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I will live as the son-in-law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43)
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43화(43/229)
43화. 13th. 떠나기 전에 해야 할 것들 (2)
며칠 뒤.
선해철과 짜고 스탠더드 캐피털 채용 합격증을 만든 나는 박태진과 함께 삼청동에 들어갔다.
“합격했다고?”
“네, 할아버지. 형, 주세요.”
박태진에게서 건네받은 서류철을 넘겨주자 할아버지는 서류철 안에 든 합격증을 보고 벙긋 웃었다.
“허허, 인제야 내 새끼가 명함을 파는구나. 명함 나오면 이 할애비한테도 한 장 주거라, 으허허.”
“늦어서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최근에 주식 정리하고 정산서 보내니까 그제야 답신이 왔네요.”
할아버지에게 고맙고 죄송했다.
그룹 수뇌부들이야 내 능력을 인정해줄지언정 외부인들에게는 사지육신 멀쩡한 놈이 회사에 명패도 안 걸어두고 집에 처박혀서 주식이나 하고 있는 걸로 보였을 테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셨을까?
그나마도 실제로 스탠더드에 이름을 걸어두는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바라본 내게 할아버지는 손을 내저었다.
“됐다, 이놈아. 네 능력, 내가 알고 알아야 할 놈들도 다 아는데 바깥 놈들 이목이 뭔 대수냐? 가서 열심히 잘 배우고 돌아와.”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태진이 너도 욕 봤다. 한창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데 저놈 뒤치다꺼리하느라 애썼어.”
“아닙니다, 회장님.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박태진이 고개를 숙였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 너 아니었으면 저놈 아직도 사람 구실 못했을 게야. 성민이 옆자리 지켜줘서 고맙구나.”
할아버지는 박태진을 푸근한 눈길로 바라보고는 서랍을 열고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너 주려고 챙겨놓은 거다.”
“예?”
“얼른 와서 받어? 늙은이 벌세우지 말고, 흐흐.”
낄낄 웃는 할아버지와 달리 박태진이 황급히 일어나 두 손으로 서류를 받았다.
“앉아서 보거라.”
“예···.”
서류를 펼쳐 본 박태진의 눈이 커졌다.
“회장님?”
“판교에 있는 과수원하고 채마밭인데 네 명의로 돌려뒀다. 명진이, 고 실장, 배 대표, 태 대표, 조 대표도 동의했고 세금도 깨끗이 처리했으니 걱정 말고 받아둬, 허허.”
“···감사합니다, 회장님.”
고개를 숙인 박태진을 보며 껄껄 웃던 할아버지는 홍차 한 모금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
“그래. 합격만 알리러 온 건 아닐 테고··· 다른 할 말이 있느냐?”
“네. 해동물산 뉴욕법인 소속으로 미국에 다녀왔으면 합니다, 할아버지.”
예상치 못한 부탁이었는지 할아버지가 눈을 껌뻑였다.
“뉴욕법인? 양쪽에서 월급 받아먹겠다는 게냐?”
“아닙니다, 할아버지. 해동물산에는 이름만 걸어두고 월급은 10원만 받겠습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겠느냐?”
“할아버지 돈이 들어간 회사 아닙니까? 다른 그룹들이 알면 안 되니 조심해야죠.”
스탠더드 캐피털이 내 회사이기 때문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건 말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대신, 조건이 있다.”
내 부탁을 거래로 받아들이는 할아버지.
이제는 별로 서운하지도 않다. 내가 필요한 걸 얻으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합당하기에 불평 없이 입을 열었다.
“네. 말씀하십시오.”
“이거부터 보고 얘기하자.”
대답이 떨어지자 할아버지는 또 다른 서류를 들어서 내게 내밀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받았다.
“할아버지?”
겉표지를 펼친 나는 생각도 못했던 내용의 자료를 보고 놀랐다.
해동물산이 월가의 엔저 배팅을 주시한 것도 모자라서 엔화에 배팅하겠다니? 업 앤 다운만 안 골랐을 뿐 엔화라는 도박판에서 큰 판을 돌릴 생각을 했을 줄은 몰랐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해동물산은 단순한 종합상사가 아니다. 국제금융부에서 외환선물 다루는 거, 알지?”
