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I will live as the son-in-law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2)
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92화(92/229)
92화. 28th. 원 샷, 멀티 킬 (1)
해동그룹과 신성그룹이 영등포 재개발 사업을 물 밑에서 준비하는 사이, 나는 나대로 서울의 스탠더드 캐피털 사무실에서 한국과 미국 양쪽의 일을 돌보고 있었다.
“클레어한테 메일 왔는데 확인했냐?”
광대가 승천하려고 하는 선해철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야후 상장 때문이죠?”
“당연히. 오늘 아침에 장 마감 할 때 60억 달러 찍었잖냐? 흐흐.”
선해철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젯밤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야후가 첫날 종가로 시가총액 60억 달러를 찍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상장식을 못 봐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클레어가 본사 대표로서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 손정의와 함께 상장식에 참석한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 역사적인 현장에 가지 못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내게 박태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신주 공모 상장이라서 우리 지분이 30퍼센트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 가치가 18억 달러이니 투자 성과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사님.”
박태진의 눈에는 내가 수익에 만족하지 못한 걸로 보인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내저으며 박태진에게 말했다.
“수익은 충분해요. 소프트뱅크 지분 15퍼센트도 천억 엔으로 불어났으니까요. 앞으로 소프트뱅크 지분은 좀 더 매입해서 25퍼센트까지 맞춰두죠.”
소프트뱅크는 아직도 투자가치가 충분했다. 역 플라자 합의로 엔-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환차손은 커지겠지만 주가 상승률로 환차손은 따위로 보일만큼 엄청난 수확을 거둘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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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사에 소프트뱅크 지분 확대 지침을 보낸 지 얼마 안 돼서 본사에서는 시네마 펀드 투자 실적을 보내왔다.
“흐음···.”
보고서를 확인한 나와 선해철, 박태진은 시네마 펀드의 처참한 성과에 침음성만 흘렸다.
“어떡할 거냐? 워터월드하고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전부 날렸어.”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사님. 다른 작품들도 전부 투자비용이 매몰됐거나 본전치기가 대다수입니다.”
박태진까지 조금이나마 침울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지만 나는 오히려 속으로 좋아 죽을 것 같았다.
‘헨리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미션 임파서블’에 ‘더 록’, ‘인디펜던스데이’만 개봉하면 금방 흑자로 전환될 테니 애매해지겠지만···.’
헨리는 이미 시네마 펀드에 대해서는 개인재산만 투자하겠다고 했었다. 회사 차원에서 투자하기에는 승률도, 수익률도 들쑥날쑥하니 헨리의 성향이라면 고객들의 신뢰를 잃기보다는 자신의 소소한 취미생활쯤으로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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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내게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파라마운트하고 20세기 폭스에서 타이타닉 추가 투자를 요청했네요.”
“어떡할 거냐? 콜? 다이?”
지난번 실적 보고서로 입은 내상 때문인지 선해철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눈치였다. 박태진도 선해철과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두 사람을 보며 씩 웃었다.
“콜. 거기에 한중일 플러스 대만 배급권 주면 1억 달러 전부 우리 쪽에서 채우겠다고 하세요.”
“야!”
“이사님!”
선해철과 박태진이 황급히 부르짖으며 나를 말리려고 했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이 대박 작품을 어떻게 놓쳐?’
내가 지금껏 추가 투자 우선권을 영화 투자 계약서에 집어넣은 건 타이타닉 같은 블록버스터급 작품 때문이었다. 이런 작품 한두 개만 잡으면 그 해 농사는 다 지은 게 아닌가?
나는 곧바로 이명진에게 연락했다.
“네, 숙부님.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저희 회사 본사에서 영화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네. 본사에서는 대박 날 거라고 잔뜩 기대한다는데···.”
뻔뻔한 표정으로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늘어놓는 나를 선해철과 박태진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우리 조카 실적 채우는 데 손 좀 보태줘야겠네. 애들 명의로 1인당 천만 달러씩이면 되지?]“네, 숙부님. 감사합니다, 하하.”
그렇게 사촌동생 세 녀석들 명의로 1인당 1천만 달러씩 투자를 끌어낸 나는 장하연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이명진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다.
