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Warrior RAW novel - Chapter 891
판타지 월드
드낙이라는 반마(半魔)의 권속 악마가 된 타락 엘프와 디아볼로스들은 모두 감정이 많이 되살아난 상태였다. 그렇기에 전처럼 하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하나씩은 있었다.
“야! 네가 그렇게 잘났어?”
“뭐? 나만큼 잘하는 디아볼로스가 어딨다고!”
또 디아볼로스들은 서로 존대를 하기도 하지만 반말을 거침없이 하기도 했다. 평범한 엘프 사회와는 아주 달라진 게 타락 엘프와 디아볼로스가 사는 였다.
“그래 봤자 관리직 아냐!”
“네가 서류에 묻혀봤어! 관리직 숫자가 얼마나 적은데! 난 주 80시간을 일해야 해!”
“웃기고 있네! 그런 놈이 일주일에 매일 같이 온천욕을 즐기냐!”
“너야말로 주 50시간 철저히 지키면서 재미나게 살잖아!”
드낙은 법으로 노동하는 시간을 정했는데, 유일하게 그게 안 먹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엘프들의 사회였다. 그들은 가장 많은 곳에 투입되어있었고, 자연스럽게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불만 하나 가지지 않았다.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였다. 무료한 삶보다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노동이 재미난 법이다. 워커 홀릭에 미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미치는 사람들은 일 하는 게 재밌다.
주 50시간을 지키는 엘프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노동에 큰 재미를 못 느끼는 이들로 구성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 4년 내로 잡혔다. 3년 이내에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불안한 게 차원에서 차원으로의 항해였다.
“그리고! 관리직이 무슨 선박 파견이야? 미쳤어?”
“미쳤다! 미쳤다! 어쩔꺼야!”
“그래! 나도 미쳤다!”
서로 주먹다짐이 오고 가는 건 기본이다. 엘프의 성질과 악마와 드낙의 성질이 합성된 것이 디아볼로스와 타락 엘프들이었다. 자연스럽게 피가 튀었다.
그걸 지켜본 디아볼로스가 12문장의 주문을 읊어서 풀 캐스팅하여 치료 마법을 큰 범위로 시전했다. 그 속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그제야 싸움이 멈췄다. 씩씩거렸지만 숨이 찬 것뿐이었다.
18인의 벨룸 퓨에르(bellum puer) 중 가장 으뜸인 혹은 라 불리는 자가 허공에 푸른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며 외쳤다.
중앙 도시에 만들어진 대회의는 이제 모든 엘프들을 수용 가능할 정도로 만들어져있었다.
“들어라! 우리는 지금 큰 문제에 봉착해있다!”
엘프들의 간악한 뱀과도 같은 마음을 자극하는 에 대한 쟁점은 벌써 10일째 들끓고 있었다. 보통은 여론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자신이 나설 생각을 했지만 그걸 접을 수밖에 없었다.
외부에서 일하던 엘프들조차도 하나둘씩 점점 중앙 도시에 모여들고 있어서였다.
자신도 오션오크 자문단에 속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외부에서 산업활동을 해야 했고, 이것은 다른 엘프에 비해서 스트레스가 심한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다수로 꾸려서 작은 엘프 사회를 이룩하게 했지만,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일을 관두고 유입되면서 여론은 전혀 잠잠해지지 않았다. 되려 더욱 들끓어 올랐다.
경쟁자가 심해지면 경쟁률이 올라가고, 더 높은 스펙을 쌓아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시작된다. 상대적 경쟁의 끝은 누가 더 하자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결국 싸움은 하루를 마다하고 일어나고 있었다.
드낙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디아볼로스와 타락 엘프들의 사회는 자유로웠다.
오로지 전쟁을 대비해서 생산되었으며 영웅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18인의 벨룸 퓨에르(bellum puer)들은 500년을 세월의 감옥에 갇혀서 자신을 불러줄 ‘시대’를 기다렸다.
그 고통 때문에 그들은 자유로운 사회를 꿈꿨고, 드낙의 방향과도 일치하고 있었다.
그 폐해는 단 한 순간에 무너져서 해일이 되어서 쏟아져나왔다. 직접정치가 가능한 중앙 도시의 대회의가 정상적으로 발동하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현재 엘프들의 산업능률은 30%까지 급락한 상태였다. 일을 안 하므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심각한 사태였다. 그렇기에 칼리스투스는 드낙이 오기 전에 이 일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우!”
