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4)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4화(114/221)
114. 베니 (2)
114. 베니 (2)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굵게 웨이브진 금발 머리의 여자였다. 급하게 뛰어온 듯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는 그녀는 들어오자 마자 나, 아니 강아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베니!”
한걸음에 내쪽으로 다가온 그녀는 낚아채듯 강아지를 데려갔다. 그녀의 품에서 헥헥대고 있는 강아지, 베니는 더이상 낑낑대지 않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여자의 등장에 우리 셋은 벙찐 상태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빨리 주인이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역시 21세기 정보 통신의 힘이란···
강아지의 상태를 이리저리 살피던 여자는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 우리를 쳐다봤다.
“고마워, 너희가 베니를 찾아준 거지?”
“어, 어. 정확히는 내가 찾았는데…”
여자는 떨떠름하게 답하는 데이브를 보며 물었다.
“내 이름은 제인이야. 너는?”
“…데이브.”
“고마워 데이브. 너가 아니었으면 아마 베니는 영영 못 찾았을지도 몰라.”
“뭐 그정도야, 다리 저는 강아지가 흔한 것도 아니익-!”
미야가 데이브의 발을 콱 밟았다. 그 탓에 말을 잇지 못하고 데이브가 고통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제인은 그 모습을 보며 떫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네. 다리 저는 강아지, 그것도 하버드 내에 돌아다니는 절름발이 강아지는 흔치 않으니까. 베니, 유명인사였네?”
“그게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
데이브가 눈치를 보며 수습하려는데 제인이 품에서 베니를 잠시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들고 온 클러치 백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뭉텅이로 쥐어지는 달러 지폐.
“사례금이야.”
“괜찮은데, 딱히 돈을 바라고 한 게 아닌 걸.”
생각해보면 데이브는 이 강아지가 제인의 강아지라는 걸 몰랐다. 그게 아니고서야 신기한 걸 들고 왔다며 올 리가 없을테니까.
한차례 거절하던 데이브는 손에 쥐어지는 현금 다발을 확인한 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학생이 들고다니기엔 너무나 큰 액수였으니까.
“베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강아지야. 나한테는 가족, 그 이상의 존재나 다름없어. 게다가 지금 다리가 이렇게 된 이후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만약 너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영영 베니를 못 봤을지도 몰라.”
제인은 베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바쁜 부모님 아래 부잣집 외동집 딸로 자라오던 제인에게 베니는 가족이자 형제였다. 그녀에게 있어 베니는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었다.
“뭐···정 그렇다면 받을게. 나중에 돌려달라고 하기 없기다?”
못 이기는 척 달러를 받은 데이브는 웃으며 주머니에 돈을 찔러넣었다. 데이브를 처리한 제인은 미야를 바라봤다.
어떻게 보면 미야가 아니었으면 베니는 데이브 손에 길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 평범치 않은 녀석 아래에서 베니 역시 평범하지 않게 길러졌을 수도 있다.
“너가 미야구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해준 애.”
“응. 사실 예전에 베니에 대해 전에 올렸던 글 봤거든. 다리 고쳐주면 사례해주겠다고 한 거.
제인은 미야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지갑에서 데이브에게 건넸던 만큼의 달러를 꺼내 미야에게 건넸다.
“난 진짜 괜찮아.”
“그래도 연락해줬잖아. 성의 표시야.”
“…그렇다면야 뭐. 사양하지 않을게.”
데이브와 다르게 빠르게 돈을 받은 미야. 여자로부터 두둑히 받은 후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주는데 왜 거절해?’ 라는 눈이었다.
그렇게 2명에게 성의표시를 마친 제인은 지갑을 뒤적이더니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돈을 줬는데도 지갑에 돈이 줄지 않는다. 대체 얼마나 부자인 건지, 감이 안올정도다.
그녀가 미간을 좁힌 채 나를 바라보는데, 베니가 한 다리를 절며 내 옆으로 와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주인 앞에서 다른 사람한테 애교를 부리는 베니. 그 모습을 본 제인의 표정은 더욱 미묘해졌다.
