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05화(105/221)
105. 동기 (2)
105. 동기 (2)
“시차 적응하려면 힘들지 않아? 나중에 봐도 되는데.”
“에이, 그래도 온 김에 보고 가야지.”
“잘 지냈어?”
쌍둥이들이 커다란 캐리어를 끈 채로 나를 반겼다. 나는 그 옆에 있는 미모의 중년 여성, 그리고 익숙한 얼굴의 남자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같은 반 친구 김만덕이라고 합니다.”
‘어머, 그 만덕이가 너였구나? 인영이한테 하도 많이 들어서-”
“아, 엄마!”
이인영이 다급하게 여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이인성이 ‘애쓴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안그래도 만덕 학생이 미국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가족 여행은 미국으로 정했네.”
“진짜야. 비행기 내내 네 칭찬을 얼마나 하시던지···솔직히 네가 우리 아빠 아들인 줄 알았다니까?”
“대체 둘이 언제 친해진거야? 따로 만난 적도 없잖아.”
이인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글쎄. 그만큼 내가 인상이 좀 좋잖아.”
“네가? 어딜봐서?”
나름 조크로 대꾸한 건데, 이인영이 진짜로 받아쳐버렸다. 순간적으로 멈칫하자, 이인영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 아니. 네가 인상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아빠가 누굴 칭찬하는 게 드물다 보니까···!”
“그럼 나 인상 좋아?”
“어, 그건···”
“안 좋아?”
원래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못하는 이인영이었다. 1초의 고민도 없이 대꾸한게 괘씸해서 일부러 놀렸더니···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대답했다.
“…아.”
“뭐?”
“좋아, 인상 좋다고!”
엎드려 절받기 수준이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첫인상보다는 인상이 좋아졌을테니까 아예 틀린 말은 아닐지도? 그렇게 부쩍 말수가 적어진 이인영을 데리고 우리는 공항을 빠져나왔다.
준비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쌍둥이들이 미국에 온 게 이번이 4번째라는 것, 아이비리그 투어도 했었지만 그날 사정때문에 하버드대는 와본 적이 없는 것 등. 다양한 TMI들을 방출하는 시간이었다.
“진짜? 그럼 내가 구경시켜줄까?”
“맞다. 만덕이 너 하버드대 때문에 미국온 거라고 했었나?”
“하버드? 하버드 진학할 예정이니?”
이광용이 신기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해외 유학이 좀 더 연구하기 편할 것 같아서요.”
“흐음,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지. 연구라면 석박사도 필요할텐데 쭉 해외에 있을 예정이니?”
“음···일단은요.”
지금은 하버드대에 오기로 했지만, 그 이후의 일정은 아직 미정이었다. 크리스 교수가 이야기해줬던 대로 캘리포니아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어느정도 있었다.
꼭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최고라는 법은 없으니까.
‘기회가 더 많은 곳으로 가자. 일단 지금은 여기서 상황을 지켜보고.’
아직 모든 걸 결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인성이 이광용을 향해 말했다.
“아빠, 저희 혹시 하버드대 구경 가면 안돼요?”
“! 맞아요! 어차피 숙소 가는 길에 하버드대 있지 않아요? 지금 만덕이 있을 때 구경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서요.”
“그건 그렇다만···피곤하진 않겠니?”
“전혀요!”
쌍둥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 모습을 본 이광용이 나를 바라봤다.
“그럼 혹시 잠깐만 부탁을 해도 괜찮겠니? 사실 숙소에 가기 전에 아내랑 근처 은행에 좀 들를 일이 있어서 말이다.”
“네. 저는 괜찮아요.”
“그 대신 저녁 식사때 초대하마. 맨 입으로 부탁할 순 없으니 말이다.”
어차피 하버드대 구경이 그리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닐 뿐더러, 저녁을 먹고 갈 시간이 없어 거절했지만 이광용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그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그럼 일 마치고 나면 바로 연락하마. 그때까지 애들 좀 잘 부탁한다. 너희도 만덕이 속 썩이지 말고.”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하고 나서야, 이광용은 우리를 하버드 앞에 내려줬다.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더니, 쌍둥이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잔뜩 기대하는 눈.
“나 하버드대 안에 들어온 건 처음이야!”
“아무데나 들어가봐도 돼? 나 도서관 가보고 싶어!”
“도서관은 안되고, 방문객들을 위한 장소가 몇군데 있어.”
“어디? 어딘데?”
쌍둥이들이 하버드대 정문에서 사진을 연속으로 찍으며 말했다. 시차 적응을 이미 완료한 듯, 쌩쌩한 기운으로 이리저리 구경을 하는 쌍둥이들.
“근데 배는 안 고파? 일단 간단하게 배만 채우고 구경 다닐까?”
