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7)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07화(107/221)
107. 권위자 (2)
107. 권위자 (2)
“뭐? 아버지 논문이 잘못되었다고?”
자고 있는 로버트를 흔들어 깨웠다. 비몽사몽한 그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그는 금세 잠에서 깼다.
얼떨결에 큰 일을 알게 된 로버트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네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기는 힘들어. 그도 그럴게 아버지는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분이신 걸? 그에반해 너는···아직 정식으로 입학한 학생도 아니잖아.”
로버트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
“아니, 내 말은 너를 뭐라고 하려던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보기에도 이 논문은 문제가 있다는 거야.”
딱 잘라 대답하자, 로버트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전생에 줄기세포와 관련되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줄기세포.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그 분야는 거짓 루머와 뜬 소문이 만연한 분야이기도 했다. 우선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실험이 힘들다는 것, 게다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한몫했다.
‘크리스 교수가 정말로 줄기세포로 해마 복원에 성공했다면 이 이후로 후속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을리가 없어.’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봐도 크리스 교수가 해마 복원에 성공했다는 기억은 없었다. 그 말은 이 논문에 문제점이 밝혀졌고, 그로 인해 그가 명성을 잃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줄기세포와 관련하여 조작 사례가 일어난 건···꽤나 큰 문제였으니까.
“하아, 그래. 그럼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런데 이 논문은 이미 사이언스지에도 올랐을 정도로 이미 그 내용을 인정받은 논문이야. 근데 네가 지적을 해봤자 받아주는 곳이 있을까?”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해.”
“내 도움?”
“나 대신 실험실에 들어가줘.”
“…뭐?”
내 말에 로버트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지금 들은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이었다.
로버트가 말한 대로 이 논문은 유명 저널에도 올라갈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끈 논문이었다. 하지만 이 논문이 통과될 수 있었던 이유는···어디까지나 지금 상황과 관계가 있었다.
저널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검토 단계를 거쳐야한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곳은 전세계를 놓고 봤을 때 손에 꼽았다. 한마디로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상황.
이 논문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분짓는 것 역시 애매하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컸다.
“실험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게다가 나 아직 학부생이라고? 석사나 박사과정이 아니라.”
“이번에 학부생 연구원 모집 공고 봤어. 거기에 들어가줬으면 해.”
“허어?”
갑자기 이어지는 연구원 이야기에 로버트가 미간을 좁혔다. 평소 연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안하던 그였던 만큼 이런 제안이 어이없게 느껴질만도 했다.
하지만 지금 내 신분으로는 연구원에 들어갈 수도, 연구를 진행할 수도 없었다. 물론 크리스 교수가 함께 연구를 진행하자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자신의 논문 결과에 반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안된다고 할게 뻔했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생물학계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크리스 교수님을 위한 일이기도 해.”
“아버지를 위한 일이라고?”
로버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전생의 일을 떠올렸다.
과거에도 논문에 오류가 발견되는 일은 숱하게 많았다. 애초에 논문으로 낸다고 해서 완벽한 내용이라고 할 순 없었으니까.
다만 그 이후의 대응으로 인해 결과는 완전 다르게 흘러갔다.
“논문 저자가 오류를 인정하고 빠르게 수정한다면 심각한 논란이 되지는 않아. 물론 그와 관련해서 어느정도 신빙성이나 권위는 잃을 수 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나마 저자가 인정했다는 부분 때문에?”
“그렇지. 하지만 이 논문을 바탕으로 다른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인용되는 일이 많아질 수록 감당해야하는 책임도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돌아올 것도 클거고 말이야. 게다가 이게 의도적으로 조작한 데이터라면···”
조작이라는 말이 나오자 로버트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
물론 나 역시도 이런 상황이 달가운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일이 앞으로 있을 연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빼내야 한다고 생각할 뿐.
더군다나 자신의 아버지의 일이니 로버트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뭘 하면 돼?”
“일단 너가 말했던 것처럼 이 논문의 오류를 발견해내야 해. 그러려면 실험이 필수적이고.”
“연구원 신분으로 들어가서 실험을 해달라는 건 아니지?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응.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이 연구에 참여했던 다른 연구원들에 대해 알아봐 줘.”
“다른 연구원?”
“응. 그들이라면 뭔가 더 알고 있을테니까.”
나는 논문을 넘겨 마지막 부분을 확인했다. 들쑥날쑥한 데이터, 어딘가 곡해되어있는 자료들. 이 모든 것들이 비전공자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겠지만···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게 있을거야.”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알아내야만 했다.
*
로버트와 대화를 나누고 난 뒤, 우리는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이 일이 알려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사람은 다름아닌 크리스 교수였기에.
‘내가 이 일을 돕는다고 해서 네 말을 따른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네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까 따라주는거라고.’
툴툴대며 말하는 로버트였지만, 그 역시 찜찜한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줄기세포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 수록 그 역시 크리스 교수의 논문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과학이 진보하면서 이런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점차 늘어날 것이었다. 과학이 발전되면서 과거의 논문들 중 대다수는 잘못된 결론이었다고 밝혀지는것들도 상당수였지만···조작은 다른 문제인거니까.
“오늘도 그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온 건가요?”
