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3)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3화(113/221)
113. 베니 (1)
113. 베니 (1)
우리는 일단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신경세포가 아닌 운동세포로 분화시키기로 했다.
‘바로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려고 했다가 안되면 오히려 의구심만 들게 만들수도 있어.’
전생의 기억 덕에 운동세포로 분화시키는 메커니즘은 어느정도 알고 있는 상황. 하지만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했다.
게다가 세포와 관련된 실험은 다른 실험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인큐베이터에 세포를 배양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하루 정도의 텀이 필요한 상황.
“우선 실험쥐로부터 얻어낸 피부 세포에 유전인자 Oct4, Sox2, Klf4, c-Myc를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리스 교수와 로버트가 보고 있는 앞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나. 그 과정이 떨리지 않냐고 하면 거짓이겠지만···한편으로는 설레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 실험을 시작으로 치매 치료의 시작이 열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신경 전구 세포의 형성을 촉진하기위해 Noggin 및 Retinoic Acid와 같은 특정 성장 인자를 더 투입한다. 그 이후로는 운동 세포로 성숙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련의 과정을 마친 후, 우리는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실험실 내내 크리스 교수와 로버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많은 생각이 드는 듯 했다.
“…결과가 나와야 분석할 수 있겠지만 지금 모습은 마치..뭐랄까. 이미 실험에 성공했던 연구자가 한번 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크리스 교수. 그는 이제 나에 대한 평가를 학생에서 다른 무언가로 바꾼 듯 했다. 나는 그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게 다음 실험 일정때 보도록 한 후, 우리는 헤어졌다. 이 뒤에는 각자의 일정이 있었기에. 나는 시계를 한번 확인한 후, 미야가 있는 동아리실로 향했다.
“왔어? 로버트는?”
“뒤에 일이 있어서 못 온대.”
“흠, 그렇구나. 자, 여기. 전에 말했던 거.”
미야가 나를 향해 종이 더미 하나를 내밀었다. 가방도 채 내려놓지않은 채, 그 자리에서 논문을 순식간에 읽기 시작했다.
[줄기세포의 다양성 연구; 신경세포와 운동세포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이라고 적혀있는 논문에는 여러가지 내용들이 담겨있었다.특히 내가 알고 싶어 하던 부분들이.
‘이 논문에 나온 방식대로 진행한다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운동세포로 분화시킨 후에 이식하는 게 가능해.’
비록 학부 졸업 논문에 불과했지만 그 내용이나 깊이는 충분히 가치있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해서 읽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마음에 들어?”
“응. 완전. 고마워.”
고개를 돌려보니 미야였다. 그녀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그럼 나도 보답으로 받고 싶은게 있는데…”
“어?”
보답으로? 생각해보니 이 논문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미야의 덕. 게다가 이런 내용이 담긴 걸 시의적절하게 지금 딱 읽을 수 있었으니…그녀의 요구를 들어줄 만도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야를 바라보자, 그녀가 목을 두어번 가다듬더니 본론을 꺼냈다.
“수학 천재.”
“엉?”
“전에 말했던 수학 천재. 만나게 해줘.”
엥.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인지라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미야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각종 프린트물을 가지고 오더니 내 앞에 펼쳐놓았다.
[세계 7대 난제를 해결한 소년은 누구?], [앤드류 부커, 알고리즘 풀이의 시대를 열다.], [새로운 수학의 시대. 컴퓨터를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등. 다양한 신문 기사들이었고,모두 다 한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애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 덕에 나는 수학에 대한 열정이 꺾여버렸는데 말이야.”
“으음…”
“많은 걸 부탁하지 않을게. 그냥 만나게만 해줘. 그러면 그 이후는 다 내가 처리할테니까!”
“…처리?”
오싹한 단어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이야기하자, 미야가 후후 웃으며 답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나보다 더 똑똑한 녀석인지 확인 좀 해보고…”
“해보고…?”
미야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결국 어쩌다 보니 이 지경까지 온 상황. 이제 더 물러설만한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이미 미야가 눈치챈 게 너무 많은 상황이기도 하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야를 바라봤다.
“그런데 난제를 푼 사람, 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역시 아는 사람이었구나!”
“응. 바로 나니까.”
“응?”
나는 미야에게 건네 받은 논문을 마저 읽었다. 충분히 가치있었고, 덕분에 이 이후의 실험의 방향도 잡을 수 있었다.
‘나중에 저자를 직접 만나봐야겠어.’
이정도가 졸업 논문 수준이라면, 필시 그 이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내 생각을 확장시켜줄 터였다.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고 있는데, 옆에서 이상한 오오라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미야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거짓말이지?”
“진짜인데.”
“…알고리즘을 제안한 사람이 너라고?”
“응. 원한다면 보여줄 수도 있어.”
프로토 타입이긴 하지만 노트북에 남아있거든. 가방을 꺼내 노트북을 들어보이자, 미야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결국 놀란 얼굴로 “어…어?”만 반복하고 있는 그녀를 향해 노트북을 꺼냈다. 분명 작년 이맘때쯤에…파일을 뒤적이다 보니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알고리즘 관련 파일이 남아있었다.
그때 발표했던 내용과 완전히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슷한 구성. 미야는 그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내가 논문을 세 번 정도 다시 읽었을 무렵. 미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걸 진짜…”
“응. 내가 만든거야.”
“…너 혼자?”
순간 그 물음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물론 혼자 만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이걸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지.”
“누구? 누가 도와줬는데? 그 앤드류 부커?”
하지만 미야는 스스로 말하고도 “그럴리가 없겠지. 앤드류 부커가 발표한 날에 너도 발표를 했으니까. 아냐, 그럼 원래 둘이 알고 있었던 건가? 공동 연구? 공동 개발?” 이라며 여러가지 추측을 쏟아냈다.