“예. 거래처들이 받은 신용장을 우리가 떠안아주느라 만든 부서라고···.”
신용장도 결국엔 외화로 대금을 주고받겠다는 외상문서다. 해동물산은 현금이 필요한 수출업체들의 신용장을 떠안아주고 현금을 내주는데, 은행보다 후한 값을 쳐주면서 환율부담과 금융비용까지 떠안으니 무역보험공사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보니 해동물산은 움직이는 자금도 크고 해외 자본시장 동향을 체크하거나 외환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전문 부서가 있어야 한다. 그 부서가 해동물산 국제금융부였다.
첫 직장을 바깥에 뒀어도 가업에 소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인지 할아버지는 흡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면, 물산에 달러만 10억 불이 있는 것도 알겠구나?”
모를 리가.
해동물산은 미국 달러 10억 불을 비롯한 현금을 2조 가까이 쌓아두고 있다.
남들이 보면 그 돈으로 거래처들 먹여 살리지 말고 계열사를 키우라고 하겠지만 비상장기업, 가족기업인 해동물산은 외부 주주가 한 명도 없으니 무시해도 그만이다.
여기에 남들에게 빚지기 싫어하면서도 내 사람 살뜰히 챙기는 할아버지 특유의 성정을 어찌 뜯어말릴까. 거래처 대부분이 우리 그룹 출신들이 회사에서 종자돈 받고 세웠거나 수십 년 거래해 온 곳이니.
무엇보다 그 돈의 반절은 시중은행에 있으니 연간 이자만 1천억 원 남짓에 외환거래 수익까지 합하면 2천억 가까이 된다. 그 수익을 거의 다 거래처들 신용장을 현금으로 바꿔주느라 쓰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가 받은 문서는 할아버지가 ‘기업가 이대수’가 아니라 ‘겜블러 이대수’로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입을 열었다.
“늙은이 욕심이지만 곳간 헐어서 투자하는 게 생각처럼 되지가 않는다. 습관이라는 게 참으로 무섭더구나.”
나와 박태진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40년 넘게 몸에 배인 경영방식이 바뀌는 게 쉬운 일인가. 나만 해도 할아버지가 센트럴스퀘어 건에 발을 담그고 신성그룹과 거래한 걸 보면서 큰맘 먹었다 생각했는데.
하지만.
할인점 사업이나 섬유소재 연구개발예산 확대, 호주 광산 투자, 부산항 화물터미널 인수 등 하나 같이 무지막지하게 돈 잡아먹을 사업들이다. 지금껏 재무건전성을 중시해 온 할아버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알 만큼 알았고 들을 만큼 들었으니 할아버지의 뜻을 알고 싶었다. 사소한 부탁도 아니고 회사일이니 또 다른 시험을 받는 게 아닌가?
“자금을 한 번 더 불리고 사업을 늘리시겠다는 건가요?”
“그럴 생각인데··· 불확실한 게 계속 걸리는구나. 워싱턴 D.C 쪽 문제만 해결되면 좋을 텐데.”
할아버지를 주저하게 만드는 불확실함의 근원이 뭔지 나는 알고 있었다.
다가올 미국 중간선거 때문이 아닌가? 규모만 다를 뿐 선거라는 도박장에 판돈을 걸려는 노름꾼, 아니 사업가들이 넘쳐나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이니.
나야 이미 중간선거 결과를 알고 있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중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기왕이면 네가 일할 곳과 직접적으로는 얽히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워낙 큰일이 될 테니 말이다.”
큰일이 될 것이다. 일본을 상대로 환투기를 하는 만큼 역사에 획을 그을 일이 될 테니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집안이 안 다치고 돈 벌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주면 고맙고. 허허.”
할아버지의 시험이기도 하지만 나 또한 기다려왔던 일이니 미국에 가면 탈 안 나고 돈 벌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아니지, 동업자 양반부터 만나서 오늘 일을 알려야 하려나?
***
여의도의 일식집에서 우리와 만난 선해철은 박태진에게서 할아버지가 넘겨준 땅문서를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박태진, 땅 부자 됐네? 판교 땅 5만 평이면 돈이 얼마냐?”
“놀리지 마십시오, 형님. 회장님께서 제 앞으로 들어주신 적금만 20억이나 되는데··· 휴우-.”
