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00화(100/221)
100. 괴짜들 (2)
100. 괴짜들 (2)
로버트 에반스. 올해 나이 21살로 하버드대에 재학중인 똑똑한 청년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이 논문을 쓴 사람이라는 거지?”
“어.”
“흐음···”
로버트는 미간을 좁히며 나를 바라봤다. 약간 실망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논문을 휘릭 넘기더니 침대 위로 던졌다.
“생각했던 거랑은 다르네.”
“응?”
“뭐랄까, 내가 생각한 저자는 좀 더···. 너드 같을 거라 생각했거든.”
너드.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찐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쓴 채로 로버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양손을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그냥 이런 수준의 논문을 내는 녀석이면 분명 연구실에 처박혀있어서 하루종일 햇빛도 못 보고 있어야 조금이나마 덜 부러울 테니까.”
“부럽다고?”
“그럼 이런 발견을 한 사람을 보고 안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을까? 우리 또래 중에서 말이야.”
로버트는 꽤나 솔직한 사람이었다. 당사자 앞에서 부럽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텐데 그는 의연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 취미 중 하나가 아카이브 둘러보다가 이상한 논문 있으면 스크랩해두기거든.”
“…그런 걸 왜 해?”
“재밌잖아. 10년 후에 보면 ‘와, 이런 게 논문으로 나왔다니.’하면서 웃을 수도 있고 어쩌면 어마어마한 발견을 제일 먼저 목격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그래서 네 논문이 여기 있던 거야.”
“내 논문은 어느쪽인데? 전자랑 후자 중에서.”
“진심으로 묻는 거야?”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되물었다.
“당연히 후자지.”
논문을 펄럭이며 말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긴장감이 서리던 분위기였는데, 내 정체를 알고 난 후 로버트는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근데 논문은 논문이고 왜 내 방에 있던 건데?”
“원래는 다른 곳에서 지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는 바람에···아, 걱정은 마. 방 주인이 있는데 굳이 여기 쓸 생각은 없으니까.”
“그거라면 괜찮아. 어차피 나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거든. 맘대로 써도 돼.”
“고마워.”
“그보다 더 궁금한 게 있는데,”
로버트가 침대에 걸터 앉으며 물었다.
“네가 쓴 논문 말이야, 그거 실현 가능성은 있는 거야?”
꽤나 돌직구로 물어보는 로버트. 자칫 들으면 무례해 보일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말투는 가벼웠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다는 스탠스.
문득 내 논문을 읽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로버트와 같은 반응이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만큼 쉽게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고, 더군다나 내 신분이 밝혀진 이후로는 더욱 의심받기 좋은 내용이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애송이가 한 분야에서 줄곧 공부해 온 전문 연구원들도 해내지 못한 걸 해냈다.
‘나라도 의심하겠지. 그만큼 과학계에서는 거짓 정보가 은근 만연하니까.’
과학이란 잠정적 가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 내용의 실험이더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질 때도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결론을 내기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단 하나의 결론이 과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논문 내용은 사실이야. 다른 연구실에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한 사례도 있고.”
“그야 나도 이미 커뮤니티를 통해서 봤지. 하버드랑 존스홉킨스에서도 이미 실험해서 성공했다고 난리던데? 그 밖에 여러 연구실에서 사실로 입증되었다는 건 나도 봤어. 하지만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건···. 이게 나중에 치매 치료제와 연결될 수 있냐는 말이지.”
“그건 알 수 없지.”
“뭐?”
예상과 다른 답변이었는지 로버트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해 확답을 할 수 없었다.
아밀로잽의 효능은 입증되었다. 뇌 안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시켜 배출시키는 것. 그리고 그 수준은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정도로 분해가 되었다.
“단백질 분해 및 혈뇌장벽 통과에 대해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하지만 치매 치료제로 곧바로 연결될 거냐고 묻는다면···글쎄.”
“의외네. 당연히 된다고 할 줄 알았어.”
“아직까지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치매 치료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선 안 돼. 단백질이 축적되는 기작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테니까.”
어느새 내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로버트. 그는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리 있는 말이야. 단백질 축적의 원인을 밝혀내지 않는 이상 결국 끝없이 약물을 투여할 테고, 그 과정에서 분명 보이지 않는 부작용도 드러나게 되겠지.”
