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787
강철의 전사 787편
코스 요리가 시작되고, 스프를 떠먹고 술을 곁들이며 앞으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대 목적은 엘프 계급 사회의 붕괴. 새로운 사회 혁명이다.”
엘프와 영혼 제국의 전쟁에 희생되는 건 젊은 엘프들 뿐이었다. 100만 엘프 군대에는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위원회는 총력전을 선포했지만 틀딱들은 절대로 나서지 않았다.
삶에 대한 애착과 권력에 마약처럼 길들어 있었다.
말만 번지르르한 총력전이었다.
“아까, 도시에 오기 전에 몇몇 곳만 불이 켜져 있었다. 도시의 핵이 빠져나갔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만큼 엘프 사회가 썩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드낙의 분노에 리산드로스가 크게 동의했다. 그의 나이 1889세. 엄청나게 늙었지만, 엘프 사회에서는 애새끼에 불과했다. 수많은 분노가 깃들어있었고, 사회에 대해서 말할 때마다 혓바닥에 증오가 들끓었다.
드낙 앞이라서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있었다. 물론 편향되기는 매한가지였다. 드낙이 정말 빡치는 표정을 지어서였다. 한국 또한 1살 차이로 수많은 갑질이 가능했으며 특히 드낙은 소위 ‘5월 빠른 생년’이라는 정신 나간 놈과도 만나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옥, 그 자체였다.
서로 형과 누나 대접을 받으려고 사람도 죽이는 악마들의 소굴이 대한민국이었다.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호칭 문제로 살인까지 일어나는 게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나이 문화였다.
“반드시 뿌리 뽑겠다. 이런 정신 나간 사회는 있어서는 안 된다.”
드낙이 호언장담하자 나머지 디아볼로스들이 매우 숭고한 표정을 지으며 술을 담은 잔을 들어 올렸다. 잔에는 바람 마법이 깃들어져 있어서 공기가 술 내부로 들어가서 맛을 더욱 농후하게 해주며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나며 종업원이 들어왔다.
“예기치 않은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위원 아이누르님의 사자인 애런입니다. 들여보내도 되겠습니까?”
드낙의 눈이 리산드로스에게로 향했다.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위원 아이누르는 괴팍한 엘프입니다. 자신이 어느 단체에 속한지 말하고 다니는 걸 싫어하면서 대접은 또 어찌하는지 칼같이 지켜보는 자입니다. 돌려보낸다면 큰 화를 낼 겁니다.]‘개또라이네.’
드낙은 순간적으로 닭살이 돋았다.
계급장 숨기고 다니는 사단장이나 다름없었다. 미.친.놈.이었다.
‘또라이들이 안 죽으니까, 계속 쌓이고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진다…’
실로 무서운 사회였다.
“들어오십시오.”
리산드로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종업원이 물러가고, 애런이 들어왔다. 또라이의 밑에 있지만 드낙의 눈에 보이는 엘프 애런은 말 그대로 ‘정예 엘프’의 모습이었다.
허리는 꼿꼿했고, 움직임에 군더더기 없으며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품위가 느껴졌다. 가벼운 백색 옷에 브로치를 여럿, 가슴팍에 달았고, 붉은 천이 어깨에 걸쳐져서 허리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황금색으로 드래곤이 장식된 붉은 천은 움직일 때마다 움직이는 착시를 보여주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귀걸이에는 청색의 작은 보석이 달린 은색 귀걸이를 하고 있었으며 이마 뒤로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넘겼다. 이마에는 서클렛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아주 얇았고, 보석 하나 없었다.
허리띠에는 백색 카드가 나열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죄송합니다. 식사 중에 방해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아이누르 위원님의 사자, 애런이라고 합니다. 합석해도 괜찮겠습니까?”
상석에 앉은 드낙을 보고 말하고 있었기에 드낙이 일어섰다. 팔을 뻗어 손으로 의자를 향하며 말했다.
“예. 앉으십시오. 누구라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진화학파의 드코라르바입니까?”
드낙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그들이 노출했던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곳곳에서 엘프들이 찾아왔다. 대부분이 유력자들의 심부름꾼이나 부하, 부관, 비서나 사자들이었다.
유일하게 본인이 오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었다.
“〈대공장장 엠마누엘(Emmanuel)〉이라고 합니다.”