하지만 공동 연구도, 공동 개발도 아닌 나는 대답 대신 웃음으로 무마할 뿐이었다.
“어쨌든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어. 단지…말할 타이밍이 없었을 뿐이야.”
“맙소사, 진짜 너라는 거지? 그 수학 천재!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수학 천재가!”
천 년에 한 번이라니. 미야의 반응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았지만,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이야기해도…
“이거 설마 나만 알고 있는거야? 로버트는 알아? 데이브는?”
“아무도 몰라.”
“말도 안돼. 잠깐만, 그러면 아카이브에 올린 것도 너고, 이 알고리즘 만든 것도 너라는 소리잖아. 그것도 작년에 한 일들이라고? 고작 1학년이?”
평소의 나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이런 반응은 늘 낯설고, 어색하지만 역시 싫지만은 않다.
게다가 뭐랄까, 늘 아카이브 이야기가 나오면 “너 대단한 애구나?” 정도로 끝나던 미야가 “미친, 너, 너 진짜-!” 정도로 바뀌었으니까. 진심으로 대해주는 느낌이랄까.
그런 미야를 바라보다가, 나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 말만 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들어줄게!”
“이 논문을 쓴 사람. 만나볼 수 있을까?”
의외의 말이 나왔는지, 미야의 표정이 순간 멈칫했다. 그도 그럴게 이 논문은 미야의 사촌이 구해다 준 것. 실제 저자를 만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했다.
미국은 개방적인 나라이지만, 또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곳이기도 했다.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다보니 이메일이나 전화번호의 경우 업무용만 나와있을 뿐, 그 외의 정보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미 그 이메일과 전화번호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연구를 그만두고 떠났다고 들었거든. 그래서 더는 연락이 안 돼.”
“그거라면 문제 없을거야. 사촌 말로는 직접 이야기까지 하고 같이 밥도 먹던 사이라고 했으니까.”
미야는 아까와 다르게 차분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한가지 더 부탁을 했다.
“그리고…기왕이면 내가 아카이브에 올린 그 사람이란 걸 몰랐으면 좋겠어.”
“어? 왜? 그 논문덕에 사람들이 널 알아보는 건데도?”
“일단은 그런 시선들 없이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 게 좀 있거든.”
분명 이정도의 논문이라면 뒤이어 연구를 진행할만도 했다. 하지만 연구를 아예 그만둔 상황이라면 이 분야에 실망을 하고 떠났을 수도 있는 상황, 최대한 사적인 자리에서 그를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내 부탁에 미야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고, 그에 대한 보상처럼 그녀는 내게 수학과 관련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전생의 정보를 적절히 섞어서 그녀와 이야기를 했고, 대화가 한창 무르익던 중 동아리 실 문이 벌컥 열렸다.
“얘들아! 이거 봐! 내가 뭘 가져왔게!”
데이브가 싱글벙글 웃으며 동아리 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잔뜩 신이 난 미야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나는 그런 미묘한 표정 변화들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데이브가 들고 온 어마어마한 것 때문에.
“…데이브. 대체 뭘 들고 온 거야?”
“개! 그것도 한쪽 다리를 저는!”
마치 전리품을 가지고 온 듯이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데이브였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경악하고 있는데, 데이브가 상황설명을 시작했다.
“아니 글쎄, 수업을 마치고 오는데 도로에 이녀석이 낑낑대고 있지 뭐야. 그냥 두면 백퍼센트 차에 치이겠다 싶어서 들고 왔지.”
“…주인 있는 강아지 아니야?”
“글쎄? 목줄도 없고 다리도 절고 있는데 유기견 아닐까?”
고개를 갸웃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데이브. 그는 진심으로 이 강아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강아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미야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베니잖아!”
“베니? 베니가 누군데?”
“부잣집 아가씨가 키우는 그 강아지 말이야! 어쩌자고 데리고 온거야? 빨리 주인 찾아주자.”
“진짜 데리고 갈까? 내가 볼 땐 일부러 버린 것 같-”
미야는 데이브의 말을 무시하더니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거기에는 데이브가 들고있는 비글과 똑 닮은 사진이 올려진 게시글이 있었다. 비글, 그러니까 베니는 데이브의 품에 안긴 채 버둥거렸다.
미야가 강아지의 주인과 연락을 하는 동안, 나는 말없이 데이브를 바라봤다.
“왜, 왜! 그렇다고 길에서 낑낑대는데 모른 척 할 수도 없잖아!”
“아무 말도 안했는데.”
“눈으로 다 말하고 있으면서!”
그저 ‘이 대책 없는 또라이는 뭘까…’라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데이브는 용케 맞춰냈다. 나중에 이와 관련한 실험을 해도 재밌을 것 같다. 눈빛에 담긴 비언어적 신호와 해석이라는-
그때, 데이브 품에 안긴 베니의 버둥거림이 더욱 심해졌다. 안겨져 있는 자세가 불편한 것 같았다.
“아, 잠깐만. 얘 왜이래?”
“그렇게 안으면 안돼. 강아지도 사족보행하는 동물이니까-”
어릴 적 시골에서 각종 시고르자브종. 즉 누렁이들을 다뤄본 경력으로 비글을 넘겨받았다. 내 품에서 안정적인 자세로 안기자 그제야 조용해진 강아지를 보고는 데이브가 감탄의 눈으로 바라봤다.
“와우, 이것도 생물학이랑 연관있는거야?”
“아니, 이건 그냥 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도! 나도 그렇게 안아볼래!”
질색하는 표정으로 달려드는 데이브를 밀어내는데, 그 순간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