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675
강철의 전사 675편
〈속굽이 부락〉의 〈대전사(大戰士) 규르소모스(Guurshormos, 다리 힘줄)〉가 버팔로를 타고 동북부에 있는 오크 도시에 도착했다. 토치라이트 가문의 위쪽에 있는 곳이기도 했고, 주변 평야를 지키기 위한 요새이기도 했다.
지금은 나무로 만든 성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꾸준히 진흙을 바르고, 또 바르고 있기에 시간이 흐르면 토성처럼 변할 터였다.
오크들은 평야를 획득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들 자체가 농사를 짓는데 큰 흥미가 없기도 했다. 전사 계급이 가장 높은 계급인만큼 전투적인 활동을 하는 걸 자랑으로 여겼다.
거기에 끼지 못하는 오크라도 사냥꾼이 되었다.
고로, 농사꾼이 되는 오크는 없다시피 했다. 대신 그들은 평야를 목장으로 운영했다.
현대에서처럼 면적에 비해서 많은 개체 수를 키우지는 못했다. 사료 같은 게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면모와는 다르게 오크 도시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는 고블린들과의 교역 덕분이었다.
이곳에만 1만 7천 명 이상의 오크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만큼 〈잉여 식량〉은 지성종족의 개체 수를 엄청나게 높일 수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산맥에서 광물을 많이 가져왔어. 그걸 처리하느라고 난리지.”
오크들의 화폐는 광물로 거의 확정 지어져 있었다. 당연히 고블린과의 교역 때문이었다. 보통은 물물 교환이 주류였는데, 이제는 광물을 통해서 교환하고 있었다. 그것 또한 어찌 보면 물물교환이었지만, 덩치 큰 오크답게 조금 큰 동전을 들고 다니는 것과 비슷했다.
평야에서 나는 자원과 고블린 교역으로 얻은 식량이 산맥에서 들어온 광물과 교환되었다. 광물로 식량을 교환한 오크 무리는 다시 산맥으로 향할 것이다.
상업의 시작이었지만 제법 큰 규모였다.
이 또한 고블린 교역 탓이었다. 수준이 한 번에 확 올랐다.
오크들의 세력은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었다. 잉여 식량이 빠르게 곳곳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지시한 것은 바로 드낙이었다. 제국의 방파제로 오크들을 키우고, 교역을 통해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보다는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만들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들 자력으로 만든 잉여 식량이 아니므로 〈고블린 식량 교역〉이 중단되면 엄청난 대기근이 시작될 수 있었다.
식량 보급은 오크의 목에 부착한 족쇄의 기능도 하고 있었다.
평야를 농사보다는 가축을 키우는 데 쓰고 있어서 더더욱 고블린들의 식량 교역은 오크들에게 중요했다. 곡식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게 오크였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거래였다.
‘알아도 못 막지.’
규르소모스 또한 고블린과의 거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시너지를 거부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달달한 꿀통이었다.
‘우리와 싸우기보다는 우리와 교역을 통해서 국경선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블린이 내어준 동부 인간의 술통.
그것이 큰 증거였다.
‘적어도 동부의 인간왕이 죽기 전까지는 아래 인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다.’
전쟁이 끝났고, 오크는 제법 재미를 봤다. 이제 그것을 누릴 시간이었다.
“어이어이, 이번에 얻은 술통이 왜 거기에 있어!”
규르소모스가 무식하게 몸을 집어넣으며 오크들을 밀어냈다. 단번에 술통을 들어 올렸다.
“그거 이미 팔린 거야! 철을 얼마나 줬는데!”
“으하하하!”
단번에 뚜껑을 열고 고개를 처박았다. 오크 전사가 머리채를 잡아서 당겨도 규르소모스의 목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
드낙과 망치 가문의 진격 속도는 실로 벼락과 비견할 수 있었다. 3일에 한 번꼴로 지상 요새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빠르게 충원되는 드워프 전사들 또한 드낙과 드워프들의 열정을 불태우게 하였다.
7개의 지상 요새를 함락시켰을 때, 잠자고 있는 망치 가문의 전사들이 모두 깨어날 수 있었다.
드낙은 8천의 군세를 그렇게 완성했다.
쩌저저적!
오벨리스크가 균열이 가며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가루가 변하며 사라지고 게으른 마신장이 요새 밖에 그냥 버려놓은 드워프 무구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2천의 드워프 전사들이 무장한 중보병이 되었다.
물론 총이나 대포를 쏠 정도의 화약은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대장장이 계급이 있어야 했다. 하프 드워프들은 오랜 기간 하피를 지하 계곡에서 자리 잡게 만들었기에 화약 제조량이 많았지만, 드워프는 아니었다.
“와하하하!”
경장갑에서 그럴듯한 갑주를 입고, 드워프가 웃음소리를 냈다. 대장장이가 만든 중갑옷은 다양한 특수 능력이 스며들어있었기에 망치 가문의 드워프가 만든 갑옷보다 좋았다.
‘종족이 다르니, 노획물을 쓸 수가 없네.’
