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6)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06화(106/221)
106. 권위자 (1)
106. 권위자 (1)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쌍둥이들은 조용했다. 그 모습을 본 이광용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버드대가 그다지 마음에 안 들었나보구나.”
“…아뇨. 좋았어요.”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하는 이인영. 그녀는 아까 있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10년 후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약간의 침묵 끝에 김만덕이 꺼낸 첫마디였다. 그 말을 들은 이인영과 이인성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미간을 좁혔다.
‘당연히 볼 수 있지!’
‘뭐야. 그럼 10년 후에 안 볼 생각 하고 있었던 거야?’
의아함과 동시에 섭섭함이 밀려드는 탓에 쌍둥이들이 열심히 반박했지만, 김만덕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슬슬 나가자. 벌써 해가 졌어.’ 라고 말할 뿐이었다.
“아빠.”
그 순간, 덜컹이는 차 안에서 이인성이 말을 꺼냈다. 운전에 집중하고 있던 이광용이 백미러로 아들을 바라봤다.
“왜 그러니?”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랑 아직도 연락하세요?”
“?”
이광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 실없는 말이나 하던 녀석이었는데, 뭔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그리고 그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뭐, 연락이야 하지.”
“얼마나요?”
“어쩌다 한 번 정도? 그나마 친했던 녀석들이랑은 일, 이년에 한번씩 만나기도 하지.”
“일 년에 한번이요?”
그정도도 많이 만나는거란다, 라는 대답에 이인영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직은 친구보다 라이벌이 필요한 시기. 그러나 쌍둥이들에게 있어 김만덕이 라이벌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그는 쌍둥이들과, 아니 한국과고에 있는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아빠. 진짜 유치한 질문인거 아는데요.”
“인성이 네 질문은 늘 유치했는데 뭘. 말해보렴.”
“아니, 만약에요. 친구랑 계속 연락하려면 어떡해야해요? 그러니까 제 말은 나중에 나이들어도 계속 연락할 수 있을만한 그런 사이가 되려면···”
이광용은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인성의 질문이 유치해서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아직은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글쎄. 진짜 친구였다면 큰 어려움 없이 다시 연락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는 백미러로 긴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툭 털어내듯 말했다.
“적어도 비슷한 사람은 되야겠지.”
결국 사람은 끼리끼리니까 말이다.
*
쌍둥이들이 돌아가고 난 뒤, 나는 크리스 교수의 연구실로 갔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지만 연구실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상처받진 않았겠지?’
쌍둥이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녀석들이 세계를 무대로 더 높게 연구하길 바랐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람 심리라는게 옆에서 누가 자꾸 하라, 하라 그러면 더 하기 싫은 법이다. 괜히 내가 연구 이야기를 꺼냈다가 반발심리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거고.
그렇기에 그냥 담백하게 말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냥 나중에도 볼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마 둘은 똑똑하니까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아챘겠지만 말이다.
똑똑, 나는 크리스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오! 아직까지 집에 안 갔었군요. 혹시 집에 가는 법을 잊은 건 아니겠죠?”
“그럴리가요. 먼저 집에 가려다가 불이 켜져있길래 한번 와 봤어요.”
“좋군요, 그럼 잠깐 앉아 있으세요, 지금 읽고 있던 논문들만 정리하고 갑시다. 아니지, 이렇게 된 거 같이 논문 좀 보다가 들어갈까요?”
딱히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미국에 오고 난 뒤로 가장 즐거운 순간이 바로 이 시간들이었으니까.
줄기세포의 영역은 생각보다 넓으면서 미지의 세계였다. 물론 회귀했기에 어느정도 정보는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는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지. 내가 회귀를 했다고 해도 2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을 거슬러 온 거니까.’
20년 동안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고 한들,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미래에는 여전히 아프면 병원에 가서 약을 먹었지, 줄기세포로 아픈 부분을 재생시키는 일은 드물었다.
난치병인 경우 흔한 질병들보다는 줄기세포 연구가 더 성황리에 진행되긴 했지만, 또 연구랑 치료는 다른 일이었다.
‘윤리 문제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었으니까.’
그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저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도만능줄기세포에 관한 내용이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는 성체 세포를 재구성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생성된 줄기세포입니다. iPSC들이 주목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배아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능성 세포를 생성할 수 있다는 거죠.”
내 시선을 느낀 크리스 교수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리하던 논문에서 잠깐 시선을 뗀 후 나를 바라봤다.
“2006년에 일본의 야마나카 신지 교수의 발표 이후로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조만간 노벨상도 받을 거라는 소문이 들려오더군요.”
야마나카 교수라. 전생의 기억을 되돌려 보면, 야마나카 교수의 경우 2012년에 이 연구에 대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더니 크리스 교수가 신기한 듯 바라봤다.
“노벨상 이야기가 별로 흥미를 돋우는 주제는 아닌가 보군요?”
“노벨상보단···그냥 앞으로 할 연구가 더 흥미가 있어서요.”
이곳에 온 이유, 한국이 아닌 굳이 하버드를 택해 온 이유는 줄기세포에 대해 연구를 위해서다. 그리고 줄기세포를 연구하려는 이유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 줄기세포를 치매 치료에 활용하고 싶습니다.”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고 싶다고 했었던가요?”
