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1)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1화(111/221)
111. 줄기세포 (2)
111. 줄기세포 (2)
로버트를 MRI 기계에도 넣어보고 이리저리 뇌 촬영을 진행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일종의 실험체처럼 이리저리 사용되었던 로버트가 피로에 찌든 상태로 말했다.
“그런데 이 실험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거 아니야? 다시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은데.”
“오, 여기 다들 모여있었군요.”
로버트의 말에 대답을 하기 전에, 실험실 문이 열렸다. 크리스 교수가 수업을 마치고 온 모양이었다.
그는 녹초가 된 로버트를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별일 없었습니다. 잠깐 MRI 사진을 찍어본 게 다에요.”
“그랬던거군요. 그래요, 혹시 알아낸 특별한 사항이 있습니까?”
크리스 교수의 질문에 나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혹시 오류가 MRI 기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다 본질적인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소독을 하고 실험복으로 갈아입고 온 크리스 교수를 보며 물었다.
“혹시 지금 실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까요?”
“약속했던대로 가능합니다만···만덕 학생도 알고 있듯이 본격적인 실험 준비만으로도 기본 4주정도가 걸립니다. 세포를 배양하고, 인위적으로 손상을 입힌 실험쥐도 준비해야하고요.”
4주. 아직 하버드대 입학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던 만큼 이정도 시간은 기다릴 수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본격적으로 실험 과정을 설명하며 그 당시의 일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우선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실험쥐의 피부 세포를 채취했지요. 동물실험지원센터에 연락하여 실험에 쓰일 실험쥐들은 확보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 교수는 능숙하게 실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록 세포 채취에 사용할 실험쥐도,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역분화인자도 준비되어있지 않았지만 그는 장비들을 하나씩 설명하며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 설명을 들으며 로버트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로버트는 준비해 온 수첩에 받아적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실험쥐의 해마에 직접 이식했습니다.”
“실험쥐의 피부 세포로 부터 만들어낸 것이기에 면역 반응은 없었겠군요?”
“정확합니다. 다행히 해마로 뇌세포가 안정적으로 이식이 되었고, 우리는 이 결과를 보고 해마 복원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방금 전 로버트가 들어갔었던 MRI 기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MRI는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해마의 크기가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증가되었다고 생각을 한 것이지요.”
“해마 자체는 복원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요.”
세포를 직접 이식했으니 MRI상으로도 새롭게 생성된 해마는 관측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 논문에서는 빠져있었다.
거기에다가 내가 줄곧 지적했던 데이터 오류 역시 해마의 변화 정도를 나타낸 부분에 존재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짚어야했던 것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하나의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합니다. 말그대로 어느 세포로도 분화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크리스 교수님의 처음 의도와 다르게 뇌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로 분화될 수도 있습니다.”
뇌세포로 분화하라고 냅뒀더니 엉뚱한 녀석으로 분화되어버릴 가능성. 나는 그 가능성을 크리스 교수에게 말했다.
논문에 나타난 사진을 가리키며 말하자, 결국 크리스 교수 역시 인정하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맞습니다. 그 당시 실험에 성공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게 뇌세포로 분화가 된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로 분화가 된 건지에 대한 생각은 해 볼 생각을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해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더 컸겠다고 할 수 있겠군요”
오랜 실험 끝에 해마 옆에 뭔가가 생겼다. 그리고 그 모양이나 크기가 연구팀이 그토록 원하던 결과랑 유사해보인다.
···결국 원하는 결과에 맞게 사진과 데이터를 살짝 수정해버린 연구원이 나타나버렸고, 크리스 교수 역시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버렸다.
잠깐 맛보았던 실험의 성공은 너무 달콤했고, 결국 그들은 검증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생략해버렸다.
성공에 취해 흐린 눈으로 결과를 해석해버린 것이다.
“자, 잠깐만요. 둘 이야기 듣다보니까 뭔가 말이 안 맞지 않아요? MRI로 촬영했었다면서요? MRI로 촬영해서 뇌세포로 분화된 걸 확인한 거 아니에요?”