“정확해. 실제로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거지만 그만큼 뇌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거니까. 애초에 외부의 물질이 침범할 수 없도록 촘촘하게 설계된 장벽이야. 그걸 인위적으로 넘나들다 보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 제약회사에서 달려들 것 같은데? 적어도 뇌와 관련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된 거니까.”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로버트의 모습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답을 무마했다. 아직 존슨앤존슨과 한삼제약한테는 따로 말을 해두지 않은 상황. 정식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빨리 치료제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속도에 신경 쓰다가 다른 걸 놓쳐 버리면 안 되니까.’
실제로 제약회사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신약 개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다. 빨리 신약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버리면 더 좋은 효능의 약 개발은 뒷전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난 로버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럼 치매 치료제는 어떻게 만들 건데? 단백질 분해로 치료를 할 수 없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할 거야.”
“…줄기세포?”
내가 하버드대에 조기 입학하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만약 내 차기 연구 주제가 줄기세포가 아닌 다른 분야였다면, 굳이 이렇게 하버드대에 오려고 노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해외 유학으로 하버드를 염두에 두고 있긴 했지만···본격적으로 마음을 돌리게 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크리스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내용도 줄기세포시거든.”
“그거야 알고 있지만···그 말은 지금 아버지랑 같이 연구하려고 미국에 왔다는 소리야? 아까 이야기하러 왔다는 게 연구하러 왔다는 소리였어?”
로버트가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그가 듣기에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으니까.
“교수님이 먼저 제안해 주셨어.”
“그럼 학교는?”
“이번에 조기 입학 신청했는데.”
“왓 더···.”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고 경악하는 그. 그도 그럴 게 조기 입학이라는 건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결코 흔치 않은 전형이었다. 웬만한 스펙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뿐더러 다른 전형과 다르게 입학처에서 먼저 제안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한마디로 너도 나도 인정할 만한 공인된 천재들에게 허락된 길이었다.
‘내가 천재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남들이 볼 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니까.’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전생의 지식을 지닌 채로 과거로 돌아왔기에 이만큼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천재를 꼽으라면 아무것도 없는 지식에서 성장한 김영재와 이재성이 진짜 천재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구를 그만둘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연구는 천재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너…고등학교 졸업은 했지?”
“아니. 아마 안할 것 같은데.”
“조기 졸업이 아니고?”
“응. 조기 졸업까지 하고 오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하? 조기 입학 한 녀석들을 하버드에서 종종 보긴 했지만 너같은 경우는 처음이네. 보통은 고등학교를 빨리 졸업해서 오거나 홈스쿨링으로 그 전 과정을 스트레이트로 끝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감탄이 섞여있었다.
“그럼 아직 정식 입학은 안 했겠네? 발표도 아직일 거고.”
“응. 그래서 이번에 미리 탐방해 볼 겸, 교수님과 이야기도 나눠볼 겸 어제 왔어.”
“흠···그리고 아직 탐방은 안 한 상태고?”
“하버드에 발도 안 들여놓은 상태지.”
웃으며 대꾸하자 로버트가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문득 바닥에 떨어진 햄버거를 보더니 집어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지? 배 안 고파?”
“조금 고프긴한데···.”
“나가자. 내가 투어시켜줄게. 하버드 투어말이야.”
그는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하버드생이 직접 해주는 캠퍼스 투어!”라고 말했고, 나는 웃으며 흔쾌히 따라나섰다.
아직 1월이긴 하지만 날씨도 좋고, 집에만 있기에는 아까우니까.
···그러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로버트를 따라 나선 걸 후회했다.
이 녀석이 엄청난 개또라이란 걸 이때는 몰랐기 때문이다.
*
‘천재 중에는 괴짜가 많다지만 이건···’
로버트가 가장 먼저 데리고 간 곳은 다름 아닌 동아리 클럽이었다. 그것도 학술 목적의 동아리가 아닌 순수 사교 형식의 클럽.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들의 집합소, 나쁘게 말하면···
‘개판이군.’
“헤이 롭! 수업 째고 어디 갔다 왔어?”
“햄버거 먹으러 집 갔다 왔는데?”
