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5)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115화(115/221)
115. 최초의 사례 (1)
115. 최초의 사례 (1)
제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동아리실 안, 데이브와 미야를 옆에 두고 그녀는 수척해진 얼굴로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야?”
“시도해볼 수는 있다는 말이지.”
“그게 그거랑 달라?”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제인. 그도 그럴게 내가 하는 말은 사기꾼이나 할 법한 이야기였으니 그녀가 경계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지금까지 연구하던 내용을 그녀에게 설명했지만, 전공자가 아닌 이상 그녀는 일부만 이해할 뿐이었다.
“줄기세포인가 뭔가를 베니에게 이식하겠다는 말이잖아?”
“정확히는 베니로부터 얻어낸 걸 변형시켜서 다시 이식시키는거야.”
간략한 줄기 세포에 대한 설명과 이를 치료에 사용한 사례들을 설명했다. 극히 드문 성공 사례와 무수히 많은 실패 사례들이 있었지만…제인은 성공 사례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위험한 단계인 건 사실이야.’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분화시켜 해마 복구에 성공한 크리스 교수.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해마 자체를 복구한 것도 아니었고, 뇌세포로 분화한 내용에 대해서도 신뢰도가 높지 않았다.
물론 미래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지금 시점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운동 뉴런으로 분화시켜 실험쥐로 진행된 경우는 없기도 했고.
치료 사례를 보던 제인은 말없이 종이를 내려놨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베니가 첫 실험체라는 소리잖아.”
“일단 그 전에 실험쥐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야. 결과도 곧 나올거고.”
“쥐랑 개랑 같아?”
“물론 다르지.”
단칼에 나오는 대답에 제인이 웃었다. 어이 없어서 나오는 그 웃음이었다. 다소 회의적인 그녀의 모습에 옆에 있던 데이브와 미야가 내 눈치를 봤지만··· 나는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할 지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존재를 살릴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볼테니 말이다. 제인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만약 치료를 하다 죽을 가능성은?”
“95%정도. 어쩌면 이식 하기 전에 사망할 수도 있어.”
베니는 강아지 수명으로 쳤을 때도 노견에 해당되었다. 일반적인 수술을 하다가도 죽을 수 있는 나이니···줄기세포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사망할 확률은 더 높았다.
하지만 제인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아쉬운 건 내쪽이 아니었다.
‘베니가 아니더라도 다른 실험체는 구할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에게 권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는 그 마음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렇기 때문에 그녀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주고 싶었다.
적어도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보낸다면, 그때는 후회만큼은 남지 않을테니까.
내 대답을 들은 제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전에 그녀의 품에 안겨있던 강아지 베니를 떠올렸다.
···베니가 겪고 있는 병은 운동 뉴런이 손상되어 근육 세포를 사멸시키는 병. 서서히 근육이 빠져나가 나중에는 숨을 쉴 수 조차 없어 호흡근 마비로 사망하게 되는 잔인한 병이었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줘.”
“그래. 하지만 오래는 못 기다려.”
“조만간 다시 연락 할게.”
제인을 재촉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그 이유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어차피 기다리게 해봤자 제일 고통스러울 건 다름 아닌 베니였을테니까.
탁, 문이 닫히고 옆에서 숨죽인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데이브가 인상을 썼다.
“넌 너무 잔인해.”
“내가?”
“가족이나 다름없는 개라잖아. 근데 죽을 확률이 95%라고 말하면 누가 참여하겠어?”
사망 확률 95%. 사실상 운에 기대어 성공하길 바라야하는 정도. 하지만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자료들을 정리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
“거짓말은 아니어도 다르게 이야기해 줄 순 있잖아, 예를 들면 음···성공 확률이 5%라든가?”
“그게 그거잖아. 게다가 5%도 후하게 쳐준 거야. 사실상 첫 시도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없었다. 그 전에 실험했던 데이터가 있다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따져볼 수라도 있겠지만, 이건 줄기세포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실험이니까.
“만덕, 너는 이게 성공할 거라 생각하는거야?”
미야가 평소의 나른한 모습을 한 채 물었다. 그녀는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지만 덤덤한 목소리였다.
“글쎄.”