[내 남자친구 기죽는 꼴 못 보는 거 알지? 2천만 달러 쏴줄게, 후훗.]“고마워, 누나. 사랑해.”
닭살 돋는 우리 둘의 전화에 선해철은 헛구역질을 하는 시늉을 하며 나를 쳐다봤고, 박태진도 못 봐주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화를 끊은 나는 선해철에게 말했다.
“헨리한테도 2천만 불 투자하라고 하세요. 손실 나면 제가 전부 보증해드릴 테니까요.”
“정말이냐?”
선해철의 미덥지 못한 눈길에도 나는 만면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삼촌. 삼촌하고 형도 5백만 달러씩 국내 계좌로 투자해두세요, 흐흐.”
선해철과 박태진은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오너님이 손실 보증해주실 테니 맡기지, 뭐.”
“···알겠습니다, 이사님.”
지금은 다들 나를 미친놈으로 보겠지만 수익을 정산할 즈음이면 어떤 반응을 보여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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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기타 운용자산 등을 살피는 등 서울의 한국법인 사무실에서 미국 본사의 일을 돌보다 보니 6월 초가 됐다.
[SH 자산개발 출범. 신성그룹-해동그룹, 영등포 최대 땅주인 되나지난 5월 31일에 출범한 SH자산개발은 정부에서 수용한 토지를 전부 매입하면서 사실상 영등포 재개발 사업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이로써 두 그룹은 합작법인을 토대로 각 그룹 건설계열사인 해동건설과 신성물산 건설부문의···.]
나는 더 볼 이유가 없어진 신문을 접어서 책상 한쪽에 내려놨다.
영등포 재개발 사업은 토지 매입에만 3천억 원을 썼고, 계획대로 건물을 올리는 데만 1조 원 가량 써야 한다. 신성물산은 이제 자원개발 사업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어졌다.
“삼촌, 노스 리미티드 지분 인수는 언제쯤 끝나요?”
선해철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이달 말에 끝날 거야. 네 장인어른, 회장님 인수 발표 들으면 깜짝 놀라겠는데? 하하.”
선해철의 웃음에 이어 박태진도 입을 열었다.
“놀라다 뿐이겠습니까? 핸콕 프로스펙팅 투자는 포기해야 할 테니 속이 뒤집어질 겁니다, 하하.”
어디 그뿐인가.
남북으로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핸콕 프로스펙팅에게도 날벼락일 것이다. 자신들의 몸값을 높여줄 호구 한 명이 사라지지 않았나?
경쟁자도 사라진 이상 이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서 호프다운스 광산과 로이힐 광산 지분을 확보하고 노스 리미티드까지 인수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노스 리미티드에 호프다운스와 로이힐까지 원 샷에 처리하는 게 어때요?”
“뭐?”
“도련님?”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예상한 바였기에 차분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성에서 호주 쪽 사업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겠어요.”
선해철이 굳은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한꺼번에 집어삼키면 탈나, 인마. 당장 개발도 못할 광산, 인수해서 어쩌려고?”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도련님. 그러려면 해동종금에 맡겨진 해동물산 자금까지 써야 하는데 향후 해동종금이 얻을 환차익이 줄어들 겁니다.”
두 사람의 말이 맞았지만 고개를 저었다.
현재의 철광석 시세는 톤당 16달러대지만 중국발 원자재 슈퍼사이클 덕분에 2011년에 톤당 160달러대까지 찍은 뒤, 가파르게 폭락한다. 그럼에도 톤당 60달러에서 반등하니 몇 년만 ‘존버’하면 된다.
“해동물산이 트라이엄프에 맡긴 돈이 벌써 10억 달러로 불어났어요. 해동종금에 맡긴 14억 달러 미화 계좌는 16억 달러로 불어났고요. 그거 말고도 거래처 신용장 때문에 1조 원 플러스 10억 달러는 따로 관리하잖아요?”
“그건 그런데···.”
자금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는 걸 강조해도 마뜩찮아 하는 선해철의 말을 끊고 한 가지 근거를 더 댔다.
“어차피 먹어야 할 광산이라면 지금 차지하는 게 유리해요. 바다 건너 중국이 커지면 원자재를 다 빨아먹을 테니까요.”