“미친! 햄버거 먹으러 집 갔다 왔다고? 그게 이유냐!”
“이번에도 유급당하는 거 아니야? 유급당하면 네 책상 내가 써야지.”
“그나저나 하버드 근처에 집이 있다는 게 부럽네.”
왁자지껄한 분위기 가운데 나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 새로운 환경에서 분위기를 읽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었지만, 이대로면 이 분위기에 휩쓸릴 게 뻔했다.
그걸 느꼈는지, 하이에나와 같은 눈을 번뜩이며 나를 바라보는 여학생. 그녀는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나저나 얜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얘가 걔야. 아카이브 또라이.”
“헐! 미친! 진짜야?”
“잠깐, 뭐라고? 그 또라이가 이 녀석이라고?”
“뭐야, 왤케 멀쩡하게 생긴 건데? 어깨도 펴고 있고 안경도 안 쓰고 있잖아.”
로버트의 짧은 답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몇 명은 친밀감을 표시하려는 듯 주먹을 내밀었고, 다른 사람들 모두 “와우,” “언빌리버블!” 같은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메리칸식 환영은 다 이러나? 몇 분만에 기가 빨리기 시작한 나를 보더니 로버트가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사람들 소개를 한 명씩 해주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데이브이고, 지금은 컴퓨터과학 학과에서 수업 듣고 있어.”
“나는 미야, 수학과야. 경제학도 같이 듣고 있는 중이야.”
다양한 학과들이 있었지만 딱히 수업에 진심으로 임하는 학생은 없어 보였다. 순간 하버드 학생들이라면 이렇게 자유분방한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로버트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하버드 학생들이 다 얘네같지는 않아. 다들 엄청 공부하고 또 운동이나 예술 쪽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녀석들이 바글바글하거든.”
“우리도 나름 열심히 하거든?”
“열심히 하긴 하지만 그게 공부는 아니지.”
로버트의 말에 데이브가 가벼운 말투로 대꾸했다.
“빌 게이츠도 중퇴한 거 몰라?”
“공부를 못해서 중퇴한 건 아니지. 그리고 너 빌 게이츠 언급만 벌써 7번째거든?”
“그만큼 인상적이라는 뜻이지~”
여유롭게 받아치는 데이브의 표정엔 묘한 만족감이 담겨있었다. 옆에서 장난스레 타박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데이브라면 나중에 당뇨병 진단 IT 스타트업을 창업한 사람이잖아? 이 사람이 하버드대 출신이었던가? 게다가 데이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 명 한 명 다 시대를 바꾸는 사람들로 기사에 났던 사람들이었다. 전생에 사회 일간지를 꼼꼼히 읽는 성격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 정도로 세상을 바꾸는 데 한몫했던 사람들이었다.
“내 이름은 알고 있지? 학과는 분자세포생물학이야. 우리 아빠가 교수로 있는 그 학과 말이야.”
“그래서 우리는 부정 입학자라고 놀려. 얜 진짜 멍청하거든.”
“뭐래, 멍청한 게 아니라 관심사가 많아서 하나에 진득하게 못하고 있을 뿐인-”
로버트가 열심히 변론을 펼치고 있는데, 데이브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여기 왔다는 건 조만간 여기 입학하겠다는 뜻?”
“아마도.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학과는 정했고?”
학과라. 일단은 분자세포생물학과를 갈 생각이었다. 크리스 교수로부터 연구를 같이 진행하려면 같은 학과인 게 여러모로 편리할 테니까.
그런 내 표정을 읽은 데이브가 살짝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 학과 말고도 너한테 더 잘 맞는 과가 있을 수 있잖아? 1년은 자유롭게 들어보는 건 어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생물학이랑 관련있는 학과면 다 괜찮기도 하고.”
“생물학이라···아!”
내 말에 손가락을 튕기며 뭔가를 떠올린 데이브가 시계를 바라봤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씩 웃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생물학 수업 들으러 가볼래?”
“? 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 그래도 돼?”
내 말에 주변 사람들이 흐뭇한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순수한 신입생을 바라보듯이, 선배로서 애정을 담아 당당히 말했다.
“당연히 도강이지!”
역시 미친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