박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번듯한 사내로 키워준 양반이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어지간히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박태진과 달리 선해철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좋게 생각해. 승주 형님은 비서실장 달고 이것저것 챙겼고, 나도 회장님 덕분에 미국 유학 마치고 트라이엄프 들어갔잖아. 너도 그만큼 받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뭐. 안 그러냐, 오너님?”
“당연하죠. 저 돌봐주느라 회사에서 일도 못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죠, 흐흐.”
나와 마주보며 씩 웃던 선해철은 옆에 있는 주전자 손잡이를 잡았다.
“좋은 날이니까 한 잔 하자고? 흐흐.”
우리 둘이 내민 술잔에 술을 채운 선해철은 내가 따라주는 술을 받고 술잔을 부딪쳤다.
“크으-! 좋다! 우리 오너님은 그룹 어른들한테 인정받고, 태진이 너도 회장님한테 선물 받았으니 안주가 필요 없다, 하하.”
껄껄 웃던 선해철과 몇 순배를 돌린 나는 잔을 내려놨다.
“삼촌.”
“왜?”
“할아버지, 아니 해동물산에서 월가를 관찰하고 있었어요.”
“뭔 소리야? 월가라니?”
“헤지펀드들이 엔저에 배팅하는 거요. 이거부터 보세요.”
선해철은 푸드득 고개를 흔들고 내가 내민 서류를 잽싸게 받아서 펼쳐봤다. 서류를 보는 그의 얼굴은 웃음기도, 술기운도 싹 가시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네 보고서 때문에 부담이 크신가 보다. 포커를 쳐도 확률이 반반인 판이면 카드 패 꺾던 분인데···.”
“그런 것 같아요. 저한테도 엔화에 배팅하는 건 스탠더드하고 직접적으로 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대답을 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나란 놈이 일으킨 나비효과가 할아버지를 무모하게 만들었다니.
선해철은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겠지. 10억 불을 전부 투입하시겠다는 건 단순히 외환선물시장에서 푼돈 따고 마시겠다는 게 아니야.”
“그럼··· 대출까지 받으실 거라는 겁니까?”
박태진이 잠시 멈칫하고 건넨 질문에 선해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실 가능성이 높아. 어차피 뛰어들면 리스크는 안게 되는데 덩치 안 불리면 리스크 대비 수익이 안 나오잖아. 어느 쪽으로 걸던 제대로 한 판 돌리려고 하실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리던 선해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은 심각하게 어두워져있었다.
“망하면 쪽박이고, 잘 된다고 해도 몇 명은 총대 매고 학교 다녀와야 할 거다. 외환관리법, 알지?”
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화를 반출할 시 목적을 밝혀야 하고 ‘그 목적이 적법’해야 하는데, 그 ‘적법한 목적’을 정치권과 떡검들, 판충이들이 규정한다는 사실이 지랄 맞아서 문제다. 환투기의 생명은 속도와 보안인데 발목 잡으며 돈 뜯어먹으려는 놈들이 아닌가?
더군다나.
지금 꾸밀 일은 3년 뒤에 닥칠 위기의 원인이 해동그룹 때문이라는 원망과 분노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스탠더드만 덩치를 불리기는 아까운 기회다.
그러니.
정치권에서 짖어대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 판돈으로 도박을 뛰어줄 플레이어도 필요하고 플레이어에게 돈을 대는 방법도 ‘적법’해야 한다. 우리 집안을 건드릴만한 타 재벌까지 끌어들여 공범자나 방탄조끼로 만들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을 정리한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선해철에게 말했다.
“삼촌, 트라이엄프 통해서 거래할 수 있어요?”
“응?”
“트라이엄프, 운용자산만 4천억 달러잖아요. 트라이엄프 통해서 뛰어들면 청와대도, 여의도도 태클 못 걸 것 같은데. 여기에 다른 재벌들도 끼워 넣으면 더더욱 그러겠죠?”
뻔뻔한 부탁인 걸 알면서도 면상에 철판을 깔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스탠더드 캐피털은 해동물산보다도 체급이 낮은 데다 나는 아직 스탠더드를 대한민국에 알리고 싶지 않다. 할아버지도 스탠더드와 얽히길 원치 않으니 트라이엄프 캐피털을 플레이어로 세워야 했다.