크리스 교수가 긴 한숨을 내쉬며 나를 맞이했다. 그동안 크리스 교수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연구실을 자주 찾아갔다. 심지어 밤마다 그가 집에 있을 때면 쉬지않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요. 이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미리 인사드리려고 왔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요. 그래요, 그동안 하버드대에 있으면서 어땠습니까? 괜찮았는지요?”
“네. 수업 환경도, 연구실도 다 좋았습니다. 다 크리스 교수님 덕분이에요.”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자, 크리스 교수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논문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지 아까보다는 조금 유해진 분위기로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 문득 크리스 교수의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에 나는 곁눈질로 그의 책상을 훑었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논문과 서적. 그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캘리포니아 대학 줄기세포 연구단에서 공동 연구를 제안해왔습니다. 마침 주제가 치매 관련 연구더군요.”
“!”
“그와 관련해서 관련 논문들을 좀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죠. 만덕 학생도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만.”
치매라는 단어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크리스 교수가 씩 웃으며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우리는 마주보고 앉았다. 크리스 교수는 종이 뭉치를 들고 오더니 내게 건넸다. 연구 제안서라고 적혀있는 서류 더미들이었다.
내용 자체는 아직 보완할 점도 많고 구멍도 많아보였지만 앞으로 진행할 연구에 대한 간략한 제안서였다. 꼼꼼하게 내용을 읽고 있는데, 크리스 교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용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손상된 뇌 세포를 복원하는 연구이지요. 김만덕 학생이 연구하고 싶다는 그 내용말입니다.”
“…언제 시작하나요?”
“아마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려면 꽤 준비할게 많거든요. 특히나 이쪽 줄기 세포 부분은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말이지요.”
침을 꿀꺽 삼키며 크리스 교수가 내민 내용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이 연구에 참여해야한다, 라는 본능적인 무언가가 마음 속 깊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크리스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김만덕 학생도 이 연구에 참여하고 싶습니까?”
“네. 참여하고 싶습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하자 크리스 교수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말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만덕 학생을 보조 연구원 신분으로 올릴까합니다.”
“…! 감사합니다!”
“보조 연구원이면 아마 직접 실험에 참가하는데는 제한이 있겠지만···그 부분은 일단 들어간 후에 조정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괜찮겠지요?”
“네, 일단 실험 과정 자체에 같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얻어갈 수 있는게 많을 것이라-”
“그렇다면 만덕 학생이 해줘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데, 크리스 교수의 차가운 어조가 말을 끊었다.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쉽게 연구원에 올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제 논문을 파헤치는 건 멈추는 게 어떻겠습니까?”
크리스 교수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아까와 달리 유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는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최근 로버트가 학부생 연구원에 지원했더군요. 원래 이쪽 분야로 관심이 있는 애였으니 그러려니 했습니다만···요즘 이상한 소문이 들려와서 말이지요.”
“…이상한 소문이라면?”
“유독 그 논문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는 소문 말입니다. 실험을 진행하던 과정에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는지···하는 내용 말입니다.”
아, 결국 알아버린 건가. 하긴 어떻게 보면 갑자기 들어온 학부생 연구원이 그 논문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크리스 교수의 귀에 안 닿을리도 없었고.
“제가 이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건 그 논문의 힘이 큽니다.”
“…”
“줄기세포를 이용해 해마 복원에 성공했다는 업적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거기도 했고요.”
크리스 에반 교수는 하버드대 내부에 있는 줄기세포연구단의 장을 맡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이 부분에 있어서 권위자였다.
지금 그가 치매 관련해서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있는 것도 그 논문 덕. 만약 그 논문이 잘못되었다는 게 알려진다면···
“만덕 학생도 이 연구에 참여하고 싶은거겠지요?”
“…네.”
“그렇다면 과거 잘못된 부분은 넘어가도록 합시다. 우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사람 아닙니까? 굳이 잘 흘러간 내용을 들춰낼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부분의 오류가 있다면 그 부분은 서서히 정정되겠죠.”
크리스 교수는 온화한 목소리로 나를 다독였다. 그가 말하려고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만덕 학생은 앞으로 이 부분에서 계속 연구를 진행하려면 꽤나 필요할 게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이 이후의 일을 같이 논의하는게 좋을거라는 생각입니다.”
크리스 교수는 그 이후의 일을 언급하고 있었다.
앞으로 줄기 세포와 관련해 연구를 하다보면 있을 숱한 일들을 말이다.
‘…그래. 아주 나쁜 제안은 아니야.’
아니,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로 볼 수도 있었다. 이 문제를 넘어간다면 그에게 받을 수 있는 여러 혜택들이 눈에 선했으니까.
단편적인 예로 지금 제안한 저 연구. 아마 일반 학생이었다면 제안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의 큰 연구였을거다.
애초에 내 목표는 치매 치료이지, 논문의 정당성을 따지는 게 목표는 아니니까. 지금 눈 감고 넘어간다면, 훨씬 더 좋은 실험을 해서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면···
“한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든지요.”
나는 크리스 교수를 바라봤다.
“단순 실수입니까 아니면···조작입니까?”
과학자도 사람이다. 연구를 하다보면 여러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 정도라면 이후에 저절로 밝혀질터였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데이터들이 의도된 조작이라면···
그러나 크리스 교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하나의 대답이었다.
“…꼭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크리스 교수는 그 말을 끝으로 나를 배웅했고,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짧게 인사를 할 뿐이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이 정해진 순간이기도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