“넌…”
“난 아무것도 안했어.”
데이브나 미야와 다르게 딱히 한 일이 없는 나. 그렇기에 제인으로부터 사례를 받을 명목도, 딱히 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도···”
“그냥 주겠다면 사양은 안할게.”
“…아냐.”
단호한 내 대답에 제인은 머쓱한지, 지갑을 닫았다. 가족같은 반려견도 찾았겠다, 적당한 사례금도 줬겠다, 모든 일을 마친 제인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다들 고마워. 자, 이제 집에 가자.”
제인은 능숙하게 강아지를 들어올렸다. 들어올려지는 두 다리 사이에는 확연히 차이가 존재했다. 마치 줄 끊어진 인형마냥 질질 끌려오는 오른쪽 다리.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사고를 당해서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했지?”
“아···응. 2년 전에 산책을 하다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제인은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는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미야가 그런 모습을 보며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왜 굳이 아픈 기억을 건드리고 그래.”
“아니, 뭔가 이상해서.”
보통 다리를 다치면 수술을 한다. 수술 후에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설령 회복이 안되더라도 베니처럼 완전히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는 일은 드물었다.
차라리 척를 다쳐서 두 다리를 못쓴다면 이해하겠지만···하반신 마비가 아닌 한쪽 다리의 근육만 급속도로 빠져들고 있는 듯 했다.
“이거 그날 사고가 문제가 아니라···다른 병이 있는 건 아닐까?”
“…다른 병이라니? 무슨 말이야? 너 혹시 수의사쪽이야?”
“수의사는 아니고 생물학쪽이긴 한데.”
제인은 내 말에 다소 불쾌한 듯 미간을 좁혔다. 그도 그럴게 그녀의 재력이라면 난다긴다하는 수의사들에게 베니를 맡겼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베니의 증상과 유사한 병을 알고 있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다른 말로 루게릭병.’
어떤 과학자가 앓았던 병으로도 유명한 이 병은, 실로 악명높은 병이었다.
루게릭병은 주로 뇌와 척수의 운동 뉴런에 영향을 미치는 병으로 현재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신경 질환이기도 했다. 이 병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혹시 오른 다리 말고도 다른 부분에 이상을 보인 적은?”
“다른 부분이라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다거나 음식을 먹는 빈도가 줄었다거나 하는 거 말이야.”
서서히 온 몸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이었다. 분명 베니의 모습은 전에 미야와 함께 봤을 때에 비해 더욱 쇠약해져 있었다.
그런 변화를 나조차도 느꼈는데···주인이 모르고 있을리가 없었다.
제인은 베니를 꼭 끌어안은 채 말했다.
“최근 물을 마시다가 뱉은 적이 몇 번 있긴 해. 설마 베니가 다른 병이 있다는 건 아니지?”
“아직 추측이기는 하지만···”
나는 말을 하려다가 삼켰다. 아직 병명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이야기했다간 오히려 부담만 안겨줄 수 있었다.
게다가 루게릭 병은 치료조차 불가능하니까. 눈 앞에서 베니가 죽어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할 지도 모른다.
“말해줘. 베니가 겪고 있는 병에 대해 알고 싶으니까.”
제인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이브와 미야가 긴장감이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나는 시한 선고를 내리는 의사의 마음으로, 착잡하지만 냉정하게 말했다.
“루게릭 병인 것 같아. 적어도 그거랑 비슷한 병 말이야.”
“…루게릭?”
“응. 근육이 점점 빠져나가는 병.”
“거짓말. 왜 베니가 그런 병에 걸리는데?”
“원인은 아무도 몰라.”
“…네 말은 믿을 수 없어. 병원에 데려갔을 때도 그런 말을 하는 수의사는 아무도 없었다고!”
제인의 반응이 격해졌다. 그도 그럴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강아지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한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러나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을 회피했다.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
시간이 지나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될테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데?”