마른침을 삼키던 나도, 옆에 있던 박태진도 안 될 걸 알면서도 간절히 바라봤지만 선해철은 놀랐다기보다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침묵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선해철이 손바닥을 내려쳤다.
“알았다. 이 건, 내가 한 번 조율해보마.”
“삼촌?”
거절당해도 그러려니 할 생각이었는데 노력이라도 해주겠다는 말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신에, 스탠더드 캐피털도 능력을 보여줘야 해.”
“그 능력, 환투기여야겠죠?”
“당연히.”
그런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미국에 들어가면 바로 진행하려고 했던 일, 그 일만 끝나면 스탠더드 캐피털의 환투기 능력은 충분히 입증될 테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삼촌.”
주전자를 잡은 나는 방금 전보다 더 공손하게 선해철에게 술을 채워줬다.
***
한편, 삼청동 응접실에는 고승주와 이명진, 배재훈, 태재호, 조영찬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책상에 앉은 이대수, 탁자 끝에 앉은 고승주와 달리 네 사람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고 실장이 말한 거, 사실입니까?”
“한 글자도 거짓이 없네, 배 대표.”
배재훈은 손수건으로 반삭머리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
뉴욕법인에 시켜 월가 쪽 외환시장 움직임을 일일 단위로 보고하게 한 게 엔화투기 때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개인적인 도박이라면 몰라도 회사는 늘 보수적으로 경영해온 이대수가 아닌가?
“이번 배팅, 어떻게 생각하나?”
“방향만 맞아떨어진다면 여윳돈도 충분히 확보되고 기존에 준비하던 사업들도 진도가 나갈 겁니다, 회장님.”
“재훈이 형님 말이 맞습니다. 적어도 다섯 배 이상 덩치를 불리면 조 단위로 돈을 쓸어 담을 일이 아닙니까?”
배재훈과 태재호는 잔뜩 흥분하고 있었다. 해동물산의 살림이 확 필 일이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버지. 이번 배팅만 맞으면 부채비율이나 총자산 대비 계열사 지분가치 비율도 낮아지니 지주회사 강제전환 요건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명진도 고무된 목소리로 의견을 냈지만 조영찬은 모두가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짚어줬다.
“문제는 방향입니다, 회장님. 결국 오르냐, 내리냐를 찍는 도박인데 지금으로서는 엔화 가치가 어떻게 될지 확실치가 않습니다.”
그때서야 배재훈, 태재호, 이명진은 자신들의 속단을 깨닫고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이대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조 대표 말이 맞아. 워싱턴 D.C의 불확실한 변수가 해소되고 움직여야겠지. 사돈댁이나 다른 집들도 끌어들여야 할 테고. 흐흐.”
모두들 이대수의 생각과 같았다.
환투기로 돈을 벌면 다른 재벌들에게 꼬투리를 잡힐 터. 꼬투리를 잡을 놈들까지 코를 꿰어놔야 했다.
“복안이 있으십니까, 회장님? 법적 문제를 피하긴 힘들 텐데요?”
조영찬이 눈치를 살피며 우려를 드러내자 배재훈이 피식 웃었다.
“총대 맬 놈들은 상사 쪽에서 찾아보겠네. 없으면 나라도 ‘출장’ 다녀올 테니 사식이나 잘 넣어주게, 흐흐.”
다른 사람들은 질겁할 일이지만 배재훈은 교도소 신세를 질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고 일군 해동물산이 조 단위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면 교도소를 한 번, 아니 두 번이라도 다녀올 기세였다.
“‘출장’ 다녀오시고 사업비 챙기실 생각이라면 꿈 깨십시오, 형님. 비쩍 마른 형님보단 내가 다녀오는 게 훨 낫겠수, 흐흐.”
배재훈의 장단에 맞춰서 태재호가 배를 통통 두들기며 분위기를 띄우던 중 이대수가 손을 내저었다.
“자네들도, 우리 그룹 누구도 감옥소 다녀올 사람은 없네. 불확실한 요소가 해소되면 해철이한테 일러서 처리할 걸세.”
입으로 내뱉는 말과 달리 이대수는 그 해결사가 자신의 장손이길 바랬다. 자신이 건네준 서류가 시험지인 걸 알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