“네. 다른 세포들과 다르게 뇌세포는 한번 손상이 이뤄지면 회복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뇌 관련 질환을 겪은 환자들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무수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요.”
치매 치료. 그중에서도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인해 손상되어 버린 뇌세포를 다시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원인을 제거하고 그 전 상태로 돌려놓는 것까지. 내가 원하는 치매 치료였다.
“흠···맞는 말입니다. 재활치료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도 있지요. 특히 인지를 담당하고 있는 전두엽의 경우에는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 부분이 손상되면 환자에게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고요.”
크리스 교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해 알아간다는 건,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듯한 느낌이다. 어색하고 불편한 개념들이지만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능숙해진다.
게다가 줄기세포 연구에 개척자이자 권위자나 다름없는 크리스 교수와 직접 의견을 공유할 기회라니.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터였다.
“저 역시도 치매와 관련된 연구는 언제나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와 관련해서 실험을 진행한 적도, 논문을 몇 차례 작성한 적도 있고요.”
“안 그래도 교수님이 진행하신 실험 중에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요?”
“유도 만능 줄기세포와 관련해서 진행하셨던 연구에 대한 건데···.”
나는 문득 비행기에서 읽었던 논문 하나를 떠올리며 크리스 교수를 향해 물었다.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인 해마를 복구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사용한 실험이 인상적이었습니다만, 실험 결과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어떤 부분이지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논문을 크리스에게 건넸다.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되어 있는 결론 파트를 그는 꼼꼼히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꽤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군가 자신의 실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 그걸 반길 수 있는 사람은 드물 테니까.
“실험에서는 줄기세포로 해마를 복구에 성공했다, 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데이터에 조금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싶어서요.”
“이상이라? 데이터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보입니다만.”
“실험에서는 복구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MRI를 통해 해마의 크기를 이전과 비교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해마의 크기가 변화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기억 능력에 변화가 생겼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 같아서요.”
“흐음···.”
내 말에 크리스 교수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좁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관련 논문들을 내밀었다.
“기억에 영향을 주는 기관은 현재 해마를 비롯해서 편도체, 전두엽 피질 등 다양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논문에 보면 유도 만능 줄기세포가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으로 분화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 말은 해마가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 분화되었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다른 기관으로 분화되었다기보단···. 해마 내부에서 다른 기작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아니면 시냅스의 변화가 일어났을 수도 있고요.”
MRI는 훌륭한 진단 검사 기기 중 하나이지만, 모든 걸 알아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게다가 크리스 교수가 논문에 실었던 MRI 사진은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비록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유달리 사진이 왜곡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크리스 교수는 복잡한 심경으로 말을 이었다.
“만덕 학생이 제기한 의문점도 이해는 갑니다만, 실제로 해마의 크기 변화는 치매를 비롯한 여러 기억 관련 장애에서 보이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만 가지고 유도 만능 줄기 세포로 해마가 복구되었다고 단정 짓는 건 조금 성급한 결론이라는 생각입니다.”
결국 내 입에서 성급하다는 말이 나오자 크리스 교수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눈에 띄게 분위기가 경직된 걸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 교수는 지금 상황이 순식간에 불편해진 것 같았다.
“흠···. 이 논문은 글쎄요. 2년이 넘도록 진행했던 실험이기도 하고 이제와서 다시 논의를 한다는게 제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이미 끝난 실험을 다시 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만한 데이터를 다시 모으려면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차라리 이 연구가 아닌 다른 연구를 진행하는 게 좀 더 효율적-”
“연구에 효율을 따지다 보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왜곡. 연구자들 입장에서 꽤나 불편한 단어이기도 했다.
“…이 실험에 대해선 그만 이야기하도록 하죠. 이제 집으로 갑시다. 시간이 많이 늦었군요.”
결국 시계를 한번 쳐다본 크리스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논문을 대충 정리한 채로 연구실을 나오게 된 우리는 말없이 이동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별다른 대화나 설명 없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까지 크리스 교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벽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줄기세포와 관련해 그는 여러 실험을 진행했었지만, 이 연구와 관련해서는 유달리 말을 아끼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기엔 아쉬웠다.
해마는 치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관 중 하나. 만약 앞으로 크리스 교수의 논문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면, 유도 만능 줄기세포로 해마를 복구하는 실험은 적어도 몇 년간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었다.
줄기세포와 관련해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미 연구된 내용을 다시 진행하기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랬다간 이 부분에 대한 실험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진행될지도 몰라.’
선행 논문의 오류. 그 오류는 참고 문헌으로 계속 인용되고, 인용된다.
그리고 그 오류는 정설로 받아들여져 의심의 여지조차 없어지게 된다.
완전무결한 성역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지?’
그렇다고 이제 와서 크리스 교수와 연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에게 있어 그는 하버드대에 있게 해줄 인맥이자, 앞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 도움을 줄 뒷배이기도 했으니까.
오류를 애써 흐린 눈으로 못 본 척하고 있는 그를 깨워줄 필요가 있었다.
“드르르륽-”
“…?”
“허, 험냐, 드르륽—”
그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이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아니, 이 녀석 기숙사에서 이렇게 막 나와도 되는 건가? 애초에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다니는 게-
그 순간, 한 생각이 스쳐 떠올랐다.
흐린 눈의 교수를 깨울만한 좋은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