“흐음···어차피 제인이 실험에 동의할거라 생각하는거지? 선택지가 없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을 피했다. 그렇게 둘의 시선을 느끼던 나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전에 하던 세포 분화 안정성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었으니까.
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는 점점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봐야하는 건 세포의 안정성. 아무리 운동 세포로 분화한다고 한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해버린다면···의미가 없었다.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 나는 곧장 크리스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
“왔어? 안그래도 나도 이제 막 준비 끝내둔 상황이었는데.”
“세포 상태는?”
“직접 확인해 봐.”
연구실에 들어서니 이미 준비를 마친 로버트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어느새 보조 연구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로버트.
소독을 마치고 준비된 배양기 앞에 선 나는 긴장된 모습으로 샘플을 확인했다.
“…안정적이야. 이제 바로 이식해도 되겠어.”
“이식이라면 저 실험쥐를 말하는거지?”
로버트가 가리킨 곳에는 실험쥐 한마리가 케이지 안에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포 상태를 확인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운동 세포로 성공적인 분화를 마쳤다.
상태도 매우 안정적.
지금까지 운동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까지는 성공했어도 얼마 안 가 사멸해버려서 이식까지 이루어지진 못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앞 다리로 기어다니고 있는 쥐를 바라봤다. 뒷 다리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하반신이 마비된 쥐.
“…만약에 이 쥐들이 걸어다닐 수 있게 된다면, 그 날로 온갖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되는 날이겠지?”
“스포트라이트로 끝나진 않을 걸.”
로버트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답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였으니까. 몇몇은 줄기세포로 인해 모든 질병이 사라질 거라 이야기했고, 당장 자신을 실험체로 써도 되니 치료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손 끝이 떨리는 걸 느꼈다. 안되지, 이럴 때일 수록 침착하게.
나는 심호흡을 깊게 한 뒤, 분화가 끝난 세포를 실험쥐에 이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버트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당연하지. 지금 막 이식했을 뿐이니까.”
실제로 줄기세포를 이식한 후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적어도 4주에서 6주의 시간이 흘러야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분명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그때 마침, 크리스 교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실험중이었군요?”
“이제 막 마친 상황입니다. 지금 이식을 끝냈고요.”
“이식을 끝냈다니, 운동 뉴런으로 안정적으로 분화가 끝났다는 소리인가요? 일단 잠깐 연구실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잠시 실험실을 나와 크리스 교수의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로버트는 남은 부분들을 정리하기 위해 실험실에 남아있었고.
그는 소파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그와 대면했다.
“안그래도 전에 실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 논문 작성한 것 때문에 교수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실험이라면···운동 뉴런으로 분화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멸했던 걸 말하는건가요?”
“맞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다른 연구자들의 걱정과 비난이 있어서 말입니다.”
크리스 교수는 다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가 하는 내용은 간단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너무 실험적이다-라는 세간의 반응들.
곤란해하는 크리스 교수의 반응과 다르게 나는 덤덤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이대로면 앞으로의 연구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포가 안정화된 걸 이식해 성공한 걸 보여주지 않는 한 이 분야에 대한 의심은 계속 남아있을테니까요.”
“의심은 결과로 증명해내는 수밖에 없죠.”
간결한 내 대답에 크리스 교수가 한동안 벙찐 상태로 나를 마주봤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크리스 교수가 염려하고 있는 부분이 뭔지도, 그가 이 분야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지도.
하지만 그럴수록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사람들의 걱정과 불안을 모두 고려하기엔 시간도, 여력도 없다. 지금은 이 연구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할 때니까.
그렇게 우리는 아까 이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
제인은 최근 심란했다. 그녀에게 있어 가족이나 다름없는 애완견 베니, 베니가 그 수명의 끝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이제 걷지 못하는 그녀의 강아지를 품에 안은 채 생각했다.
‘줄기세포 치료? 그런 말도 안되는 치료에 베니를 실험체로 쓰라고?’
우연히 만났던 동양인 학생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베니가 다리를 저는 이유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했지만···하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루게릭? 그건 사람이나 걸리는 병 아닌가? 대체 왜? 하필 베니가 이런 병을 겪어야 하지?
평범하게 죽는 것마저 누군가에겐 축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95%정도.’
