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730
강철의 전사 730편
“음…”
케이샤 킹슬레이가 새로운 화장품을 털을 다 민 고양이에게 발라주며 촉감을 확인했다. 바로 사람에게 쓸 수 없기에 작업장에서는 쥐들에게 시험하고, 그다음에 고양이에게 실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시중이 메이드 3명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아가씨. 빌라이언 부인이 찾아왔습니다.”
“집밖에 놔두지는 않으셨겠죠?”
빌라이언 가문은 킹슬레이와 인접한 가문이었기에 대우를 해줘야 하는 가문이었다.
“예. 천천히 정원으로 가도록 해놨습니다.”
“좋아요. 티타임을 가질 테니, 준비를 해주세요.”
케이샤가 자신의 방을 나섰다. 가을이 다가오며 날씨는 보통 차가웠지만, 오늘만큼은 바람도 적게 불고, 화창했다.
‘때에 맞춰서 잘 왔네.’
햇빛을 받으며 케이샤가 정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준비가 갖추어져 있었고, 손님이 이미 앉아있었다. 임신한 지 이제 3개월이 된 에이벨 빌라이언이 일어서려고 하자 케이샤가 그녀를 만류했다.
“홑몸도 아닌데, 어디서 예를 갖추려고 하세요? 절 나쁜 여자로 만들지 마시길.”
“결코,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한 게 아닙니다.”
에이벨이 크게 당황했다. 얼마나 케이샤가 그녀에게 중요한 인물인지 보여주는 반응이었다.
둘은 근황을 나누었다. 서로에게 공통된 화제는 바로 〈불파겐 혈통〉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마다 받은 혈통의 깊이가 모두 차이가 나서 걱정이에요. 저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그런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한테 안 좋을 뿐이에요. 마음을 다스려야죠.”
“후우…그래도 한숨만 쉬어지네요.”
아이가 지닌 혈통의 차이를 외척들은 자신들의 혈통 탓을 하고 있었다. 드낙은 흠잡을 수 없는 자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지닌 차이를 외척 탓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그 덕에 임산부의 한숨은 나날로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케이샤는 그런 그녀를 안심시켰다.
잔잔하고, 푸근푸근한 시간 다음에는 남을 험담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세리안 부인께서는 집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뭘 그렇게까지 하는지, 전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세리안은 업무를 쉬고, 임신했다는 걸 인지하자마자 방콕에 들어갔다. 그건 엄청난 결단이었는데, 집에만 박혀있으면 정신병에 걸리고, 우을증에 시달리는 게 여자라는 동물이었다.
어떻게든 밖에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하며 끔찍하고 불안하고 무서우면서도 깊은 책임감을 느끼는 임신 과정을 버텨야했다.
그녀는 정반대로 틀어박혀 버렸다.
본인의 안전과 아기를 위해서였다. 대저택에서 높은 담 안쪽에서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병행하고 있어도 수다 떨 사람이 없다는 게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이건 그들만의 생각이었다.
“오히려 그게 아기에게 안 좋을 텐데, 똑같은 곳에서 쳇바퀴 돌 듯이 산책만 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걱정하는 척하면서 세리안이 병신년이라는 걸 돌려 까며 그들은 신나게 세리안의 행동거지를 콕콕 찍어대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이니, 동부왕께서도 세리안 부인이 하고 싶은 걸 다 들어주고 계시잖아요.”
“맞아요. 여우 같은 짓이죠.”
문제는, 드낙이 세파리아스에게 입은 은혜와 서로 티격태격하며 쌓은 미운 정 때문에 세리안을 자주 방문해서 필요한 걸 들어준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질투를 유발했지만, 세리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덤벼볼 테면 덤벼라!’라고 전사의 외침을 쓰는 꼴이었다.
케야사는 차를 들어 올리며 한 모금 마셨다.
‘얼마나 좋은 혈통의 아이가 나올지…’
불파겐과 불파겐의 결합이었다.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생겼다. 내년 1월이 출산 예정일이었고, 그때 낳는다면 다섯째가 될 것이다. 거기에 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말해도 입맛이 쓴 건 지울 수 없었다.
드낙은 가을이 끝나갈 때, 오리앤 토치라이트(Orianne Torchlight)와 결혼식을 올렸다. 토치라이트를 진작에 외척으로 영입했지만, 결혼식은 지금에서야 올리게 되었다.
토치라이트 가문이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느라, 늦어졌기 때문이다.
오크 대침공 때문에 평야를 한쪽을 빼앗기면서 가문 내에 알력다툼이 본격화되어 가문의 결속이 무너졌으며 그 이후에는 드낙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또 거대 시장이 들어서게 된 그들이었다.
이제야 겨우 내부 결속이 다져지고, 신부 될 자를 드낙에게 보낼 수 있었다.
그녀를 맞이하며 드낙은 비로소 토치라이트 가문과 현실적인 외척 관계가 될 수 있었다. 오렌지 눈동자에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오리앤 토치라이트는 건강미가 확 살아있는 여자였다.
