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772
강철의 전사 772편
보급을 단단히 준비하고, 늦봄에 동부 왕국은 두 개의 진격로로 남부 왕국으로 향했다.
각 공격로는 모두 공평하게 3만으로 이루어진 군대였고, 그중에 1만은 보급병이었다. 실질적으로 전쟁에 가담하는 숫자는 2만이었으며, 서로의 공을 위해서 주거니 받거니 지휘권을 양도받으며 이동했다.
훈훈한 광경이었다.
몬스터 때문에 몇 세대 동안 쌓은 토성과 목책이 있는 작은 마을은 군대의 등장에 두려움을 떨어야 했다. 소문은 있었지만, 갑작스럽다고 느꼈다.
“젠장할…”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해!”
딸과 부인이 있는 남자들은 특히나 반응이 격렬했다. 전쟁은 모든 야만적인 행위가 허용되는 곳이었다.
10살 난 애를 겁탈하고 불태워 죽여도 그냥 그때는 그랬지,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인간의 사회로부터 억압받던 포악성과 잔혹성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었다. 법과 제도가 없고 혼란스러운 곳에서 인간은 원숭이들의 잔혹함과 똑 닮은 짓거리를 하는 또 다른 원숭이였다.
아닌 사람도 있다고 말하기에는 역사가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피난을 떠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여윳돈과 자원이 없어서 못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여기서 떠나면 부랑자나 소작농이 될 뿐이다.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결단력이 강한 자들도 아니었다.
일단의 경기병이 달려왔다. 그중에 하나는 백마였고, 마갑을 입었으며 기사가 타고 있었다. 마법처리가 된 전신갑주는 장력이 100kg이 넘는 활과 석궁으로도 잡을 수 없었기에 그 화려함은 독보적이었다.
“들어라! 〈마일스 마을〉의 시민들아! 동부 왕국이 이 마을을 해방시키려 왔다! 문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남부 왕국군으로 간주하겠다!”
그 말에 마을 사람들은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규합력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병들과 함께 온 짐말과 수레에 눈이 꽂혔다. 술통과 곡물 자루를 숨기지 않고 보여주고 있었다.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는 것도 있었지만, 명분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진짜 해방다운 해방을 보여주는 것이다.
크기만 크고 얄팍한 나무문이 열렸다. 기사와 경기병 그리고 짐말이 이끄는 짐수레가 안으로 들어섰다. 촌장이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맞이했다. 많이도 늙은 자였는데, 검버섯까지 피어올라 있었다.
장수하는 자였다.
“저희는 싸울 의지가 없습니다.”
기사와 경기병 셋으로 이루어진 방문에 촌장은 제법 안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동부왕국군은 그 어떤 해도 가하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경고를 하는 건 잊지 않았다.
“남부왕국군을 숨겨준다면 큰일이 날 것이다.”
“예. 어느 감히 저희들이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촌장은 매우 깍듯하게 받아들였다. 전쟁? 그런 것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결정을 할 수 있게 이 마을에 5명의 병사를 두겠다. 걱정마라, 그들은 마을의 것을 탐하지 않고, 만약 탐한다면 돌아갈 때 증거품과 함께 제시해라. 그리한다면 그 병사들 모두 동부 왕국으로 모조리 끌고 가서 평생 햇빛을 못 보고 광산에서만 일하게 할테니…알아들었느냐?”
“예!”
촌장이 기쁘게 대답했다. 실로 확실한 답변이었다. 드낙의 심성을 잘 알고 있는 동부 왕국이었다. 그들의 왕은 괴이하게도 약자에 대한 배려를 좋아했다. 마치 자신이 약자였던 것처럼 굴었다.
현실은 동부왕인데, 마음은 용병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는 훌륭한 성왕의 자질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었다. 시민을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시민을 위하는 왕이 될 수 없는 법이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자가 있는가?”
“없습니다…”
그 말에 기사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일반적인 일이었다. 동부가 오히려 이상했다. 한글이라는 글자의 보급으로 모든게 변하고 있었다.
“기억에 능한 자를 여럿 불러라.”
“예!”
촌장이 냉큼 몇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재촉했다. 모두 모여있었기에 금방 촌장집 안으로 들어갔다.
“베바란스 총관님과 게제라스 법관님의 말씀이시다. 각별히 새겨들어라.”
“예!”