으음…
허…
엘프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절로 보였다. 2999살의 엠마누엘은 벌꿀 도시에서 제법 유명했다. 단 1살 차이로 개처럼 일하는 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이름이 잘 알려진 자였다. 또한, 그 수완 또한 대단했다.
다른 도시에 있는 대공장보다 생산량이 1.5배는 더 많았다.
그만큼 대공장장 엠마누엘의 능력은 모든 엘프가 인정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가 1년 늦게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게 엘프들의 판단이었다.
바로 리산드로스의 생각이 전해져왔다.
[그는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나이에 비해서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모여놓고 보니 그 숫자는 31명에 달했다. 오지 않은 이들을 생각해도 엘프 도시의 거대함이 돋보였고, 그간 쌓인 힘을 지닌 이들이 많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엘프들이 보낸 100만도 젊은 엘프들을 총동원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드낙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 드낙은 식사를 대접했다. 추가 마력칩은 금방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들은 감사보다는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이를 지적한다면…어떻게 반응할지 눈을 감아도 알 수 있다.’
어디서 나이도 적은 게 자신의 뒤에 있는 분도 모르고 까부냐는 식으로 나올 게 분명했다. 드낙은 그들의 주인을 타락시키기 전까지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조곤조곤.
모두 서로가 모시는 이에 대해서 근황을 묻고 서로 칭찬하기 바빴다. 나이가 적은 엘프에게 있어서 나이가 많은 엘프를 모신다는 건 큰 이득이었다. 얻을 수 없는 지식을 손에 넣을 수 있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엘프가 자신을 쉽게 대하지 못하는 짜릿한 권력도 얻을 수 있었다.
“여전히 애런 님은 붉은 천을 좋아하십니다. 언제나 봐도 아름답습니다.”
“별말씀을, 그런 엠마누엘 님도 비취색이 참으로 잘 어울리십니다. 모두가 비취의 기사라고까지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과찬이십니다.”
서로 오구오구 해주기 바쁜 모습이었다.
‘으…’
드낙은 절로 진절머리가 났다. 뒷구멍을 핥아주는 건 드낙도 보통 솜씨가 아니지만 반마(半魔)에 오르고 나서는 극도로 혐오하게 되었다.
자신의 올챙이 시절을 모르는 듯이 행동하기 바빴다. 3년, 5년 전의 자신을 끊임없이 그리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아주 당연하게 그들을 혐오했다.
“그건 그렇고…드코라르바 님은 인간 사회에 억압되고 이제야 고향으로 돌아오셨는데, 어떻습니까?”
“너무 많이 바뀐 것 같아서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친목을 다지고, 서서히 드낙의 신상을 털기 시작했다. 작게는 기분부터 입에 담게 하고 점점 중요한 걸 묻기 시작했다.
“진화학파라는게 뭡니까?”
단계별 진행 끝에 핵심 질문을 애런이 입에 담았다. 모두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지긋이 드낙을 바라보았다.
[밝히는 게 좋을까?] [아뇨. 힌트만 주십시오. 어차피 그들 모두 확신을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말 그대로 진화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학문입니다. 어려운 학문이죠.”
“학문이라…이론이라는 겁니까? 아니면…실재하는 겁니까?”
“엘프가 어찌 진화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완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드낙의 말에 몇몇이 헛기침을 했다. 절반이 일어나서 사라졌다. 그들 모두 하찮은 엘프에게 휘둘렀다고 여기는 듯했다.
깡!
불쾌함에 일부러 나이프를 은근슬쩍 바닥에 떨어뜨려 소리를 내는 엘프도 있었다.
돌려서 음해하는 게 아주 지랄 맞았다.
“벌써 돌아가시는 겁니까?”
“예. 할 일이 있어서, 드코라르바님의 오랜만의 귀환이 부디 앞으로도 순풍을 만난 뗏목처럼 평안하시길.”
모두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사라졌다.
사이비 같은 엘프는 어느 곳에나 있는 법이었다. 이번에도 그렇다고 여겼다. 도박, 부랑자도 있는 판국에 엘프의 진화를 논하는 사이비가 없다는 건 이상했다. 반면 드낙이 준 힌트를 확신이라고 보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날 드낙은 말을 돌려서 말할 뿐, 결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고 뱅글뱅글 돌기만 했다.