*
휘오오오오!
혹한의 바람이 불어왔다.
거친 바람이 창문을 거세게 흔드는 소리에 시녀의 눈이 잠깐 창문에 머물렀다. 밖은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았고, 가까이 살짝 스쳐 가는 눈만이 보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눈이 녹으면서 생긴 습기 때문에 눅눅한 공기가 시녀의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1월이 되었고, 세리안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드낙은 부재인 상태였다. 물론, 있어도 들어가지 못했을 터였다.
“흐으윽!”
신음 소리 속에서 용맹하고 거침없는 힘이 느껴졌다. 출산은 결코 오랫동안 가지 않았다. 단련된 몸만큼 쉽게 출산할 수 있었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기는 0살이었음에도 붉은 머리카락이 자신의 발끝까지 이미 자라있는 상태였다. 적발이 온몸에 뒤엉켜있었고, 잔뜩 젖어있었다. 칭칭 감긴 머리카락을 서둘러 시녀들이 풀었다.
탁, 탁탁탁! 헤윽.
등을 때리자 숨소리가 살짝 들려오고, 양수가 입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시녀가 아기를 들어 올리며, 입을 바라보았다. 입이 조금 열린 채로 아기가 숨결을 내뱉었다.
“햐아아아…”
아기가 낼 수 없는 섬뜩한 숨소리가 주변으로 퍼졌다. 아주 작은 숨결이었음에도 기괴하게 밖에 있는 시녀들조차 들을 수 있었다. 듣자마자 척추가 섬뜩해지고,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마치, 안갯속에서 들려오는 악마의 숨결을 바로 옆에서 들은 것 같은 경험이었다.
“헉.”
그 소리에 시녀가 아기를 그만 놓쳐버리고 말았지만, 어느새 세리안이 상체를 일으켜서 손으로 아기의 배를 받치며 잡았다.
“죄, 죄송합니다!”
떨어뜨린 시녀가 바짝 엎드렸다. 하지만 세리안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끌고 가라.”
“예.”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공포가 깃든 외침이 퍼져나갔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다. 아기를 떨어뜨려 놓고 살려고 한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세리안은 손가락을 뒷머리에 넣어서 머리카락만 따로 떼어내고, 시중을 드는 이들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
“헤윽.”
아기는 추위도 전혀 느끼지 않고, 딸국질을 했는데 그때마다 검은 기류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걸 힐끔 본 시녀가 벌벌벌,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세리안은 직접 아기의 몸을 닦아주면서 아래를 확인했다. 여아였다.
새수건으로 몸을 둘렀다. 그리고 말려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드낙과는 다르고, 세리안처럼 착 가라앉고, 부드러운 붉은 머리카락이 만져졌다.
아기의 눈동자는 짙은 녹색이었고, 붉은기가 살짝 감돌고 있었다.
“제대로 타고났구나.”
세리안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곧, 소문이 퍼졌다.
“악마의 피가 불파겐에게 스며들었다던데.”
“정말?”
“아기 숨소리 있잖아. 처음에 나는 거. 그걸 밖에서 들은 이가 있대. 경비를 서다가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난리가 났대.”
“내가 들은 바로는 무슨 역한 것을 토했다고 하던데.”
소문은 부풀어졌지만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드낙이 반마의 힘으로 강대한 마신장을 토벌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한 악은 용인될 수 있었다. 그 그림자 덕분에 악이 깃든 아기도 이야기만 될 뿐,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자가 없었다.
드낙은 악마의 피를 1/4를 지니고 태어난 딸의 탄생을 축복해주었다.
“네 이름은 다이앤타 불파겐(Diantha Bulpagen)이다.”
“꺄후!”
다이앤타는 특히나 드낙을 보고 좋아했고, 드낙에게 안겨있는걸 즐겼다. 조금만 떨어져도 울기 바빴다. 드낙과 자신에게만 있는, 악마의 피 때문에 큰 동질감을 느끼고 있어서였다.
때아닌 애보기가 드낙에게 쿵하고 떨어졌다. 시녀들이 알아서 해도 기생충처럼 딱 달라붙어 있는 다이앤타 때문에 성욕을 풀러 다닐 수도 없었고, 대형 썰매장에 놀러갈 수도 없었다.
주먹 쥐면 부서질 것 같은 아기를 껴안고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닐 수가 없었다. 자신이 불안해서 추진할 수 없었다.
그 여파는 자연스럽게 내정으로 향했다. 밖에서 놀지 못하니 안에서 놀기 시작한 것이다. 권력자의 정치질만큼 재미난게 없었다.
“예? 지하 농장이요?”
“그래. 이번 겨울에 내가 왜 밖에 나갔겠어? 식량 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 않나. 그 덕에 군대를 이끌고 대산 너머에서 야수들과 몬스터들을 잔뜩 잡아야 했지. 내 딸이 출산하는 날에도 찾아가지 못했어! 이게 말이 되냐고.”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지하 농장이라뇨.”