손가락으로 세계지도, 정확히는 중국을 가리키자 선해철이 나를 보며 물었다.
“중국이 얼마나 클 거라고 보냐?”
“앞으로 30년. 그 안에 미국 턱 밑까지 올라갈 거라고 봐요.”
“뭐?”
선해철이 날 보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야, 그게 말이나 된다고 봐? 아무리 중국 투자가 늘고 있어도 그렇지···.”
“중국 인구가 13억이에요. 교육열은 우리나라보다 더하고 중국 공산당도 경제개발에 집중하고 있고요. 그런 나라라면 더 빨리 크지 않을까요?”
선해철이 웃음을 그치고 침음성을 흘렸다.
“한강의 기적이 중국에서 반복될 거란 말이냐?”
“네. 중국은 분명히 2인자가 될 겁니다. 1인자인 미국을 위협할 만큼.”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차이를 고려하면 무리수를 둔 것 같았지만 선해철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이 네 말대로 클지는 미지수지만 성장은 기정사실이야. 당연히 원자재 수요도, 가격도 올라갈 거고. 거기에 광산 인프라 개발까지 해동건설이 맡으면 그룹 차원에서도 손해는 안 볼 거야. 태진이 너는 어떠냐?”
“도련님께서 스탠더드 캐피털로 그룹을 뒷받침하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태진의 의견을 듣고 선해철이 물었다.
“태진이 말대로 할 거냐?”
“네. 흔들리게 되면 제 돈 수혈해서 그룹 살려야죠.”
틈도 안 주고 대답하자 선해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콜. 오너님이 책임지겠다니 따라야지.”
“고마워요. 그럼, 삼촌께서 백부님과 협상해주세요.”
“내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킨 선해철을 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스탠더드 캐피털 한국법인 대표시잖아요. 일개 이사인 제가 나서면 믿어주시겠어요?”
“알았다. 밥값은 해야지, 흐흐.”
날 보며 웃던 선해철이 전화기에 손을 대려고 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
“네. ···백부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고승주의 전화였다.
***
잠시 뒤로 돌아가서.
이대수는 서재에서 고승주와 독대하고 있었다.
“확실한가?”
“예, 회장님. 통상산업부 장관과 외무부 장관, 주 호주 한국 대사, 관련 상임위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전부 작업해뒀습니다.”
고승주의 자신 있는 표정을 보고 이대수가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그 정도면 기름칠은 충분히 됐구먼.”
해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수합병은 단순한 경제행위를 넘어 정치적, 외교적 행위이다. 회삿돈이라고 해도 거액의 외화가 오가기 때문에 정관계의 동의가 있어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그 동의는 ‘적절한 대가’를 줘야 얻어낼 수 있었다.
명동 쩐주들에게서 거둬들인 현찰로 ‘적절한 대가’를 넘겨주고 국내 문제를 해결했다는 고승주의 보고를 들은 이대수는 다른 문제를 짚었다.
“호주 정재계 반응은 어떤가?”
“트라이엄프 캐피털을 통해 알아본 결과, 호의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의외의 보고였는지 이대수가 나지막이 탄성을 흘렸다.
“호오··· 의외로군. 자국 기업이 해외에 팔려가는 일인데.”
“누가 주인이든 세금만 잘 내면 상관없다는 것 같습니다. 업계 1위인 BHP나 2위인 리오틴토는 몰라도 리오틴토의 반도 안 되는 노스 리미티드를 인수하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 듯합니다.”
고승주가 내놓은 근거는 충분히 납득되는 이야기였다. 만년 3위인 업체, 2위의 반도 안 되는 3위 업체쯤이야 세입 증대와 외자 유치라는 치적을 위해 희생시킬 수 있는 게 정치인들 아닌가?
“이제 그 고집통 여편네만 구워삶으면 되겠구먼.”
껄껄 웃던 이대수와 달리 고승주는 옅은 미소조차 안 보이고 침묵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게냐?”
“스탠더드에 8억 불을 지급하고 나서 채권으로 유치하는 것에 대해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회장님.”
“말해봐.”
이대수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고승주가 입을 열었다.