“그렇게 많이는 안 고파. 조금 허기진 정도? 비행기에선 딱히 입맛이 없어서 많이 안 먹었거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버드 대학교 내부로 들어왔다. 화려한 정문을 지나 들어선 곳은 미국의 자유로운 캠퍼스 모습을 담고 있었다.
비록 계절 상으로는 겨울이지만 학생들은 부지런히 수업을 들으러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우리는 곳곳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보통 여기 나무 밑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대. 나도 아직 빈 가지밖에 못보긴 했지만 말이야.”
“와!! 나도 사진 찍을래!!”
빈 가지 밑에서 사진을 찍는다든가,
“여긴 역대 하버드 총장들이 지내던 집. 지금은 안 살고 다른 용도로 쓴다나 봐.”
“와!! 나도 집 앞에서 찍을래!!”
쌍둥이들은 집 앞에서 브이 포즈를 하며 사진을 찍는다든가,
“여기는 하버드 홀인데, 여기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해. 나도 여기서 수업을 들었고.”
“와!! 나도 여기서 수업 들을…잠깐만, 수업을 들었다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던 쌍둥이들이 멈칫한 채 나를 바라봤다. 설명하라는 눈빛들.
“아···그게 어쩌다보니 도강했거든.”
“도강? 도강이면 강의 몰래 듣는 거 아니야?”
“미국까지가서 잡혀가면 어쩌려고 그래···! 범죄도 글로벌하게 한다는거야!?”
이인성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지만, 이인영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나는 둘을 향해 다급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근데 지금은 교수님한테 정식으로 허락받고 듣는 중이야.”
“뭐!? 정식으로 허락을 받았다고? 어떻게?”
“넌 아직 입학도 안 했잖아!”
찬 바람이 불어오는 탓에 우리는 근처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들어갔다. 우리는 마실 것을 간단히 주문한 채 빈 자리에 앉았다.
“대체 하버드에서 뭘 하고 있던거야. 설마 과고에서 했던 거 그대로 한 건 아니지?”
“과고에서 내가 뭘 했는데?”
“기억 안 나? 너 학기 초에 막 앞에 나와서 ‘다시는 생물학을 무시하지 마라.’라고 말하고 들어갔잖아.”
“대체 내가 언제···”
날조된 기억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인성을 보며 경악했다. 물론 생물학을 무시하지 말란 뜻으로 앞에 나가서 한 행동이긴 하다만 저렇게 말한 적은 없다.
그때, 이인영이 한심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얘가 아무리 생물학에 미쳤다고 해도 하버드대생 앞에서 그랬겠어? 여긴 다 날고 기는 애들이 모인 곳일텐데.”
“하긴, 그래서 어때? 만덕이 너가 볼 때도 하버드 애들은 진짜 달라? 다들 수업 때 모두 손 들고 발표하고 막, 교수랑 말싸움 하고 그래?”
“전혀.”
“잉? 영화에서는 그러던데?”
대체 무슨 영화를 본 거냐, 라고 타박을 주고 싶었지만 그냥 말을 삼켰다.
그도 그럴게 이녀석들이 하버드대에 가지고 있는 환상이···
어쩌면 과고생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환상과 비슷해보였기에.
‘과고생들은 모두 수학 1등급이라던데 사실인가요?’
‘의대생 절반이 과고생이라던데?’
‘걔네는 머리 자체가 일반인이랑 다르대. 그냥 수학이랑 과학쪽에 특화된 머리라던데.’
일부 소문들은 사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일부가 전체가 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애매하게 사실인 부분이 존재했기에 소문은 더욱 부풀려진게 많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인성. 그때, 이인영이 물었다.
“그런데 너 하버드대 탐방 좀 이른 거 아니야? 내년에 원서 접수할거잖아.”
“그러게. 조기 졸업하려면 아직 1년 남았으니까.”
오트 밀크로 변경한 카페 라떼를 마시던 이인영이 라떼를 홀짝였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벼운 말투.
“안그래도 너희한테 말하려고 했었는데 아마 이번 9월에 입학할 것 같아.”
“푸흐,ㅂ!”
그 말과 함께 이인영이 먹던 라떼를 다시 토해낼 뻔 했다. 사레에 들렸는지 켁켁거리는 이인영.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 9월이라니?”
“사실 조기 입학하게 됐거든.”
“조기 입학?”
이 이야기는 처음이라는 듯, 이인성이 눈을 크게 뜬 채로 물었다. 쌍둥이 두 명이 생각보다 너무 당황한 표정이라 오히려 내가 더 당황했다.
조기 입학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하긴 놀랄 일이긴 하지.’
생각해보면 조기 입학 이야기를 했을 때 김성진도, 박성민도, 이재성과 로버트, 데이브도 모두 놀라긴 했다. 어떻게 보면 이 둘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처럼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전에 아카이브에 올렸던 논문 기억하지?”
“그 인터넷에서 난리났던 거?”