식사가 끝나고 드코라르바는 끝까지 남은 이들에게 하나하나 인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아무것도 아닌 저에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절로 그들이 표정을 찡그렸다. 엠마누엘과 손을 잡은 드낙은 살짝 아주 미세한 양의 피를 접속해서 흡수하게 하였다. 그는 약간의 향상심과 쾌락을 겪었을 터였다.
드낙은 천연덕스럽게 마치 〈엠마누엘의 표정을 살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엠마누엘의 표정이 순간적이지만 무섭도록 차가워졌다.
“대공장장님이 직접 와주셔서 매우 황송합니다.”
“…아닙니다. 오랫동안 인간에게 억압된 동족과 식사라도 안 해주면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제가 뭐가 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저자세로 대답한 드낙이 그대로 일행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갔다. 엠마누엘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그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뭔가 있다.’
무엇보다 같은 엘프임에도 안력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엘프 부랑자의 말이기에 믿을 수 없었지만, 엠마누엘은 다른 엘프와는 달랐다.
손을 주억거렸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확실하게 느꼈다.
독방에서 굳건하게 닫혀 있는 문이 살짝 열리면서 보였던 빛을 마주한 기분을 그는 느꼈다. 밑으로 내려가서 인사를 나누고, 잠깐 로비에서 술을 시키며 한 병을 모두 비우고 난 다음에 엠마누엘은 그들이 모두 돌아갔음을 확인하고,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것도 파악하고 나서야 다시 위로 올라갔다.
종업원 몇 명과 마주쳤지만, 그들은 감히 대공장장 엠마누엘을 막지 못했다.
직원이 왕이지만 그는 대공장장이었다.
도시 최대 공장의 책임자였고, 엘프 제국을 지배하고 있는 위원들의 실무자였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얼음 감옥에 갇히거나 영혼 감옥에 갇힐 수 있었다. 의식은 산채로, 끝없는 세월에 묻힐 수 있었다.
본척만척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뭘 의도하는지는 이미 모르는 종업원이 없었다.
똑똑똑.
“누구십니까.”
“엠마누엘입니다. 드코라르바님과 독대를 하고 싶은데, 도와주시겠습니까? 최대한 무례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
엠마누엘은 곧바로 드낙을 찾아가지 않았다. 가장 멍청한 놈들이나 그런 짓을 한다. 그는 디아볼로스 중 하나를 찾아가서 매우 정중히 말했다.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복도에서 조금 기다려주실 수 있습니까?”
“음!”
절로 엠마누엘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말 그대로 방금의 발언으로 드낙의 밑에 있는 신분으로 들어갈지를 돌려서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위에 있다면 드낙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좋습니다.”
‘부디 오늘의 굴욕이 가취있기를…’
디아볼로스는 복도를 걸어서 드낙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고, 엠마누엘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곧 그가 나와서 다가왔다.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상대를 조금이라도 더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무례를 범한건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디아볼로스의 말에 엠마누엘은 그 질문이 드코라르바가 미리 말해둔 것임을 파악했다.
‘이렇게까지 하다니. 대체 뭐지?’
궁금증도 일어났다.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문고리를 잡은 엠마누엘은 순간 망설였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부질없이 쓰는 다른 엘프들과는 다르게 엠마누엘은 고된 수련을 했다. 그렇기에 직감적으로 이 문고리를 잡는 순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직감이 경종을 울렸다.
아쉬운 것은 본성보다 이성이 압도적으로 강한 게 엘프라는 종족이었다. 그 경종은 엠마누엘을 아주 조금 답답하게 만드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가 문고리를 열고, 소파에 앉아있는 드코라르바를 볼 수 있었다.
오싹-
알 수 없는 한기가 등골을 타고 흘렀다.
“뭘 그렇게 가만히 있습니까?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귀신이라면 베어 넘기면 그만이겠죠.”
“하하.”
드낙이 맥없이 웃었다. 엠마누엘이 소파에 곧바로 앉았다. 인사는 아까 했기 때문에 드낙이 손으로 소파를 권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뭘 숨기고 있습니까?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전 선택을 받은 겁니까? 아니면, 이미 통과한 겁니까?”
“질문이 많습니다.”
드낙의 여유로움에 엠마누엘이 그를 노려보았다.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진화학파는 이미 성공했습니다.”
“보여줄 수 있습니까?”
드낙이 단번에 그 손을 잡았다.
엠마누엘이라는 가라앉은 우물에 맹독이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송두리째 변했다.
벽이 깨어지고.
빛이 엠마누엘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새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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