기사가 세 가지에 대해서 말했다. 마을 자체적으로 동부 왕국의 편을 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세율은 3할이고, 단 한 번만 낸다. 시기는 추수가 끝나고 나서다. 세금 징수원은 그 전에 방문해서 내야 할 세금을 말해준다. 모든 것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마을에서 너무 부자라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삼…삼할!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촌장이 눈을 빛냈다. 군침이 흘렀다. 이 세금, 저 세금, 겨울 빼고는 몇 번이나 걷는 남부 왕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촌장직을 비롯해서 마을이 소유한 것을 빼앗지 않는다. 이를 어긴 동부 왕국의 관리, 병사, 기사가 있다면 차분히 기다려라. 알아서 처리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쟁에 대해서 보급을 지원해준다면, 이를 문서로 남겨서 전쟁 후에 대금을 지급해준다. 보급을 지원한 마을에 한해서 은화 5닢이 추가로 지원된다.”
공짜 은화 5닢은 마을 단위로 보면 적은 것 같았지만, 남부 왕국의 시민들은 정말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끝이다. 질문이 있는가?”
없을 수가 없었다.
“보급은 어떤 종류가 있습니까?”
촌장은 바로 돈냄새에 환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소마을은 순식간에 노선을 갈아탔다. 기득권층에게는 변절자로 보였지만 그들은 그저 전쟁을 겪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서 흔들리는 힘없는 잡초에 불과했다.
동부 왕국의 파도는 반달 성채(halfmoon castle)에서 멈췄다. 그곳은 강력한 전투 요새임과 동시에 아라온 플래티넘의 사생아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페 플래티넘(Astrafe platinum)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그는 황금 가면을 쓰고, 새하얀 망토와 백색 갑주에 황금 사자의 각인을 넣어 멋스러움으로 시민들의 인정을 받은 자였다. 다만, 한 번 악마에게 휩쓸린 땅에 자리를 폈기 때문에 가진 성이라고는 반달 성채 하나뿐이었다.
이마저도 보강작업과 복원 작업을 한 성채였다. 동부왕국과 가깝고, 수도와는 멀었기에 내실을 다지고, 기회를 보고 있던 그였지만 동부 왕국의 출정으로 완전히 똥이 된 케이스였다.
“올라가라! 올라가!”
지휘관이 거칠게 고함을 내질렀다. 병사들이 서둘러 올라갔다. 그 모습은 제법 능숙해 보였는데, 상당한 훈련도를 지닌 듯했다. 또한 마법사들도 많았다.
제국을 따라가고, 모방하며 발전했던 남부 왕국이었다. 초월의 힘 보유력은 상당했다.
전면전을 한다면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투 준비를 하는 반달 성채를 세리안 불파겐이 둘러보았다.
언덕을 따라서 지어진 반달 전투 요새는 그 이름처럼 반달형의 성채였다. 안쪽으로 굽은 곳은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되는 사지(死地)였는데, 사격을 모든 곳에서 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튀어나온 부분을 치기도 힘들다.’
언덕을 깎고, 그 위의 땅에 성벽을 쌓았다.
기존 기술로는 10m를 쌓는 게 고작이라면, 언덕의 땅이 있어서 15m가 되는 마법이 실현되었다. 거기에 초기 마도 사회를 그나마 이룩했기 때문에 성벽 곳곳에 마법 설치물들이 보였다.
달빛으로 빛나는 성벽의 돌들은 위협적이었다.
저런 전투 요새를 상대로 사다리를 걸치는 짓은 미친 짓이었다. 생명을 담보로 성을 함락시키는 건 그저 병사의 목숨을 소비품으로 보는 이들이나 할 짓이었다. 혹은 공성전에 대해서 무지한 자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세리안은 전자였다. 허나, 그녀는 결과론적 사고를 지니고 있었기에 병사를 투입해도 함락시키지 못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마력 보유량이 많아 보였는데, 곳곳에서 달빛이 새어 나오고 있어서였다.
충만하다는 뜻이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최대한으로 눌러 담았다는 뜻이다.
“놈들이 결사항전을 할 줄은 몰랐는데.”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값을 올리려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사절을 보내는 게 어떻습니까?”
“전투태세를 갖춘 이에게 무슨 사절.”
그녀가 인상을 썼다.
“또, 몸값을 올린다면 사절도 죽일 공산이 크다. 그럴 수야 없지.”
신세력과의 경쟁구도다. 사절이 죽었는데, 상대는 안 죽었다? 거론될 수 있었다. 진검승부이기 때문이다. 하자로 짚어낼 수 있는건 분명히 짚어낼 것이다.
논공행상(論功行賞)을 고려해서 싸워야 했다. 그리고 그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자잘한 것에서도 지고 싶지 않다.’
그녀의 자식을 위해서라도 이겨야 했다. 드낙이 어떤 상을 줄지 전혀 몰랐기도 했다. 천방지축으로 튀고, 남들에게 말했던 것도 번복하는 자가 드낙이었다. 사과 한 마디, 상을 주고 이 과를 넘기려는 적이 수두룩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자들이 많았다.
어쨌든 폭군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조금 모자란 왕이었다.
