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771
강철의 전사 771편
“으윽! 빌어먹을! 내가 이렇게 약하다니?”
드워프가 보기 드물게 분통을 터트렸다.
실로 혼자 보기 아까운 광경이기도 했다. 드워프는 둔감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가만히 두어도 기분 나빠하던 드워프는 쏙 들어가버리고 평소처럼 돌아가기 때문에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되는 드워프도 전무했다.
그런 드워프가 가슴을 탕탕 치고, 한 많은 여인처럼 몸을 가누지 못했다.
돌아버릴 것 같은 감각이 그를 엄습했다.
세파리아스는 처음 3합 내로 드워프 전사를 무너뜨렸지만, 이제는 2합이면 되었다. 드워프들이 세파리아스의 검술을 보고, 깨닫는 것보다 세파리아스가 드워프와의 전투를 통해서 얻는 게 더 빨랐다.
그는 최강의 인간이었고, 냉병기의 전신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건, 단 3일 만에 2천 명에 달하는 드워프가 모조리 격파당했기 때문이었다. 잠도 자지 않고, 눈앞의 인간은 1:1로 드워프에게서 승리를 따냈다. 그런데도 멀쩡해 보였다.
곧추세운 단 하나의 검은 부러질 줄 몰랐다.
모든 게 신성력 덕분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세파리아스는 굳이 신성력이 없어도 7일 밤낮을 자지 않고 싸울 수 있어서였다. 심장이 뛰지 않아도 정신력만으로 몸을 움직여 사람 한둘은 더 죽이는 게 가능한 나찰이 그였다.
그가 지닌 영혼과 정신은 견고한 강철이나 다름없었다. 육체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강고한 정신을 지닌 자였다.
본래라면 그는 데스나이트로서 새롭게 태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중립신에게 속박되어 썩은 해골에 이지를 상실한 채 방문자를 기다려야 했다.
“너희들은 이 언덕을 넘을 자격이 없다. 이로써 증명이 되었다. 돌아가라. 제국의 땅을 밟기에는 나약하다.”
힘으로 굴복한 드워프들은 몰려가서 세파리아스를 눕힐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로 치졸한 방법이라고 여겼고, 이곳에 있는 드워프들은 8할이 전사 가문이었고, 나머지 2할이 대장장이 가문 소속의 지원군이었다.
명예와 전사의 혼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만약 드낙이었다면 그냥 화살과 공성병기, 마법을 쏴서 깔끔하게 죽이라고 명했겠지만, 드워프들은 저 대단한 기사를 존경하는 마음마저 생겨나 있었다.
“언덕의 기사여! 그대 또한 현재 영혼 제국의 포악함과 부정함을 잘 알고 있을터다!”
“우리는 그들을 심판하러 가는 길이다. 부디, 길을 열어주지 않겠나?”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입을 열었다. 능숙한 연기였다. 물론 살면서 하지 않은 짓이었기에 목을 긁었다. 하지만 중립신의 명령을 그는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개인이 지닌 한계는 뚜렷했고, 육신을 회복시키는데 탁월한 신성력은 세파리아스 불파겐에게 가장 궁합이 잘 맞는 힘이었다.
“가만히 방관만 하던 드워프 제국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가?”
“우리는 이렇게까지 부정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간 몰랐다. 종족 자체로도 깊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에 세파리아스가 말했다. 이제 본심을 말해야 할 때였다.
“나 또한 해방군을 운용하고 있다. 나를 도와준다면, 그대들의 서부 군사활동을 지지해주겠다.”
드워프들은 조금 숙덕거리긴 했지만, 세파리아스의 세력을 도와주기로 했다. 너무 쉽게 결정한 듯했는데, 실로 드워프다웠다. 세파리아스는 드워프 2천 명을 이끌고, 〈시네 노미몬스(sine nomine mons) 분지〉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영혼 진지가 있었고 드워프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이들을 처리했다.
고작 1명의 영혼 기사와 100명의 영혼 병사가 지키는 영혼 진지를 부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또한 그런 전투를 수행하면서 드워프들은 용맹한 세파리아스에게 큰 호감을 지니게 되었다.
필연적이나 다름없었다.
인간이라는 필멸의 존재가 단 하나의 명검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드워프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기 충분했다. 마치, 최악, 최약의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과 같았다.