“응. 그걸 좋게 봐주셨나봐. 정식으로 입학처에서 제안이 들어왔어.”
“아니 너가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하버드 조기 입학이 평범한 일은 아니지?”
미간을 좁히며 묻는 이인성. 이인영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일은 아닌 것 같아. 하버드생한테 물어보니까 나같은 경우로 들어오는 건 극히 드물다고 하더라고.”
“그렇겠지. 서울대 조기 입학이면 몰라, 하버드? 갑자기 클라스가 달라지잖아! 그럼 졸업을 안하고 바로 가는거야?”
“응. 그래서 음···아마 한국에 들어가도 과고에 갈 일은 없을 것 같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담임인 박민철하고도 어느정도 말을 해둔 상황이었다. 물론 교장인 이철규와 담임 박민철은 필사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걸 권유했다.
‘만덕 학생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길이 될 수도 있는걸세.’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고 가야하지 않겠니?’
한 쪽은 인생 선배로서, 한 쪽은 사회인 선배로서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가라고 말했지만···내 입장에선 굳이 그럴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6개월 동안 한국에 있으면 미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없을테니까.
더이상 한국에서는 배울 게 없었다.
“그, 그럼 올림피아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인영이 물었다. 사실 올림피아드를 두고도 많이 고민했던 건 사실이었다. 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연구하는 것.
“올림피아드는 출전할거야.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돼? 그, 그러니까 하버드대 입학하면···”
“정식 입학은 9월이니까. 그 전에 대회 출전은 가능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인영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한국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줘. 대회 때 확인할거야.”
“…당연하지.”
“미리 말했어야했는데, 미안. 타이밍을 놓쳤어.”
살짝 미안한 목소리로 말하자, 이인성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그는 덤덤한 상태였다.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어.”
“예상했다고?”
“뭔가 너라면 평범하지 않게 졸업할것 같았으니까. 근데 졸업도 안하고 가버릴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난 평범한데.”
“그거 기만이다.”
툭 어깨를 치며 말하는 이인성. 그러나 그도 이내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순식간에 우중충한 분위기로 변해버린 둘. 유리창 밖에서 빈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난 이루고 싶은 게 있어.”
“알아. 치매 치료잖아?”
“응.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인성은 어깨를 으쓱였고, 이인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 상태였다.
···쌍둥이들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과거로 회귀한 후 사귄 첫 친구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어줬던···
어떻게 보면 내가 달라지는데 큰 영향을 줬던 사람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는데···.”
쌍둥이들을 바라봤다. 사뭇 긴장한 모습들.
“너희랑 연구하고 싶어.”
“…연구? 설마 치매 연구 말하는거야?”
“미안. 절대 무리.”
내 말에 이인성이 곧바로 손으로 X자를 그리며 거절했다. 그나마 이인영은 한번 R&E 연구를 진행했던 탓일까 딱히 부정적인 반응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인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다른 건 몰라도 생물하고는 연이 없거든. 적성에 안 맞아. 그냥 내가 있을 분야가 아니야.”
“치매 연구를 말한게 아니야.”
“엉?”
“그럼 무슨 연구를 말하는 건데?”
예상과 다른 대답에 쌍둥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지난 날, 노먼 교수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건 만덕 학생이 혼자 연구를 진행할 때 해당되는 말입니다.’
‘비록 겉으로 볼때는 학문과 학문의 경계가 뚜렷해보이더라도···그걸 바탕으로 기술이 진보할테니까요. 다른 말로 하면 나비 효과인거죠.’
노먼 교수는 말했다. 다른 학문의 발전이 곧 생물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난 계속 생물학을 공부할거야. 너희도 물리랑 화학을 계속 공부해서 꼭 과학자로 다시 만나고 싶어.”
“과학자로?”
“응. 그래서 지금 이렇게 친구로 만나는 게 아니라···세계적인 자리에서 각 분야의 대표로.”
이따금씩 전생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 이인영은 국내에 있는 연구소에서 화학과 관련한 일을 했고, 이인성은 의대에 진학했다.
전생의 그들이 행복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꿈꾸던 것을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한 상태였었다.
“세계적인 자리라니, 너무 스케일이 큰 거 아니야?”
“하버드에 있다보니 글로벌하게 변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정도로 변화, 나비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나비의 날개짓, 그 정도의 자극이 쌍둥이들에겐 필요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라는 이 전제를 깨고 싶었다. 이 둘만큼은 전생과 다른 길을 가게끔 하고 싶었다.
···자극, 어떤 자극을 해야 이 둘이 한국이 아니라 더 큰 세계로 나올 수 있을까. 비록 지금은 한국에 있더라도 전세계가 놀라는 연구를 진행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이 둘의 연구가 훗날 내 연구에 도움이 되려면, 이 둘이 더 큰 꿈을 꾸게 하려면-
나는 불쑥 떠오른 생각에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