“기를 확 잡아야지. 어디서 몸값을 올리려고 그래? 벌써 소문도 다 들었을 것 아니냐.”
그들의 지위를 최대한 유지해준다는 것! 작은 마을에서부터 퍼뜨린 것을 듣고도 저렇게 전투에 나선다는 건, 실로 탐욕으로 가득 찬 행동이었다.
‘여기서 이를 들어주면 시간만 더 끌게 된다. 확실하게 처리를 해야지.’
말이 왕위 찬탈자, 플래티넘 왕가의 마지막 남은 핏줄이지. 지방을 지배하는 영주에 불과했다. 그런 것들을 상대로 왕국군이 저자세로 나가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세리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공성 무기를 준비시켜라. 놈들에게 동부 왕국의 힘을 보여줘라. 감히 제후라고 부르기에 아까운 놈들이 어디서 이빨을 드러내고, 짖는지 모르겠다.”
“예!”
기사가 대답하며 움직였다.
악마 준동 때문에 남부는 한번 초토화가 일어났고, 아직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권력 싸움이 일어났으니, 그들이 지닌 역량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세리안은 곧바로 전투 명령을 내렸다.
‘성 하나 무장시키는 게 고작이다. 무너뜨리면 이 지방에서의 전투는 더는 없을 거다.’
또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 좋은 본보기가 될 터였다.
그그겅, 그그겅!
드낙의 그냥 흘러 말하는 아이디어를 드워프들이 실현한 〈태엽 탱크체인〉이 부착된 공성 병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부 왕국이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마도 사회를 구축했다면, 동부 왕국 또한 가장 단기간에 마도 사회로 들어선 국가였다. 그들의 공성 병기는 당연히 마법이 부여되어있었고, 여타 다른 공성 병기와 다르게 탄환마저도 금속이었다.
또한 드워프의 기술을 모방해서 집어넣기도 했다.
드낙이 토해내는 온갖 헛소리들을 실현하기 위해 갈려 나갔던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들어간 발전 수준을 보여줄 때가 왔다. 또 그중에는 개발이 중단된 것들도 많았다.
마법사들과 관리들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게 동부왕일 정도로 이상한걸 명령하는게 드낙이었다.
종류도 다르고, 형태도 다른 공성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통일성을 지니거나 규격화된 것도 있었지만 정규군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광역 불꽃탄부터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지. 그 뒤에 소이탄을 발사하라.”
“예.”
적의 마법 방위 체계를 무너뜨리는데 탁월한 효과를 지닌 것이 광역 불꽃탄이었다. 그리고 인화성 물질을 담은 철구는 소이탄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둘 다 마법과 물질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효력은 똑같았다.
공성 병기의 종류는 10여종에 달했는데, 다연장 로켓포같은 놈도 있었고, 드워프 대포같은 것도 있었다. 원시적인 투석기도 존재했다. 세로나 가로로 포구가 3개인 것도 있었고, 증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 자잘한 파이프가 덕지덕지 발라진 놈도 있었다.
마법을 통해서 회전력이 돋보이는 원시적인 투석기가 역설적으로 가장 사거리가 컸다. 8m짜리 대형 투석기인만큼 많은 마법력을 지닐 수 있었다.
가장 사거리가 작은 건 스팀 대포였다. 덩치는 컸지만 스팀은 보조적이었고, 화약 대포나 다름없었다.
그런 다양한 공성 병기에 똑같은 철구가 올라갔다. 철임에도 불그스름했고, 용암이 내부에서 들끓는 것 같은 기류가 형성되어있었다. 락테아 시오의 엘프 마법으로 만들어진 〈광역 불꽃탄〉이었다.
만져도 철의 감촉이 느껴졌지만, 모습은 완전히 용암이 든 구체나 다름없었다.
투구덩!
펑!
회전력을 이용해서 발사하거나 화약을 통해서 발사됐다.
화아아악!
크게 하늘로 솟구쳐오르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방어 마법이 철구와 부딪쳤다. 단번에 용암이 크게 쏟아져나오며 방어마법과 상쇄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방대한 규모를 태우고, 녹이는 마법 용암은 진짜 용암처럼 초고열의 온도를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적 방어 마법을 타격할 수 있었다.
광범위한 방어 마법을 광범위하게 타격할 수 있었기에 매우 단시간에 힘의 상쇄를 끌어낼 수 있었고, 상대가 지닌 마력을 끔찍하게 많이 소모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엘프 마법이었기에 담긴 힘 또한 거대했다. 사람 상체만한 철구였지만, 거기에 담긴 마법은 크기에 비해서 대단히 많았다.
꽈자자작!
달빛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 3시간도 채 버티지 못했다. 그걸 확인하자 세리안이 명령했다.
“광역 불꽃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소이탄으로 교체하라.”
“예!”
대항자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줄 때가 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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