그중에서 드낙이 입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덩치와 부위별 신체 길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드낙은 이제야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단한 철〉. 새하얀 백발이 성성한 대장장이 드워프였다. 7개의 지상 요새를 함락하고 나서야 대장장이 계급의 드워프가 잠자고 있는 곳에 닿을 수 있었다.
“여기의 설비는 먼지만 묻었지 쓸 수 있다. 마신의 할버드를 녹여서 갑옷을 만들면 딱이겠는데.”
손을 비비는 드워프의 손에서 철가루가 쏟아져나왔다. 그가 만든 방어구는 그 어떤 것보다도 단단하며,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었다. 드워프의 장점을 더욱 살리는 능력이었다.
“곧 〈붉은 루비〉 또한 깨어날 겁니다.”
“좋지. 좋지.”
전사 계급을 깨울 때와는 다르게, 대장장이는 미리 선별된 드워프가 있었다. 〈날개 가문〉의 단단한 철은 내구력 강화와 충격 흡수 그리고 그 어떤 철보다 단단한 철을 생산할 수 있었고, 붉은 루비는 화염 능력을 부여하는 루비 보석을 생산했다.
그 외에도 5명의 대장장이 드워프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꿈 주술 마법진〉을 설치해야 했기에 며칠의 공백이 더 추가되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했다는 게 중요했다.
단단한 철의 손으로 갑옷이 탄생하기도 전에 안 좋은 소식이 드낙의 귀로 들려왔다.
50m에 달하는 거대한 성벽 위로 드낙이 올라섰다. 멀리 보이는 산의 중턱이 검은 것들로 득실거렸고, 붉은 점같은 것이 곳곳에 점을 찍듯이 보였다.
“마신의 군세.”
드낙이 중얼거렸다.
마수는 끝도 없이 많았고, 마신장의 숫자는 못해도 수백은 되어 보였다. 그것마저도 추측에 불과했다. 모두 세 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오우거를 백인베기에 성공했다지만 그중에 야생 오우거가 78마리였던 게 드낙이었다. 마신장은 고작 22마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마신장 수백이라니?
‘감당할 수 없다.’
패배감이 서렸다. 불안함이 마음에 쿡 눌러앉았다. 승패를 점칠 수 없었지만, 패색은 짙어 보였다. 그만큼 드워프 산맥의 전부를 지배하고, 지하로 내려간 마수의 역량은 이미 너무 커져 버렸다.
남부의 인간들을 상대하고, 휴가를 즐기는데 시간을 너무 써버린 탓이었다.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세리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반반. 마수는 드워프를 죽이기 힘들잖아. 결국 마신장과의 싸움이지.”
마수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소리였지만 드낙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날 안심시키게 만들려고 말하네.’
전투광인 세리안에게 있어서 저 마수들과 하는 전투는 실로 인생에 몇 없는 대규모 전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벌써 볼에 홍조가 조금 든 것이 확실해 보였다.
‘불파겐은 너무 주관적이다.’
그들에게 객관성을 요구하는 일은 육식동물이 고기를 안 먹는 것과 같았다. 죽는 것보다 더 엄청난 싸움을 겪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세리안이 일부러 독려할 정도면 패색이 짙긴 짙구나.’
드낙은 청개구리처럼 삼십육계 줄행랑을 생각했다.
‘살아야 다음이 있는 법이지.’
튀는 게 무조건 좋았다. 물론 그가 벌린 일이 있기에 그냥 바로 몸을 돌릴 수는 없었다. 바로 자기변호에 들어가기 위해서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드워프들을 중앙 연병장으로 모이게 해라.”
사태가 사태였다.
‘저런 대병력을 그냥 후방으로 보냈다.’
마신의 세력을 이끄는 리더는 실로 결단력이 엄청나고, 과감성이 대단했다. 맹장(猛將) 기질이 다분했다. 위험해도 도박수를 거침없이 놓는 놈들이 2명이나 드낙 주변에 있었기에 능히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위험에 처해도 일단 전쟁 구도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미 충분히 이득을 봤다! 이제는 우회하여 지하를 치는 것이 옳다!”
드낙은 저 정도의 병력이 다시 산맥의 위로 올라온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드워프 제국은 한숨 돌렸을 것이 분명했다.
“적들이 대군을 이끌고, 마신장 수백과 함께 후방에 왔으니, 자연히 전방에서 이를 감당하고 있는 드워프 제국은 숨을 돌렸을 테니, 우리 전략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다!”
그가 목청을 크게 열며 모여있는 드워프들에게 말했다. 모두 도망줄을 놓기 위해서 미리 약을 쳤다. 드워프들은 드낙의 말에 물었다.
“지하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전면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원래 계획과 다르잖나.”
“저렇게 많은 병력이 후방에 왔으니, 제국은 잠깐은 안전할 것이다. 우린 우리의 병력을 키워서 놈들이 물러나면 다시 지상의 마신장 생산 시설을 부수면 된다.”
드낙이 그렇게 말했지만, 분위기가 썰렁했다.
엄한 망치가 손을 들며 드낙이 있는 단상 위로 올라왔다.