“맞습니다. 너무 큰 자원이 필요합니다. 인공 태양만 해도 마력이 소모됩니다.”
이미 농업사회에 농업에 이로운 마력봉이 꽂히고 이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지하 농장까지 설립한다면,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드낙은 태평했다.
‘비닐하우스가 없으니, 지하 농장이라도 있어야지.’
인류를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었다. 겨울에도 식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조금이라도 생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말들 참 많다. 겨울에 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가? 작물 중에서 분명, 햇빛이 적어도 잘 성장하는 게 있을 터다. 그걸 찾을 생각을 해야지. 무조건 반대하면 되나?”
“죄송합니다.”
“또! 굴을 깊게 파면 그만큼 마력을 적게 써도 능히 온도가 유지 되지 않겠는가.”
“예. 그러하옵니다.”
“들어라. 하나만 파면 결국 막히기 마련이다. 모든 분야를 차근차근 성장시켜서 모든 걸 끌어올려야 한다. 결코 그냥 쉽게 넘어가지 마라.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으면 무조건 자본을 투입해라.”
“예.”
중앙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똑같이 대답했다. 또 하나의 큰 짐이 겨울에 쌓이는 눈덩이처럼 내려와서 그들을 짓눌렀다.
“오구오구, 내딸! 오줌을 그냥 싸버렸어? 여기에? 어이구, 우리딸 장하다아아!”
드낙이 해탈하며 서둘러 일어났다. 껴안고 있던 다이앤타가 그대로 싸버렸기 때문이다. 얼마나 싸대었는지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고, 놀라지도 않았다.
*
〈제국 동부 전선〉
1년이 지나고, 새해가 떠올랐지만, 여전히 추위는 강렬했다. 보통이라면 겨울에는 싸우지 않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국의 공세는 이어지고 있었다. 영혼 병사들과 기사들은 식량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엘프들은 제국을 못 밀어내고 있었다. 총력전을 거부하는 엘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이 든 엘프들로 제국이 제풀에 지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상 유지가 엘프 고위 사회에 자리잡혀 있었다. 특히 미친 듯이 높은 교전 비율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큰 오판이었지만, 오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제는 교전 비율이 가히 1만대로 올라섰다. 엘프 군대가 도착한 이후 그 어떤 엘프도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혼 제국은 달걀로 바위를 부수려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영혼 제국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또한 제국 동부에 새로운 〈영혼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웃버스트가 직접 건설을 제어했다.
제국 수도 근처에 지어진 영혼 마탑보다도 더 규모가 컸다. 또한 탑은 그저 엘프들의 마법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 시설에 지나지 않았고, 그 지하가 진짜였다.
‘대형 영혼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혼탑이 필요하다.’
영혼 마탑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불러들일 수 있는 영혼의 양은 공간에 비례할 수밖에 없었고, 뻗어 나가는 사이에도 영혼력은 소실되어 다시 영혼진지나 영혼 마탑으로 돌아왔다.
이미 병사와 기사를 만드는 작업장이 자리잡힌 영혼 마탑에서 영혼 건축물을 만들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고, 영혼이 더 멀리 운반되어야 했다. 그러기에는 이미 영혼 건축물이라는 게 비효율적이었다.
설계는 마쳤지만 영혼 마법과 영혼 아티팩트의 수준이 낮아서 생긴 일이었다. 결국 새로운 탑이 필요했다.
동부에 자리 잡은 탑은 오로지 영혼 대형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탑이었다.
통달의 대마법사 아웃버스트는 영혼으로 비틀린 왼쪽 몸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영혼 군대를 조작해서 탑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한편, 〈쪼개진 영혼 마법사(cleft Soul wizard)〉를 미리 만들어서 모아놓기 시작했다.
또한 설계도를 하루에 몇 번씩 다시 재검토를 하기도 했다.
〈폭풍 흑요석 방어이동탑〉.
오로지 엘프들의 〈폭풍 결집〉을 무효화하기 위한 공성탑이었다. 공성탑의 외부는 강철로 이루어져 있고, 그 강철에는 엘프들의 마법을 막아내거나 요격하는 마법이 담기게 될 것이다.
또 공성탑의 내부에는 그 마법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게 될 쪼개진 영혼 마법사들이 아래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폭풍 흑요석 방어이동탑의 상층부에는 흑요석을 뭉친 핵이 들어서고 이 핵이 엘프들의 폭풍 결집을 막을 것이다.
‘완벽하다. 이대로 엘프들이 전선 유지를 하며 제국이 제풀에 지친 것처럼 보이게 기만술을 넣으면 된다.’
서서히 숫자가 줄어들고, 공세를 퍼붓는 날수가 줄어든다면 엘프들은 더더욱 현상 유지를 하며, 원거리에서 제국 수도를 타격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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