“칼리스투스! 너도 똑같은 놈이다!”
“제비 뽑기! 제비 뽑기!”
“사다리 타기! 사다리 타기!”
너도나도 나무로 된 판을 뽑아들어 칼리스투스에게 보여주고 외치고 있었다. 특히 운으로 결과를 내고 싶어하는 엘프들의 숫자가 많았다.
차원 전쟁을 준비하게 되면 직격타로 격무에 시달리게 될 평범한 엘프들은 도박처럼 오션 오크 선박 자문단에 속하고 싶어 했다.
드낙에게 결코 저항할 수 없는 두려움! 그것이 그들에게 있었다.
세상마저도 속이고, 파동으로 존재하며 이동하는 것을 보고도 드낙에게 저항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동시에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지 찰나의 순간에 도달하는 게 가능한 것이 드낙이었다.
언제든지 어디로 향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은 어디에도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이동속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공포가 있다면 동시에 따스함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이렇게 아우성칠 수 있었다. 단순히 공포 정치가 있었다면 여기에 모이지도 않았다.
“10일이 지났다! 이제 곧 반마반신이 와서 이것을 정리할 것이다! 그것을 원하는가!”
그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졌다. 드낙은 극과 극을 달리는 반신이다. 진짜 드낙 상태에 돌입했다고 해도 그걸 이용하고 악용하는 편이었다. 그런 음흉한 사냥꾼이 드낙이었다.
바보 같은 포지션도 어떻게 사용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맨날 욕먹어도 그런 사람이 사회와 조직에는 필요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조직생활을 하고 당당하게 은퇴하기 마련이다.
바보도 훌륭한 생존전략이 될 수 있었다.
칼리스투스는 드낙의 그런 결정방식을 거론하며 결과를 이제는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고민하기에는! 1명의 관리자와 30명의 기술자를 보낼 생각이다. 선박 시험을 쳐서! 합당한 자들만이 내려갈 것이고 시험문제는 주관식으로 낼 생각이다.”
“말도 안 된다! 난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어차피 아티팩트의 보조로 선박 조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건 폭력이다!”
“능력주의 사회의 폐해를 여기에 왜 가지고 오느냐! 이제는 아티팩트 지식의 시대다!”
너도나도 반항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른하늘에 천둥이 울려 퍼졌다.
리고 표절 등장벼락이 떨어지며 드낙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놈들! 대체 뭘 하길래 전종족이 나한테 엘프가 일을 안 한다고 하는 거냐!”
그 말에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대단히 화가 난 드낙의 감정이 절절하게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어지간히 알아서 하겠지 하고 내가 7일이나 기회를 줬거늘!”
일을 그만두기 시작한 건 10일이었지만 다른 종족들은 3일을 지켜보다가 이내 드낙에게 보고했고, 드낙은 그때부터 7일을 기다렸다. 그건 조금 위안이 될만했다. 일주일과 일주일 넘게는 큰 체감을 보여서였다.
“그게 오션 오크 선박 자문단 때문에…”
칼리스투스가 나서서 말했다. 이에 드낙이 순식간에 홀연히 사라지더니 칼리스투스의 옆에 섰다. 그건 보고도 괴이한 현상이었다.
‘내가, 내 몸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세상을 속이고, 관측을 피하여 이동한다는 것은 칼리스투스의 인식을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고로 그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지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불가해(不可解)한 현상에 대한 두려움이 전신을 떨게 했다.
즉, 드낙의 이동과 등장은 전혀 이상하지 않게 몸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지성을 지닌 이성은 이에 대한 이해를 요구했지만 이해하지 못해서 두려움을 느꼈다.
세상이 드낙을 관측하며 받아들였듯이, 칼리스투스 또한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의문은 있었지만, 해답은 없는 상황이다.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냐?”
그렇게 말하며 드낙이 호통을 쳤다.
“너희에게 자유를 준 것은 나이기 때문에 별말 하지 않겠지만, 책임만큼은 이행하도록 해라. 너희들은 그래도 주 50시간으로 일하고 있고, 야근까지 치면 일주일에 3일은 능히 놀 수 있지 않느냐! 그게 얼마나 큰 축복임을 모르는 것이냐?”