“시체언덕의 뜨낙! 그대의 무용이 대단한 것은 나도 안다. 그대는 지금까지 제국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고,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들어서고, 항상 우리보다 먼저 피를 손에 묻혔다. 이는 우리 드워프에게 내려온 몇 없는 행운과도 같다.”
“……”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다. 우리가 너의 전략에 손을 얹고, 함께하기로 결의한 것은 제국을 위한 길이었기에 한 것이다. 모두 여기 있는 인간 기사가 보여준 꿈을 꾸었을 터다!”
분위기가 빠르게 달아올랐다. 드낙의 발언이 순식간에 장작이 되었고, 엄한 망치의 말은 불똥이 되었다. 드낙이 펄쩍 뛰며 외치며 이를 제지했다.
“기다려라! 진정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우리 또한 3만 군세로 만전을 기하여 후방을 제대로 지배해야 할 것이다!”
“앞의 말과 다르지 않나!”
“전쟁은! 항상 변하는 법이다! 전투 전에 만들었던 전술은 5분을 지속하기가 힘들 때도 많다! 그렇기에 지금 또한 변해야 한다!”
드낙이 툭툭 말을 끊으면서 강조했다.
“이미 상대가 대군을 끌고 왔으니, 우리의 애초 목표는 달성했다. 몇 번을 말하는가!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 강하게 싸우는 전략가는 없다. 상대가 싸우고 싶어 해서 안달이 났는데 왜 거기에 어울려주려고 하는 것인가? 이는 가장 하급의 전략이다!”
제법 그럴싸한 말이었다.
적이 작정하고 왔으니, 피하는 게 옳은 말이었다. 무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망치 가문원들은 그 말에 설득당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날개 가문의 일원인 단단한 철은 아니었다.
“〈날개와 방패〉 지상 요새는 대장간이 있고, 용광로도 크다. 이곳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여기를 포기한다면, 대규모로 무기와 갑옷을 만드는 것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날개 가문과 방패 가문은 계급이 달랐음에도 서로 왕래가 잦았다. 그 덕에 대장간과 용광로가 컸다. 대장장이가 지상 요새에 거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함락시킨 7번째 지상 요새는 다른 지상 요새와 확연히 달랐다.
중요 요충지나 다름없었고, 희망의 탈출구와 같았다.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상대는 싸움을 전제에 두고 몰려왔다.”
“피한다면 이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 단단한 철이 만드는 장비는 많은 드워프에게 쥐어지지 못한다.”
드낙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드워프들은 동족의 말에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를 풍겼다. 결국 종족적 차이가 판을 갈랐다.
‘8천의 전사 드워프가 이 전투에서 무너진다면…’
드낙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마수와 마신장도 많이 죽겠지만, 결국 역량이 비대한 마신의 승리였다.
“수성전을 한다면, 원거리 수단을 3일 이내에 얼마나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겠나?”
눈치 좋은 드낙은 끝까지 가지 않았다. 스스로 굽혀서 대장장이들과의 관계를 조금 더 살피기로 했다.
“그 정도는 전사들도 할 수 있다.”
“파죽지세처럼 무너질 것이다. 성벽에서 던질 것보다는 성 내부에서 쓸 함정들과 투사체를 준비해라.”
드낙이 그렇게 말하자 드워프들이 서둘러 삼삼오오 짝지어서 흩어졌다. 세리안이 다가왔다.
“웬일이야? 그렇게 빨리 접고. 내가 알던 사람이랑은 다른데?”
드낙이 피식거렸다. 세리안에게 굳이 대답해주지는 않았는데, 낯간지러웠기 때문이었다.
‘단순하다. 드워프들 또한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게 있다는 것이다.’
종족을 위해서 죽을 각오를 한 것뿐이었다.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런 마음을 먹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드낙 또한 이곳에 오고 나서 2년이 흐르고 나서야 깨달았다. 평화로운 현대에서는 결코 깨닫지 못했다.
둔하기 짝이 없는 육신을 가졌지만, 그래도 상위 종족은 상위 종족이었다.
하나하나가 실로 용맹했다. 하지만 그런 감상 끝에 드낙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죽을지도 모른다.’
드낙의 전술 능력은 그렇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세리안의 전술이 입감되겠지만 드워프들은 그 전술을 100%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마지막에는 결국 난전으로 치닫겠지.’
전술을 짜는 건 전술가지만, 그것을 이행하는 것은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이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전술도 종이가 될 뿐이었다.
“전술을 짜줘. 최대한 드워프들도 이해할 수 있는 거로.”
“넌?”
드낙은 세리안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따로 준비를 좀 하려고.”
드낙이 파리처럼 손을 비비며 걸음을 옮겼다. 실로 교활해 보였지만 아군입장에서는 절로 미소가 번지는 모습이었다.
‘내 육체의 힘을 최대한으로 쓸 수 있는 방법.’
동시에 마신장을 쉽게 처리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드낙은 자신의 앞에서 달려드는 수십의 마신장을 떠올렸다. 그 거대한 거체에 둘러싸인 그 눈에는 하늘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실로 신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리고 해답은 그곳에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간식을 먹기 위해서 갔었던 교회에서 들었던 재미난 신화 이야기. 그게 드낙의 해법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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