”
“물론.”
드낙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입술이 삐쭉 튀어나와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오늘이 맞나?”
적당한 이득을 취하고 오크의 대침공을 끝낸 〈속굽이 부락〉의 〈대전사(大戰士) 규르소모스(Guurshormos, 다리 힘줄)〉가 버팔로를 탄 채로 말했다. 그 입에 문 나뭇가지를 질겅거렸다. 양 갈래로 땋은 검은 머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몇 번을 말해야 기억할래? 오늘이라니까!”
몇몇 오크 전사가 성을 냈다. 자꾸 물어봤기 때문이다. 가기 싫은 걸 억지로 가게 만들어서 규르소모스가 투정을 부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목에 핏대를 세웠다.
“왜 화를 내고 그래? 엉?”
그걸 딱 잡아낸 규르소모스도 성을 냈다. 오크 전사들은 괜히 눈을 돌렸다. 무식한 황소 같은 몸을 지니고 뱀 같은 생각을 지녔다고 해서 그를 〈곰가죽 속의 하얀뱀(Bosoo Mogoi)〉라 부르는 타부족 사람들의 말마따나 그와 말싸움을 해봤자 좋아질게 없었다.
둥. 둥. 둥.
멀리서 북소리가 퍼져나갔다. 버팔로들의 귀가 팔랑팔랑 거렸다. 오크 전사 중에 척후를 자주 하는 자는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거렸다. 습관적으로 변수가 생겼을 때, 후각을 이용하는 게 본능적이었다.
실로 전사 중의 전사였다.
숲 사이사이로 붉은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색감은 매우 자극적이었고, 결코 숲에서는 사용해서는 안 되었다. 이는 그들이 지하 종족임을 의미했다.
깃발을 든 100마리의 고블린 전사들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400마리의 고블린 전사가 강철로 완전 무장을 한 채 자기 몸보다 조금 큰 방패를 들고 가고 있었다. 그 뒤로는 3천의 고블린들이 제법 덩치가 큰 두더지를 이용해서 수레를 끄는 걸 보호하고 있었다.
털가죽 보호 장구에 철로 된 장창을 들고 있었다.
“대전사는 처음 보잖아. 감상이 어때.”
“콥 고블린이 왜 한 마리도 없지?”
그 의문은 실로 정상적인 것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패배자의 낙인을 찍고 그들을 괴롭히며 우월감을 느끼며 조직을 두텁게 하는 게 고블린 사회의 중요한 문화였다. 나약한 그들이 조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었기에 매우 중요했다.
“그만큼 먹고살 만하다는 것이지. 신흥 지하 세력으로 유명하다. 다른 오크 부락과도 크게 관계를 맺고 있다더군.”
단출하게 보이지만 황금으로 된 왕관을 쓴 무리의 리더 고블린의 모습은 실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특히 듬성듬성하게 나 있는 고블린의 털을 싹 밀어서 미용한 것 때문에 더더욱 뭔가 있어 보였다.
〈교역장 트린 카흐비(Trinh Canhvinh)〉가 손을 들어 올리며 흔들었다. 오크 전사 몇몇이 화답해주었다.
“오늘은 제법 강한 전사가 온 것 같은데.”
트린 카흐비가 턱짓으로 규르소모스를 가리켰다.
“우리 부락의 대전사다.”
“오! 이거는 큰 경험이군.”
트린 카흐비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거래는 확실하게 했다. 고블린들은 식량을 내어주고, 오크들은 오크 나무를 내어줬다. 오크 나무는 거의 손질이 안 된 통짜 그대로였다.
알아서 가공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소리였다. 물론 운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잔가지를 친 것은 있었다.
“이게 뭔가?”
“이번에 인간들에게서 얻은 포도주다. 동부 인간의 수출품이기도 하지. 공짜로 오크통 5통을 내어주겠다. 한 번 맛이나 보고 감상을 들려줬으면 한다.”
“발이 넓군.”
“드낙 불파겐은 다른 종족에게도 관대하니까.”
그 말에 다른 오크들이 비웃음을 날렸다. 그들은 결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잣대를 얼마든지 바꾸는 게 인간이라는 하찮은 종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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