제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베니를 끌어안은 채로 물었다.
“현재로선···방법이 없어.”
그녀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몸을 돌렸다.
그렇게 동아리실을 빠져나가기 전, 그녀는 나를 보며 물었다.
“너 이름이 뭐야?”
“김만덕인데.”
“번호 줘.”
“…내 번호?”
갑작스러운 번호 요청에 미간을 좁히자, 그녀가 딱딱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휴대전화를 내밀며 말했다.
“만약 진짜 베니가 루게릭병이라면, 의사도 못 본걸 너가 알아낸 거니까. 그땐 정식으로 사례할게.”
“아니, 괜찮은데-”
“근데 루게릭병이 아닌데 괜한 추측으로 쉽게 병명을 내뱉은거라면···그땐 다른 이유로 전화를 할지도 몰라.”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라는 대답을 끝으로 그녀는 내 번호를 기어코 알아내갔다.
그렇게 그녀가 떠나가버린 뒤, 우리는 멍하니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혹시···내가 뭐 잘못한 건가?”
“잘못은 아니고···그냥 잘못 걸린 것 같은데.”
데이브가 마른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미야가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게,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 확실하지도 않은거잖아.”
“그냥 증상이 보여서 가능성을 말해준거지. 나쁜 뜻은 없었어.”
“내가 볼때 쟨 그냥 화풀이하는 거 같은데? 강아지는 아프지, 치료는 못하지. 그래서 저러는거야.”
데이브와 미야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나를 달랬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제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베니가 왼쪽 다리도 걸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
“운동뉴런으로 분화가 성공했군요. 이렇게 이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특정 세포로 분화에 성공하다니, 놀랍다는 말 뿐입니다.”
크리스 교수의 연구실. 전에 배양해두었던 세포들이 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는 그 세포들을 검사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직은 불안정해요. 이 상태로 이식했다가는 오히려 암과 같은 악성 종양으로 변할 수도 있어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경우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원치않은 종양이나 암 따위로도 분화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세포가 분화된 이후에도 안정성 검사를 거쳐야만 했다.
크리스 교수와 이후의 실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운동뉴런으로 안정적 분화시키는게 성공적한다면 바로 실험쥐에 이식해봐야겠군요. 쥐에 이식한 후에도 잘 작동히는지를 살펴봐야하니까요.”
“잘 작동하는지라···.”
그 순간, 머릿속에 제인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 두 다리를 모두 걸을 수 없게 된 베니의 모습도.
그날 전화가 오고, 제인은 착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내가 말했던대로 베니의 증상은 루게릭, 동물에서의 병명은 다를지라도 동일한 증상이 맞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람도 치료할 수 없는데 한낱 강아지를 어떻게 치료하겠어.’
그녀는 메이는 목소리로 안락사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인간도 아닌 강아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간보다 소중한 존재일테니까. 그런 존재를 두고 괜찮을거다, 나을거다라는 영혼없는 위로를 할 수도 없었고.
그렇게 최대한 덜 고통스럽게 마지막을 보내주고 싶다는 제인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크리스 교수를 보며 물었다.
“교수님, 만약에 이번 2차 시도때 운동 뉴런을 안정적으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한다면···이식을 시도해봐도 될까요?”
“어려울 것 없지요. 애초에 세포만 만들어내는 건 우리의 실험이 아니기도 하고요.”
“만약 실험쥐가 아니라 다른 실험체한테는요?”
뚱딴지같은 내 물음에 크리스 교수가 미간을 좁혔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됩니다. 실험체로 뭘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과 절차가 까다로워서 말이지요.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도 모르고요.”
“만약 모든 허가를 받았다는 전제하에서는요?”
“흐음···모든 허가의 범위가 어느 수준까지 포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겠지요.”
줄기세포분야는 여러모로 규제가 심하니까요, 라고 이야기하는 크리스 교수였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실험 전, 주인한테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