“여기서는 신경세포의 활동까지는 확인할 수 없으니까.”
논문을 넘기며 사진 파일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MRI의 해상도 역시 좋지 않았지만···뇌의 단면, 그 안에 확인되는 해마의 위치를 확인했다.
크리스 교수가 다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했다.
“…신경세포의 활동까지 확인하는 건 아직 기술상의 한계로 인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이 실험으로 뇌세포로 분화가 된 건지 분석할 수가 없었고요. 그래도 색깔로 충분히 구분해낸 것만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예?”
“엉?”
단호한 내 말에 로버트와 크리스 교수가 되물었다. 나는 논문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기존의 MRI 방식 말고 확산텐서영상을 사용하면 됩니다.”
“확산텐서영상이라면···”
미간을 찌푸린 채,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는 크리스 교수.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지만 확산텐서영상으로는 간질이나 뇌종양같은 뇌질환엔 사용할 수 있어도 해마같은 부분에서도 적용이 가능할련지…”
“확산텐서영상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자, 잠깐만. 확산텐서영상이 뭔데?”
그에 반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인상만 쓰고 있는 로버트를 향해 나는 부가 설명을 이어갔다.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DTI)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기술은 물 분자와 브라운 운동을 이용한다.
뇌에 거미줄마냥 퍼져있는 신경 섬유에서 물 분자가 확산 되는 방향과 속도를 이용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일종의 지도를 만드는 영상.
이를 이용하면 신경세포가 이동하는 경로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다.
‘확산텐서영상은 아직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니까. 아마 이걸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한창 연구중일테지.’
나는 문득 노먼 교수가 했던 말,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과학 역시 발전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훗날 이 영상기법을 통해 뇌혈관을 비롯한 뇌질환들이 속속들이 연구되기 시작하니까.
“만약 이 세포가 진짜 해마, 즉 뇌세포로 분화가 되었다면 확산텐서영상을 찍었을 때 신경세포의 운동을 관측할 수 있을거에요.”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크리스 교수가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러나 곧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결국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뇌세포로 분화되지 않은 채로 해마의 옆에 붙어있던거라면···이 실험은 실패라고 봐야겠지요.”
“글쎄요. 실패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릅니다.”
“…이르다고요?”
또 한번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은 크리스 교수의 눈이 커졌다. 로버트는 우리의 대화를 그저 눈동자만 굴리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연구 노트를 펼쳐 크리스 교수에게 내밀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실험쥐에 직접 이식하는게 아니라, 뇌세포로 분화시킨 후 이식시켜도 늦지 않습니다.”
“허어···”
내 말에 크리스 교수가 침음했다.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만덕 학생이 창의적인 학생인 건 알겠습니다만, 그렇게 진행하는 건 듣도보도 못한 방법입니다. 애초에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건 그 환경이 할 일이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환경이 할 수 있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인간이 그 환경을 조성해주면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빈 노트 위에다 그에게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그 중에는 크리스 교수로부터 얻은 지식도 있었고, 전생 때 신문 기사에서 봤던 내용도 섞여 있었다.
전생 때라고 해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 빛나는 연구 결과가 하나쯤은 있었다.
‘분명 어느 대학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운동세포로 분화시킨 후, 쥐의 척수에 이식했다고 했지. 그리고 그 결과 반불구이던 쥐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마법과도 같은 일이었다. 걷지 못하는 쥐를 걸을 수 있게 만든 일이었으니까. 물론 이 일을 두고도 사람들은 한동안 거짓말이다, 조작이다 라며 부정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열광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게 이 내용은 사실로 밝혀졌으니까.
그 이후로도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차근 차근 임상 실험을 진행중이라고 했는데···그 결과까지는 못 보고 과거로 돌아와버렸다.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겠습니까?”