약자가 승리하는 광경은 드워프들에게도 생소하면서도 뭔가 뽕이 차오르는 기분을 선사해주었다.
누구보다 선두에 서고, 누구보다 많은 적을 상대하며 무공을 세우는 세파리아스는 영혼 진지를 11곳 털어버리면서 드워프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드워프 500명을 데리고 개발을 도와달라고 했고, 나머지 1,500명의 드워프 전사를 세 개의 군대로 나누어 게릴라를 시작했다. 그 또한 인간 군대를 하나 이끌었다.
총 4개의 소규모 군대가 서부를 빠르게 해방하기 시작했다.
목적은 단 하나.
영혼 제국의 서부에 대한 영향력 상실이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현재 영혼 제국은 엘프들의 총공세를 맞이하고 있어서였다.
‘본격적으로 서부 인간들을 규합시킨다.’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매우 공격적으로 세력을 확장시켜서 숨어 살거나 도망자 신세가 된 제국인들을 뭉치는게 더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이었다.
특히 드워프들을 이용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실로 다양하고 많았다.
세파리아스는 전처럼 약자를 포악하게 다루지 않았다.
약자는 편협한 벌레들이었고, 분수에 맞지 않는 걸 원하기도 하는 이기적인 자들이기도 했으며 또 그 나약함에 어울리지 않게 자존심도 높으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뱀 같은 놈들이었다. 힘 앞에서는 굴복하게 되어버리지만, 뭉치면 용감해지는 모순된 존재였다.
이처럼 그가 느꼈던 시민이라는 존재는 엉망진창의 존재였다.
신 앞에서도 고결했던 세파리아스는 이를 죽어서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드낙을 통해서 약자들의 생리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휘둘리는 억새풀과 같다.’
흐르는 대로 향하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른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고 아주 잘 자라기도 했다.
‘새로운 제국을 만들 것이다.’
강자가 약자를 표면적으로라도 지켜주는 존재. 어디서든 잘 자라는 억새풀이 더욱 잘 자라게 하는 바람을 불어주는 존재.
‘난 황제가 되리라.’
살아서 이루지 못하고 죽은 꿈을 다시 부활하여 이룰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세파리아스의 표정이 흉악해졌다. 그는 찔리고 베이고 가만히 있을 남자가 아니었다. 한 대 맞으면 상대를 죽여야 마음이 풀릴 정도의 대단히 높은 프라이드를 지닌 남자였다.
죽음에 이르고 나서야 생긴 하나의 과업을 그는 이행해나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살기는 전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끔찍할 수준의 정교함을 지닌 세파리아스는 결코 자신의 살기를 결코 세상 밖으로 내비치지 않았다.
자신의 복수 대상이 자신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음을 잘 알았다.
신살자(神殺者)는 될 수 없어도, 신해자(神害者)는 능히 될 수 있는 게 세파리아스였다.
이 불합리한 세상에서 그것만으로도 그는 대단한 무장이었다.
*
“으헤헤헹.”
드낙은 자주포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모습에 만족했고, 검은 뿔쥐들로부터 소식을 듣고 부활의 못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왕이 된 발바룽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드낙은 흡족해했다.
‘아주! 대군을 순산하게 생겼어.’
괴물의 모습에서 오는 혐오감은 더는 느끼지 않았다. 점점 드낙은 인간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헤드스 하이에나의 군대는 형편없다고 여길 수는 없었다. 어떤 자원을 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었다. 그리고 동부 왕국은 그럴 역량이 충분히 있었다.
‘단순 경기병으로 써도 좋고, 중기병으로 키우기도 쉽다.’
말을 키우지 않아도 이미 기병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간 기병을 키우는 것보다는 큰 효율성을 지니고 있었다.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중형급 덩치를 가지고 있는 하급 악마가 된 발바룽은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전투능력도 약하다는 점이 특히나 더 그러했다. 덩치는 컸지만 상하체의 육체 밸런스가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전투는 그런 형편없는 육체 밸런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형급에게도 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갈 수 없으니, 드낙이 가는 게 옳았다.
“검은 뿔쥐를 통해서 보고하면 될 것을…”
“중요한 일이니 이렇게 만나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진실이지만, 본목적은 달랐다. 그의 공으로 하고 싶어서가 분명했다.
‘검은 뿔쥐를 어떻게 믿고?’