치료에 대해 이야기하던 남자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정이나 안타까움이 없었다. 그저 과학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믿음이 갔다면 이상한 걸까.
‘무조건 고칠 수 있습니다. 제가 강아지 치료만 수십년째 입니다.’
‘이건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생기는 지병같은 겁니다. 약만 꾸준히 처방하면 확실히 나아질 겁니다.’
‘혹시 최근에 계단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진 적은 없는지요? 근육쪽을 보면···’
그녀가 찾아갔던 수의사들은 처음에는 뭔가 아는 듯,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나중에는 고개를 저으며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그녀의 마음도 같이 깎여갔다. 어떻게 보면 끝까지 치료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치고 있기도 했다.
‘…돈이 많아도 병 하나 제대로 치료할 수 없구나.’
그녀의 집은 미국 내에서도 유명한 부호 가문이었다. 그 덕에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온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함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품에서 작게 숨쉬고 있는 강아지 베니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그런 말도 안되는 실험에 참가시켰다간 죽어버릴게 분명했다. 지금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가리는 지경인데, 그런 힘든 실험에 참가했다간···
‘오래는 못 기다려.’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이 누굴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아마 품에서 작게 숨쉬고 있는 이 생명체를 두고 말하고 있는거겠지.
결국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성공이다.”
나는 케이지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실험쥐를 바라봤다. 저번 실험때 운동 뉴런을 이식했던 그 실험쥐였다.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적어도 한달은 지나야 차도가 보이거나 혹은 실패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실험은 성공했다.
물론 아직은 어색하게 움직이고 있는 뒷다리이긴 했지만, 아예 불구가 되어 사용하지 못하던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말도 안 돼.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맞아?”
앞의 수업이 늦게 끝나, 뒤늦게 합류한 로버트가 나지막하게 소리질렀다. 케이지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실험쥐의 모습 자체로 그에게 큰 충격이었으니까.
“지금 얘 걷고 있는거 맞지? 뒷다리도 움직이고 있는거 맞지!”
“응.”
“맙소사. 내가 헛것을 보는게 아니라니!”
줄기세포랑 관련해 이런 저런 실험을 도와주던 로버트 역시 이렇게 직접 성공적으로 치료가 된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끽해야 배지에 세포를 배양하거나, 인큐베이터 작동, 혹은 분화를 위한 시약 조절 등 보조적인 부분만 맡아왔던게 이런 결과로 나오니 그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맙소사’, ‘언빌리버블’, 등 다양한 감탄사를 연신 내뱉던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만,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줄기세포로 재생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어. 이제 신경 세포로 확장해나가면···’
뇌세포 복구. 마치 먼 꿈처럼 들리던 막연한 이야기가 비로소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당장 치매 치료로 사용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거다. 다른 부분과 다르게 뇌에서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그건 말할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한 단계씩 해 나간다면··· 그렇게 주먹 쥔 손에 땀이 찼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실험실 문이 열렸다.
크리스 교수였다.
그는 격앙된 상태의 로버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로버트, 여긴 실험실이니, 침착-”
“아버지, 지금 이걸 보고도 침착하라고 하시는거에요?”
“대체 뭘 보고 그러는거니?”
로버트가 양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케이지를 가리켰다. 방금까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크리스 교수의 표정이 일순간에 바뀌었다.
“…맙소사.”
짧은 감탄사였지만 많은게 담겨있었다. 그는 케이지 안에서 네 발로 움직이고 있는 실험쥐를 보더니 두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금 케이지를 바라봤다.
열심히 움직이는 하얀 실험쥐.
크리스 교수와 로버트의 반응은 달랐지만 그 이면의 감정은 비슷했다. 둘 다 눈앞에 펼쳐지는 내용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내용은 당장 학술지에 올려야합니다. 지금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이 부분 실험할 때 SHH 농도를 몇으로 맞췄었지? 잠깐만, 그때 작성해두었던 실험 일지가-”
이어서 실험실을 나오는 동안 오른쪽에서 크리스 교수, 왼쪽에서는 로버트의 끝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동하고 있는데, 책상위에 올려두었던 휴대전화가 번쩍였다.
언젠가 걸려올 거라 확신했던 전화가 왔다.