“뇌세포라는 건 면밀히 들어가보면 신경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하여 전기적인 신호를 주고 받는다고 볼 수도 있고요.”
나는 크리스 교수를 향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방향에 대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더니 이윽고 입을 꾹 닫은 채 한동안 침묵했다.
“정말이지···믿을 수가 없군요. 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지요? 아니지, 언제부터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거지요?”
“…평소에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까요. 게다가 이것도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이지 아직 본격적으로 실험을 한 것도 아니고요.”
나도 모르게 미래의 지식을 너무 끌어다 사용해버렸다. 자칫하면 크리스 교수의 의욕이 꺾여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쭈뼛거리며 이야기했다.
조기 입학한 학생. 심지어 앞으로 자신이 가르칠 학생이 자신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다면? 머리로는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진심으로 기쁘게 받아 줄 사람은 드물 것이었다.
“제가 생물학 교수가 되고 나서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심장이 가파르게 뛴 적이 딱 두 번 있습니다.”
“네?”
갑작스러운 고백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크리스 교수는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말했다.
“하나는 아밀로잽에 대한 논문을 읽었을 때고, 다른 하나는, 다른 하나는···!”
바로 지금입니다.
크리스 교수의 눈이 마치 첫날 본 그날과도 같았다.
참으로 맑은 눈의···광인이었다.
*
크리스 교수와의 이야기가 끝난 뒤, 우리는 실험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강의와 또 다른 연구를 동시에 병행하고 있는 크리스 교수는 모든 일정이 빽빽하게 들어가 있었고, 그 결과 내가 주로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다.
‘어차피 그렇게 할 생각이었지만.’
그대신 크리스 교수는 그는 실험쥐가 확보되는 대로 그 당시 실험을 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전까지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안해보기로.
“도서관에 간다고? 가는 법은 알지?”
“응. 책만 빌리고 바로 집으로 갈게. 너는?”
“난 기숙사. 그럼 내일 보자.”
로버트와 헤어지고 난 뒤, 나는 하버드 내 도서관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정식 입학 전이기에 출입이 불가능 했겠지만, 다행히 크리스 교수 덕에 입학 전인데도 출입할 수 있었다.
하버드 내에도 여러 도서관 분관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도서관으로 이동중이었다. 곳곳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중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은 품에 책을 한가득 품고 도서관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사실 책보다는 논문을 읽는게 더 도움이 되겠지만, 일단 빌릴 수 있는 자료들은 다 빌려보자.’
크리스 교수는 내가 가진 줄기세포 지식을 보며 놀랐지만, 이정도에 만족할 수 없었다.
내 목표는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손상된 뇌세포를 복구하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이 실험 역시 내 목표를 위한 연장선이나 다름없었다. 해마를 복구할 수 있다면 뇌의 다른 부위도 복구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도서관 내 자료 검색 사이트에서 줄기세포와 관련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관련 문헌들을 대출할 생각으로.
‘뇌세포는 다른 부위에 비해 까다로운 부분이 이만 저만이 아니야. 좀 더 이 부분에 대해 선행 연구를 진행한···어?’
자료를 검색하던 중, 비교적 최근에 줄기세포와 관련한 학위 논문이 올라와있었다. 대학은 캘리포니아 대학. 분명 다른 곳에서 검색할 때는 뜨지 않았었는데···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논문 원문 자료를 열람하려는데,
“죄송합니다. 이 논문의 경우에는 협약 연구원으로 지정된 경우에만 열람이 가능합니다.”
대충 캘리포니아 대학과의 협약을 이야기하며 나를 돌려보내는 직원.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원래 못 보게 하면 할 수록 더 궁금한 법이니까.
···크리스 교수한테 구해달라고 해볼까? 하지만 그러면 적어도 오늘 저녁이 되어야 이야기할 수 있을텐데.
하지만 난 지금 저걸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그렇게 미간을 좁히며 다른 방법이 없나···하고 고민하고 있는 찰나,
“…내가 구해다 줄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