드낙은 그렇게 말한 뒤에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역시 이럴 때는 추첨이지.”
“예?”
“모두 자신의 이름을 종이에 써라! 반드시 규격화된 종이여야 한다. 내가 직접 추첨해서 갈 사람을 정하겠다.”
그렇게 말하면서 동시에 드낙이 검지를 들어 올렸다.
“단! 추첨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쓴 사람은 차원 전쟁 준비의 가장 앞에 서서 노력해줘야겠다.”
웅성웅성!
단번에 번잡스러워졌다.
즉, 추첨에 응한다면 차원전쟁의 첨병이 되어서 산업역군으로 다른 때보다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추첨에 응해야지 오션오크 선박 자문단에 속할 수 있었다.
강력한 딜레마였다.
많은 엘프가 추첨서에 응시하면, 그만큼 확률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안 하면 꼼짝없이 예전처럼 돌아가야 했다.
드낙이 사냥꾼의 눈을 했다. 치밀한 뱀과도 같은 눈이었다.
‘차원전쟁 준비부서를 이참에 만든다.’
소름 끼치는 한 수였다. 중립신의 재림을 보는 것 같았다.
*
라는 이름으로 시범식이 신제국의 수도에서 열렸다. 자치왕국 또한 똑같은 날에 시범식이 개최했다.
전쟁의 비는 다름이 아니라 피규어 병정놀이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그럴듯하고, 있어 보이며 간지가 철철나는 이름을 원했던 드낙 때문에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된 상태였다.
피규어들의 싸움이 비처럼 내린다고 해서 전쟁의 비라고 이름 지은 것. 전쟁과 비…
갬.수.성 하나만큼은 철철 흘렸다.
“엉엉엉! 엉엉!”
어린애가 펑펑 우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부모들은 서둘러 이를 달래주기 바빴다.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눈으로 진행요원을 쳐다봤다.
“죄, 죄송합니다. 애들이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150cm에 달하는 근위병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자마자 무섭다고 난리였다. 어른들은 재밌어했지만, 아이들은 펑펑 울기 바빴다. 150cm에 달하고,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은 그냥 무서울 뿐이었다.
특히 어린이들은 그런 걸 더욱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덕에 150cm 피규어들은 시범관에서 인기가 가장 낮았다. 비싸기도 비싸기에 조금 보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았다. 부자들 또한 사람들이 별로라고 하자 떠나는 분위기였다.
남들이 부러워해야 비싼 것도 살만한데, 되려 싫어한다? 살 마음이 뚝 떨어졌다.
“우히히히! 우헤헤헤!”
반면 30cm는 큰 대중성을 잡았고, 인기도 높았으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 지는 모습을 보였다.
‘어처구니가 없군.’
황당한 일이었다. 당초 계획했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이래서야 30cm 피규어만 살아남을 판이었다. 환영 마법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킨 채 이를 파악하고 다니는 세파리아스가 인상을 썼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는 표정이었다.
‘인공 협곡을 만들어도 경제적 효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걸 완전히 제외하고 오직 병사 훈련용으로만 써야 할 것 같았다.
‘이미지 크리스탈을 통해서 편집한다면 좋은 소비 문화가 되겠지만 30cm 피규어의 전쟁은 실시간이고, 자신이 지휘관이 되는 것이다.’
그런 것과 경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로 아쉬운 결과였다. 그런데도 세파리아스는 인공 협곡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자치왕국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을 축적 가능하다는 건 너무 큰 재산일 수밖에 없었다.
실전에서 신병 중 7할이 죽어 나자빠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베테랑이 죽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그렇기에 베테랑이 많아질수록 강력한 군대가 완성된다.
‘유지비가 심해도 해야 한다.’
뚝심 있게 나아가야 했다. 다만, 자치왕국과 협의를 생각했다. 인공협곡이 굳이 두 곳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자치왕국의 병사를 파견식으로 들여와서 쓸려고 했지만…’
전에도 생각한 것인데 형식으로 자치왕국의 데이터를 얻어서 쓰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큰 돈이 든다는 걸 확인했다.
현재 하는 공사를 중단하고, 신제국과 자치왕국의 국경지대 한 곳에 인공 협곡을 새로 짓는 게 서로 더 나을 수 있었다.
‘자치왕국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오히려 4공왕에게 자원이 나누어져 있어서 세파리아스보다 더 다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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