“순서를 바꾸시는 게 어떠십니까?”
“순서를 바꾸자고?”
“예. 스탠더드 캐피털로 들어갔다가 다시 투자될 8억 불, 투자를 먼저 받고 그 돈으로 주식을 매입했으면 합니다.”
이대수가 정색한 표정으로 고승주를 쳐다봤다.
“이 친구야, 성민이 고놈이 사정사정해서 그 거래를 가져왔어. 그런데, 돈부터 받자고?”
염치없는 소리에 이대수가 탐탁찮은 눈길을 보내도 고승주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천천히 풀어나갔다.
“해철이에게 들은 얘기가 맞으면 성민이는 그 회사에서 저보다 더 뛰어난 인재일 겁니다.”
“그러겠지. 자네도, 나도 그런 돈을 한 번에 벌어본 적은 없으니 말이야.”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회장님. 성민이 정도면 월가에서도 서로 데려가려고 할 인재이니 채권을 먼저 발행하고 그 돈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해동종금에 넣어둔 돈은 안 깨도 될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이대수의 눈이 번쩍거렸다.
“더 진하게 연막을 쳐야 한다는 건가? 성민이를 그 회사에 저당 잡혀서라도?”
“죄송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종금에 맡겨둔 돈을 쓰고 다시 채워놓으면 다른 그룹들의 이목이 쏠리고 종금과 물산이 챙길 이익에도 잡음이 생길 겁니다.”
다른 기업들이 돈을 쌓아둔 채 채권을 발행하면 몰라도 해동그룹이 그런다면 충분히 넘어갈 짓이다. 늘 다람쥐마냥 현금을 끌어안아오지 않았던가? 의심할 놈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대수 또한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음침한 미소를 띠었다.
“자네, 내 이미지를 제대로 써먹을 생각이군.”
그 말을 듣고 고승주의 얼굴이 벌개졌다. 이 나라에서는 총수가 곧 그룹이니 틀린 말이 아니잖은가? 명백한 자신의 실수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고승주가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까지 숙이자 이대수가 껄껄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자네 말대로 하는 게 좋겠어. 성민이 그놈이 장사꾼이 되겠다면 그깟 자존심쯤은 버릴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익혀야겠지.”
어느 새 표정을 가다듬은 이대수의 눈빛이 아주 날카롭게 빛을 냈다.
“이렇게 된 거, 미친 짓 하나 더 보태지.”
“예?”
다시 자리에 앉은 고승주의 눈이 커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대수는 잠시나마 얼이 빠진 고승주의 표정을 봤음에도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그를 책망하는 게 아니라 방금 떠오른 계획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호건이 놈도 손 털고 나갔으니 그 여편네 속이 바싹 타들어가고 있을 터. 그 여편네 광산 지분 인수까지 한꺼번에 해치우도록 하지. 목표는 50퍼센트씩일세.”
“회, 회장님?”
고승주는 재빨리 표정을 가다듬고 울상에 가까운 표정으로 이대수에게 말했다.
“호프다운스와 로이힐 지분을 50퍼센트씩 확보하려면 얼마가 깨질지 모릅니다. 트라이엄프 캐피털에 맡긴 돈만 아니라 해동종금에 맡긴 돈까지 깨야할 텐데···.”
“이 사람아, 그 돈까지 깨야 다른 놈들을 속이지 않겠나? 팔 한 짝을 잘라내더라도 미국 대선이 끝나면 다시 자랄 게야.”
이대수의 핀잔 섞인 대답에 고승주가 표정을 고쳤다.
“외환위기가 미국 대선 직후에 터질 거라 보시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네. 한고그룹을 면밀히 주시하게. 말기 암 환자 수준이니 그놈들이 기폭장치가 될 게야.”
난색을 드러내던 고승주가 이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겉만 멀쩡해 보일 뿐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한고그룹 아닌가? 대한민국 경제를 연쇄폭발 시킬 기폭장치로 차고 넘쳤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혹여나 불거질 환차익 문제는 해동종금의 모기업으로서 예금주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노력했다고 홍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심전심이구먼. 배 대표부터 알려주고 해철이한테도 전해둬.”
이대수는 찰떡같이 알아듣는 고승주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