자신의 이름만 쏙 빼고 보고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
“동부의 인간들에 대해서입니다.”
“동부의 인간들? 동부 왕국의 인간들 말이냐?”
“예. 정확히는 드낙 님께서 간섭한 인간들에 대해서입니다. 더 나아가서 동부 왕국의 인간들에 대해서 한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말해봐라.”
발바룽이 침착하게 충언을 시작했다. 그는 이것으로 자신의 첫 입지를 다지고 싶어했다. 드낙이 쉬이 놓친 것을 입에 담았다. 간단한 것이지만, 거기에 담긴 이득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드낙 님께서는 중립신에게서 동부 인간에 대해서 간섭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다.”
“하지만 확실하게 그에 대한 매듭을 짓지 않으셨습니다.”
“무엇에 대한 매듭 말이냐? 더 매듭지을 게 있었단 말이냐?”
“예. 바로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입니다.”
“업을 말하는 것이냐?”
“예. 중립신에게 동부 왕국의 인간들의 모든 것을 받으셨는데, 왜 거기에 대해서 확실하게 언급하지 않습니까? 분명 그는 죽은 인간의 업을 일정부분 받아가고 있을 겁니다.”
“음..!”
드낙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중립신이라면 정말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근본자체가 인신(人神)이었다. 죽은 인간에 대해서는 그 업을 충분히 드낙과 양분하여 먹을 수 있었다. 그런 힘이 있고, 권리가 있었다.
다만, 겁을 먹은 드낙은 쉽게 중립신과 대립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내키지 않은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발바룽은 거듭 조언했다.
“중립신이 양보한 것입니다. 제대로 받아먹지도 못한다면, 오히려 얕잡아 보일 수 있습니다. 대립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어엿한 한 명의 초월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중립신과의 대립이 아니라, 중립신이 양보한 것을 확실하게 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실로 그럴듯했다. 또 드낙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동부의 인간들에게 간섭한다면, 어찌 되었든 드낙 님께서 그들을 이끌고 나아가야 합니다. 더는 중립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련히 알아서 했겠지…”
드낙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 삭막하고 딱딱한 태도를 지닌 중립신이 알아서 배려해줄 리는 없어 보였다. 또 이미 드낙의 마음은 기울어져 버렸고, 발바룽은 더 말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주제를 알았다.
“좋다. 한번 말해보겠다. 동부의 인간에 대한 업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중립신 또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물론 드낙은 오로지 발바룽의 말만 듣고 일을 해결하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락테아 시오에게로 제법 상세하게 문제를 이야기했다.
“당연히 해줬을 거라고 생각하는 신께서의 생각이 전 이해가 안 됩니다. 특히나 업은 매우 모호한 자원 아닙니까?”
“으음…”
서민의 나쁜 습관이기도 했다. 애매모호한 것에 대해서 딱 잡아서 잣대를 들이대지 못했다. 항상 강자의 포지션에 있던 드낙의 연약한 모습은 락테아 시오에게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중립신이 많은 힘을 축적했나 보군. 더 노력해야겠다.’
이것은 업의 경쟁이고, 전쟁임을 락테아 시오는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드낙 또한 이를 매우 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지만, 드낙은 이미 중립신과의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외계로 향하고, 중립신은 테라를 완성한다.
서로 윈윈인 것이다.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무슨 일이지?”
매우 바쁘다는 투로 중립신이 말했다. 자신이 부활하고, 그리고 자신을 죽여서 행성에 녹여야 하는 것이 테라의 완성이었다. 그 사전 준비를 위해서 행성을 새롭게 구성해야만 했다.
“동부 인간에 대해서 완벽한 소유권을 얻고 싶어서…괜찮을까?”
중립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말하지 않았나. 동부의 인간은 그대의 것이다. 허나, 간섭한 자들은 모두 데려가야 할 것이다. 악마의 피가 뒤섞인 인간은 초월자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 인간들은 모두 그대의 것이다.”
중립신은 이러고 있는 시간도 아까운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영혼 제국에 세파리아스가 침투해있는 것으로 이미, 이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듯했다.
반면,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와 더 이상 갈등할 이유가 없었다.
중립신의 목적을 드낙이 무너뜨릴 일이 만무했고, 떠나겠다고하는 드낙의 등 뒤에 칼을 찌를 중립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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